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야생 앵무새를 실컨 볼 수 있는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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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비행기를 타고 시드니에 도착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만료되기 이틀 전에 딱 맞춰 도착했다. 어디서 얼마나 일을 할지에 대해서는 정해둔 게 없었다. 당분간은 자전거를 타면서 호주를 즐겨보려 한다. 자전거를 조립하고 심카드를 사고 저녁을 먹고 하다 보니 밤늦게 자전거를 타게 되었는데 뉴질랜드와는 달리 늦은 밤에도 차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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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Meredith (사진 속 내 오른쪽)네 집에서 머물게 되었다. 때마침 내 생일이라서 팔로워들과 모임을 가져다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호주에서 내 여행기를 봐왔던 사람들과의 만남이 가끔 있었는데, 내 여행기가 호주 신문에 한 번 소개 된 적이 있다고 해서 그런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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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에서 만난 영국 자전거 여행자 Jaimi와 몇 년이 넘도록 계속 연락을 하고 지냈는데 그의 동생이 여기에 살고 있어서 만나게 되었다. 둘이 함께 본다이 비치를 걸었는데 풍경이 정말 멋있었다. 제이미가 동생을 통해 여행에 유용한 것들을 깜짝 선물로 줘서 감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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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밤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지만, 시내 중심 풍경은 어지러웠다. 술에 취해서 그런 건지 길목 중간중간 자기네들끼리 소리지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편의점에서 한 코카서스인(백인)이 인도계 직원에게 호주에 왔으면 영어를 하라며 고함을 지르고 (당연 영어를 했으니 채용 되었을 텐데 술주정 부리는 듯), 오페라 하우스 버스 정류장 근처에선 코카서스인 남성이 젊음 코카서스인노숙자에게 일을 하라며 이 게으른 것들아라고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모든 게 혼란스러웠던 시드니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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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의 시드니는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평화로워 보였다. 오페라하우스를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호주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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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해안가를 따라 내려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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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와일드 캠핑을 항상 무서워해서 여행 초반 몇 년 동안은 거의 안 하다가 중앙아시아와 중국에서 좀 했다. 동남아시아엔 호텔이 싸서 호텔에서만 머물다가 와일드 캠핑의 재미를 뉴질랜드 남섬에서부터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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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와서 깜짝 놀란 것이 야생 앵무새가 길에 널렸다는 것이다. 앵무새는 항상 새장에만 갇혀 있는 걸 봤었는데, 알고 보니 (?) 야생에서 마음껏 자라는 동물이었던 것이다. 야생에서 자라다 보니 사람 말을 따라 하지 않는다. 사진에서 두 번째 앵무새는 내가 사랑하는 새인데, 목소리가 엄청 커서 아침에 주변에서 울어 대면 잠을 계속 자는 건 불가능하다. 뉴질랜드에서 새 구경하는 걸 정말 즐겼는데, 호주에선 앵무새를 쉽게 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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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풍경 중간중간 멋진 곳이 많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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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선 언덕 경사가 심해서 자전거 타기가 힘들었다. 호주 와서는 좀 나아지겠지 싶었지만, 호주도 뉴질랜드 못지 않게 언덕 경사가 장난이 아닌 곳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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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이 심하기도 하고 풍경도 멋지고 해서 결국 호주에서도 초반엔 뉴질랜드에서처럼 하루에 50km씩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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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을을 지나가는데 현지인 커플이 어디 가냐고, 오늘 밤 어디서 자냐고 물은 뒤 자기 집에 초대를 해줬다. 집 디자인이 정말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창문으로 바다 풍경까지 보였다. 편하게 며칠 쉬다 가라고까지 해줬다. 자기들은 친구네 파티 간다고 해서 이 멋진 집에서 혼자 이틀 정도 더 머물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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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모래색이 가장 하얀 곳으로 유명한 하이암스 비치(Hyams Beach)도 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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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선 길 곳곳마다 펜스가 대부분 쳐져 있는데, 호주는 펜스 없는 곳이 훨씬 많아서 와일드 캠핑이 훨씬 쉬웠다. 또한,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전하게 느껴져서 와일드 캠핑을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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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에서 호주의 도시 캔버라를 가기 위해 내륙 도로를 탔다. 도로에 동물 주의 표지판이 보이면 설렌다. 과연 저 동물을 내가 볼 수 있을까?라는 기대때문이다. 실제론 캥거루 말고는 거의 보기가 힘들다. 위 표지판에 보이는 것은 Wombat이란 동물인데,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정말 귀여워서 꼭 한 번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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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도착했다고 하니 SNS에서 뱀, 거미, 악어, 야생동물, 백패커 납치 등을 주의하라고 했다. 아마도 호주에 가본적이 없거나 호주를 제대로 여행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 조언을 주는 거 같았다. 왜냐면 실제로 야생동물이나 납치에 의해 죽는 사람 수는 극히 적고, 대부분 사고, 면식범 범죄, 질병으로 죽는다. 현지인들은 내게 드랍베어(Drop Bear)를 조심하라고 했다. 그렇다. 현지인의 조언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호주에 가시는 분들은 꼭 드랍베어(Drop Bear) 를 조심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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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폭포가 있어서 구경하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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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옆에 도로를 따라가다 보니 캠핑장 비스 무리한 곳이 나왔다. 심지어 사람들이 불을 지피려고 모아 놨던 나무들도 남아 있었다. 혹시라도 밤에 누가 찾아올까 걱정이 되었지만, 뭔가 그냥 쳐도 될 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 캠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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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밤에 찾아오는 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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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를 끝낸 뒤 호주 밤하늘의 별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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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으로 점점 들어가니 너무 더웠다. 오르막 내리막도 반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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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파티에 와준 Tom이 이틀 같이 자전거를 탔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시간 되면 내 여행에 참여하라고 했는데, 톰이 정말로 차를 몰고 온 것이다. 차는 마을에 세워 두고 이틀 같이 자전거를 탄 뒤, 그는 다시 차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이날 밤 정말 더워서 잠을 자기가 힘들었다. 어젯밤까지는 그럭저럭 잘만 했는데, 이 지역이 정말 더운 곳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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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에 멋진 집에서 며칠 머물게 해줬던 현지인이 캔버라에 있는 아버지를 소개 시켜주었다. 가족 전체가 자전거 여행을 좋아하는데, 오래 된 자전거도 보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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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2백년 넘는 족보가 있었다. 제목이 굉장히 솔직했다. ‘죄수들이 캔버라를 가다’ 200년 전 호주에 정착한 영국 사람들 중 일부는 죄수였다. 당시 호주로 간 죄수의 수는 총 16만 4천 명이었다. 그의 가족도 그 중 하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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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 킬로미터 기념 샷! 캔버라에 한 공원에서는 캥거루를 쉽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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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알게 된 두 가지가 있었다. 키위의 원산지는 중국, 호주의 수도는 캔버라라는 것이다. 궁금해서 캔버라에 와봤는데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었다. 호주도시에는 차가 많은데 갓길이 대부분 없어서 자전거 타기에 위험하다. 캔버라에선 자전거 길이 대부분 있어서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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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따라 들어가 보니까 절차 없이 무료로 관광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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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와 마찬가지로 호주에도 여러 무료 캠핑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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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캠핑장도 없고 길에 펜스가 계속 쳐져 있을 땐 현지인 허락을 받고 그들의 앞 마당에 텐트를 쳤다. 뉴질랜드에서처럼 호주도 대부분 쉽게 허락을 해주었다. 가끔 식사에도 초대 받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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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캠핑을 하는데 여우가 날 보더니 도망갔다. 사실 야생동물이 인간을 위협하는 것보다, 인간이 야생동물을 훨씬 위협하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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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호주에는 여우가 없었다. 영국인이 처음에 토끼를 들여왔는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여우를 들인 것이다. 문제는 여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생태계가 엉망이 되었다. 뉴질랜드도 그렇고 호주도 그렇고, 외래종을 들인 뒤 엉망 된 생태계를 조절하려 독약을 야생에 엄청 풀어놔서 개랑 산책 나갔다가 개가 독극물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건도 꽤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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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이상한 무서운 동물 소리가 나서 녹음해보니 현지인이 코알라라고 알려줬다. Drop Bear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알게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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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무섭지만, 아침이 되면 언제나 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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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연락을 주고 받은 Bob이 운영하는 Beechworth Berries farm라는 곳에서 하룻밤 머물렀다. 여러 과일도 선물로 받았다. 캐나다 워홀 당시 여러 일을 했었는데 그중 하나가 농장 일이었다. 이번에도 농장 일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우선 먼저 멜버른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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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에 재미있는 우체통이 보였다. 전자렌지, 헬멧 등 재치 있는 우체통을 봤지만, 이 집 우체통이 진짜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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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멀지 않은 곳에 예쁜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대부분의 버스정류장은 지루한 광고 표지판밖에 없는데, 여기는 정말 독특했다. 세상에 모든 것들이 이렇게 기발하고 독특한 것들로 가득 찬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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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멜버른으로 향했는데 중간에 휴게소 허락을 받고 텐트를 쳤다. 호주에서는 고속도로를 합법적으로 이용이 가능한데, 고속도로 옆 표지판에는 ‘갓길은 자전거와 구급차만 이용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실제로 갓길이 엄청 넓어서 오히려 도시에서 자전거 타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 다만 길이 좀 지루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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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에 한 한인분이 휴가 가는 동안 자기 방이 빈다면서 쉐어 하우스에 머물게 해주었다. 온라인으로 알게 된 유럽친구 Annika가 크리스마스 가족 파티에 초대해 주었다. 테이블에 선물들을 올려 놓고 선택하는 게 있었는데, 재미있게도 대부분의 선물들이 술이었다. 이후 알게 된 것인데 호주 사람들이 술 마시는 걸 정말 좋아해서 차고나 가든에 맥주 냉장고를 따로 둔다. 한국 사람들이 김치 냉장고를 따로 두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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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탄자니아 여행 당시 이탈리안 친구네 집에서 잔 적이 있었다. 그때 그의 남자친구도 방문했었는데, 이후 그 이탈리안 친구들을 이탈리아에 갔을 때 다시 만났었다. 때마침 호주 여행을 하고 있다고 연락을 줘서 이렇게 세 번째 만남을 가졌다. 그러고 보니 세 번이나 다른 나라에서 만나는 친구는 처음인 거 같아서 정말 특별했다. 나는 항상 그대로인데 주변 사람들은 결혼을 하고 애가 있었다. 마치 나는 태양 같고 그들은 내 주변을 도는 행성처럼 보였다. 나는 항상 제자리인데, 그들은 항상 변화하며 분주히 돌아가는 느낌이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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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과 함께 펭귄 구경을 했다. 멜버른에서 펭귄을 볼 수 있다니!! 마치 남아공에서 펭귄을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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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펭귄은 주로 밤에 나타나는데 크기가 정말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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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 밤길에 마주친 이 동물은 포섬 (Possum) 이라 불린다. 호주, 뉴질랜드 야생에 독약이 엄청 퍼져있는데, 이 동물 또한 그 개체 수 조절의 대상 중 하나이다. 도시에는 아무래도 애완용 개와 고양이가 많다 보니 독약을 함부로 치지는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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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만 보던 상황이 내게도 일어났다. 엄청나게 큰 거미가 방에서 나왔다. 원래 방에 거미나 나방 같은 게 들어오면 살려서 내보내는데, 이건 너무 커서 접근하는 게 무서웠다. 인터넷에 올리니 호주 친구들 말로는 전혀 해를 끼치는 거미가 아니라 했다. 하지만 크기가 손바닥만해 무서워서 어쩔 수 없이 해충약 스프레이를 엄청 뿌려서 죽인 뒤 밖에 내보내야 했다. 이후 호주에서 지내는 동안 큰 거미를 본적이 없었다.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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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멜버른에서 한두 달 살아볼 계획을 가진 후 주변에 룸 렌팅을 알아봤다. 멜버른 팔로워 모임했을 때 왔던 Matt이란 친구가 자기네 집 방이 빈다며 무료로 써도 된다고 했다. 사실 은근 걱정이 되어서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혹시 다른 뜻을 갖고 방을 무료로 내주는 거냐고 물었더니, 전혀 그런 거 아니라고 네 여행기 재미있게 읽어서 응원해주고 싶어서 그런거라고 했다. 실제로 전혀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얼마 전 입양한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가 2주 출장 갈 동안 돌봐줄 수 있어서 나름 뭔가 은혜를 갚은 기분이 들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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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 중 한 명이 자기네 집에서 새해 파티를 한다며 초대해줬는데, 멜버른 시내 한 가운데였다. 바로 앞에서 2019년 새해 폭죽을 구경해서 특별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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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음력설이 왔다. 항상 이때 집에 전화하면 엄마가 떡국은 먹었냐고 물어본다. ‘나 그런 거 귀찮아서 안 챙겨 먹어요’ 라고 대답을 몇 년을 넘게 반복해서 했다. 그런데 올해는 앞에 아시아 마트 가서 직접 장을 봐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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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도 꽤 비슷했다. 올해는 “네 엄마 떡국 해먹었어요” 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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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한 두 달 일하려고 했는데,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을 구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어서 우버이츠라는 음식 배달일만 하게 되었다. 이 일은 정해진 시간에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하고 싶을 때 언제든 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런데 사실 정기적으로 하는 일에 비해 시급이 그다지 좋지가 못해서 가끔은 노예생활하는 기분이었다. 호주 정부에서 최저시급도 보장 못해주는 이런 사업을 허가 해준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문제는 매주 길에서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이다. 멜버른에서의 삶의 질은 아프리카 삶의 질과 비슷했다. 차에서 꼭 소리 지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아프리카에서 쓰던 방법을 써야 했다. 이어폰 볼륨을 최대한 크게 하는 것인데, 사실 이러면 차 소리가 전혀 안 들려서 별로 안 좋지만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선 방법이 없었다.
멜버른에서는 자전거 타는 사람을 괴롭히는 문화가 있는 거 같다. 자전거 + 아시아 + 여성 혼자 + 우버 가방 이 모든 게 합쳐지니 나는 괴롭힘 주 대상이 되었다. 길을 찾느냐고 서행하는데 10대 무리 애들이 나한테 퍽큐 욕을 하는데, 짜증나서 내가 엄청 소리를 지르면서 폰카메라로 찍으니까 얼굴 가리면서 도망가면서도 욕을 했다.
아프리카도 이러지는 않는다. 아프리카라나 다른 개발 도상국에서는 내가 직접 소리 지르면서 상대하면 오히려 도망가는데, 멜버른에서는 신나서 나를 더 괴롭힌다. 개발 도상국 같은 곳에서는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서 그러려니 하는데, 얘네들은 최소 학교는 나왔을텐데 이러는 거 보면 아주 악질인 것들이다. 항상 소리 지르거나 날 괴롭히는 것들은 꼭 젊은 코카서스인 남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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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길에 서서 지도를 확인하는데, 술 취한 남성 두 명 중 한 명이 내 우버 가방 지퍼를 건들면서 여는 흉내를 내며 웃길래 짜증나서 소리를 질렀다. 내 개인 물건을 건드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내 고객의 음식을 만지려고 했으니 이건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날 배달일 끝내고 경찰서에 갔다. 그런데 신기한 게 경찰서에 사람이 없어서 한 10분~15분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이후 코카서스인 남성 경찰이 나와서 처음엔 안되었다는 식으로 동조를 했지만, 그 사람이 내 물건을 훔친 게 아니기 때문에 신고를 못 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나에게 막 소리 지르는 것에 대한 그의 조언은 황당했다. 나에게 “너 파티 같은데 안 가 봤어? 파티 같은데 가면 애들 막 소리지르는데” 라고 했다. 코카서스인 경찰의 뇌로 이해하기론 사람을 괴롭히는 건 파티를 즐기는 것만큼 신난다는 건가? 아니면 멜버른에서는 길 가다가 갑자기 동물처럼 낯선이에게 소리 지르는 게 하나의 문화라는 것을 알려주려 했던 것인가?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순위 2위라는 멜버른은 내게 있어서 개발도상국의 삶의 질을 보여준 곳이다. 멜버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나올때면, 나에게 무료로 방을 제공해줬던 친구들, 그 친구의 강아지, 크리스마스 파티, 새해 파티 등을 생각하며 최대한 그 감정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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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돈을 모은 후 여행길에 다시 올랐는데 확실히 저축한 돈이 있으니 먹는 것도 편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도로라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 진입한다. 이전에 만났던 Annika와 함께 이 구간을 함께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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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온 뒤 목표가 생겼다. 1. 서핑 배우기. 2 야생 Wombat 동물 보기 3. 야생 코알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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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이 주로 서서 코알라와 앵무새를 보는 곳이라고 아니카가 알려줬다. 먹이를 주지도 않았는데 앵무새 한 마리가 머리 위에 앉았다. 비가 와서 그런지 코알라는 보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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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오락가락했다. 비가 오다 말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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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거셌다. 나무들을 보면 바람의 흔적이 보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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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은 저 멀리 무지개를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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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표지판이 보이면 그냥 나도 모르게 사진을 한 장 찍게 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가장 남쪽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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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하고 싶은 소원 중 3번, 야생 코알라를 보게 되었다. 아니카가 야생 코알라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을 알려줘서 가봤는데, 처음엔 내 눈엔 전혀 코알라가 보이질 않았지만 아니카는 잘 찾았다. 아니카가 알려준 곳들을 보다가 코알라를 찾는 방법을 터득했다. 나무 위를 봤을 때 뭔가 둥그런 돌덩어리가 같은 게 보이면 그게 바로 코알라 엉덩이를 찾는 것이다. 그런 방법으로 찾다 보니 코알라를 찾는데 익숙해졌다.
아쉽게도 호주에서의 소원 1.서핑 배우기, 2.야생 Wombat 보기는 못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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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에 내려왔는데 파도 소리가 엄청 거칠다. 항상 Ocean과 Sea가 헷갈렸는데 이 둘의 차이점을 깨닫게 되었다. Ocean의 파도는 Sea와는 다르게 엄청 거세서 수영이나 서핑은 감히 상상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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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이곳을 전에는 몰랐다. 나는 길 위에 있다는 그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관광지를 제대로 찾아보질 않는다. 그냥 길가다가 있으면 보는식이다. 전혀 모르고 보면 더 감동을 받고 감사한 기분이 들어서 매번 이런식으로 여행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풍경 사진을 본 기억이 없어서 그런지 실제로 본 풍경들은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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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중간중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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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또 다른 독일 자전거 여행자가 일부 구간을 함께 달렸다. 호주의 각 도시에 스포츠 행사를 진행하는 쇼그라운드라는 곳이 있는데 캠핑이 가능했다. 어떤 곳은 무료, 어떤 곳은 만 원 혹은 이만 원을 내야 캠핑이 가능했다. 때마침 그레이하운드 개 경주가 있었다. 내가 사진을 찍자 직원이 엄청 좋아했다. 인기가 없는 스포츠라면서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그게 홍보가 되어서 좋다고 했다. 혹시나 약물 같은 거 먹이냐고 하니, 나중에 검사 같은 거 다 하기 때문에 절대 그런 게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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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 무료 캠핑장이 있어서 갔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나는 조용한 캠핑장이나 와일드캠핑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곳에 신기한 게 캥거루가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고 마음껏 뛰어 다닌다는 것이다. 앵무새도 엄청 많았다. 사진 속에 보면 내 자전거 옆에 앵무새 두 마리가 있다. 내게 있어서 호주 여행의 장점을 설명하라고 하면 앵무새를 실컷 보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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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에뮤(emu)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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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기름으로 세계 여행을 한다. 기름으로 작동되는 스토브에서 요리를 한 걸 먹으니 나름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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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옆에서 죽은 Wombat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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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는 캠핑할 때 추워서 밖에 잘 나가질 않았는데, 호주에서는 날이 그렇게 춥 질 않아서 멋진 밤 하늘을 실컷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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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바로 옆에서 바늘 두더지 (Echidna)를 구경하게 되었다. 생긴 게 정말 신기했다!!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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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옆에 샛길이 있었고 따라가다 보니 이런 곳이 나왔다. 차가 혹여나 밤에 지나가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지만, 호주는 밤이 되면 대부분 집에 돌아가기에 그냥 맘 편히 텐트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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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바람에 거셌지만 나무가 막아줘서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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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이렇게 차 없는 곳에서 달려주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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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핑크색이 보이는 곳이라고 하는데, 쓸데 없는 호기심에 들어갔다가 자전거가 갯벌에 묶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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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짐을 하나하나 꺼내서 옮긴 뒤 자전거를 구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버려진 샌들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알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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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에서 현지인에게 마실 물을 얻으면서 여기 주변에 텐트 칠만한 곳이 있냐고 묻자, 공원에 가라고 했다. 공원에서 잠자는 거 걸리지 않냐고 했더니, 걱정마라고 했다. 만약 경찰이 와서 모라고 하면 자기가 시켰다고 하라면서 그냥 편하게 공원가서 자라고 했다. 공원에는 이미 또 다른 캠핑 봉고차도 있었고 배로 여행을 다니는 사람도 정박해 있었다. 화장실도 24시간 운영되고 정말 평온한 곳이었다. 뉴질랜드랑 달리 확실히 호주는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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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을 지나가는데 충격적인 모습을 봤다. 야생 여우 사체를 매달아 놨다. 다른 여우를 겁주기 위해 그런 거 같았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고약한 냄새가 날 때가 있는데 그건 죽은 동물이 주변에 있다는 신호다. 그런데 한 마리도 아니고 10마리나 저리 매달려 있으니 냄새가 너무나도 고약했다.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채식주의자들 중 동물들을 죽이는 걸 반대하는데, 사실 채식주의자들이 먹는 채소를 만들기 위해 농부들이 야생동물들을 죽이는 건 알고 있을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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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애들레이드까지 4천 킬로미터를 달려서 도착했다. 애들레이드는 호주 가운데 맨 밑에 있다고 보면 된다. 애들레이드에서 서쪽인 퍼스로 갈지 아니면 아웃백을 지나가 북쪽으로 갈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아웃백을 가기로 했다. 당시 4월이었는데 호주는 겨울로 향해 가고 있었기에 퍼스로 가긴 추웠다. 무엇보다 사막의 독특한 느낌을 항상 좋아해서 아웃백을 가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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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확인해보니 일정 구간 이후부터 1,500 km동안 자전거 가게가 전혀 나오질 않는다. 자전거에 문제가 있으면 무려 천 킬로미터 넘게 히치하이킹 해야 하기에 그냥 애들레이드에 있을 때 다 부품을 갈아 버리기로 했다. 자전거 크랭크셋, 카세트, 체인을 바꿨다. 원래는 총 $155 AUD(13만 원)이었는데 Stand Out Cycles 가게에서 할인을 해줘서 $110 (9만 천 원)에 해줬다. 온라인으로 내 여행기를 지켜봤던 Leith가 (사진 속 왼쪽) SNS을 통해서 연락을 줬었는데, 그가 자전거 가게를 소개시켜줘서 할인을 받았던 거다. 무엇보다 자전거 부품을 직접 갈아줬다. (자전거 가게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그의 친구가 거기서 일하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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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런저런 비상약을 사고, 물에 넣으면 박테리아 세균을 죽이는 약도 사고, 이것저것 준비물을 사다 보니 이날 만 무려 $240 (20만 원)가까이 썼다. 아웃백 갈 준비는 대충 끝났다. 원래 아무것도 없는 사막을 좋아한다. 그 황량함, 고독감, 외로움, 끝도 없는 지평선, 사막 색깔, 그리고 그것들이 불러오는 위험, 모든 것들을 좋아하기에 아웃백이 나를 부르는 거 같았다. 그래서 그 부름을 받고 나는 그곳을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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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님의 여행기 정말 감동 그 자체입니다
    캐나다 출발부터 지금까지
    님의 여행기가 내게 생각지도 않았던 자전거 타기에 매료되어 67세 나이에 작년에 자전거길 국토완주[1900km] 했고요
    올해는 우리나라 한바퀴 [약 2600km] 자전거 타기 진행중이랍니다
    지난해 국토완주때에 느낀바를 기반한 여행기가 8월에 책으로 이 세상에 나온답니다
    모쪼록 몸성히 무탈하게 귀국하시길 기원합니다
    경남 창원 이 성윤 올림

    • 여행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도전하시는 모습 멋지십니다! 나이 때문에 도전을 망설이는 많은 분들에게 좋은 동기부여를 주실 거 같네요. 즐거운 여행 계속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 진짜 해방군입니다…우울할 때 여행기 읽으며 기분 전환합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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