(뉴질랜드) 풍경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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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앨리스 스프링스에서의 6개월 생활을 끝내고 뉴질랜드로 날아간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호주 아웃백 풍경이 인상적이다. 앨리스 스프링스까지 가기 위해 황량한 사막에서 어떻게 자전거를 탔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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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밤늦게 도착했다. 엄마랑 호주에서 여행할 돈을 마련해 놨는데 비자가 만료되는 관계로 한 달 정도 뉴질랜드에서 시간을 보낸 후 호주로 돌아가 엄마와 함께 새해를 보낼 예정이다. 늦은 저녁을 먹으며 현지인이랑 얘기를 나눴는데, 밤 12시 넘어 자전거 타는 게 낮에 타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했다. 이유는 길에 차가 없기 때문이란다. 뉴질랜드에서 1년 전에 북섬, 남섬을 두 달간 자전거로 여행하다 오랜만에 돌아와서 깜박 잊고 있었다. 뉴질랜드가 얼마나 안전한 나라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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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조립하고, 저녁 먹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새벽 1시가 넘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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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떠나기 전에 이틀 밤 머물렀던 친구네 집에 다시 머무르게 되었다. 친구들은 다음날 일을 하러 가야 하는 관계로 자고 있었는데, 집 뒷문은 나를 위해서 열어놨다. 들어가자마자 집주인처럼 고양이가 요염하게 앉아서 날 쳐다보고 있었고 환영 노트가 바닥에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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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와 Nikki를 일 년 만에 다시 만나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아침을 먹고 오후 늦게 시내에 나갔는데 깜짝 놀랐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야? 1년 전 사람 많던 동남아에서 뉴질랜드에 처음 왔을 때 왜 이렇게 사람이 없나 싶었고, 뉴질랜드 여행 후 호주 시드니 갔을 때는 호주는 왜 이렇게 차도 많고 사람도 많나 싶었는데, 호주 작은 동네에 지내다 뉴질랜드 오니 모든 게 엄청 바빠 보였다. 사막지대인 호주 아웃백 25,000명 밖에 안 살던 작은 도시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갑자기 38만 명이나 사는 대도시에 오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모든 게 다 초록색이었다. 끊임없이 내뱉은 말이 “어쩜 이렇게 모든 게 다 푸르러? 완전 다 초록색이야!!”라고 3일 내내 계속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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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의 산악자전거를 타고 피터와 함께 뉴질랜드 산에서 모험을 즐겼다.

 


뉴질랜드 산악자전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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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스프링스에 있을 때 결심했던 게 한 가지 있었다. 배를 타고 한국에 돌아가기였다. 8년 전 캐나다에 옐로나이프 워홀로 지낼 때 친구들에게 나 자전거 세계 여행할거야라고 했었는데 실제로 이뤄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계속 주변에 얘기하고 다니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뉴질랜드에 와서 배 타는 경험을 쌓고 호주에 돌아가서 배를 구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선원으로 항해하는 게 아니라 캡틴으로서 내 배를 여행하고 싶었다. 배는 후원으로 받으면 어떨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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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는 항상 일손이 필요하니 이것저것 도와주며 기술들을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피터와 함께 주변 요트 클럽을 돌아다녔다. 막상 가봤지만 그다지 얘기할 상대는 없었다. 그래서 내 전화번호와 이름을 남기고 왔다. 이후 이런저런 정보를 알아보니 각 바다마다 태풍 시기가 달라서 몇 달씩 매번 기다리다 보면 집에는 몇 년 이후나 갈 수 있을 거 같았다. 내년 2020년에는 꼭 여행을 끝마치고 싶었기에 요트 여행 꿈은 바로 쉽게 포기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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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정도 지나니 분주한 도시와 푸르른 자연환경에 적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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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스프링스에 있을 때 암벽등반을 즐겨서 암벽등반 신발과 하니스를 샀었다. 크라이스트 처치 암벽등반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해서 같이 등반할 사람 쪽지 달라고 했었는데, Nathan이란 현지인이 이번 주에 친구랑 간다며 함께 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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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든의 룸메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는데, 좀 어려웠는지 다음에 참여하지 않아서 이후 종종 네이든과 둘이 암벽등반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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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스프링스의 부드러운 흙벽보다 뉴질랜드 돌이 훨씬 잡기 편했는데 은근 손가락이 좀 아팠다. 암벽등반은 매번 재미있다. 이후 YMCA 실내 등반도 몇 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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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의 생일 파티가 있어서 함께 갔다. 내 생일도 막 지났을 때라 얼떨결에 나도 생일축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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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한인 식당을 안 찾아다니는데, 갑자기 한국 음식이 당겼다. 집에 갈 때란 신호인가? 식당에서 소주 시켜서 혼술 하기는 처음이다. ㅎ. 근데 가격에 비해 별로였다. 반찬도 부실하고 리필하려면 돈을 따로 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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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스트 처치에 머물면서 네이든과 자주 어울려 놀았다. 한번은 Kite를 날리자며 바닷가에 갔는데 바람이 별로여서 제대로 못 날리고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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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든 집에도 자주 놀러 갔었는데, 네이든 룸메들과 보드게임을 즐겨 했었다. 내가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것은 내가 잘 못 했다기 보다, 그 친구들이 이 게임을 나보다 훨씬 자주 해서 이기는 비법을 잘 알고 있다고 본다. 이 친구가 기생충을 같이 보자고 했는데, 사실 난 기생충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다. 기생충 처음 줄거리 영상 나왔을 때 너무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으로 결말 내용을 확인했었다. 알고 봐도 참 재미있었다. 근데 다 보고 나니 좀 불쾌한 여운이 남았다. (이후 기생충이 아카데미 상을 받을 때, 네이든과 미리 영화를 보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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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서핑하는 배우는 사람들을 동경하며 바라봤다. 항상 서핑을 배우고 싶었는데 한 번도 시도를 못 해봤다. 물이랑 친하질 않은 관계로 언제 내 인생에 서핑 배울 날이 있을까 싶다.
크라이스트처치에 10일 가까이 지내며 네이든과 자주 놀러 다니고, 중간중간 시간 날 때마다 엄마와의 여행 계획을 세웠다. 자전거 여행은 대충 하면 되지만 엄마와의 여행은 달랐다. 정확한 일정이 필요했는데 일정 짜는 게 익숙지 않아서 정말 힘들었다. 어디로 들어오고 어디로 나가고 얼마나 지낼지 등을 구상하고 엄마와 얘기를 했다. 엄마가 연말은 바쁘고 정신없고 하니 3월이나 4월에 호주 여행하는 건 어떻냐고 물어봤는데, 계속 미루면 일정이 꼬이기에 그냥 지금 하자고 했다. 항공권, 숙박권을 다 예약한 후 주변에서 이 주 정도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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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든에게 같이 자전거 여행 할래라고 물어보니, 흔쾌히 하겠다며 여행에 알맞은 자전거 및 가방들을 주변에서 구해왔다. 나는 이미 북섬, 남섬 다 여행해봤기에 아무 데나 상관없었다. 네이든도 이리저리 자기네 나라를 구석구석 다녔지만, 좀 더 자전거 타기 좋은 곳을 선호했다. 그가 아버지에게 물어본 결과 Molesworth Muster Trail을 추천해줘서 거기를 통과해서 한 바퀴 돌아오기로 했다. 대도시를 벗어나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해서 그의 차에 짐들을 싣고, 그의 친구네 집에 차를 2주간 놓고 여행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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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며 얘기할 동무가 생겨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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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우체통이다. 나도 나중에 우체통을 만들 기회가 있다면 정말 재미있고 기발한 거로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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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든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 최대한 필요한 짐만 빼고 나머지는 피터네 집에 놓고 왔다. 아침저녁으로 추웠기에 챙겨온 큰 잠바와 부피가 큰 싼 캠핑 장비들 때문에 아무리 가볍게 다니고 싶어도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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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본격적으로 Molesworth Muster Trail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구글 지도에 나온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진입로로 선택했는데 경사가 너무 심해, 심지어 네이든이 내 자전거를 나와 함께 밀어야 했다. 힘겹게 산 정상에 올라왔는데 길이 막혔다. 심지어 비까지 내렸다.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6개월 동안 지내며 자전거를 안 탔더니 깜박 잊은 사실이 생각났다. 구글 지도는 믿으면 안 되는데 구글지도에 나온 길 중 하나를 골라버린 것이다. 이런 산길은 오프라인 지도 앱 맵스미(Maps.me)로 보면 자전거로 갈 수 있는지 대충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걸 까먹었다. 경사가 심해서 내리막길에 조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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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늦어져서 주변에 텐트를 쳤다. 풍경이 멋져 보이지만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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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타워 근처였다. 마땅히 텐트 칠 곳이 없어서 그랬다. 이런 곳에서 매일 자면 문제겠지만 하루 여기서 잔다고 몸에 큰 무리는 올 거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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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늦게부터 언덕에서 자전거 밀었더니 피곤하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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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에 드디어 본격적으로 트레일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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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정말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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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오르막이 나올 때가 있었지만 대체로 자전거는 탈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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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그림자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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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새를 발견했다. 뉴질랜드에 처음 왔을 때 새가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이후 호주에 갔는데 호주새야말로 정말 알록달록하고 예쁘다. 뉴질랜드는 독특한 새가 많고 호주에는 예쁜 앵무새가 많다고 표현하면 될 거 같다. 호주에서 문득 생각난 게 왜 이렇게 새 종류는 다양하지란 것이다. 인간은 새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없고 재미없는 생명체다. 새는 페리카나처럼 엄청 큰 새부터 아주 작은 벌새까지 크기도 색도 엄청 다양하다. 그런데 인간은 단 한 종류일 뿐이다. 인간들끼리 외면적으로 약간 좀 다른 게 있다면 피부색, 눈색, 머리색 등이다.
왜 이렇게 새는 다양한데 인간은 단순한가 싶었다. 검색을 해보니 새는 공룡을 조상으로 뒀기에 그때부터 생존해서 이렇게 다양해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이렇게 단순할까? 검색을 해봤는데 정확한 답을 못 찾겠다. 새들보다 한 참 늦게 진화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일부 이론에 인간도 종류가 다양해지려고 했지만, 최상위 포식자에 멸종당해서 한 종만 생존했다는 가설도 있는 거 같고 잘 모르겠다. 한 종류로만 진화한 인간이 이 지구 전체를 지배한다는 게 재미있다. (지배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지만, 냉정한 현실로 보면 맞는 표현 같다.)
참고로 육지에서 가장 다양한 종을 가진 동물이 새이지만, 물속의 물고기 종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 진화론에서 보면 물고기가 가장 먼저 나왔기 때문에 물고기 종이 가장 다양한 게 바로 설명이 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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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트레일이었지만 짐 가득 싣고 오기엔 좀 힘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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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같은 게 없어서 강에서 물을 떠먹었다. 네이든이 물에 넣으면 미생물을 죽이는 알약을 갖고 있어서, 그 약을 넣고 강물을 마셨다. 강가 옆에 텐트를 치니 물 구하기 편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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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랑 함께 여행하니 저녁도 같이 먹고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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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게임하는 걸 좋아해서 카드 게임하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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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든 아버지가 왜 이곳을 추천해줬는지 알 거 같다. 차도 별로 안 다녀서 조용히 자전거 타기에 좋은 곳이었다.

 


다운힐 영상 몇 개 모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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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 끝날 때쯤 농장들이 나왔다. 개를 다섯 마리나 데리고 다니는 농부를 보았다. 개를 다섯 마리나 키울 정도면 얼마나 농장이 클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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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간의 트레일 여행을 마치고 해안가로 빠져나왔다. 여기서부턴 다시 크라이스트 처치로 내려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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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로 나오니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이 가끔 보였다. 위 두 여행자는 특별했다. 딸과 아버지가 함께 자전거로 여행을 하고 있었다. 보통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자전거 여행을 하는데, 아버지와 딸은 처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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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탈리아 가족을 만났다. 나를 이전부터 팔로우하고 있었다며 굉장히 반가워해서 나 또한 반가웠다. 만남이 정말 반가웠는지 이후 후원금도 보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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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달리다 보니 물개들이 해변에 퍼져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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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건가 싶어서 계속 봤더니 배가 숨 쉬며 움직이는 게 보여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개들은 꼭 죽은 것처럼 누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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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들이 태어날 시기인가보다. 정말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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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은 저렇게 큰데 귀는 왜 이렇게 작지. 다양하게 생긴 동물들을 볼 때, 밤하늘을 볼 때, 대낮에 떠 있는 달을 볼 때 이 지구가 엄청나게 신비한 존재란 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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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텐트 말릴 때, 마치 슈퍼맨이 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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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카이코우라(Kaikoura)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관광지이다 보니 호스텔이 있어서 호스텔에서 이틀 밤 머물기로 했다. 일주일 만에 실내에서 자는 거라 편안하고 좋았다. 둘째 날은 비 와서 밥해 먹고 게임을 하며 보냈다. 카드 게임을 즐겨 하는데 체스가 있어서 오랜만에 체스를 뒀다. 오랜만에 두다 보니 함정 전략을 다 까먹어서 몇 판 연속으로 졌다. 보드게임과 달리 체스는 지니까 은근 화가 났다. “너 왜 자꾸 말 움직인 뒤 취소했다가 다시 움직이고 그래? 이거 반칙이야 반칙. 나 이거 너랑 안 할래”라며 핑곗거리를 만들어 다른 보드게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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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날이 맑아서 주변 산책하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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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곳이 관광지로 불리는지 알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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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척하며 귀여움을 발산하는 물개를 오늘도 구경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다음날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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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타보고 싶었던 경비행기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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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물개들이 여러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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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뛰어드는 모습을 구경하는 게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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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네이든이 길 위에서 여러 과일나무들을 발견했다. 특히나 이 과일은 한국 떠난 이후로 한 번도 맛본 적이 없던 거였다. 이것은 바로 앵두!!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도 앵두 사 먹을 기회가 별로 없었던 거 같기도 하다?
앵두나무 위에 2019년 뉴질랜드에서 올해의 새로 뽑힌 뚱보 술꾼 케레루가 앉아 있었다. 이 새는 나무에서 떨어진 뒤 썩어서 발효된 열매를 먹고 취한 채 발견되곤 해서,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받는다곤 한다. 새가 취하면 귀엽구나…. 인간은 취하면 왜…. 어쨌든 네이든 덕분에 앵두 실컷 먹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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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든과 10일 가까이 되는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다시 크라이스트 처치로 돌아왔다. 자전거 탈 때는 잠잘 곳도 찾아야 하고 뙤약볕 밑에 종일 페달 돌리고 내가 매번 느지럭 느지럭 대서 네이든이 항상 기다려야 해서 미안한 마음 등 여러 힘든 점이 있었는데, 이렇게 일상으로 돌아오니 긴장할 것 없이 편하게 수다 떨고 해서 좋았다. 네이든하고 자전거 탈 때 절벽들 나오면 “야~ 저곳에서 암벽 등반하면 딱 맞겠는데!”라며 수다 떨었었는데, 돌아와서 바로 암벽등반에 다시 가게 되었다.
지진 낙석 위험 있어 트레일 닫혔다고 적혀 있는데, 거기에 사람들이 적은 내용은 ‘2011년부터 낙석 한 번도 없음. 이곳에서 즐겁게 등반해. 이 안내판 내용은 쓰레기임.’이라고 적어 놔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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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등반은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느는 게 보이는 재미있는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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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바람 별로 안 불어서 못 날렸던 카이트를 날리러 갔다. 물에서 하는 건 카이트 서핑인데, 이건 모래에서 타는 거였다. 원래 보드가 있었는데 내가 초보니까 카이트만 잡고 놀기로 했다. 그런데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조절하는 게 어려웠다. 절대로 손잡이를 놓치지 말라고 했는데, 카이트가 바람에 너무 세게 부니까 조절하는 게 힘들었고 결국 균형을 잃고 오른쪽 어깨로 심하게 해변에 부딪혔다. 고운 모래가 아니라 젖은 모래 쪽이라 단단해서 어깨가 엄청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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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통증이 꽤 심해서 깜짝 놀랐다. 산악자전거 타면서 여러 번 심하게 넘어진 적도 있고, 차 사고로 넘어진 적도 있지만 이렇게 통증이 오래가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어깨를 계속 움직일 수 있어서 카이트는 그만두기로 하고 네이든의 드론을 갖고 놀기로 했다. 친구들이 자기 드론 조종하면서 여러 번 떨어트려서 부품들을 사서 매번 수리했다고 하는 거 보면 이게 꽤 본체가 강한가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 또한 이 친구 드론을 떨어트렸다. 아무래도 이 드론에 마가 꼈나 봐~~~~~ 예전에 드론 사서 들고 다녔을 때 떨어트린 적 없는 내가 실수 하다니.. 보니 멀쩡해서 다시 날려서 갖고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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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일어났는데 오른쪽 어깨를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오른팔을 뒤로 움직이는 게 불가능했다. 네이든이 어제 했던 말이 떠올랐다. 뉴질랜드에서는 골절 같은 사고는 정부에서 무료로 지원해주니 아침에 일어나서 어깨가 너무 아프면 병원에 데려다준다고 했었다. 검색해보니까 감기나 복통 같은 것들은 자비로 의료비를 내야 하지만, 취미 활동을 하다가 다치면 정부가 무료로 병원비를 지원해준다고 한다. 관광회사들이 고소당하는 걸 막기 위해서 이런 제도가 생겨났다고 한다. “네이든, 너 고소 안 할게! 걱정 마! 나 병원까지 차 좀 태워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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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1시간 30분 정도 기다렸나? 내 이름을 부르기에 이제 기다림은 끝났구나 싶었는데, 그 안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엄청 많았고 거기서 또 한참을 기다리다가 이름이 불려서 드디어 라고 하는 수간.. 그냥 간단한 이야기를 한 뒤 다시 나가라고 하고는 한참을 기다린 뒤에 내 이름이 불려서 드디어 끝나나 싶었는데 엑스레이 찍고 또 밖으로 나가서 한참을 기다린 뒤..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의사 선생님을 만났는데 한국분이시네? 엑스레이 결과를 보여주더니 뼈 안 부러졌다면서 이상 없다고 진통제 처방전 줄 테니까 가라고 했다. 엄청나게 오래 기다린 거치고는 의사와의 대화는 빛의 속도만큼이나 짧았다.
그래도 뼈 안 부러진 거 확인하니 마음이 놓였다. 의사가 처방해준 진통제는 일반진통제보다 훨씬 쌌지만, 효과는 모르겠다. 어깨가 계속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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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8년 만에 아파서 병원에 가보기는 처음이다. 등산에서 가장 사고가 자주 나는 순간이 하산할 때라던데, 여행 막바지 되니 다치나 싶었다. 어깨 움직이면 아프니까 팔을 고정해주는 걸 무료로 줬다. 일주일 뒤에 엄마랑 여행할 때 이거 하고 여행해야 하나 걱정이 들었다. (다행히 일주일 뒤에 통증이 꽤 나아져서 저 검정 천이 필요 없었고, 한 달 뒤 통증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렇게 오랫동안 부상의 통증을 느낀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카이트 서핑 하다가 다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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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표를 12월 25일 새벽 시드니행으로 예약했다. 역시 비행기표가 가장 싼 날은 12월 25일 혹은 12월 31일 등 사람들이 피하고 싶은 날이다. 네이든이 차로 태워준다고 해서 그 친구네 집에서 마지막으로 그의 룸메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했다. 이후 그가 저녁에 공항까지 차로 태워 줬다. 그와 작별인사를 하고 새벽까지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에 뉴질랜드로 돌아와 니키와 피터를 다시 만나 좋았다. 무엇보다 네이든이란 친구를 알게 되어 좋았다. 자전거를 타면서 본 풍경들이 멋졌지만, 그래도 제일 기억에 남은 건 사람이었다. 좋은 인연 알게 되어 감사한 기분으로 뉴질랜드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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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경로 (이번에 자전거 탄 곳은 노란색 동그라미)
뉴질랜드에서 지낸 총 일수 = 36일
뉴질랜드에서 자전거로 이동한 총 거리 = 672 km
뉴질랜드에서 총지출 = $1,116 USD
($1=1.51 NZ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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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오늘도 변함없이 잘봤습니다

    부상이 별탈없다니 다행입니다

    귀국하는 그날까지 늘 무탈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2. 뉴질랜드도 침략의 역사가 있어 아름다운자연과 대비해 슬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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