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키스탄) 가장 험난한 길을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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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다리던 타지키스탄 국경을 넘었다. 타지키스탄 비자는 인터넷에서 신청하면 쉽게 받을 수 있다. 타지키스탄 비자를 신청할 때 파미르 통행증 (GBAO permit)도 받아야 하는데 비자 신청할 때 함께 신청할 수 있어서 별 어려움은 없다. 파미르 근처에 왔다는 생각에 두근거려서 땅에 있던 막대기로 표지판을 가리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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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굉장히 더워서 밖에서 자는 건 불가능한 거 같아서 숙소를 찾는데, 큰 숙소는 가격이 좀 나가서 작은 호텔을 찾다가 학교 옆 건물에 딸린 숙박시설을 발견했다. 선생님들이 학교도 구경시켜주고 먹을 것도 챙겨주었다. 한국에서 후원해주는 학교라면서 태권도 사진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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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길에서 과일을 파시는 분들이 인사를 해주시면서 환영을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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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환영을 해줬다. 타지키스탄도 다른 몇 나라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사진을 큰길 및 동네마다 놓아서 사람들을 환영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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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키스탄의 수도인 두샨베에 도착하자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봤던 큰 건물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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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는 의외로 깔끔하고 잘 정리된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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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샨베는 여행자들이 파미르를 가기 전 장비 점검을 하려고 꼭 들르는 곳이기도 하고 파미르를 갔다 온 여행자들이 휴식을 취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해외에서 파미르로 가기 위해 비행기로 바로 날아온 여행자들도 있어서 여행자에게 있어서 중요한 도시다. 여행자들이 많다 보니 만남의 장도 된다.

여행자들이 많이 가는 숙소는 그린 게스트하우스이다. 그런데 나는 여행자들이 몰려다니는 호스텔을 원래 안 좋아하기 때문에 새로 생긴 호스텔에 갔다. 그린게스트 하우스와 마찬가지로 도미토리 룸이 만 원짜리였는데 게스트하우스가 엄청 크고 훨씬 좋았다. 3층짜리 고급 주택인데 방도 많아서 일부 방은 퀸 베드만 있었다. 젊은 직원에게 물어보니 원래 할아버지한테 속한 집인데, 자기가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 본 정보에 의하면 중앙아시아에서 중국 비자를 받을 수 있다고 쓰여 있었는데, 직접 현지 중국 대사관에 방문해보니 현지인에게만 비자를 내준다고 했다. 중앙 아시아에 있는 현지 대사관에 전화 및 이메일로 문의해봤으나 현지인에게만 비자를 내주는 걸로 법이 바뀌었다고 했다. 중앙아시아 이후에 중국 가야 하는데, 중국 비자 받겠다고 다른 나라로 비행기를 타고 가게 생겼다.

여러 고민을 하고 외국인들과 얘기를 해봤다. 몇 외국 애들이 자기네 나라에 있는 여행사에 여권을 보내서 비자를 신청했다고 했다. 결국, 나도 그들처럼 여권을 한국에 보내 여행사에 비자를 신청하기로 했다. DHL로 여권을 보내고 비자 신청하고 DHL로 돌려받는 기간이 대략 이 주 정도 걸리는 거 같아서 숙소를 따로 잡아서 지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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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엔비로 찾은 숙소인데 외관이 굉장히 낡았다. 구소련시대에 지어진 집들이 대부분 이렇게 시설이 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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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실내 인테리어는 현대식으로 잘 되어있다. 사진을 잘 보면 나를 암살할 준비를 하는 캣초딩이 보인다. 캣초딩과 살게 된 이야기는 굉장히 호러스럽다. 둘째 날 밤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깨서 보니 쥐가 커텐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큰 소리를 내고 있었다. 너무 무서워서 그날 밤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주인에게 집에 쥐가 있는데 끈끈이든 뭐든 해결책을 내달라고 했더니 그의 부모님이 마당에서 기르는 길고양이자 집냥이인 이 아이를 내게 넘겨주었다. 오래된 건물이라 쥐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였는데 쥐가 캣초딩 온 뒤로 세상 무서운 줄 알고 다른집으로 넘어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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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뒤에는 컴퓨터 작업할 수 있는 책상이 있었다. 에어컨 사용료도 룸렌트비에 포함 되어 있었는데 하룻밤에 만 천 원 정도 밖에 안 했다. 우리의 캣초딩은 나를 쫓아다니며 놀아달라고 했다. 특히 음식 준비하려고 하면 부엌에 와서 자꾸 놀아 달라고 달리기 시합하자고 졸랐다.

고냥이를 위한 화장실이 문제였는데, 워낙 고양이 개를 좋아해서 인터넷에 본 게 있었기에 모래를 세숫대야에 마련해줬다. 참고로 화장실 모래는 건물밖 흙을 이용했다. 냄새가 좀 나서 하루에 한 번은 꼭 밖에 나가서 흙을 갈아줘야 했다. 여기가 굉장히 건조한 곳이라서 우리의 캣초딩 발이 건조한 흙으로 자꾸 더럽혀지는 거 같아서 다른 종류의 모래를 줘봤더니, 모래를 이곳저곳 화장실에 다 뿌려버렸다.

집사가 잘못했구나..미안..담부터 그냥 똑같은 흙 줄게..흙흙흙….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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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한 번은 친구들이랑 한시간 떨어진 수영장이 있는 계곡에 놀라간다며 같이 가자고 해서 갔더니 다 남자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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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깔끔한 수영장이 따로 있었기에 계곡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수박도 담가 놓아 먹고 오랜만에 도시 밖에 놀러가서 바람 제대로 쐬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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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에 가서 내 취미생활인 우표를 사는데 한 할아버지께서 손으로 종이 가득 편지를 적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도대체 저 편지는 누구에게 가는 걸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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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치서핑으로 현지인에게 만나고 싶다고 연락을 보냈었는데, 그 현지인이 공연에 초대해주었다. 공연 밖 건물장엔 아름다운 옷을 입은 아이들 및 어른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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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키스탄 전통 옷은 굉장히 화려하고 알록달록하고 아름다웠다. 그들의 악기도 독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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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뿐만이 아니라 연극도 했는데, 말이 안 통해도 알아들을 수 있는 연기였다. ‘술주정뱅이 이 남자 언제 정신 차리나요?’

구소련에 속했던 대부분의 나라가 독한 술을 좋아하는데, 그 뒤에 여러 문제점들이 있다. 타지키스탄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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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키스탄에 다양한 자전거 여행자들이 왔는데, 인터넷으로 연락을 주고 받았던 사람들도 때마침 지나고 있어서 다 같이 만나서 차를 한잔 했다.

두샨베에 있으면서 파미르를 갈 준비들을 했는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투르크메니스탄 여행할 당시 옆구리가 터진 타이어를 버렸기에, 독일 친구를 통해 온라인으로 새로운 타이어를 두샨베 호스텔로 주문 했는데, 이게 독일로 반송이 되어 버렸다. 게스트하우스들이 간판을 밖에 새워두질 않았는데, 우편을 배송한 사람은 내가 적은 게스트하우스의 이름을 보고 뭔가 잘 못 된 집인 거 같아서 우체국에 보관했다가 그냥 반송해 버렸다. 결국 어쩔 수 없이 3달러짜리로 가장 험하다는 길 파미르를 넘게 생겼다. 주변에 제대로 된 자전거 가게가 없어서 10달러짜리 싼 타이어를 예비용으로 들고다니기로 했다.

이주가 다 되어갈 무렵 다행히도 내 여권은 DHL로무사히 돌아왔다. 여권 받을 주소를 DHL 사무실 주소로 적어 놨기에 분실 염려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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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기다리면서 여행기를 올리려고 하는데 집중이 잘 안 되었다. 거실 뒤 컴퓨터 작업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 있었는데, 우리 캣초딩은 내가 컴퓨터 할 때 내 주변에 앉기도 했다. 내가 어딜 가든 졸졸 잘 따라오는 이놈의 정체는 개인지 고양인지 알 수 없다가도, 나를 죽일 듯이 공격하는 거 보면 고양이가 맞는 게 확실했다.

가끔 저녁에 사람들 없을 때 밖에 화장실 갈아줄겸 산책 나갔는데, 혹시나 낯선곳이라 고양이 잃어버릴까봐 조심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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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밖을 즐겨 보기도 했던 캣초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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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드디어 파미르로 향할 차례다. 캣초딩과 작별인사. 너무 슬펐다.

다시 마당의 삶으로 돌아갈 우리 캣초딩. 지난 이주간 쥐로부터 날 지켜줘서 고맙고, 내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고, 집사 죽지 않을만큼만 공격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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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미르로 향하는 길은 두 가지가 있는데 북쪽과 남쪽 도로다. 북쪽도로는 좀 짧은 편이지만 길이 험하기로 유명하다. 남쪽도로는 아름답지 않고 포장이 잘 되어 있어 차들이 많이 다닌다. 나는 모험을 좋아하니 험한 도로인 북쪽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두샨베에서 도시 외곽으로 가는 길은 그럭저럭 도로 사정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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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멋있어서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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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계곡 옆은 정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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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늦게 되어가니 비포장 도로로 중간중간 바뀌었는데, 먼지가 많이 날리는 거 빼고는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해질녘 한 마을을 지나가는데 두 번이나 아이들이 나에게 돌을 던져서 좀 화가 났다. 아이들이 좀 와일드 하게 자랐다고 다른 블로그에서 본 거 같았지만 이렇게 직접 나에게 돌을 던지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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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나를 거하게 환영해주니 현지인 집에 텐트쳐도 되냐고 다가가기가 망설여졌다. 일부러 시골길 안으로 들어가서 현지 가족에게 텐트쳐도 되냐고 물어보니 다행히도 친절하게 환영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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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현지가족들과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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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표시로 들고다니던 프린터로 사진을 뽑아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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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아침에 다시 길에 올랐는데 아침풍경이 기가 막히게 멋있어서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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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는 점점 험악한 비포장 도로로변해가고 경사또한 점점 가팔라졌다. 일부 구간은 이렇게 염소, 양들과 함께 길을 나눠 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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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험하지만, 풍경이 멋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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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에 파미르 도로 입구에 다다랐다. 경찰에 파미르 허가증을 보여주는데 여권 사본을 요구했다. 이곳저곳 여권 사본을 들고 다녔는데, 자전거 핸들바 백에도 있어서 별 문제는 없었다. 이후 바로 뒤에 있던 식당에서 플롭을 먹었다. 뒤늦은 점심시간이었는데 플롭이 남아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플롭에 들은 고기는 항상 양고기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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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도로는 상상하기 힘들정도로 험난해졌다. 작은 시냇물이 길 중간을 가로질렀다. 깊지는 않지만, 돌의 크기 및 모양이 제각각이라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잠시 주춤하며 자전거를 세우고 도로 상태를 잘 살펴 본 뒤 고른 돌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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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풍경이 정말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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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로 상태는 최악으로 변해갔다. 도로경사가 심했던지라 안 넘어지려면 죽을 힘을 다해 페달을 밟아야 했다. 긴 언덕이 아니라 짧은 내리막 오르막 반복되는 언덕들이라서 내리막에 최대 속도로 달려야 올라갈 때 힘이 덜 들었다. 빠른 속도로 이런 길을 내려가는 게 위험했지만, 그래도 오르막에서 속력을 얻으려면 어쩔 수가 없었다. 자전거가 심하게 흔들렸던지라 혹시 자전거가 고장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앞 페니어는 자꾸 자전거에서 떨어져 나가서 고무줄로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고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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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상태가 제각각이었는데 일부 구간은 정말 미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돌이 무자비하게 있어서 자전거 타는데 정말 힘들었다. 밤이 다가오고 어디다가 텐트쳐야 될까 고민을하다가 조그마한 마을에 호텔이 있는 거 같아서 거기까지 달리기로 했다. 이후 어둠 속에서 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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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에 경찰이 있어서 혹시나 외부인은 출입금지인가 싶었는데 여권 검사 후 안에 들여보내줬다. 마을에 들어서자 갑자기 깔끔한 포장도로가 나오고 세련된 건물들이 보였다. 하지만 호텔은 허름했고 메트리스가 꺼져 있어서 슬리핑패드를 깔고 내 침낭을 이용해 자기로 했다. 늦은 시간이었던지라 식당엔 양고기 수프 말고는 먹을 게 없었다. 그래도 샤워도 하고 나름 하루를 잘 정리하는 거 같아서 뿌듯했다. 이 호텔방은 4천원 밖에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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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중앙 아시아에서 매일 접하게 되는 차 한잔과 간단한 식사를 했다. 동네를 빠져나가기 전에 슈퍼에 들러서 비상식량을 잔뜩 보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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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험한 포장도로에서 자전거 타다가 이렇게 깔끔한 포장도로를 보니 다른 세상에 온 거 같았다. 험한 포장도로 사이에 이렇게 아기자기 하고 깨끗한 마을이 있어서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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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포장도로를 떠나 다시 험악한 도로로 나왔다. 이른아침 현지인이 가축을 몰고 이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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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되보이는 꼬마아이가 당나귀를 타고 가족들과 함께 이동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내가 상상할 수 없는 또 다른 세상의 삶을 사는 거 같아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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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들이 지나가고 이후에는 양과 염소들이 지나갔다. 차례를 기다리기 위해 한쪽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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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을 모는 사람들을 보면 도대체 단 한마리도 잃어버리지않고 어떻게 잘 데려가는 건가 항상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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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이 다 지나간 후 내가 길을 쓸 차례가 되었는데 조그마한 시냇물을 지나가야 했다. 다행히 넘어지지 않고 건너서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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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멀리 반대편 산넘어에 자전거 여행자 두 명의 실루엣이 보였는데, 결국 오늘 그 두 명을 만났다. 왼쪽은 프랑스에서 온 케빈, 오른쪽은 덴마크에서 온 크리스티안. 둘은 최근에 만나서 함께 달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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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나도 함께 달리는데, 속도가 느린 나는 좀만 함께 타다가 먼저 가라고 했다. 하지만 두 친구들은 괜찮다고 함께 가자고 했다. 크리스티안은 사진찍는 걸 좋아해서 중간 중간 사진찍는 쉬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출처-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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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속도 느린 나는 약간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사진출처-크리스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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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되어서 각자 준비한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데 현지인이 직접 만든 요거트를 갖다 주었다. 혹시 잘못 먹고 아플까 봐 나는 손을 안 댔는데, 두 친구는 설탕을 뿌려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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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는데 자갈들이 제각각 다른크기이고 오르막이 너무 경사져서 속도가 느려지면 사진에서처럼 바로 넘어져버렸다.

(사진출처-크리스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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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곳이다 보니 차들이 지나갈 때 먼지들을 뿜어 일으켰다. 대부분의 차들은 손님들을 태운 택시였다.

(사진출처-크리스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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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과 케빈은 어느순간 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는 계속 넘어지기 일쑤였다. 자전거 여행하면서 하루 동안 열 번도 넘게 넘어지는 건 처음이었다. 날씨는 덥고 도로 상태는 너무 나쁘고 경사는 가팔랐다. 너무 힘들다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자전거 여행을 오래 했지만, 자전거 타기가 힘들어서 저절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오긴 처음인 거 같다. 육체적인 고통이 내 정신을 파고들어서, 내 인생에 가장 힘든 순간을 떠오르게 하기까지 했다. 좀 울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먼지에 쌓여있던 시야가 눈물에 씻겨져 다시 앞길을 볼 수 있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묵묵하게 페달을 돌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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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가 심했던 오르막이 지나가고 약간 가파른 오르막에서 케빈과 크리스티안을 다시 봤다. 먼저 가도 상관없었는데, 둘은 나름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 같다.

(사진-크리스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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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자전거를 탄 뒤에 길 옆에 텐트를 쳤다. 혼자라면 무서웠을 텐데 함께 있으니 마음이 놓였다. 각자 저녁식사를 만들어 먹은 후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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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드디어 산 정상을 향해 갔다. 그나마 다행인게 어제보다 경사가 덜 가팔랐으며 길 위에 자갈들도 나름 가지런히 놓여있어서 자전거 타다가 넘어지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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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3,252m 정상에 다다라서 다 같이 환희의 순간을 나눴다.

이후 내리막길에 큰 자갈들이 많았는데 속도 내서 가다가 넘어졌다. 하필 무릎을 세게 땅에 먼저 부딪쳤다. 넘어지는 순간 비명을 크게 질러서 뒤에 따라오던 크리스트안은 뼈가 부러지는지 알았다고 했다. 오 분 정도 앉아 있으니 다리에 감각이 살아나서 무릎 상태를 보니 다행히 부러지거나 하는 부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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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도로 상태는 좀 괜찮아져서 크게 위험하진 않았다.

(사진출처-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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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내리막 풍경이 정말 엄청나게 멋있었다. 계곡 사이의 절벽들이 제각각 다듬어져서 각자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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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풍경들을 보니 열심히 고생해서 올라온 보람이 느껴졌다.

(사진출처-크리스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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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짜기에 몇 가옥들이 보였는데 중간에 꼬마아이들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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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환경 속에 자란 아이들이 환영인사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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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내리막길은 이어졌다. 사진 왼쪽을 보면 앞으로도 계속 계속 내려가야 한다. 만약 반대편에서 온다면 더 힘들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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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찍으려고 잠깐 섰다가 저 멀리 양떼들이 보였는데 어느새 내리막 끝에서 양떼들을 따라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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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내려다가 드디어 내리막 끝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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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옆에서 텐트 치고 자면 참 좋겠다란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정오밖에 안 되었던지라 계속 갈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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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 끝 갈림길에 위치한 마을에 도착해서 점심식사를 했다. 우리가 점심을 먹었던 곳은 사진 왼쪽에 있는 곳이다. 작은 소도시였지만 꽤 괜찮은 슈퍼도 있고 많은 사람들로 붐비었다. 지난 며칠간 본 수많은 사륜차들이 마을에서 사람들을 실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그 사륜차를 기다리는 여행자들도 몇 보였다.

점심식사 이후 나름 좋아보이는 슈퍼에 들어가서 식량을 보충하고 다시 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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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학교 같은 곳을 지나가는데 아이들이 길에 나와 마중을 하는데, 솔직히 약간 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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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바로 옆에 다시 한 번 텐트를 치고 저녁밥을 지어먹었다. 이후 잠자리에 들었는데 밤 12시 정도에 배가 살살 아팠다. 밖에 나가 볼일을 보고 들어오는데, 배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몇 번이고 텐트 문을 열고 볼일을 봐야 했고 심지어는 구토도 했다. 자꾸 텐트 문 열고 밖에 나가 볼일을 보느냐고 혹시 두 친구들을 깨울까봐 미안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30분마다 한 번씩 밖에 나가서 아픈 배를 움츠렸다. 세상에나 이렇게나 고약한 변 냄새는 처음 맡아봤고, 덩이 아닌 노란 설사물이 계속 나왔다. 같은 물을 떠다 마시고, 같이 점심을 먹었는데 왜 도대체 나만 탈 났는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사실 파미르는 배탈로 유명한 곳이다. 인도에서도 배탈 안 난 사람이 파미르 와서는 배탈 나버린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꼭 한 번씩은 배탈로 고생을 한다고 들었는데, 결국 나도 이렇게 배탈이 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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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었지만, 여전히 계속 밖에 나가 볼일을 봐야 했다. 간밤에 한숨을 못 잤던지라 제정신이 아니었다. 두 친구들에겐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으니 먼저 떠나라고 했다. 크리스티안이 갖고 있던 알약 몇 개를 챙겨줬다. 이후 두 친구들은 떠났다.

좀만 누워있으면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태양이 뜨자 텐트가 너무 뜨거워서 안에 누워 있기가 불편했다. 여전히 계속 배가 아파 볼일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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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움직여보면 낫지 않을까 싶어 텐트를 접고 다시 자전거에 올랐지만, 설사는 멈추질 않았다. 중간에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나와서 식사를 해보려 했지만, 음식이 제대로 들어가질 않았다. 한 시간 정도 식당에서 누워있다가 화장실 가다가를 반복하다 다시 길 위에 올랐다. 날은 너무 덥고 길 상태는 경사 있는 오르막이라 자전거 타는 게 어려웠다.

결국, 자전거 타는 걸 포기하고 히치하이킹 해서 어제 점심 먹었던 도시로 돌아가 병원에 가기로 결심을 했다. 이미 그 도시를 40km 넘게 지나쳤던지라 아픈 몸을 이끌고 돌아가는 게 불가능해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으나, 모든 차들이 사람들로 꽉 찼다. 차 자체도 별로 없었지만, 지나가는 차마다 사람을 가득 태운 택시였다. 차들이 지나다니지 않을 때는 중간중간 볼일을 봐야 했다.

어제 지나쳤던 도시로 되돌아가려고 두 시간을 히치하이킹 하려 했지만 내 자전거를 태워줄 빈 공간이 있는 차는 없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그냥 앞으로 계속 가기로 했다. 오후가 넘어가고 날은 점점 뜨거워지고 먹은 건 없는데 설사는 계속 나오고 몸이 말이 아니었다.

길 한쪽 가에에 자전거를 세워 놓고 그냥 드러누워 버렸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바로 옆은 낭떠러지였고 길이 좁아 차들이 동시에 마주 보고 지나가면 위험하기까지 한 곳이었는데 너무 지치다 보니 그 위험한 도로 끝자락을 신경 쓸 힘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낭떠러지 바로 옆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먼지 위에 드러눕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10 Comments
  1. 어떻게 해야하나요.
    글을 읽어보니 눈물이 납니다.
    님 덕분에 세계지도를 하루에도 여러번씩 보게 됩니다.
    우짜건 무사히 여행을 마치시고 무사 귀환하시길 염원합니다

  2. 이럴땐 누가 옆에 있으면 좋을텐데…
    아름다운 풍경속에서 큰 고통을 겪으셨네요 ..
    길위에서 언제나 건강하시기를!

  3. 정말 많이힘드셨겠어요..
    보는저도 힘든데 본인이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니 님이 올리신 여행기가 더욱 소중하게 마음에 다가옵니다.
    항시 안전과 건강에 유의하시고 시드니에서 뵙기를 소망합니다 ..

  4. there are many brands of tube liners to protect the tube
    from thorn. This liner is to be placed between bike tire and the tube.
    I highly recommend it if you happen to have cheap or thin or round tires.

  5. 대단 하네요.자전거라니.
    부디 어디 여행하시던지 건강하시길..

    • 100%급성장염인듯..저도 다른나라에서 노란물설사로 일주일 고생했네요.한시간에 한번꼴로..파미르가 배탈로 고생할수 있다니 ..염려됩니다.전 오토바이로 갈까 고민중.

  6. 읽고있는 제가 가슴이 먹먹합니다
    무탈한 여정이길 기원합니다

  7. 결국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 건 오롯이 나의 몫이죠..
    그 터널을 많이 지날 수록 좀더 단단해지는 나를 알게 되죠..
    님의 여정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저는 파미르를 구글링하다 흘러 온 시간여행잡니다..
    작은 버스를 캠퍼로 개조해서 파미르를 넘어 세계 여행을 해 보겠노라는 야심찬(? 위험한이겠죠) 계획을 세워보는 중이죠..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젠가 될거라 믿으며 오늘 하루도 버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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