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삶을 산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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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페낭에서의 강연 이후 태국 치앙마이에 돌아와 몇 달 넘게 머물렀다. 여행기, 비디오 편집 등 할 일이 많았는데 집중력도 떨어지고 미루기도 잘 해서 코워킹 스페이스 (Coworking space)에 돈을 내고 다니기 시작했다. 코워킹 스페이스란 사무실 공간을 여러 사람들이 공유하며 쓰는 곳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태국 물가가 저렴해서 정말 오래 머물렀다. 하지만 사실 태국에서 머무른 시간이 즐겁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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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워킹 스페이스에 오는 사람들 전부가 다 외국인이었고, 그러다 보니 외국인 친구밖에 없다 시피 했는데, 그들의 생활방식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북미, 유럽 및 전세계서 온 외국인들은 대부분 자기네 나라를 부정하고, 태국을 좋아했다. 왜냐면 그들에게 있어서 태국은 파라다이스였기 때문이다. 자기네 나라에서 쉽게 얻을 수 없는 것 즉, 싼 아파트, 집에서 요리 하지 않고 매끼 밖에서 먹어도 얼마 들지 않는 식비, 그리고 여자…. 이 모든 것을 너무 쉽게 얻었기에 태국 외국인 커뮤니티는 마치 무언가에 취해보였다.
이렇게 심한 물질만능주의 사회를 본 건 처음이었던 거 같다. 한국 및 여러 나라에서 물질만능주의를 느낄 수 없었던 이유는 내가 상류층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기 때문에, 직접 겪지 못해서였다. 하지만, 여기선 얼마 되지도 않는 돈으로 내가 상류층에 올라와 있었고, 그리고 주변의 물질만능주의를 목격한 순간 마음속이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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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과 맨날 어울려 다니고 같이 술 먹고 그랬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삶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왜 살아야 하는 건가? 를 잠자기 전에 생각하다보니 깊게 잠자지 못하는 날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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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 있을 때 호주 워킹홀리데이를(워홀) 신청했다. 워홀은 만18세부터 만 30세까지 신청 가능하다. 만 31세 되기 이틀 전에 신체 검사를 받고 돈을 입금해 신청했다. 결과는 만 31살 이후에 나오게 되는지라 살짝 불안했다.
이후 다행히도 별 문제 없이 호주 워홀 비자를 받았다. 사실 다음해에 세계여행을 끝내는게 목적이라 호주 워홀 비자가 별로 필요 없을 거 같았다. 그래도 인생은 모르는 일이니 30만원 넘는 돈을 주고 신청했다.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호주에 간다면 워홀 신청비 30만원 본전은 꼭 뽑고 말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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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 머무르면서 내 여행이래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실수로 외장하드를 책상에서 떨어뜨렸는데, 더 이상 자료가 읽히지가 않았다.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데이터 복구 회사에 택배로 보내 봤지만 복구 불가 판정을 받고 싱가폴 회사에도 보내 봤지만 불가능했다.
외장하드를 하나 더 사서 영상을 따로 백업하려고 일부러 모든 영상을 갖고 있던 외장하드에 다 옮겨놨던지라 피해가 막심했다. 사진은 용량이 별로 안 되어서 노트북에 다 백업이 되었는데, 2년동안 찍은 영상은 다 날라갔다. 영상들이 너무 많아서 편집을 미루고 미러웠던지라 2년치 영상을 써보지도 못하고 날린거다. 영상으로 찍은 추억이 날라가서 안타까운 게 아니라 2년동안의 내 노력들이 한 순간에 다 물거품이 되어서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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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만료가 다가 왔을 때 비자런을 하려고 미얀마 국경에 갔다. 내가 들은 바로는 한국인들은 주변국가 국경에 갔다 바로 다시 돌아와도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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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예상치도 못한 일이 나타났다. 이민국에서 안 된다고 돌아가라고 했다. 사실 이 날이 태국 무비자 마지막 날이었기에, 여기서 안 된다고 하면 자동으로 불법체류되는 거여서 당황스러웠다. 스마트폰을 꺼내서 다른 국경을 급하게 알아봤다.
100km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라오스 국경이 있어서, 택시를 타고 라오스까지 가기로 했다. 이렇게 먼 거리를 택시 타기는 또 처음이다. 카드 분실 위험 때문에 카드는 숙소에 항상 놓고 다니고, 현금은 그날 필요한 만큼의 두 배 정도만 들고 다니는데, 남은 현금 전부를 택시비로 썼다. 라오스 국경에 밤늦게 도착했고, 이민국 직원이 국경 통과를 시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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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입국했는데, 문제는 남은 현금이 하나도 남지 않았고, 돈을 꺼내 쓸 수 있는 카드도 없었다. 그렇다고 구걸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한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외국인들이 즐겨 쓰는 호스텔을 검색 후 가서 주인에게 사정 설명 후 페이팔로 돈을 입금해줄테니까, 현금을 교환하자고 했다. 페이팔은 온라인 뱅킹인데 전세계적으로 많이 쓰고 있다. 다행히도 주인은 페이팔 거래에 응해줬다. 페이팔로 현지 숙소를 결제하고, 갖고 있는 현금으로는 저녁을 사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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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우여곡절 끝에 다시 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현금 한푼도 없이 짐도 없이 국경 넘는 건 가장 황당한 일 중 하나였지 않나 싶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핸드백 하나밖에 없었다. 치약 칫솔도 없어서 슈퍼에서 사야했을 정도로 갖고 있는 게 없었는데, 어찌 저찌 하다보니 다 해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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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로 돌아가는 건 굉장히 쉬웠다. 봉고차가 일정 간격으로 치앙마이로 다녀서 바로 얻어탈 수 있었다.
이후 치앙마이에 더 머무르며 밀린 여행기와 영상을 업로드 하고, 홈페이지 디자인도 새로 했다. 하지만 오래 머무를 수록 삶의 의미가 불투명해져 떠나기로 결심했다.


(국경 넘는 이야기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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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자들로부터 유명한 가게가 치앙마이에 있었는데, 떠나는 날 이곳에 가서 각종 자전거 수리를 받았다. 일반 자전거 가게들은 비싼 자전거들만 주로 취급하는지라 자전거 부품을 구할 때 애를 먹는다. 이런 곳을 가야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필요한 것들을 쉽게 찾을 수가 있다.


(Downhill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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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음식의 양이 매번 적어서 두 개씩 시켜먹을 때가 있는데, 가끔 나도 모르게 지나친 식탐으로 필요이상으로 많이 시키기도 한다. 튀김은 배불러서 몇 조각 따로 싸갔다.


(너무 더워서 남기는 영상.. 45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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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늪에서 빠져나가기 어려웠던 게 관광업이 굉장히 발전 되어서 만 오천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이런 깔끔하고 편리한 호텔에서 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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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미얀마로 향하는 국경선 다리에서 저 멀리 해지는 게 보였다. 드디어 태국을 떠난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깨달은 게 한가지 있다. 삶이란 내게 닥친 도전을 받아들이고 그것으로부터 도망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태국 치앙마이에서는 얼마 되지도 않는 돈으로 편하게 숙식을 해결할 수 있기에 삶에 대한 도전이 없어 편해서 그렇게 오래 머물렀다. 나에게 동기부여를 주는 사람도 없었고 내 자신도 나 스스로에게 동기 부여를 주지 않았다. 늪에 빠진 것처럼 한없이 밑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그 늪에서 빠져나와 한가지 결심을 했다. 다시는 이런 곳에 머무르지 않기로 내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치앙마이를 절대 비하하는 게 아니다. 치앙마이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이다. 내가 말하는 이런 곳이란 얼마 되지도 않는 돈으로 물질만능주의에 빠져드는 일부 외국인 커뮤니티를 말하는 것이다. 그들이 잘못 되었다는 게 아니라 내 생활방식과는 전혀 맞지가 않았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문구가 하나 있다.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이 배가 만들어진 이유는 아니다”

미얀마에서 어떠한 것들을 보게 될지 궁금하다. 해가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기 전에 서둘러 미얀마 국경을 향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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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이 배가 만들어진 이유는 아니다.
    정말 좋은 문구입니다.
    2년동안에 가록한것들이 다날라갔다니 안타갑네요.
    디지털이 좋긴한데 이럴땐 황당할것 같아요.그래서 어떤분은 꼼꼼히 필기하는분도 있어요.
    일기를 적는것도 한 방법인것 같아요.

  2. 블로그는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호주 시드니에 계신 것으로 나오네요.

    남은 일정도 안전하고 즐겁게 잘 마치시고 귀국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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