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눈을 뜬 다는 것이 싫을 때..

Spread the love

New Zealand Travel_001

싱가포르에서 뉴질랜드로 날라간다. 경유가 직항보다 쌌지만 가격차이가 그렇게 차이가 안 났던지라 2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느니 그냥 직항으로 9시간 30분만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에어 뉴질랜드가 생각보다 정말 좋았다. 내가 탄 비행기 중에 가장 최고였다. 맨날 저가 항공만 타다가 이런거 타보니까 신기하다. 의자에 달린 스크린으로 술도 공짜로 주문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공짜 Wifi가 있었다. 인터넷 속도도 빨라서 유튜브도 볼 수 있어 깜짝 놀랐다. 하늘에서 인터넷 써 보기는 처음이다. 가격대비 정말 최고였던 비행이라 완전 만족했다.

 

New Zealand Travel_002

오클랜드에 밤 12시쯤 도착했다. 뉴질랜드가 섬나라이다 보니 검사가 철저했다. 텐트 가방을 다 열고 이후 밖에서 기다리다 보니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심카드를 사고 저녁을 먹고 자전거를 다 조립해보니 새벽 2시가 넘었다. 이전에 페이스북으로 연락하고 지냈던 분이 초대해주셔서 그분네 집에서 자기로 했다.

 

New Zealand Travel_003

새벽에 와도 된다고 해서 열심히 자전거 타다 보니 새벽 3시가 넘어 도착했다. 이런 시간에 자전거를 타다니 미쳤나 싶지만, 뉴질랜드가 참 안전하게 느껴져서 무서운 게 전혀 없었다. 무엇보다 차들이 없으니 오히려 자전거 타기 더 편했다. 그런데 비가 왔다 안 왔다 해서 날씨가 좀 힘들게 했다.

 

New Zealand Travel_004

오클랜드는 수도가 아니지만 인구수가 140만 명으로 뉴질랜드에서 제일 큰 도시이다. 그 다음으로 인구수 많은 도시가 37만 명 크라이스트처치이지만, 이번에도 수도가 아니다. 세번째로 인구수 많은 도시 31만 명이 사는 웰링턴이 바로 수도이다. 가장 큰 도시인데 밤 9시가 넘어가자 시내가 텅텅 비어서 깜짝 놀랐다. 사람들 많은 동남아에서 있다가 이렇게 조용한 도시를 보니 적응이 안 되었다. 흡사 유령의 도시처럼 느껴졌다.

 

New Zealand Travel_005

자전거에 짐 가득 싣고 나오키와 소리 커플 자전거 여행자네 집에 가는데 언덕이 진짜 장난 아니었다. 너무 힘들어서 잠깐 오르막 중간에 쉬었다. 개가 짖어서 몇 분 뒤 다시 출발하려는데 집주인이 나오더니 왜 여기 서있냐며 개한테 시비 거는거냐며 꺼지라는 식으로 말해서 깜짝 놀랐다. 개가 어디있는지도 몰랐다. 그냥 짖는 소리만 들렸을 뿐이었는데 뭔 시비를 걸단 말인가. 차들 많이 지나다니는 도로였는데, 마치 자기가 이 도로 전체 주인인것마냥 해서 황당했다. 네가 여기 다 땅 샀냐 왜 떠나라 마라 하냐. 오르막이라 힘들어서 쉬는데 안 그래도 떠나려는데 왜 시비 걸고 난리냐 싸우다가 아줌마가 중재해줘서 떠났다. 뉴질랜드 오자마자 액땜 크게 한 번했다.

 

New Zealand Travel_006

뉴질랜드 언덕이 진짜 장난이 아니다. 오클랜드를 벗어나려는데 큰 고속도로는 타면 안 되어서 돌아가려 다보니 진짜 죽는 줄 알았다. 자전거를 몇 년 타다 보니 내성이 생겨서 오르막에서는 웬만해서는 자전거를 안 민다. 그런데 뉴질랜드 오자마자 자전거를 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New Zealand Travel_007

첫날 어디서 자야 될지 감이 안 잡혀서 결국 현지인에 허락 받고 마당에 텐트 쳐서 하룻밤 보냈다.

 

New Zealand Travel_008

마을 떠나려는데 작은 벤치와 테이블이 보여서 집 주인분께서 주신 삶은 달걀과 과일을 먹고 오클랜드에서 사온 시리얼을 냄비에 담아 아침으로 먹었다.

 

New Zealand Travel_009

길 옆에 새끼소가 많이 보였다. 짝짓기를 하고 새끼들이 태어나 자라나는 시기가 9월달인가보다. 새끼들이 정말 자주 보였는데 진짜 귀엽다.

 

New Zealand Travel_010

오클랜드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 왼쪽 옆으로 가면 코로만델(Coromandel) 반도가 나온다. 한 바퀴 돌면 이틀 정도 걸릴 거 같은데 갈까 말까 하다가 윈도우 바탕화면에 나오는 곳이 있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해가 질 때쯤 텐트 치려고 하는데 처음 보는 안내판이 보였다. 차에 화장실 있는 차만 캠핑이 된다는 뜻이었다.

 

New Zealand Travel_011

뉴질랜드 캠핑 앱을 깔아 보니 주변에 무료 캠핑 장소가 많았다. 그런데 차에 화장실 통이 있는 Self-Contained 차만 허용이 되었다. 공공화장실이 있는 무료 캠핑 장소도 텐트는 허락을 안 해줬다. 갑자기 억울하단 생각이 들었다. 큰 차들은 더욱더 많은 매연을 뿜으며 공기를 오염시키는데, 공공화장실이 있는 곳에서조차도 어떻게 환경을 오염시키는 차만 우대해주고, 캠핑하는 사람은 이렇게 차별할 수 있나란 생각이 들었다.인스타그람에 어떻게할까 스토리에 올려보니, 다른 외국 자전거 여행자들이 자기 여행할 때 그냥 이런 곳에 텐트 쳤다면서 걱정 말고 텐트치고 자라고 조언을 줬다.

 

New Zealand Travel_012

밤은 늦어지고, 도저히 잠 잘 곳을 못 찾아서 그냥 다른 여행자들 믿고 하룻밤 잠자보기로 했다.

 

New Zealand Travel_012_1

별 아래서 요리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New Zealand Travel_013

다음날 해뜨기 전에 텐트를 정리하고 있는데, Coromandel Council라고 적힌 차가 한 대 들어오더니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너 여기서 자면 안 돼. 여기 셀프 컨테인만 되는거야. 이거 몰라?” 라고 물었다. 곧 있어 종이쪽지를 보여주며 “이거 봐봐 이게 티켓이야. $200달러짜리 티켓.” 다른 외국인 여행자들이 자도 괜찮다고 했었는데, 아닌가 보다. 그냥 머리 속이 하얘져서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태어나서 벌금이란 걸 내는 게 처음이었는데 장기 자전거 여행자가 내기에는 그 금액이 너무 컸다. 그런데 그 공무원이 다음부턴 이런데서 자면 안 돼 라고 구두 경고만 하고 떠났다.
다른 여행자가 뭐라건, 죽었다 깨어나도 다시는 셀프 컨테인만 허용되는 캠핑장에서 안 자기로 다짐했다. 하마터면 여행 시작하자마자 $200달러 날릴 뻔했다.

 

New Zealand Travel_014

뉴질랜드에는 키위새가 사는데, 이 지역에 키위가 있는지는 몰랐던지라 정말 큰 기대가 되었다.

 

https://www.facebook.com/Rakiuratokoeka/videos/313257336094253/

오클랜드에 있을 때 누가 이 영상을 보여줬었는데, 너무 귀여워서 죽을 뻔했다. 키위는 뉴질랜드에만 있는 새이며 날개가 없다. 주로 밤에만 활동하는데 낮에 찍힌 영상을 보니 이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키위는 엄청 큰 알을 낫는 걸로 유명한데, 몸집에 비해 가장 큰 알을 낳는 새이다. 인간으로 치면 4살짜리 아이를 낳는다고 보면 된다.

 

사실 키위새를 안 건 오래전 일이다. 당시에 키위라는 새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알고 보니 실존하는 새였다. 당시 참 슬프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키위 영상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다.

 

New Zealand Travel_015

New Zealand Travel_017

날도 좋고 풍경도 좋고 모든 게 좋았다.

 

New Zealand Travel_016

주말이라 그런가 차가 많았는데 길이 좁아서 차가 많이 지나다닐 땐 조심해야 했다.

 

New Zealand Travel_018

오르막 하나 힘들게 올라와보니 풍경이 정말 멋있었다.

 

New Zealand Travel_019

New Zealand Travel_020

코로만델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New Zealand Travel_021

해가 질 무렵 왐샤워라는 호스팅 웹사이트를 통해서 알 게 된 현지인 집에서 하룻밤 자게 되었다. 차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와 한적한 도로 둘 중 어디를 갈까 고민이 되었다. 뉴질랜드에서 며칠 자전거를 탔는데, 오르막길이 장난이 아니란 걸 깨달아서 최대한 경사가 덜 심한 곳으로 고르고 싶었다. 호스트에게 조언을 얻어보니 차가 덜 다니는 도로가 오히려 경사가 덜하다고 해서 거기로 가기로 했다.

 

New Zealand Travel_022

자전거 타고 가다가 작은 돼지들이 보여서 사진 찍다가 농장 주인과 함께 수다를 떨었다. 자기가 취미로 키우는 돼지들이라며 절대 안 잡아 먹는다고 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몰래 와서 자기 돼지를 잡아간다고 했다. 주변에 돼지 똥들이 참 많았는데 농장과 하나가 되어서 그런지 신발을 안 신고 다니셨다.
뉴질랜드 여행을 하다 알게 된 것은 뉴질랜드 일부 현지인들은 신발을 잘 안 신는다. 농장에서 사시는 분들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서 신발을 안 신나보다란 생각이 드는데, 도시에서도 신발 안 신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 맥도날드는 주로 청소가 잘 안 되어 있고 막 음료수 음식 찌꺼기들이 땅에 떨어져 있는데 거기서도 신발을 안 신는 사람들이 있다.
이마트 갈 때마다 항상 맨발로 오는 사람들이 보인다는 걸 상상하면 될 거 같다. 처음엔 깜짝깜짝 놀랐는데 나중 되니까 나도 귀찮아서 신발을 안 신을 때가 있었다. 물론 도심속에서는 신발을 꼭 신었다.

 

New Zealand Travel_023

돼지가 신기하게도 음식 있는 가방을 알아차리고 냄새를 킁킁 맡았다. 생각해보니까 동물이 이렇게 직접 와서 냄새를 맡는 건 처음이었다. 이전에 개, 돼지, 닭, 어느 야생동물도 내 가방에 이렇게 대놓고 노리는 경우가 없었다. 아저씨가 조심하라고 하기에 웃었는데, 그 순간 돼지가 가방을 낚아채더니 도로에 던졌다. 음식은 가방에서 쏟아져 나왔고 돼지는 내 식빵을 들고는 튀었다. 진짜 여행중 대 놓고 강도 짓을 당한 건 처음이었다. 힘겨운 오르막길을 땅콩잼과 햄만 먹으며 버텨야 했다.
이날 배운 교훈 : 돼지는 힘이 세다. 돼지는 정말 똑똑하다.돼지의 후각은 뛰어나다. 돼지는 식빵을 좋아한다.

 

New Zealand Travel_024

여기서 또 한번 키위가 산다는 표짓말이 보였다. 이쯤 되니까 정말 보고 싶어 미치겠다. 도대체 어딨는 거야! 한 번만 보면 소원이 없겠다.

 

New Zealand Travel_025

20~30분 짤막하게 하이킹을 할 수 있는 산책로가 길 옆에 몇 개 있었다. 들어가기전에 신발을 닦은 후 소독약을 뿌려야 한다. 이런걸 처음 봤던지라 신기했다. 카우리 (Kauri) 잎마름병이라는 게 있는데, 이게 이 지역에 사는 카우리 나무를 죽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걸 설치해 놓았다고 한다.

 

New Zealand Travel_026

작은 폭포도 있었다.

 

New Zealand Travel_027

시냇물도 흐르고 정말 고요한 곳이었다.

 

New Zealand Travel_028

카우리 나무는 정말 크다. 몇 백 년 된 나무도 있고 최고 오래 된 나무는 무려 2,300년이나 된다. 뉴질랜드에 카우리 나무가 많았으나, 유럽 사람들이 정착 후 카우리 나무 벌목 사업을 해서 지금은 이전에 비하면 별로 남아있는 게 별로 없다. 현재는 법으로 보호를 받고 있어서 벌목이 금지되어 있다.

 

New Zealand Travel_029

마치 고대 시대에 돌아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식물들도 보였다.

 

New Zealand Travel_030

이후 해질 무렵 도시에 도착했는데 마땅히 잘 만한 데를 찾지를 못했다. 뉴질랜드 119는 자원봉사자로 이뤄지는 데가 있는데, 내가 간 동네가 그런 거 같았다. 소방서에 들어가서 혹시나 몰라서 텐트 쳐도 되냐고 물어봤지만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두 청년 중 한 명이 나에게 성적인 농담을 한 거 같아서 불쾌했다.
이후 다시 동네를 돌아다니는데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럴 땐 참 무섭고 당황스럽다. 비바람이 몰아치니 누군가에게 허락 받고 앞마당에 텐트 치기도 애매했다. 그러다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앞마당이 나오기에 초인종을 눌렀더니,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중년 여성이 문을 열었다. 이렇게 환하게 웃는 사람은 100% 무조건 허락을 해준다. 여행을 오래 했지만 지금도 이건 정말 미스테리다. 낯선이가 초인종을 누르는데, 어떻게 저렇게 큰 미소를 지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룻밤 잘 수 있게 허락을 해주는건지, 이런 사람들의 유전자는 뭔가 다른건가 궁금했다.
밖에 비바람 몰아치니 차고에서 하룻밤 자라고 했다. 그런데 차고에 냉장고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이불도 있고 정말 그냥 일반 방과 같다고 보면 되었다. 비에 젖어 추웠었는데, 따뜻하게 샤워하고 나오니 저녁식사에도 초대해주고 정말 모든 게 감사했다.
다음날 같이 사진을 찍고 다시 길 위에 올랐다.

 

New Zealand Travel_031

페리를 기다렸다가 타서 반대쪽 섬으로 와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풍경이 정말 멋진 곳이 보였다. 사진을 찍으려고 삼각대를 폈다가 카메라와 삼각대를 연결하는 삼각대 헤드를 이전 집에 사진 찍은 후 놓고 왔다는 걸 깨달았다. 이걸 인터넷으로 주문하려면 2~3주 걸리 거 같아서 어제 잤던 곳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문제는 어제 어디서 잤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냥 아무 집이나 노크하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시도도 안 해보고 포기하긴 싫어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페리를 타고 돌아가서 천천히 기억을 더듬다가 결국은 그 집을 발견해서 삼각대 헤드를 찾아 갖고 왔다.

 

New Zealand Travel_032

이후 윈도우 바탕화면에 나오는 그 곳 캐서드럴 코브(Cathedral Cove)에 도착했다.

 

New Zealand Travel_033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여서 우비도 챙겨 들고 갔다.

 

New Zealand Travel_034

그리고 마침내 찍은 윈도우 바탕화면…

 

New Zealand Travel_034a

실제 바탕화면과 비교해보니 뭔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세히 알아보니 윈도우 바탕화면은 남섬 서쪽 맨 위에 있는 Wharariki Beach Cave였다. 자전거로 가려면 무려 300km를 왕복으로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뉴질랜드의 언덕에 자비란 없다는 것이다. 코로만델을 이틀 만에 다 돌 줄 알았는데 언덕도 많고 천천히 다니다 보니 5일이나 걸렸는데, 실제 윈도우 바탕화면 구경하러 가려면 못해도 일주일 넘게 힘든 언덕을 왔다 갔다 해야할 거 같아서 포기했다.

 

New Zealand Travel_035

캐서드럴 코브도 충분히 아름다웠기 때문에 여기에 만족한다.

 

New Zealand Travel_036

농장에서 하룻밤 머문 뒤에 다음날 떠나는데 황당하게도 농장에서 키우는 작은 개가 따라왔다. 음식을 준 적도 없는데 왜 따라 오는 질 모르겠다. 차들 다니는 곳이라 위험할 거 같아서 돌 던지는 시늉을 하며 위협을 줬더니 따라오는 걸 멈췄다. 중앙 아시아에서 호스텔 주변 개 한 마리가 자꾸 따라와서 걱정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주인도 있는 개가 따라왔다. 집사 간택인가.. 미안하지만 키울 형편이 안 된다. 미안..
아침 먹기 딱 좋은 곳이 보여서 자전거를 멈추고 가방에서 이것저것 꺼내 식사를 했다.

 

New Zealand Travel_037

몇 주 전에 말레이시아에 스쿠버 다이빙을 하러 갔었는데, 깜박하고 고프로를 호스텔에 놓고 왔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호스텔 주인이 고프로를 택배로 보내주었다. 택배비는 페이팔을 통해서 돈을 부쳤다. 페이팔은 여행하면서 여러모로 위급할 때 도움이 크게 된다. 오클랜드의 호스트 지인에게 보냈는데, 알고 보니 그 지역을 안 가게 되어서 해밀턴(Hamilton)으로 보냈다. 그런데 해밀턴도 알고 보니 안 가도 되는 곳이었는데, 이러면 또 택배를 보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원하던 경로를 포기하고 택배를 받으러 해밀턴에 갔었다.

 

New Zealand Travel_038

길 옆에 있는 큰 양 두 마리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 브이로그 1편. (한글 자막 있으니 한글자막 키고 봐주세요)

 

New Zealand Travel_039

이후 로토루아(Rotorua)라는 마을에 도착했는데 계란 썩는 냄새가 풍겨왔다. 마을 곳곳엔 수증기가 노을에 빛나고 있었다.

 

New Zealand Travel_040

인스타그램으로 연락하고 지낸 친구가 이 마을에서 공부하고 있었다기에 호스트 집에 가기 전에 잠깐 만나 마을을 함께 둘러봤다. 냄새가 참 구수했다. 나를 호스트해준 커플은 워킹홀리데이로 왔다가 뉴질랜드에 수의사로 그냥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그 친구들은 이 마을에 몇 년 살다 보니 더 이상 계란 썩은 냄새가 안 난다고 했다. 다만 비올 때만 살짝 냄새가 느껴진다고 했다.

 

New Zealand Travel_041

마을 빠져나가는 쪽에 레드우드(Redwoods) 숲이 있어서 들러 봤는데 예상외로 정말 예뻤다.

 

New Zealand Travel_042

물 색깔이 정말 독특해 보였다. 물색이 마치 크로아티아에서 본 플리트비체 국립공원과 비슷해 보였다.

 

New Zealand Travel_043

이후 한 농장에 텐트를 쳤는데, 텐트 모습이 갑자기 초라해보인다. 뉴질랜드에 온 이후 계속 비가 왔다 안 왔다를 반복한다. 무엇보다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텐트랑 신발이 젖는다. 그래서 텐트를 가방 맨 위에 항상 단다. 그러다가 햇볕 뜨면 길 옆에서 말리곤 한다. 산 정상에 올랐을 때 텐트를 말리다가 갑자기 또 비가 몰아쳐서 텐트를 정리했다. 이후 비가 그쳐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해질무렵 한 현지인 앞마당에 허락을 받아 텐트를 치려고 보니까 텐트폴을 언덕에 깜박하고 왔다는 게 생각났다.
감사하게도 현지인이 20분 정도 직접 차를 몰아서 그 언덕을 같이 가봤는데, 누가 이미 내 텐트폴을 가져갔다.이 사건이 있은 후 어떤 쓸만한 물건이든 떨어져있으면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안 가져 간다. 혹시 그 사람이 돌아와서 가져갈수도 있으니까!
다행히도 그 날밤 현지인이 집 안에서 자라고 했다. 이후 저녁에 샌드위치 사러 간다기에 그럼 그거 내가 사겠다고 해서, 그 사람 저녁 값을 낼 수 있어 뭔가 보답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텐트 없이 어떻게 여행하나 걱정이 되었다.
근데, 막상 닥치니까 다 하게 되어있다. 줄을 이용해서 옆에 기물과 자전거에 묶어봤는데 나름 잘 선다. 이후 가운데에 삼각대를 펴 놓으면 나름 지붕도 생긴다.

 

New Zealand Travel_044

다음날 아침 안개가 잔뜩 꼈다.

 

New Zealand Travel_045

아침 일찍 와이오타푸(Wai-O-Tapu)라는 곳에 도착했는데 이 지역은 화산 지형으로, 온천과 간헐천 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물이 폭발하듯이 나온다는 곳이 있어서 가봤는데, 알고 보니까 직원이 뭔가를 그 안에 넣어서 화학작용으로 폭발이 생기는 거였다. 직원이 여러가지 화학작용과 역사를 설명해줬다. 그런데 유럽 이주민 이전에 살았던 남태평양 이주민을 희화화 해서 인종차별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New Zealand Travel_046

특정한 시간대에 이게 폭발하는 게 자연적인 현상인줄 알았는데, 직원이 직접 일으키는 거라서 살짝 실망은 했지만 그래도 나름 볼만했었다.

 

New Zealand Travel_047

이후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그동안 구경했던 곳은 다 공짜였는데 이곳은 돈을 내야 했다. 큰 국립공원이라서 이것저것 볼 게 많았다.

 

New Zealand Travel_048

미국 여행할 때 옐로우스톤을 가보고 싶었지만, 미국 땅이 너무 컸던 지라 내 경로랑 달라서 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뉴질랜드에서 옐로우스톤사진에서 봤던 그런 비슷한 풍경을 보게 되어 좋았다.

 

New Zealand Travel_049

New Zealand Travel_050

New Zealand Travel_051

다양한 색 그리고 여러 지형들이 정말 흥미로웠다. 친구 중에 지리선생님이 있다면 이 곳에 꼭 같이 가자고 하고 싶다. 종일 그 친구 설명 들으면서 공원에서 시간 보내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New Zealand Travel_052

가장 색이 독특했던 곳이다. 전혀 포토샵 없이, 물 색이 이렇게 연녹색이었다.

 

New Zealand Travel_053

뉴질랜드 하늘 정말 종잡을 수가 없다.

 

New Zealand Travel_054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은근 충격을 받은 곳이 여기다. 어떻게 보면 1차 충격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뉴질랜드가 참 아름다운 녹색의 땅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나무들을 다 깎아서 농장으로 변환한 거였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건데, 전혀 이걸 생각하지를 못했다.

 

New Zealand Travel_055

현지인 창고에 허락을 받고 하룻밤 머물렀다. 신기한 게 뉴질랜드에서 하룻밤만 텐트 쳐도 되냐고 하면 99%확률로 YES라고 한다. 사람들 인심이 이렇게 좋을지 몰랐다. 이렇게 99%확률로 YES를 하는 나라는 정말 드물다. 핀란드도 대부분이 YES였다. 파라과이도 대부분 허락을 해줬었다. 그런데 한가지 살짝 다른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보통 텐트 치게 허락을 해주면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집 안에 화장실도 쓰게 해주는데, 여기선 그래 텐트 쳐 하고선 집안에 다시 들어간 후 다시는 못 본다. 이렇게 될 경우 화장실 가고 싶을 때 난감할 때가 있다. 그래서 남섬에 가서는 주로 와일드캠핑을 했다.

 

New Zealand Travel_056

타우포 (Taupo) 강의 물줄기는 정말 셌다. 레프팅 하는 관광객들을 위에서 멀리 쳐다보며 구경했다.

 

New Zealand Travel_057

카우포 강 위에 있는 다리 위에서 바라보면 물색이 정말 파랗고 천둥 치는 것처럼 엄청나게 큰 소리가 울린다.

 

New Zealand Travel_058

셀프컨테인 차 말고도 일반 텐트도 무료로 캠핑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가보기로 했다.

 

New Zealand Travel_059

이동식 화장실이 있었는데 냄새가 하나도 안 나서 신기했다. 드디어 나도 무료캠핑장을 사용해본다. 사람들도 많았지만 워낙 땅이 컸던지라 조용하게 혼자서 구석에 텐트를 칠 수 있었다. 사람들하고 어울려 노는 것도 좋아하지만 조용하게 캠핑하는 것도 좋다.

 

New Zealand Travel_060

다음날 타우푸오 마을을 떠나는데 저 멀리 설산이 보였다.

 

New Zealand Travel_061

오늘도 현지인 앞 마당에서 하룻밤 자려고 부탁을 했는데, 빈 방이 있다면서 비오니 자전거를 안 에다 넣고 자라고 했다. 그동안 유럽 뉴질랜드 사람 집에서만 잤었는데, 이번에는 남태평양 뉴질랜드 사람 집에 처음으로 머물게 되었다.
뉴질랜드 사람들을 피부색으로 분류해보면 유럽인 67%, 마오리족 13%, 여러 남태평양 섬나라 7%, 아시안 11%, 그 외 미주, 아프리카 1~2% .
확실히 남태평양 사람들은 유럽 사람들보다 등치가 크다.

 

뉴질랜드에선 럭비가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데 경기 전 추는 춤이 인상적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200~300년의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에선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 원주민을 학살하고 그 땅을 차지 하는데 뉴질랜드는 다르다. 뉴질랜드에는 애시당초 원주민이 살고 있지를 않았다. 뉴질랜드에 처음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게 1,300 년대인데 마오리족과 폴리네시아 남태평양 사람들이 먼저 와서 살고 있었고 1,600년대 유럽인들이 왔다. 미국, 캐나다, 호주 원주민과 달리 남태평양 사람들은 등치가 크고 이들의 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다른 민족과는 달리 강인함이 느껴진다. 비록 유럽 이주민들에게 정치, 권력, 땅들을 뺏겼지만, 미국, 캐나다, 호주 원주민과는 달리 나름 여러 권리를 갖고 산다.
뉴질랜드 인구가 얼마 안 되어서 그런가 남태평양 사람들을 만날 기회는 별로 없었다. 다만 오클랜드에서 빠져나올 때 한 마을에 남태평양사람들이 꽤 보였고 머리에 꽃 왕관(흡사 하와이 환영인사 때 쓰이는 것) 같은 걸 쓰고 있어서 신기했다.

 

New Zealand Travel_062

뉴질랜드는 참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이 무너지는 2차 충격이 왔다. 사실 뉴질랜드에서 자전거 타는 건 마치 감옥에서 자전거 타는 것과 같다. 전 국토가 거의 농장으로 되어있다 보니 길 바로 양 옆에 펜스가 쳐져 있다. 방목해서 키우는 양, 소 때문에 강 주변, 산 주변, 등등 펜스가 안 쳐진데가 없다. 이렇게 펜스가 심하게 쳐진데는 처음 보는 거 같다. 사실 이렇게 펜스가 심하게 쳐져 있으면 화장실 가는 게 불가능하다. 나무를 다 잘라 놨으니 숨을 데가 없는데, 산악지대라 언덕이 많아서 저 바로 뒤에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를 알 수가 없어서 몇 시간을 참아야 할 때가 있다.

 

New Zealand Travel_063

3차 충격은 인터넷검색을 통해서 왔다. 원래 뉴질랜드는 국토의 80%가 숲으로 둘러 싸여 있었는데 현재 31%밖에 안 남았다. 산림파괴가 이렇게 심한 나라가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있다는 게 참 충격적이다.

 

New Zealand Travel_055 Deforestration by countries. Deforestration Europe

유럽 여러 나라들과 브라질 말레이시아와 비교하려고 따로 잘라서 테이블을 만들어봤다. 참고로 대한민국은 63%가 숲으로 둘러 쌓여있다. 북한은 73%나 숲으로 둘러 쌓여있다. 대한민국의 그린벨트가 없었다면 한국도 30%대로 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예전에 네덜란드 여행할 때 궁금한 점이 한 가지 있었다. 인구밀도가 한국 다음으로 높은데, 다들 어떻게 전원주택에 살고 아파트도 별로 안 보니 싶었는데, 이유는 숲을 다 없애 버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통계에 의하면 네덜란드는 투르크메니스탄 같은 사막 나라에 버금 갈만큼 숲이 거의 없다.
프랑스 36%, 독일 32%, 스위스 31%, 영국 11%, 네덜란드 8% 등 지나치게 너무 낮다.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countries_by_forest_area
이 스크린샷을 찍은 며칠 후 위 위키피디아 웹사이트 페이지가 수정이 되어서 산림황폐가 얼마나 되었는지를 숨겨버렸다.
https://archive.is/ZKifN
아키브에서 원래 페이지 찾아냄. 원래는 이렇게 보였음.

 

New Zealand Travel_055 Deforestration in Europe. Deforestration in US. Deforestration in New Zealand

원래부터 숲이 없었던 게 아니다. 농업, 도시건설을 할 때 자연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다 밀었기 때문에 숲 밀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다. 사실 북한이 73%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벌목으로 돈을 벌 수도 있었을 텐데, 자연 보호를 일부러 한 건지 궁금하다. 영국은 전세계에 내전을 일으키고 전쟁을 일으키고 식민지화 한 것에 이어 자기네 나라 자연도 거의 다 파괴했다는 것에 놀랍다.
일부 서양 친구들은 브라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손가락질을 하면서 나무를 마구잡이로 깎는다고 비난한다. 서양권에선 오히려 이런걸 비지니스로 이용한다. 예를 들어 티셔츠를 한 장 사면 인도네시아에 나무를 한 그루 심겠다며, 피부가 검정색인 아이가 나무를 들고 있는 사진을 쓴다. 근데 정작 자기네 나라의 숲이 훨씬 더 황폐화 되어 있다.
자기네 나라에 먼저 나무를 심지, 왜 자기네들보다 덜 산림황폐화가 된 인도네시아 말레아시아 등의 나라에 나무를 심겠다며 돈을 달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만약 서양권 친구들이 동남아나 다른 나라는 나무를 너무 자른다, 팜오일을 불매해야 한다라고 하면, 너네 나라가 훨씬 심하다고 너네 나라에 제발 나무 좀 먼저 심으라고 현실을 말해줬으면 한다.
어떻게 보면 개발도상국이 스스로 발전하려는 걸 저지하려는 ‘사다리 걷어차기’이기도 하다. 진정 환경을 생각한다면 남의 나라에 뭐라 하기 보단 자기네 나라를 먼저 복구하는 노력을 보여줘야한다. 또한 환경파괴를 하지 않고도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쪽으로 이끌어야지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면 ‘사다리 걷어차기’로 밖에 안 보인다.

출처 :
List of countries by forest area –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countries_by_forest_area
Deforestation of New Zealand – https://teara.govt.nz/en/interactive/11674/deforestation-of-new-zealand
Forested fraction of gridcell – https://www.wsl.ch/staff/niklaus.zimmermann/papers/QuatSciRev_Kaplan_2009.pdf
Deforestation in the United States – https://en.wikipedia.org/wiki/Deforestation_in_the_United_States

 

New Zealand Travel_055 knowledge

여행의 목적 중 하나가 바로 길 위에서 배우고 성장하기이다. 하지만 길에서 배우는 것들 중에 너무나도 추악한 것들이 많다. 뉴질랜드가 마냥 아름다운 나라 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산림황폐화가 심한 나라라는 걸 안 이상 더 이상 연녹색의 아름다운 언덕들이 이전과 같이 예뻐보이질 않았다. 한국에 있을 당시 책을 열심히 읽었던 때가 있었다. 그 때 본 사진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책을 읽지 않으면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고, 어느정도 읽어 지식이 쌓이면 세상이 암흑처럼 어둡다. 여행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여행을 하면서 배우는 많은 것이 이렇게 암담한 진실이다. 과연 나는 저 높이 떠 있는 멋진 풍경을 언젠가는 볼 수 있는 것인지, 어떻게 하면 이 암흑을 빠져나올 수 있는지, 정말 저 맨 위는 아름다운 세상이 있기는 한 건지 궁금하다.

 

New Zealand Travel_064

브레이크에 자꾸 바퀴가 걸리고, 바람도 좀 빠져있어서 바퀴를 빼 보니 휠이 좀 휘어져 있다. 그래서 스포크를 조절하고 주유소 옆에 있는 기계로 바람도 넣었다.

 

New Zealand Travel_065

무료 캠핑장이 있어서 그쪽으로 가는데, 거의 다와서 바퀴에 바람이 빠졌다. 우선 대충 자전거를 밀고 가서 텐트를 쳤다. 다음날 일어나 보니 텐트에 얼음이 껴 있다. 봄이었는데 산속이라 그런가 정말 추웠다.

 

New Zealand Travel_066

추운 아침에 수리하려고 보니 휠에 금이 가 있다.

 

New Zealand Travel_067

저 부러진 것 때문에 튜브가 갈려서 바람이 빠진 거였고, 바퀴가 휘어진 거였다. 우선 임시방편으로 튜브를 잘라서 림 위에 감쌌다. 제발 다음 대도시까지 버텨줬으면 좋겠다.

 

New Zealand Travel_068

통가리로(Tongariro)를 옆에 끼고 달렸다.

 

New Zealand Travel_069

New Zealand Travel_070

멀리 보이는 설산이 정말 아름다웠다. 하이킹을 하고 싶었지만 자전거를 마땅히 세워둘 데도 없었고 무엇보다 방수 되는 하이킹 장비가 필요했기에 포기했다.
지금 신는 신발이 베트남에서 8천원 주고 산 건데 방수가 전혀 안 되어서 매일 아침마다 신발이 젖어 정말 힘들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잔디는 다 젖어있다. 신발 신고 딱 몇 걸음 걸으면 벌써 양말이 다 젖는다. 그래서 뉴질랜드에 온 이후부터 아침에 자전거 탈 때는 맨날 언 발 때문에 고생한다. 이렇게 신발이 매일 아침마다 젖어서 언 발로 자전거 탈 줄 알았으면 싱가포르에 있는 데크트론(이케아 같은 저가 유럽 스포츠 매장)에서 4만원 정도 주고 제대로 된 신발 사는 건데 너무 아쉽다.

 

New Zealand Travel_071

New Zealand Travel_072

신발만 있었어도 산에 오를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산에 오르면 숙소도 잡아야 하고 복잡해서 그냥 멀리서 보는 걸로 만족한다.

 

New Zealand Travel_073

산 아래 고운 모래가 보여서 뭔가 잘 어울렸다.

 

New Zealand Travel_074

오늘도 농장에서 하룻밤 자려고 문을 두드렸는데, 오늘은 집 안에 초대 받게 되었다. 양고기도 먹고 이런저런 수다도 떨었다. 창문 옆에 있는 망원경으로 소, 양, 사슴들을 살펴본다고 한다.

 

New Zealand Travel_075

살아서 돌아가라!(어롸이브 어라이브) 살기 위해 운전해라!라는 문구가 마음에 든다. 몇 나라를 돌았느냐, 얼마나 자전거를 탔냐, 얼마나 경험했냐기 보단 집에 무사히 돌아갔냐, 그것이 내 여행의 성공의 기준이다. 이 여행을 꼭 성공리에 올해나 내년에 끝내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New Zealand Travel_076

New Zealand Travel_077

평화로워 보이는 뉴질랜드 길

 

New Zealand Travel_078

오늘도 무료 캠핑장을 찾았다. 이번엔 제대로 된 건물의 화장실도 있고 심지어 샤워장도 있었다. 차가운 물 밖에 안 나왔지만 10분만 고생하면 하루를 편하게 보낼 수 있어서 이정도 고통은 잘 참는다. 그런데 이 곳은 정말 좋은 게 땅이 엄청 넓은데 사람이 거의 없다 시피했다. 좀 멀리 있던 현지인이 자기네 캠핑장 떠날 거라면서 지금 불 피워놓은 거 있으니 여기서 텐트 치라고 했지만, 감사하다고 말하고는 다른 곳에 텐트를 쳤다. 사실 은근 이런데 까다로워서 캠핑장 한 바퀴를 다 둘러 본 후 제일 마음에 드는 곳에 텐트 친다. 마치 집 지을 땅을 고르는 느낌이라 이 순간만큼은 갑부가 된 느낌이다. 캠핑장이 정말 좋아서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New Zealand Travel_079

뉴질랜드 까치인데(magpie) 은근 몸집이 크다. 소리도 아름답다. 그런데 얘네가 정말 정말 무서운 애들이다. 얘네들이 새끼를 키우는 철에는 굉장히 예민해서 자기 구역만 지나가면 위에서 공격해온다. 이렇게 큰 새가 위에서 한 번 날라오면 진짜 움찔하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헬멧 위에 케이블타이를 묶어 위로 삐져나오게 해서 얘네들이 공격해오는 걸 막는다. 일반 사람보다는 자전거 탄 사람을 주 타겟으로 하는데, 나도 당해보니까 장난 아니게 무섭다. 얘가 위에서 날개 소리 크게 휘이이이익 저으며 날아올 때 너무 겁나서 피하다가 도로 중간에 자전거 탄 적이 두 번이나 있었다. 만약에 뒤에 차라도 바로 지나갔으면 차 사고 날수도 있었다.

 

New Zealand Travel_080

날라 갈 때 검은 바탕에 하얀 몸이 보여서 정말 아름답다. 캠핑장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주변 보다가 재미있는 습성을 발견했다. 새는 부리를 나무 위에 쓱쓱 닦는다. 칼날을 왼쪽 오른쪽 가는 것과 마찬가질까나? 무엇보다 신기한 건 새는 똑같은 가지에 계속 앉는 다는 것이다. 나도 저런 비슷한 습성이 있다.(?) 공공 화장실을 이용할 때 항상 똑같은 칸만 이용한다. 새로운 걸 경험하고 보는 건 좋아하지만, 화장실 갈 때는 쓰던 곳만 들어간다.

 

New Zealand Travel_081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이런 느긋한 삶이 좋다. 만약 전기가 들어오고 인터넷이 되면 이것저것 할일이 있는데, 아무것도 없으니까 마음이 느긋해진다.

 

New Zealand Travel_082

어렸을 때부터 불지피는 걸 정말 좋아했다. 심지어는 아주 어렸을 때 화장실에서 휴지를 태우면서 논 적도 있다. 정말 다행인 건 집을 태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제 저녁 늦게까지 불을 지폈다. 이건 즐겼다기 보단 그냥 중독이 되어서 불을 끄기가 싫었다. 이날은 적당히 태우다가 잠들었다.

 

New Zealand Travel_083

파머스톤 노스 (Palmerston North)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인구수 7만 5천 명이지만 뉴질랜드에서 11번째로 큰 도시이다. 큰 자전거 가게들이 있었지만 26인치 휠을 파는 가게는 하나도 없어서 충격을 받았다. 자전거 공방도 가보았지만 26인치를 찾을 수가 없었다. 웜샤워를 통해 현지인 호스트 집에서 이틀을 지냈다. 이들의 도배를 도우며 피자도 같이 먹었다. 이들은 자전거 가게에서 휠을 주문 후 그게 도착할 때까지 3~4일 더 여기서 지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근데 다음 도시는 뉴질랜드의 수도인 웰링턴이다. 이틀만 더 달리면 되었기에, 지금도 버텨주었는데 설마 그 때까지 못 버틸까란 생각이 들어서 그냥 다음날 떠나겠다고 했다.

 

New Zealand Travel_084

이렇게 하늘이 쨍쨍하다가도..

 

New Zealand Travel_085

먹구름이 몰려오곤 한다.

 

New Zealand Travel_086

하룻밤 농장에서 텐트를 쳤는데, 집주인분이 새끼소들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뉴질랜드 소들은 정말 세계에서 제일제일 제일 특별하다.

 

New Zealand Travel_087

나만 보면 미친듯이 쫓아온다. 이 나라는 개보다 소가 더 사람을 따른다.

 

New Zealand Travel_088

몇 백마리의 소가 미친듯이 쫓아올 때마다 너무 재미있다. 진짜 세계여행을 오래 했지만 소가 이렇게 쫓아오는 나라는 뉴질랜드가 전세계에서 유일하다. 아마도 뉴질랜드에선 소들이 사람 손을 많이 받으며 자라서 이렇게 따르는 것인가 싶다.

 

New Zealand Travel_089

뉴질랜드 갈매기들은 그닥 친절하진 않지만 내 주위를 멤돌며 소리지른다.

 

New Zealand Travel_090

빵 먹고 있는데 바로 내 얼굴 앞에서 저렇게 날면서 빵 좀 달라고 소리를 지른다.

 

New Zealand Travel_091

웰링턴에 도착한 후 결국 자전거 뒷바퀴가 망가졌다. 혹시나 해서 스포크를 돌려서 고쳐보려 했지만 고쳐지질 않았다. 호스텔을 예약해놨는데 딱 9km를 앞두고 망가졌다. 지나가는 차의 도움을 받아서 호스텔 근처까지 갔다. 일하고 있던 차라서 호스텔 주변에서 내려줬다. 한 10m~20m만 더 가면 되었다. 자전거 탔으면 딱 2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가방 하나하나 옮기고, 자전거 옮기고 하다 보니까 30분이 넘게 걸렸다.

 

New Zealand Travel_092

그런데 뉴질랜드 수도에서조차 26인치 휠을 파는 곳이 없었다. 세상이 변했다는 말을 이럴때 쓰나보다. 요즘 26인치를 쓰지를 않는다고 한다. 주변에 자전거 공방 하는 데가 있다고 해서 가봤지만 거기서조차 쓸만한 26인치를 찾을 수 없었다. 구글 지도에서 자전거 가게 여러 군데 전화했었는데 시내에서 10km정도 떨어진 곳에 26인치 휠이 있다고 해서 버스를 타고 갔다. 자전거에 버스 태우는 게 처음이라 신기했다.

 

New Zealand Travel_093

New Zealand Travel_094

새 휠이 아니라 중고 휠이었고 튜브 벨브가 맞지 않아서 드릴로 구멍을 좀 넓혀 줘야 했다. 자전거 가게 주인은 정말 친절했다. 내가 돈을 절약하고자 직접 설치해도 되냐고 하니까 바쁜 와중에도 나에게 공간과 편한 도구들을 제공해줬다. 내가 헤맬 때마다 옆에 와서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하는 거라며 정말 친절하게 도와주신 덕분에 휠을 완성했다.

 

New Zealand Travel_095

정말 속상한 게 싱가포르 커플에게 받은 슈발베 마라톤 타이어가 바퀴가 휘면서 망가졌다. 그런데 슈발베 마라톤 26인치 타이어 사는 것도 어려웠다. 여러 군데 돌아다니다가 겨우 한 군데 발견해서 샀다. 자 이제 북섬 여행은 끝냈으니, 남섬으로 가야 되겠다.

 

New Zealand Travel_096

남섬갈 생각에 얼마나 신이 났던지 머리가 춤을 춘다.

 

New Zealand Travel_097

내 머리가 춤추며 신나 했던 것과 달리 남섬의 풍경은 평온하고 고요해 보인다. 저 아름다운 산을 보니 북섬과 마찬가지로 맨날 50km 밖에 못 탈 거 같다. 그나저나 오늘밤엔 어디서 잠을 잘 수 있으려나? 매일 하는 나름 심각한 고민이다. 사람들이 북섬보다 남섬이 아름답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지 한 번 가서 확인해봐야 되겠다.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 브이로그 2편. (한글 자막 있으니 한글자막 키고 봐주세요)


Spread the love
4 Comments
  1. 계속 여행작가로 사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왜 여행을 끝내시려는지 궁금합니다.
    왜냐하면 정착민의 삶이란게 정말 암흑이라서요.

    • 그렇죠.ㅎ 그런데 계속 이동하니까 이젠 한 곳에 정착해서 가족, 친구들과 지네고 싶네요.ㅎ

  2. 웰링턴에도 26인치 휠을 구할수없다니 남감했겠습니다
    자전거 수리는 이제 완전히 기술자 이십니다
    아직 한국에선 26인치휠 디스크브레이크는 있는데 아닌건 구하기 어려운것 같아요.
    항사ㅓㅇ 안라 즐라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귀국하십시요.
    이북은 가기 어려울것 같아요.

Leave a reply

Korea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