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아름다운 곤충이 가득했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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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국경을 넘으려는데 이민국에서 업무시간보다 늦게 도착했으니 만 원을 추가로 더 내라고 했다. 실제로 있는 규정인지, 아니면 이민국 직원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달러와 베트남 돈을 섞어 내려다가 협상이 어찌 잘 되어서 만원을 안 내어도 되었다. 주변에 어디 텐트 칠 곳 없냐고 물어보자 이민국 직원 중 한 명이 근처 식당 한 곳을 안내해줬다. 트럭 운전자들도 평상에서 잠을 잤다. 마음 편히 자고 싶어서 한쪽에 텐트를 치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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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장하드가 망가졌을 때 2년간 찍은 비디오가 다 사라졌다. 모든 사진은 다 백업이 되어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라오스 사진만 백업이 안 되어 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만으로 간단히 여행기를 작성해야 할 거 같다.

국경을 넘은 다음날 Vieng Xai라는 마을에 도착했는데 주변에 동굴이 있다고 현지인들로부터 듣게 되어서 방문하게 되었다. 가이드가 여러 동굴에 대해서 설명해줬는데, 정말 비극적인 역사를 배우게 되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이 라오스 북부에 엄청나게 많은 폭탄을 하늘에서 퍼부었다. 베트남 전쟁은 공식적인 전쟁이었지만 라오스에 대한 공격은 비공식적으로 몰래 이뤄지고 있었다. 라오스 공산당에 대한 견제라는 이유로 폭탄을 마구 하늘에서 떨어트렸는데, 현지인들이 많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현지인들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폭탄을 피하기 위해 동굴로 피신할 수밖에 없었다. 폭탄이 떨어 지지지 않는 밤에는 밖에 나가서 밭을 가꾸거나 먹을 것을 찾아다니다가 날이 밝아오면 폭탄 공격을 피해 동굴로 피해야 했다. 물론 당시 공산당 정치 인물들도 동굴에 숨었다. 가이드가 정치인들이 회의를 했던 장소, 현지인들이 사용한 부엌, 병원 등 동굴 속 여러 곳을 세세히 보여줬다.

미국이 라오스에 9년간 쏟아 부은 폭탄이 2만톤이 넘는데, 이 양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썼던 폭탄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이 비밀 공격은 1990년이 되어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여행을 하다 보면 책에서 미쳐 배우지 못한 역사를 알게 되는데, 대부분이 비극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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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는 시골분위기가 정말 물씬 풍겼다. 자전거를 타며 여러 마을을 지나치는 동안 현지인들의 삶을 볼 수 있었다. 라오스에서 자전거를 타는 동안 큰 소나기를 자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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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가 내리자 아이들이 다 같이 길에서 신나게 놀았다. 라오스가 엄청 습하고 더웠던지라 잠깐 이렇게 내리는 비로 더위를 식히는데 도움이 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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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며 시골마을들을 지날 때 식당을 찾기가 어려웠고, 무엇보다 예상외로 음식 가격이 다른 동남아에 비해서 비쌌다. 아무래도 경제활동이 적다 보니 돈을 버는 사람들만이 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서 가격이 높지 않았나 싶다. 다행히 중소도시로 가면 식당을 좀 찾아 볼 수 있는데, 위 사진은 내가 정말 좋아했던 음식이다. 바베큐에 구운 고기와, 쫄깃쫄깃한 밥. 영어로 Sticky rice라고 하는데 한국말로 찰밥이라 하는 거 같지만 사실 한국에서 이런 밥을 먹은 기억이 없다. 현지인들은 보통 손으로 찰밥을 뜯어 먹는다. 소스에 고기 찍어서 각종 야채에 싸 먹으면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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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가 정말 경사가 심했다. 거기다가 집중호우도 너무 자주 내려서 브레이크가 확 다 달아버렸다. 소도시였지만 제대로 된 자전거 가게가 없어서 브레이크 패드를 찾는 게 불가능했다. 히치하이킹을 하거나, 버스를 타고 대도시로 이동하는 게 싫었던지라 여러 방법을 알아봤다. 운좋게도 인터넷에서 알게 된 연락처를 통해 라오스 수도에서 브레이크 페드를 비행기편 택배로 공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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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브레이크 패드를 달고 다시 험난한 라오스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 스님들에게 허락을 받고 하룻밤 텐트를 쳤다. 저녁에 비가 세차게 내렸던 지라 정말 편안한 안식처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여행이래 처음으로 절에 텐트를 치고 자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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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산악 도로는 경사가 정말이지 아찔하게 만큼 심했다. 포장 상태도 안 좋은 곳도 많아서 자주 자전거를 밀어야 했다. 날씨 때문에 더욱 힘들게 느껴 졌던 건지 몰라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중앙 아시아 산보다 라오스 산이 훨씬 자전거 타기 힘들었던 거 같다.

 

너무 더워서 땀이 정말 비오듯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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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시골 식당들은 비쌌기 때문에 주로 국수만 시켜 먹었다. 다른 음식은 7천원정도인데, 국수는 2천원 정도면 주문할 수 있었다. 국수만 먹으면 금방 배가 꺼지기 때문에 찰밥도 함께 시켜 먹었다. 라오스에서는 찰밥 힘을 믿고 열심히 자전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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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우니 밭일 하러 간 현지인이 오토바이에 잎을 덮었다.

날씨가 너무 덥고 습하면 한시간 이상 계속해서 자전거 타는 게 힘들다. 그래서 중간중간 자주 쉰다. 슈퍼에서 이것저것 간식을 사서 휴식을 취할 때 현지인이 내 자전거에 박스를 덮어 주기도 했다. 날이 너무 더우면 가방에 있는 배터리가 터지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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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칠 곳이 마땅치 않아서 현지인 집 옆에 텐트 치려고 했더니 벌레들이 물거라고 집 앞 시멘트에 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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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비구름이 쫓아다녔던 라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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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가 덥고 습하고 산악지대라 그런지 알록달록한 곤충들이 정말 많았다. 색들이 어찌나 화려한지 매번 카메라를 들고 꼭 찍게 되었다.

아침밥을 먹으려고 한 식당에 들어갔는데 시골마을인데 서양인 두 명이 앉아서 현지인하고 얘기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까 서양인들이 현지인들로부터 곤충을 사고 있었다. 잠깐 그들과 얘기해보니 취미가 곤충 채집이라고 한다. 그래서 관광객들이 전혀 올 일 없는 시골마을에 며칠 머물면서 현지인한테 곤충을 산다고 한다. 라오스 곤충들의 색이 워낙 화려했기에 두 서양인들이 라오스를 정말 좋아할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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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보며, 산 정글 구경하며, 힘든 경사 만나면 자전거를 밀었다가, 힘들면 쉬었다가 하며 천천히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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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Phonsavanh 이라는 마을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관광객들이 보였다. 이 마을 주변에 역사적인 장소가 있기 때문이다. 돌항아리(The Plain of Jars )라는 게 볼거리로 알려져 있다. 돌항아리는 고대 오스트로아시아 족이 1500~2000년 전에 식품 저장을 위해 사용했다고 한다. 이렇게 거대한 돌이 주변에 많이 있었다.

 

 

미국이 떨어트린 폭탄등으로부터 수저를 만드는 마을도 방문했다. 당시 구매했던 수저는 기념품으로 다른 사람에게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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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만난 친구와 함께 오토바이를 빌려 구경을 했었는데, 관광이 끝날 때쯤 잠깐 5분정도 오토바이를 생전 처음으로 운전해봤다. 의외로 쉬워서 다음에 꼭 혼자 오토바이를 렌트 해서 타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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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가 불교 국가다 보니 마을마다 절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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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에게 하룻밤 허락을 받아 그들의 앞마당에 텐트를 치게 되었다. 사진에서 보면 현지 여성이 천을 짤 수 있는 기계를 사용하고 있다. 신기해서 한참을 구경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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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에 초대 받아서 그들의 집 안을 둘러 볼 수 있었는데 요리를 실내에서 했었다. TV도 있었다. 매번 현지인 집 안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는데, 친절한 현지 가족들 덕분에 안을 볼 수 있어 감사했다. 저녁식사 국에 뭔가 색다른 고기가 들어있어서 뭐냐고 물어보니 도마뱀이라고 한다. 큰 도마뱀을 잡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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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자전거 타고 가는데 한 현지애가 신기하게 생긴 동물을 안아서 보여줬다. Bamboo rat이라고 불리는 동물인데 이빨이 주황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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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지나가는데 배가 고파서 현지 슈퍼에 잠시 멈췄다가 라면을 사면 끓여준다고 해서 계란도 함께 사서 점심을 사먹었다. 이렇게 현지인들과 함께 앉아 그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았다.

이후 수도에 도착해서 며칠 쉬었다. 그런데 떠나기 하루 전 날 어이없게도 강가 주변에서 성희롱을 당했다.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가는데 어떤 현지 남성이 내 엉덩이를 만지며 더러운 웃음을 보였다. 세계 여행하며 여러 인종에게 성희롱을 당했는데, 매번 이렇게 성희롱 후엔 더러운 웃음을 보인다. 짜증 나서 자전거 돌려서 그놈에게 소리 지르면서 쫓아가자,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그놈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길옆으로 갑자기 방향을 틀어서 도망가는 바람에 쫓아가다가 넘어졌다. 너무 화가 났던지라 자전거 내팽개치고 골목골목 쫓아다니다가 결국 놓치고 말았다.

너무 화가 나고 분했다. 문제가 생기면 돌아가지 않고 계속 앞으로 전진하는 게 내 여행 방식인데, 갑자기 정신적으로 너무 지쳤 던지라 다음 나라로 이동하기로 했다. 라오스에 대한 악감정은 전혀 없다. 단지 운이 없어서 일어난 일일 뿐이다. 라오스는 아름다운 나라이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맛있는 음식들도 있는 멋진 곳이다. 내게 있어 라오스는 곤충색이 아름다운, 자전거 타기가 무지하게 험난한 산악지대 경사, 바베큐와 맥주, 국수와 맥주, 친절한 사람들로 기억에 남을 거 같다. 라오스는 다음에 다시 방문하기로 하고 다음 나라 태국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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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경로
라오스에서 지낸 총 일수 = 34일
라오스에서 자전거로 이동한 총 거리 = 864km
라오스에서 총지출 = $686
($1=8,200 kip)

4 Comments
  1. 여행기 잘 보았습니다
    나쁜 기억은 빨리 잊어버리고 좋은 기억만 생각하십시요

  2. 매번 이렇게 재미있는 여행기를 매번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그나저나 마지막에 성추행을 당했다는 게 너무 화가 나고 분하네요. 어느 나라를 가던지 이상한 남자들은 넘쳐나나 봐요. 그래도 악감정은 전혀 없고, 아름다운 나라로 기억하신다니 참 대단하신 것 같아요. 저는 속이 좁아서 한 번 그런 일을 당하면 계속해서 기분이 나쁠 것 같거든요.
    지금은 호주에 계신 걸로 아는데, 빨리 다음 여행기들도 읽어보고 싶네요. 화이팅입니다!!!

    • 그러게요..세상에 나쁜 사람들도 있고 좋은 사람들도 있고 다 섞인 같아요..^^
      응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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