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이래 처음으로 공공장소에서 편하게 캠핑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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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본격적으로 자전거 여행을 하려 한다. 오후 5시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어두움이 찾아왔다.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 상징인 101 건물과 사진을 찍고 캠핑 장소를 찾으러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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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텔에서 계속 지냈던지라 오랜만에 꼭 캠핑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둠이 찾아오면 와일드 캠핑 장소를 찾는 게 쉽지 않다. 세계 여행 이래 처음으로 남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공원에 텐트를 쳤다. 강에서 한 중년 여성분과 얘기했는데, 타이베이 안전하다면서 여기다 텐트 쳐도 된다고 했다. 텐트 친 후 공원 관리 직원이 와서 얘기해 봤으나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타이베이에서 지내면서 대만이 꽤 안전하다고 느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대부분 사람이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술 안 마시는 곳은 세계 여행하면서 처음 봤다. 사실 공공장소에 캠핑하지 못하는 이유가 취객들이 걱정되기 때문인데, 대만은 그런 걱정할 필요가 없어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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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났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타이베이는 런던과 마찬가지로 비가 자주 내리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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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고 자전거를 타다가 Ruifang이란 도시에 도착해 호스텔에 체크인했다. 생일이었던지라 특별하게 반찬을 두 개 주문해 봤는데, 두부 위에 올려진 검은색이 숙성된 달걀인데 냄새가 엄청 심했다. 내 자신에게 너무나도 강렬한 생일 선물을 준 기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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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고양이 마을이란 곳이 있다고 해서 기차를 타고 놀러 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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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지우펀(Jioufen) 이란 곳으로 힘겹게 오르막을 올라갔는데 마을이 정말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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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엄청나게 유명한 관광지였고, 개인적으로 대만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곳 중 하나였다. 대만 타이베이에 놀러 왔을 때 시간 된다면 꼭 가보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 야경이 정말 멋지고, 골목이 많아 밤에 선선할 때 산책하기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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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해변에서 자전거를 탈까 산에서 자전거를 탈까 고민하다가, 산이 조용하고 멋질 거 같아 산으로 올라가기로 결심했다. 경사가 완만해서 자전거를 타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이곳은 사진사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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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캠핑을 하고 싶었는데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서 도시공원에 텐트를 쳤다. 일반적으로 캠핑할 때 사람에게 허락받고 그들의 마당에 텐트를 치거나, 와일드 캠핑할 땐 사람들이 안 보이는 곳에 숨어서 야영한다. 하지만 이렇게 대 놓고 하는 경우는 여행 이래 처음인데, 대만이 안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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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다시 산을 오르는데 너무 덥고 힘들었다. 모기들이 달라붙어 모기향을 틀어 놓고 마을에서 산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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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예보를 보니 다음날 비가 온다고 나와 있었다. 긴 내리막이 곧 나올거라 오늘 꼭 이 산을 넘고 싶었는데, 공사 중이라며 못 지나간다고 했다. 보통 공사 중이면 길 한쪽을 막고 한쪽은 열어두는데, 대만 시골에선 이렇게 아예 길 전체를 막고 공사를 한다. 밤 8시 이후에 길이 열릴 거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텐트 칠 곳을 찾으려는데 주변이 절벽이라 찾을 수가 없었다.

공사장에 다시 돌아와서 주변에 텐트 칠 곳 없냐고 묻자, 스쿠터를 탄 직원 한 명이 갑자기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그 직원을 한참을 따라갔는데, 알고 보니 공사 중인 그 구간을 지나가게 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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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밤이 찾아와서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때마침 길옆 사찰이 보여서 그 옆에 텐트를 쳤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 바로 옆에서 텐트 쳐보긴 또 처음이었다. 대만이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겁이 많은 나에게 있어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시골 산길이었기에 차가 별로 지나다니지 않을 거란 생각하며 내 자신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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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맞으며 내리막길 내려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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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로 무사히 잘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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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아오 해변(Waiao Beach)은 서핑으로 유명해서 근처에 호스텔을 잡고 일주일 정도 지냈다.

대만엔 이런 타운하우스가 많은데 대부분의 게스트 하우스가 이런 타운하우스에 자리 잡고 있다. 3층짜리인데 신기한 게 모든 집에 엘레베이트가 있다. 사진엔 총 10개의 집이 있는데, 이 말은 즉 10개의 엘레베이트가 이 건물에 있다는 거다. 일부는 가정집으로, 일부는 숙소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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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로 넘어가고 있었는데 서핑하기 좋은 계절은 아니었다. 서핑하기 좋은 여름철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서로 부딪쳐 꽤 위험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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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타운을 떠나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뒤 브레이크가 잡히질 않아 살펴보니 브레이크 스프링이 부러졌다. 대만이 자전거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하지만, 10년 된 내 자전거에 맞는 부품 찾는 건 굉장히 어려웠다. 현재 자전거 산업은 비싼 자전거 위주로만 부품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다가 내 자전거에 맞는 브레이크가 있다고 해서 봤는데 싸구려 부품이었다. 꼭 필요했기에 그걸로 뒷바퀴 브레이크 전체를 갈았다. 자전거 가게 주인분께서 굉장히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차도 대접해 주시고 수리 후 떠나려는데 과일과 과자도 챙겨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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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으로 가는 길이 아름답다고 들었는데 비가 와서 볼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터널이 계속 나왔고, 터널 안 갓길이 없어서 굉장히 무서웠다. 자전거 여행 중 진짜 싫은 것 중 하나 뽑으라면 터널에서 자전거 타기다. 소리가 너무 울려서 무섭고 갓길이 없을 땐 목숨 걸고 자전거 타는 거다.

이날 저렴한 숙소를 찾아 젖은 옷과 가방을 일일이 다 말린 후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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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이 맑았고, 드디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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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원주민들이 사는 동네엔 이렇게 원주민 문화를 길에 장식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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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들은 5,000년 동안 대만 섬에 살고 있었다. 이후 많은 중국인들이 17세기에 이주하기 시작했다. 1905년에 대만의 인구는 300만 명이었고, 2000년대에는 총 2,200만 명으로 늘어났다. 대만 섬에는 공식적으로 16개의 원주민 집단이 있으며, 그들은 현재 인구의 약 2%를 차지한다.

참고로 대만의 이민 역사는 원주민 땅에 정착한다는 점에서 미국, 캐나다, 호주와 다소 유사한 것 같다. 참고로 1400~1500년까지는 뉴질랜드에 사람이 살지 않았기 때문에 뉴질랜드의 이민 역사는 위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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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텐트 칠만한 곳을 알아 놓고 마을로 다시 돌아와서 저녁거리를 사 갔다. 대만에선 직접 음식 해 먹는 것보다 사는 게 더 싼 거 같다. 만약 여러 명이 여행하면 장을 보는 게 더 쌀 수도 있다.

사실 대만의 역사는 굉장히 복잡한데, 짧게 연대표를 만들어보면 이렇다.

*5000년 전부터 원주민 살아옴*
(1600년대부터 중국인들 이주 시작)
[1624-1662(총 28년)] 네덜란드 통치
[1662-1683(총 21년)] 명나라의 정성공 통치  (정성공은 명나라가 청나라에 의해 멸망한 후 대만으로 넘어왔다)
[1683-1895(총 212년)] 청나라 통치
[1895-1945(총 50년)] 일본 통치
[1945년부터] 중국 통치 (장제스는 이 당시 중국의 지도자였다.)
<<1949년>> 장제스는 내전에서 마오쩌둥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에 패한 뒤 대만으로 철수했다.
<1949-1975(총 26년)> 장제스 통치  (그의 목표는 대만에서 힘을 기른 뒤 중국 본토를 재탈환하는 것. 1975년 심장병으로 사망)
<1975-1988(총 13년)> 장징궈 통치 (장제스의 아들이며 1988년 심부전으로 사망) (공식 통치 기간은 1978~1988)
<1988년 이후> 대만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시작한다.

(한국의 독재정치가 1987년 끝나고, 1988년부터 민주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시작 연도가 비슷하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43년에 걸친 시민 주도의 시위에 의해 시작된 반면, 대만 민주주의는 상급 정치 지도자들이 의해 서서히 시작 되었다. 물론 대만 시민들의 민주 운동도 있었었다. 현재 국제적으로 대만과 한국의 민주주의는 비슷한 점수로 평가받고 있다.)

2023년 12개국이 대만을 독립 국가로 공식 인정하고 있다. (벨리즈, 과테말라, 아이티, 온두라스, 마샬군도, 나우루, 팔라우, 파라과이,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투발루)

(자체 조사를 통해 얻은 정보이기에, 일부 정보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확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직접 검색해보시기 바랍니다.)

첨부 링크 : 대만 인구 위키피디아, 대만 역사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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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 구석 옆 큰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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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으로 가는 길은 풍경이 정말 아름다워서 자전거 타는 게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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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도시에 도착해 며칠 머무르면 항상 스타벅스에 가서 영상 편집을 했다. 대만 스타벅스엔 공부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 집중이 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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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도 서핑으로 은근히 유명한데, 만으로 되어 있어서 주변 바람을 막아줘서 파도가 안정적이라 와이아오 해변보다 파도가 훨씬 부드러웠다. 문제는 내 서핑 실력이 여전히 별로였고 렌트 보드라 적응해야 해서 더 힘들었지만 어쨌든 이렇게 서핑할 수 있어서 좋았다.

화련 숙소에서 지낼 때 갑자기 지진이 크게 느껴져 맨발로 건물에서 밖으로 뛰쳐나왔는데 길거리가 정말 조용했다. 구글 지도를 켜보니 진도5.9가 발생했다며 경보가 떴다. 사실 내가 계단에서 맨발로 뛰쳐나갈 때 한 어르신은 그 계단을 올라오고 계셨다. 대만은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라 이 정도 지진은 지진 취급도 안 해주나 보다.

지진 때문에 쓰나미가 올 수 있으니, 해안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라는 경고가 떴지만, 바닷가엔 산책하는 사람들과 서핑하는 사람들로 평온해 보였다. 서프보드 렌트 해주는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전혀 문제없다고 해서 나 또한 그냥 서핑하러 나갔다. 여행 중 가장 중요한 건 현지인 말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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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화련을 떠나 자전거를 타다가 밤이 찾아왔는데 마땅히 텐트 칠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지도에서 본 시골길로 갔는데 한 트럭이 나를 천천히 따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 트럭은 길옆에 차를 세웠고, 나는 작은 샛길로 빠졌다. 혹시나 해서 전조등 후미등을 끄고 길 한쪽에 잠시 서 있었는데, 그 트럭이 기어코 이 샛길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나는 그 트럭을 보자마자 뒤돌아서 미친 듯이 페달을 밟아 원래 왔던 곳으로 나왔다.

대만은 다른 곳보다 훨씬 안전하게 느껴졌고 거기가 산으로 올라가는 시골길이었는데 그분이 원래 이쪽 길로 가려고 했던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으면 무조건 내 직감을 믿고 거기를 빠져나가는 것이다. 이후 한 작은 마을에 도착해 절 옆에 텐트를 치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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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 한국과 비슷한 점 중 한 가지가 자전거, 스쿠터, 배낭 메고 국토 대장정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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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서 시골길을 발견해 한적하게 자전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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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y란 앱을 통해 본 날씨. 대만은 항상 더운 줄 알았는데, 겨울철엔 꽤 추울 수도 있다. 보통 대만은 겨울철에 북에서 남으로 바람이 불어 대만 북부엔 비도 자주 내리고 서핑하기에 좋은 날씨도 아니다. 이날은 6도까지 기온이 떨어져 꽤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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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시골길 찾았다고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자전거 경로 중 하나였다. 대만이 자전거 타기 좋은 이유 중 하나가 대부분 길이 자전거 경로에 포함되어 있고, 이렇게 안내 표지판이 중간중간 나온다. 이러면 운전자들도 길 위에 자전거 타는 사람이 있다는 걸 예측 할 수 있어 사고 예방에 좋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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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Yuli라는 곳에 도착했는데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취두부 가게가 있었다. 당시 날이 추워서 기다리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실제로 내가 먹어본 취두부 중 가장 맛있었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안은 부드럽고 야채는 신선하고 아삭아삭하고 밑에 있는 소스와 잘 어우러졌다. 탕에 들어간 취두부는 냄새가 너무 강해 먹지 못하지만, 튀긴 취두부는 그럭저럭 먹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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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텐트 칠 곳을 마땅히 찾지 못해 경찰서에 들어가 가봤는데 마을 회관 같은 곳을 소개해 줬다. 그곳엔 마을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원주민이 커다란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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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이곳을 소개해 준 경찰 직원분이 저녁에 찾아와서는 마실 것과 저녁거리를 주고는 문제 있으면 경찰서에 연락하라고 하고 가셨다. 아침엔 원주민분이 밀크티와 아침 식사를 주셨다. 대만분들이 다들 너무 잘 대해주셔서 감사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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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본격적으로 사람이 잘 안 다니는 산길로 들어갔다. 대만 동부에선 이렇게 숨겨진 작은 길도 포장 상태가 좋고 경사가 완만해서 자전거를 타기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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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끼익 소리가 자주 났는데 야생 원숭이들이 산에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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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또 다른 서핑 지역으로 왔는데 Waiao Beach에서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의 매니저를 우연히 다시 만났다. 이분은 대만 서핑 여자 부분에서 상을 차지했고, 남자친구분도 대만 서핑 대회에서 상을 탔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때 게스트하우스가 바빠지기 때문에 그 전에 잠시 휴가를 보내려 여기 내려와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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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파도가 너무 거칠어서 감히 들어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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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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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원주민이 사는 한 시골 마을에서 숙소를 잡고 현지인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에서 저녁을 주문했다. 그들의 집도 바로 옆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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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현지분들이 북부는 비가 자주 오고 추운 지역이라며 얼른 남부로 내려가라고 했다. 어쨌든 풍경도 멋있었고 원주민 마을도 자주 나와서 여러 다양한 문화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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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는 세븐일레븐, 페밀리마트 등이 깔려있다. 세븐일레븐이 없는 마을에 도착했다면, 진짜 시골 마을이란 뜻이다. 대만 편의점엔 화장실도 있고, 자전거펌프도 있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도 있어 자주 이용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자꾸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사 먹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시작된 후로 최대한 건강한 음식 위주로 먹으려고 했는데, 편의점에만 들어가면 이 계획에 문제가 생긴다.

한편으론 편의점은 만남의 장이라 가끔 사람들과 얘기도 나눌 수 있어 좋다. 위 사진의 여성분은 내 자전거를 보더니 자기도 자전거 타는 거 좋아한다면서 얘기를 나누다가 함께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 주변 관광지도 보여주셔서 덕분에 재밌는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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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산악 지형 시골 마을엔 여러 다양한 원주민들이 살고 있어 지나갈 때 이런 원주민 문화를 엿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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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ting 근처에 다다르자 풍경이 정말 멋있었다. 이 주변은 관광지로 유명한데 연말이라 숙소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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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관광지를 벗어나 시골 마을에 들어갔다. 절 옆에 텐트 쳐도 되냐고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그러지 말고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그분이 안내한 곳은 절 바로 옆에 있던 집이었다. 덕분에 안전하게 하룻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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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또 다른 서핑지가 있어 가봤는데, 파도가 너무 거칠어 보였다. 원래 여기는 초보자들이 타는 곳이 아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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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최남단이란 표지판이 있는 공원이 있어서 들어갔다가 흥미로워 보이는 자전거를 발견했다. 꼭 갖고 싶었던 고프로 마운트 장비가 자전거에 장착되어 있었다. 이런 건 본인이 직접 만든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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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지막 날 12월 31일이었다. 중소도시 가릴 것 없이 대부분의 숙소가 예약이 꽉 찼고, 남은 숙소들은 대부분 시설이 낡은 거였는데 가격이 3~5배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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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다시 한번 절에 텐트를 쳤다. 이날 바람이 엄청나게 강했다.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면 텐트에 가해지는 소음이 너무 커져 잠을 깊게 드는 게 불가능해진다. 내 생일과 새해는 웬만하면 사람들하고 함께 보내고 싶은데, 여행하다 보면 혼자 보낼 때가 종종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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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도시를 빠져나오는 도로는 굉장히 복잡했는데, 다행히 이후 과일 농장이 가득했던 시골길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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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문득 책 100권 읽기를 도전해 봤는데 당시 스마트폰이 없었던지라(?) 쉽게 성공했었다. 책 100권 읽기는 내 삶에 대한 철학을 세울 수 있게 도와줬고, 세계 여행은 그 철학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스마트폰 쓰는 시간이 너무 늘어나 삶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래서 올해 다시 한번 책 100권 읽기를 목표로 세워보려 킨들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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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보다가 아주 작은 마을에 길이 질서 정연하게 잘 그어져 있어 공업단지인 줄 알았는데, 들어가 보니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큰 공원이 보여서 텐트는 나중에 치기로 하고  식당을 찾아 저녁 식사를 했다. 원주민이 운영하는 식당이었는데 주인분이 원주민 현지 음식도 먹어보라며 내게 건네주었다. 원주민 손님 중 일부는 동남아 사람들과 비슷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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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큰 공원이었고, 무엇보다 대만은 CCTV가 어딜 가든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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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원주민들을 위해서 최근에 지어진 거 같다. 대만의 종교 비율은 불교 35%, 도교 33%(고대 중국에서 발생한 중국의 민족 종교), 무교 18%, 그리스교 4% 그리고 기타 10%이다.

원주민들이 사는 마을엔 항상 교회가 있었다. 시골 마을에 도착했는데 저 멀리 교회가 보이면 원주민 마을인가보다라고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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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을 빠져나와 큰길에서 자전거를 타는데 굉장히 신기해 보이는 길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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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는 아침저녁으로 일정한 시간이 되면 쓰레기차가 노래를 틀며 지나간다. 근데 이 노래가 내가 학교 다닐 때 수업 끝나고 듣던 종소리라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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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산에서 자전거를 타는데 다리가 이날 계속 나왔다. 각 다리마다 다른 색이 칠해져 있어 지나갈 때마다 색다른 기분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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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보니 대만 서부는 대도시들로 가득했다. 도시에만 진입하면 스쿠터가 너무 많아 자전거를 타는 게 위험하게 느껴져 사람들이 별로 살지 않는 산악지대로 빠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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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다 텐트를 칠까 마을을 한참 둘러보는데 해가 지고 있어 마음이 불안했다. 그러다가 샛길에 들어갔는데 이런 멋진 캠핑 장소를 발견했다. 뒤에 두 마을을 이어주는 다리가 있었고 거기서 내가 보이겠단 생각이 들었지만, 대만은 안전하다고 느껴져 그냥 텐트 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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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텐트 쳤던 곳 중 가장 멋졌던 곳이라 아침에 커피 마시며 책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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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선 개보다 고양이가 더 자주 보이는 거 같고, 사람들이 고양이를 특히 더 좋아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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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 빠져나가기 전에 아점을 사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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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대만 산길은 경사가 항상 완만했는데, 이번에는 경사가 너무 심했다. 사실, 여기에 길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냥 우연히 지도를 확대해보다 여기에 길이 보여 들어 와봤는데, 경사가 이렇게 심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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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작은 원주민 시골 마을에 도착했는데 날씨가 덥기도 했고 캠핑하면 모기에 엄청나게 물릴 거 같아서 숙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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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주인분이 굉장히 친절했다. 주변에 원주민 식당이 있냐고 물어보니, 함께 걸어가자면서 직접 안내해 줬다. 대만 원주민 대표 음식 중 하나가 한국의 삼겹살과 비슷했는데 거기에 양파가 곁들여져 있다. 볶음밥도 샀다. 옆에 나물은 주인분께서 직접 저녁 먹으려고 만들었던 걸 내게도 함께 나눠주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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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아침 식사도 포함되었다. 마당이 예뻤던지라 아침 식사 후 커피를 따로 사서 마시며 조용한 아침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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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오르막을 올라가는데 길 한쪽에서 연기가 계속 나고 있었다. 차들은 산불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그렇다면 별문제가 없는 거니 나도 그냥 지나갈까란 생각했는데, 일부러 불을 지핀 거 같진 않았고 무엇보다 전봇대가 바로 옆에 있어 불을 끄고 가기로 했다. 신발로 일일이 훑어내서 밟는 방식으로 불을 껐는데 대략 한 시간 정도 소요 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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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 캠핑 장소를 찾지 못했는데 밤이 찾아왔다.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바로 길 옆에 텐트를 쳐버렸다. 바로 옆에 작은 마을도 있었고 옆에 슈퍼도 하나 있었다. 경찰차가 슈퍼에 왔다 갔다 했지만, 나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질 않았다. 어떠한 현지인도 내게 와서 물어보거나 말을 걸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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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원주민들이 사는 작은 시골 마을들을 계속 지나쳤는데, 점심 식사 이후엔 본격적으로 큰길로 빠져나가려 한다.

점심 식사 중 식당 주인분이 내게 한국어가 쓰여진 화장품을 보여주며, 이게 진짜 한국제품이 맞냐고 물어봤다. 아무리 검색해도 한국 쇼핑몰에선 찾을 수가 없었다고 말해주었다. 어쨌든 공장은 한국에 있는 걸로 적혀 있고 설명서도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되어 있다고 안심시켜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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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도로로 빠져나오자 차량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오늘 내가 자전거 타는 산은 위산이라 불리는 곳인데, 대만에서 제일 높은 해발 3,952m의 정상이 자리 잡고 있다. 포장도로의 정상은 해발 2,600m이다. 대만에 이렇게 높은 고산이 있는지는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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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에 올라가는 길에는 마을이나 슈퍼가 나오질 않았다. 이후 버스 터미널이 하나 나왔는데 거기에 세븐일레븐이 있어서 점심거리와 저녁거리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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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와일드 캠핑했더니 베터리 충전하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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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의 산들은 경사가 완만했는데, 중부의 산들은 경사가 굉장히 심해서 하루에 25km에서 29km밖에 못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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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 해발 2,615m 정상을 찍게 되었다. 정상은 너무 추워서 바로 바람막이 잠바를 껴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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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북킹 사이트에서 보이지 않았던 호스텔을, 지도를 확대하다가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정상 옆에 있던 호스텔이었는데, 소방 훈련 날이라 게스트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자전거를 보여주며 사정을 설명하자 다행히도 승낙해 주셨다. 여긴 대만에서 가장 높은 위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머무는 산장인 듯하다.  방이 꽤 컸고 침대가 엄청 많았다. 대략 한 방에 32개의 침대가 있는 거 같다. 또한 방이 여러 개 있었는데, 여름 성수기엔 꽉 찰 거 같다.

산장 규칙이 독특했다. 짐을 복도에 놔둬야 한다. 핸드폰 같은 필요한 것만 방에 들고 갈 수 있고, 밤 9시에는 강제로 불을 끄며 이후에는 소음을 내서도 안 된다. 다음 날 아침 9시에 짐을 빼서 반드시 산장을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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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에 편의점에서 산 걸로 요리를 해 먹었다. 밤이 되자 산장은 한겨울처럼 엄청 추웠다. 영상 2도까지 떨어진 거 같다. 이불이 엄청 두꺼워서 좋았는데, 문제는 내가 움직이면서 이불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찬 기운이 자꾸 들어와 잠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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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쯤 되어서 일어나서 밍기적 거렸는데, 직원분께서 일어났냐고 노크했다. 아침 9시 규칙을 당연히 숙지했기에, 바로 대답했고 짐을 싸 9시가 되기 전 빠져나왔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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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근처에 박물관과 식당이 있어 맛있는 아침을 사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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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한참을 긴 내리막을 내려왔다. 산에서 내려오니 날이 엄청 더워서 입고 있던 바람막이 바지와 잠바를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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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일월담(Sun Moon Lake)이라는 곳까지 내려왔는데, 알고 보니 대만에서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여서 숙소 가격이 비쌌다. 캠핑할까 싶었는데 관광지라서 마땅한 장소를 찾는 게 어려웠고, 이런 곳에 텐트 치면 새벽 동이 트기 전에 떠나야 해서 잠을 깊게 못 잔다. 결국 숙소를 잡아서 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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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체크아웃하고 자전거로 한 바퀴 둘러보는데 왜 이곳이 유명한 관광지인지 알 거 같았다. 호수가 정말 멋져서 꼭 다시 와보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자전거를 렌트해서 호수를 둘러보는 사람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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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여행을 끝으로 한국에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계획이 변경되어 꼭 들르고 싶은 곳이 생겼고, 거기가 곧 국경 개방을 할 거라는 소문이 있어 대만 자전거 여행을 천천히 하다 보니 대만 무비자 기간이 거의 끝나게 되었다. 결국 비자런을 하기로 했다. 대만은 비자런을 허용하는데, 비자런이란 다른 나라에 갔다가 재입국하면 다시 무비자를 주는 것이다. 한 외국인은 지난 10년간 비자런으로 대만에 살았는데, 코로나 때 갑자기 국경이 닫혀 대만에 못 들어왔다고 했다.

근데 아무리봐도 대만 국경이 다시 닫힐 거 같진 않아서 풀리(Puli)라는 도시에 있는 호스텔에 짐을 맡기고 비행기 값이 가장 싼 필리핀으로 비자런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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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행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전거 여행 중에 여행기를 쓰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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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자전거 여행 영상 모음===

대만 브이로그 1편 – 공원에서 텐트치기

 

 

대만 브이로그 2편 – 공사 때문에 지체 된 날 길 옆에서 텐트 치기

 

대만 브이로그 3편 – 위험한 터널에서 자전거 타기

 

 

대만 브이로그 4편 – 친절한 경찰의 도움 받아 마을회관에 텐트 치기

 

 

대만 브이로그 5편 – 원주민 마을에 텐트 치기

 

 

대만 브이로그 6편 – 대만 깊은 산에서 자전거 타기

 

 

대만 브이로그 7편 – 대만에서 가장 높은 산이 있는 곳에서 자전거 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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