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작년 한 해 펜데믹 생존일기. 호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서핑 자전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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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중남미, 아프리카, 유럽, 중동, 중국, 동남아, 뉴질랜드, 호주를 끝으로 자전거 여행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코로나가 발생했다. 시드니에서 몇 개월 지내다가, 코로나가 좀 풀리고 시드니에서 골드코스트를 거쳐 브리즈번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 브리즈번에 있을 때 한 달 넘게 도서관에서 앱 개발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후, 골드 코스트로 다시 돌아왔다.

 

당시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던 이유는 허무한 내 마음을 무언가로 채우고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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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우연하게도 팜비치 친구 Zoe네 집과 자전거 타고 5분 거리에 룸을 렌트하게 되었다. Zoe네 가족이 한 달간 집에 머물게 해준 적이 있는데, 기 이후로 계속 연락하고 지냈었다.

집주인이 은퇴한 부부였는데 친절하긴 했지만, 음식을 할 때 자기네들과 겹치지 않게 미리 통보해달라고 했다. 꽤 비싼 돈을 주고 렌트했지만, 내 사생활이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코워킹 스페이스에 돈을 내고 아침부터 밤까지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휴식 시간을 가졌고, 낮에 서핑하러 갔다가 오후에 돌아와서는 일주일 치 먹을 음식을 한 번에 요리해서 냉동실에 얼려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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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워킹 스페이스를 돈 주고 두 군데 다녀봤는데, 너무 시끄러웠다. 태국 치앙마이와는 달리 여기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회의하고,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서 이어폰으로 노래를 틀어 귀를 막아야 했다. 원래 노래 없이 일하고 공부하는 걸 더 선호한다. 노래는 집중력 떨어질 때 가끔만 듣고 싶은데, 종일 들어야 하니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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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가 5달러짜리 6주간,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하는 요가 클래스를 듣자고 해서 다녔다. 개인적으로 요가는 내 취향이 아닌 거 같다. 계속하다 보면 내 취향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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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네 가족이 기르는 강아지 루이. 조이네랑 가깝다 보니 서로 도움이 필요하면 주거니 받거니 했다. 내가 도와줬던 건 조이네 가족이 어디 갈 때 루이를 돌봐주는 거다. 4개월 때부터 봐왔던 강아지라 나랑 꽤 잘 지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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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도 가끔 시켜주곤 했다. 내가 정말 좋아라 했던 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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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가 생일파티, 이스터, 크리스마스 등 가족 행사에 자주 초대 해줬다. 어떻게 보면 골드코스트의 가족이었다. 이날은 조이의 10살짜리 딸이 오페라서 연극을 한다기에, 중고 가게에 들러서 드레스와 신발을 싼 가격에 주고 참석했다. 호주는 모든 마을에 중고가게 체인이 있는데 정말 싼 가격에 웬만한 건 다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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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코스트에 머물면서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서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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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를 바꾼 뒤로는 일주일에 2~3번은 서핑했다. 마음 같아선 매일 같이 서핑하고 싶었지만, 문제는 서핑을 한 시간만 하고 나면 종일 엄청 몸이 아픈 것처럼 피곤하다는 거다. 아픈 느낌의 지침이 싫어서 해 질 녘에 서핑하고 싶지만, 서핑할 수 있는 파도는 주로 아침에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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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 보드로 자전거 여행을 계획했기 때문에 쇼트 보드로 연습하기 시작했다. 롱 보드로 여행하려면 트레일러가 필요한데 한두 달 여행하자고 비싼 트레일러를 사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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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하는 동안 클라이밍, 스키, 러닝, 산악자전거, 서핑, 요가 등을 해봤는데, 서핑이 제일 실력이 늘지 않는다.  다른 스포츠였다면 1년간 매주 다녔다면 아마추어 비슷하게 변해있었을 텐데, 서핑은 여전히 초보자티를 못 벗어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는 파도를 타는 느낌이 미친 듯이 신나고 재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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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코스트에 1년간 팬더믹에 묶인 결과 여러 보드를 갖게 되었다. 빨간색 스케이트보드는 서프스케이트 보드 전용이라 서핑 연습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 서핑 보드 몇 개 더 사고 싶었지만, 임시 거주자기에 꾹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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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 보드로 바꾼 뒤로 온몸에 항상 멍이 들었다. 숏트 보드 바꾼 뒤로 좀만 부딪쳐도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Sea lice라고 바다의 빈대 같은 것에 물리기도 하고(5번째 사진), 해파리에 물려서 빨간 테두리를 얻기도 했다 (6번째 사진). 이때 알게 된 사실이 원래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멍이 잘 든다는 거다. 내 경험상 서핑이 부상이 가장 잦고, 그다음으로 산악 자전거와 스키인 듯하다. 원래 부상 위험이 클 수록 더 재밌는(?) 거 같다. 부상 위험이 없는 요가가 그래서 내겐 체질에 안 맞는 걸 수도 있겠다.

서핑 초보자다 보니 대부분 항상 발이 닿을 수 있는 곳에서 서핑을 하기에 익사 위험은 거의 없었다. 서핑 보드에서 넘어질 때 가끔씩 파도 안에 몸이 갇혀서 미친 듯이 뺑뺑 돌게 되는데, 익사 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끔찍하게도 싫다. 막상 따지고 보면 3~5초밖에 안 되지만, 체감상 10분이 넘는 거 같다. 가끔씩 발 안 닿는 곳에서 서핑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 가장 중요한 건 침착해야 한다는 거 알면서도 파도에 빨려들면 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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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프로그래밍 공부를 열심히 했었다. 구글 플레이에 총 16개의 앱도 올렸다. 다만, 개발 초보자다 보니 다 간단한 앱들 뿐이다. 앱 목록은 여기서 확인가능하다. 혼자서 하려니 너무 막혔고, 아무리 검색하며 공부를 해도 애러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생겼다. 지금 당장 집값을 내고, 음식을 사려면 프로그래밍 공부는 사치에 가까웠다. 그래서 프로그래밍 공부 6개월 만에 유튜브로 방향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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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튜브에 올린 영상들이 조금 잘 되었다. 그래서 티셔츠도 팔아보려고 돈 주고 디자이너도 고용해봤지만, 결국 망했다. 세계 여행하면서 온라인으로 돈 벌려고 이것저것 다 해봤지만, 콘텐츠 제작하고 후원받는 게 여행비 마련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이때 당시 인터넷으로 돈 버느 방법을 영상으로 제작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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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는 애들과, 바로 근처에 부모님과 할머니가 있었고, 직장도 있고, 공부도 하고 있어 엄청 바빴다. 주로 가족 행사 때 보거나 낮에 잠깐 그 집에 가서 서로 도움을 주거나 하는 가족과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카페나 바에 가서 놀거나 주말에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친구를 만들려고 노력을 해봤는데, 매번 실패 했다. 봉사활동 사이트가 있어서 보니 비시민권자는(임시거주자) 안 받아주었다. 이날 우연히 진행요원 봉사를 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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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하는 건 전혀 없었다. 그냥 한쪽에 서 있는 거였다. 역시나 친구 만들기는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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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식이 일어난 날 바닷가에서.

클라이밍을 좋아해서 클라이밍 장비도 샀다. 골드코스트 클라이밍 페이스북 그룹에 몇 번이나 같이 클라밍 갈 사람 구한다고 글을 올렸지만, 누구도 답변을 주지 않았다. 재작년에 호주 앨리스 스프링스에 있을 땐 클라밍 파트너를 쉽게 구해서 실내 및 야외 클라이밍을 즐겼는데, 어떻게 이렇게 훨씬 큰 도시에서는 클라이밍 파트너를 못 구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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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에 골드코스트까지 여행을 마치고, 한국 갈 준비를 했었다. 내가 오랫동안 꿈 꿔왔던 북한을 통해 한국을 들어가는 거였는데, 당연히 정부에서 거절을 받고, 그 스트레스로 탈모가 왔다. 당시 어떠한 감정도 느낄 수 없는 공허함을 처음으로 느꼈다. 즐겁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도대체 왜 사는지도 모르겠는 그런 느낌이었다. 10년 동안 간직했던 꿈을 포기하고 집에 갈 수 없었기에 그냥 호주에서 버틴 것이었다. 2020년 3월부터 호주에 갇혔다는 느낌에 우울한 느낌이 가끔 들었는데, 2020년 8월 우울증으로 도진 듯하지만, 밥은 잘 먹고, 잠도 잘 기에 이걸 우울증이라 불러도 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2021년 2월의 탈모 범위가 2020년 9월보다 훨씬 크다. 즉, 20년 9월에 계속 탈모가 진행되고 있었다. 21년 5월 사진을 보면 주변으로 서서히 머리가 나기 시작한 게 보인다. 2020년 연말에 대머리 되는 꿈을 진짜 자주 꿨다. 2021년 들어 탈모의 악몽이 잦아들었고 지금은 어쩌다 한 번 꿀까 말까 하다. 22년 5월에 머리 위쪽에 새로운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한 걸 발견했다. 즉 탈모가 최소 두 군데서 진행되고 있었나 보다. (현재는 원형탈모 부분에 머리가 다 잘 자라있다.)

정말로 스트레스는 몸에 해롭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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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놀 친구를 아무리 사귀려고 노력해도 골드코스트에서는 불가능했다. 태어나서 이렇게 미친 듯한 외로움은 처음이었다. 공허함은 자주 나를 찾아왔다. 무엇보다 알고 지내던 외국인 자전거 세계여행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이메일로 한 번 대화한 적 있고 내게 후원금을 보낸 적도 있는 그 친구가 삶을 포기했다는 걸 듣고 정말 절망적이었다.

그리고 상황은 최악을 향해 갔다. 매번 시끄러운 코워킹 스페이스로 도피하는 게 불편했고, 당시 유튜브가 살짝 잘 되어서 돈이 생겨 나 혼자 지낼 수 있는 아파트로 렌트해 나갔다. 그런데 하필 주 경계선 보더가 막혀버렸다. 락다운보다 천 만 배는 사람을 더 힘들게 했다. 락다운 자체를 걸려본 적 없는 한국 사람들은 이게 무슨 느낌인지도 모를 거고, 심지어 보더에 살지 않는 호주인들도 직접 겪은 게 아니라 이게 얼마나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또한 같은 보더에 사는 호주 사람조차도, 불안정한 내 상태를 얼마나 최악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경찰이 24시간 길을 지키고 있었고, 바리게이트가 주변 길목마다 세워져 있었다. 비시민권자였기에, 이것에 대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대 놓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집을 몇 개월 계약해놨기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할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내 비자 상태도 펜데믹 2년 동안 내내 불안했다. 불확실한 3개월짜리 방문비자를 3개월 기다렸다가 결국 받아냈고, 이후 불확실한 3개월 COVID 비자를 3개월 만에 다시 받아냈다. 이후 또다시 불확실한 COVID 비자를 신청했는데 무려 1년 가까이 나오질 않았다. 비자를 기다리는 동안은 호주에 합법적으로 머무를 수 있다. 하지만, 갑자기 비자 거절이 나오면 호주를 떠나야 했기에, 서프보드를 여러 개 사 놓고, 아파트를 몇 개월 계약한다는 건 모험 그 자체였다.

당시 절망감에 멘탈 붕괴 그 자체가 오고, 뇌의 일부 세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그런 느낌까지 들어 헬프 라인에(호주 정신 상담 센터)  몇 번이나 전화해봤지만, 통화가 안 되었다.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주변에 말하고, 전문가와 상담하세요”라고 말한다. 전문가를 볼 돈이 없었고, 무료 전문센터는 닿지도 않고, 주변 사람에게 우울하다고 말해봤지만, 상황은 변하질 않았다.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오히려 내 우울한 감정을 숨겨야 했다. 세계여행 8년 생존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정말 너무 힘겨운 혼자만의 싸움이었다. 지난 2년은 블랙홀에 계속해서 깊이 빠져드는 거 같았다.

 

아파트 계약이 끝나고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되어 서프스케이트와 서프보드를 싣고 시드니 쪽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과연 골드코스트가 최고의 서핑 장소인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와일드 캠핑을 꽤 자주 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다 보니 내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되는 게 느껴졌다. 다시 감정들이 살아나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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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시드니에서 골드코스트로 자전거를 탔고, 이번엔 다시 골드코스트에서 시드니로 돌아가는 거기에 이미 지나쳤던 도시를 다시 방문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바이런 베이는  히피스러움과 고급스러움과 여유로움이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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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한 달 지내볼까 했지만, 펜데믹으로 해외 살던 호주인들이 돌아오는 바람에 집 부족 현상과 집값 폭등이 이어져 렌트를 못 구해서 차에서 지내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러기에 방문자인 내가 한 달 살 집을 구하는 건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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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런 베이에서는 호스텔에 지내면서 서핑을 즐겼다. 바이런 베이는 골드코스트처럼 포인트 브레이크였다. 포인트 브레이크가 비치 브레이크보다 훨씬 초보자에게 좋다.

세계 여행을 하다 보면 먹는 패턴이 일정하게 정해질 때가 있다. 당시에 자주 먹었던 게 베이글, 계란후라이, 각종 양념이 섞인 참치캔, 아보카도였다. 다 합하면 한 끼 식사가 3천 원 정도밖에 안 하고 이 정도면 충분하게 영양 섭취가 된다고 생각했다. 이날은 밥을 섞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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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동부 해안가는 정말 멋진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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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비가 갑자기 쏟아져서 한참을 비 맞고 자전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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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젖은 텐트와 옷과 비닐봉지를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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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가 바닷가에 지내는 친구 가족을 소개해줬다. 크리스마스 날 자기네들은 집에 없을 거라며 집 열쇠 있는 위치를 알려준 뒤 혼자 편히 머물고 있으라고 했다. 그 집 주변에서 헤매고 있을 때 바로 앞집이 도움을 주었고 크리스마스이브 식사에도 초대해줬다. 크리스마스 이후에 가족이 돌아왔고 함께 서핑을 보냈다. 그 가족은 세일링 보트로 딸 두 명과 함께 오세아니아와 동남아를 여행했는데, 펜데믹에 최근 집에 돌아왔다. 다른 방식으로 여행했지만, 여행자의 마음은 항상 같으니 이것저것 말이 통해서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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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한 마을에 캠핑하게 되었다. 작년에 호주 대도시 숲속에 텐트 친 후 다음 날 빠져나갈 때 현지인이 왜 이곳에서 나오냐며 지금 안 떠나면 신고하겠다고 겁을 주었다. 하지만 이 시골 마을에서는 현지인이 다음날 날 보더니, 잘 잤냐며 오늘 하루 잘 보내라고 하고 떠났다. 가끔은 시골 마을 인심이 훨씬 후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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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마지막 날 밤, 웜샤워 호스트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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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깊은 터널 같았던 2021년이 지나고 2022년이 찾아왔다. 항상 새해 첫날은 상쾌해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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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서핑으로 유명한 곳 Crescent Head가 있었지만, 캠핑장은 이미 3개월 치 예약이 꽉 찬 상태였다. 휴양지라서 와일드 캠핑이 불가능해 보여서 서핑은 포기하고 산속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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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조용한 숲속이 좋아서 다음날 커피 마시면서 여유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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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했던 산속을 지나 다시 포장도로로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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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는 도시마다 Showground라는 곳이 있는데, 각종 행사가 일어나는 큰 잔디밭 운동장이라고 보면 된다. 쇼그라운드에서는 캠핑장도 함께 운영되는 곳이 있는데 상업용 캠핑장은 인당 혹은 사이트마다 4만 원 받을 때, 쇼그라운드에서는 만 원밖에 안 받아 저렴하다. 그래서 가끔 편하게 캠핑하고 싶을 땐 쇼그라운드를 이용한다.

사실 펜데믹 전에 여행할 땐 유료 캠핑장을 전혀 이용 안 했었다. 하지만 펜데믹이 일어난 뒤로 사람들에게 뒷마당에 텐트 쳐도 되냐고 묻질 못해서, 캠핑장을 자주 이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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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당시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했고, 신속항원검사키트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 호주가 당시 코로나 일일 확진자 세계 1위를 향해 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휴양지 캠핑장은 꽉 차 있었다. 캠핑장 잡고 서핑하고 싶은데 캠핑장이 꽉 차서 포기해야 할 때가 있었다.

펜데믹 동안 혹시라도 아파서 병원비로 돈 깨질까 봐 면역력 강화를 위해 음식을 조절했다. (뒤늦게 안 사실인데 호주와 한국은 상호계약이 되어 있어서 펜데믹으로 병원에 실려 가면 100% 무료로 치료해준다) 라면, 냉동식품, 맥도날드 패스트푸드를 끊었다. 술은 2020년 1월 1일 우연히 끊었는데 아직도 금주 중이다. 덕분에 2021년엔 자주 달고 살던 목감기를 어쩌다 한 번 걸릴까 말까 했다. 그런데 여행 중엔 건강한 식단 조절이 힘들어 패스트푸드 음식을 가끔 먹곤 했다. 어쨌든 분명한 건 라면과 술은 완벽하게 끊었다는 것이다. 감기 잘 안 걸리는 것만으로 정말 큰 변화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술 끊은 건 내 인생에 가장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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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맥과리에서 한 해 전에 많은 돌고래를 봤었는데, 이번에는 돌고래를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여행은 그때 그때 무엇을 볼 수 있는지는 시기에 따라 다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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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전에 나를 호스트 해줬던 론다와 그녀의 파트너를 다시 만났다. 때마침 그녀의 딸이 캐나다에서 지내다가, 호주가 자국민 입국을 풀어줘서 호주에 입국해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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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다와 아침에 가끔 같이 자전거를 타고 서핑 장소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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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이곳을 왔을 땐 서핑이 멋져 보였는데, 막상 직접 들어가서 해보려니 물이 엄청나게 차서 숨쉬기가 힘들었고 파도도 너무 거칠었고 미역 줄기들도 있고 해서 바로 포기했다. 그 옆에 다른 해변이 있었는데 그곳도 내겐 조금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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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하던 뒤편에 캠핑장이 하나 있었는데, 이곳은 원주민만 이용할 수 있었다. 호주 자전거 여행을 이곳저곳 많이 했지만, 원주민 전용 캠핑장은 처음 봤다. 무엇보다 상업용 캠핑장(캐러밴 파크) 및 대형 국립공원 캠핑장보다 훨씬 조용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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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다, 그녀의 딸과 함께 간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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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다와 그녀의 딸이 바닷가를 거니는 동안 타임랩스를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서핑 해안가를 따라 자전거 탄 브이로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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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가다가 스케이트 공원 나오면 잠시 멈춰 서프스케이트를 즐기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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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이 너무 웃겼다. 수영 금지 구역에 한국말로 수영을 권장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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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진짜 자전거 여행하기 편한 나라다. 각 도시 및 근처 가는 길에 공원과 화장실과 물 마실 수 있는 수도꼭지가 있기 때문이다. 와일드 캠핑도 나름 안전한 거 같다. 야생동물의 위험은 악어가 있는 동부 북쪽만 빼고, 나머지는 다 안전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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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러밴 파크에서 운영하는 꽤 큰 섬 오지 캠핑장이 있어서 이용해봤는데, 일반 캐러밴 파크보다 더 시끄러운 거 같다. 캐러밴 파크는 애들 소리 지르는 소리, 어른들 술 마시고 소리 지르는 소리, 시끄러운 라디오 소리, 티브이 소리, 개 짖는 소리, 모터 소리 등등 너무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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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풍경은 멋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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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캠핑장을 떠나기 전 이것저것 장을 봤다. 이때 당시 한참 베이글을 사 먹기 시작했다. 부피가 작아서 가방에 잘 들어가고, 대형마트 브랜드 빵이라서 2천 원밖에 안 했다. 아보카도와 참치캔은 잊지 않는다. 우유는 윗빅스 타 먹는 용.

와일드 캠핑하려고 했는데 숲이 너무 우거져서 실패. 캠핑장은 꽉 차 있어서 예약 자체가 안 되었다. 날이 어두워져 더 이상 전진할 수가 없어 공장 및 오피스 하우스로 보이는 곳에 가서 노크를 해봤는데 사람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거기서 하룻밤 보냈다. 이걸 Stealth Camping이라고 하면 딱 맞을 듯. 도둑캠핑. CCTV가 있었던 거 같았는데, 밤새 무슨 일 없나 확인했으면 날 봤을 수도 있었겠다. 해가 뜨기 전인 새벽 5시에 텐트 정리를 하고 거기를 떠나서 길에서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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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국립 공원 캠핑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5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다. 배 타기 전에 엄청나게 큰 캐러밴 파크가 있었고, 식당도 있었다. 캠핑을 며칠째 이어서 하다 보니 가장 큰 문제가 충전이다.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충전하기 바쁘다. 핸드폰, 고프로, 카메라, 배터리 뱅크 이렇게 네 개가 항상 충전이 필요하다. 노트북은 자전거 탈 땐 전혀 이용을 안 해서 충전 걱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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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s 버거라고 하는데, 소고기 패티, 계란, 치즈, 베이컨, 야채가 들어가 푸짐하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햄버거에 Beetroot (빨간색 무 피클?)를 꼭 넣는다. 파인애플도 자주 껴 있기도 하다. 처음에 비트 루트 정말 싫어했는데, 지금은 뭐 건강에 좋겠지, 하며 안 빼고 그냥 먹는다. 맛이 그냥 이상 상큼하다. 이 햄버거는 내게 감동 그 자체였다. 오랜만에 먹는 제대로 된(?)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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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못 들어가는 캠핑장이라고 웹사이트에 나와 있어서 자전거로 가기 험난한 곳일까 걱정했는데, 가는 도로는 비포장도로였으나 꽤 넓고 괜찮았다. 그냥 차들 이용 못하게 하려고 막았나 보다. 근데 보트로는 접근이 가능하다. 바닷물과 호숫물이 만나는 곳이라 사진에서 보듯이 연녹색의 바닷가가 나오며, 약간 계란 썩은 유황 냄새도 나고, 물색이 갈색처럼 보이지만 수영하기엔 안전했고 무엇보다 물이 깊지 않다. 1km를 걸어가야 깊어지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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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예약사이트에는 나밖에 없었지만, 카약으로 도착해서 캠핑하는 가족이 있었다. 어디서 잘지 몰라서 예약을 안 했다고 한다. 또한 보트에서 자는 가족도 있었다. 밤 8시가 넘어가니 갑자기 엄청나게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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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파리가 물면 엄청 아프다. 저거 주둥이 뿌리를 봐라. 저거에 물리면 ‘으악~’ 하며 소리를 지르게 된다. 한 일주일 정도 해 질 녘에 주로 이 종류의 파리가 날 따라다니며 물었다. 이 지역을 벗어나니 더 이상 보이질 않았다. 날아다니는 소리도 너무 커서 끔찍하게 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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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킹 없이 지냈던 가족은 다음 날 아침 떠나기 전에 내게 물이 남는다며 가득 줬다. 이곳 캠핑장이 정말 좋아서 하루 더 머물고 싶었지만 물 부족으로 포기하려던 찰나, 그 가족 덕분에 하루 더 머물 수 있었다. 오지에서 물은 금보다 훨씬 더 값나갔기에 그 가족은 내게 있어 생명의 은인이 되었다. 다음 날 아침까지 뭐 먹을 게 있을까 하고 가방을 뒤져 식량을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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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저녁은 캠핑장에 나 혼자 밖에 없었다. 둘째 날 밤이라 무서운 건 전혀 없었다. 이렇게 평화롭고 걱정 없는 캠핑장이 있다니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와일드 캠핑은 항상 나를 긴장을 하게 된다. 유료 캠핑장은 시끄러워 불편하다. 이곳은 유료이면서도 나 혼자 밖에 없어 고요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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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을 세며 고요한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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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떠나려는데 킥스탠드가 부러졌다. 거의 2년에 한 번 꼴로 부러지는 거 같다. 하지만 이건 진짜 최고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자전거 부품 중 하나이다. 미국 제품인 Greenfield kickstand인데, 내 무거운 자전거를 지탱해줄 킥스탠드는 이거 말고는 없다. 가격은 2만 원밖에 안 하지만 배송료로 3~4만 원을 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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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배는 레트로 느낌이 나는 오래된 배였는데, 이집트에서 탔던 페리를 기억나게 했다. 그 당시 유일한 외국인이 한 명 페리에 있었는데, 결국 친구가 되어서 지금까지도 가끔 연락을 한다. 러시아 사람인데 우크렐레를 들고 다니는 독특한 여행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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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넘게 텐트에서 잤더니 피곤해서 숙소를 알아보고 싶었는데 너무 비쌌다. 펜데믹 이후에 많은 호스텔이 문을 닫아서 일부 도시엔 비싼 호텔들밖에 안 남았다. 어쩔 수 없이 와일드 캠핑을 또 한다. 해 질 녘 텐트 치는데 모기가 너무 많아서 고생했다. 나중에 경험으로 알게 된 사실은 모기향이 모기 방지 스프레이보다 훨씬 더 작동을 잘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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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캐러밴 파크에 가서 끝 부분쯤에 자리를 잡았다. 내 텐트는 사진 왼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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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서 숲으로 10분 걸어가면 멋진 해변과 모래사막 같은 풍경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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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과 주말이 지나 조금 한산해져서 같은 캠핑장 내에 케빈이 예약이 가능해서 10일 만에 실내에서 자 본다. 캐빈은 주중 할인 붙어서 8만 원이었다. 그러고 보니 여행 방식이 10년 전에 비하면 꽤 많이 변했다. 여행 초반에만 해도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고 악착같이 버텼었는데, 지금은 하루에 8만 원이 넘는 숙소에서 어쩌다 한 번씩 자는 걸 보면 말이다.

펜데믹 이후에 현지인 집에 초대받기가 이전에 비해 훨씬 어렵다 보니 캐빈, 캠핑장, 호스텔을 자주 이용하기 시작했다. 숙소 값을 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유튜브 영상 편집하는데 보내기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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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서 10분 자전거 타고 가면 서핑 비치가 나왔다. 서핑하다가 어떤 사람이랑 부딪쳤는데, 숙소 돌아와 보니 서핑보드에 깊이 파인 자국이 보였다. 아마도 상대방 핀에 부딪친 거 같은데, 만약 핀이 내 몸이 부딪쳤다면 끔찍했을 거 같다. 레진 키트가 있어서 구멍 난 곳에 발라 물이 들어가는 걸 막았다.

 

캠핑을 연속으로 했더니 너무 피곤했던 날들을 담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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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가끔 오기 시작했다. 비가 멈추길 기다리는데 신기한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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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전거에 모기, 파리, 개미, 날파리, 등등 각종 벌레가 무임 승차해서 가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거미가 무임승차를 하고 있었는데, 진짜 신기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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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캐슬에 도착해서 보니 서핑 지역 대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사회자가 계속해서 후원사 현대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는 지역 대회에, 현대가 이름을 알리기 위해 큰 후원을 하는 거 보면 살짝 신기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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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는 Woolworths와 Coles 두 개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이 마을마다 있다. 오후 늦게 혹은 문 닫기 한 두 시간 전에 가면 유통기한 마감 임박한 식품을 엄청나게 싸게 판다. 5 천 원에서 만 원짜리 하는 식품을 500원에 팔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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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캐슬 숙소는 호스텔로 잡았는데, 바닷가 바로 근처라서 아침에 커피 들고나와서 5분 걸어 나가면 멋진 일출과 서퍼들을 구경할 수 있다. 파도가 너무 높아서 내가 서핑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자전거 타고 10분 거리에 가면 내가 서핑할 수 있는 비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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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를 오후 늦게 벗어나 산속에 텐트를 쳤다. 자전거 코스가 있는 주변이라 어두워진 후 텐트 치고 아침 일찍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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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스탠드가 부러진 후 자전거 기댈 곳이 없으면 서핑보드 싣는 게 정말 어렵다. 균형 잘 잡으면 페달을 돌 위에 걸쳐 서핑보드 집어 넣는 걸 성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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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게 쉽게 보일 수 있는 곳에 캠핑하면, 아침 일찍 정리하고 나서 근처 공원에서 아침식사를 해결하는 게 훨씬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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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서 보니 동굴이 있어서 들러서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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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대륙에서는 기독교인들은 누군가가 교통사고를 당하면 그 옆에 십자가를 세운다. 간식이나 꽃을 놓기도 한다. 호주도 마찬가지인데 이곳엔 인형이 가득 있었다. 무슨 사연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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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도로에서 벗어나서 좀 안쪽으로 들어가서 서핑 장소를 확인했는데 너무 물색이 이뻐 보였고 파도도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 원래 숙소를 항상 잡아, 놓고 서핑하는데, 이날은 그냥 자전거 한쪽에 세워 놓고 서핑을 갔다. 문제는 핸드폰, 카메라, 여권과 지갑이 들은 빨간색 핸들 바 가방을 보관할 데가 없다는 거다. 비닐봉지에 싸서 바닷가에 놓고 서핑을 갔다 왔는데, 여전히 모든 게 해변에 그대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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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현지인이 내 페이스북 페이지에 쪽지를 보냈다. 주말에 가서 지내는 집이 있는데, 비었다며 며칠 쉬다 가라는 것이었다. 바로 호수 앞이어서 캐나다를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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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요리하기 쉬운 것 중 하나는 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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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이렇게 생긴 벌레가 텐트 안으로 들어와서 내 다리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움직이는 모양이 정말 신기했다. 도대체 뭘까 싶어 핸드폰으로 검색해보니 거머리였다. 밤늦게 갑자기 공포영화로 변해버렸다. 밤에 자다가 온몸이 거머리로 둘러싸이면 어찌할 것이란 걱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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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텐트에 들어 온 놈들을 내보내고 나서는 더 이상 들어 오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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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자전거 타고 가다가 뭔가 차가운 게 느껴져서 보니 거머리에게 물리고 있었다. 거머리를 떼어 보니 꽤 뚱뚱해져 있다. 거머리의 특징은 물 때 전혀 고통을 안 준다는 거다. 진짜 여행하며 온갖 거에 다 물려본다. 개미, 모기, 거미, 샌드 플라이, 체제 플라이, 마치 플라이, 빈대, 벼룩, Sea lice, 해파리, 그리고 이번엔 거머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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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배를 타고 쉽게 이동했다. 날이 정말 좋았다. 시드니에 점점 가까워지니 물색도 진짜 예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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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제일 예쁜 도시 중 하나는 시드니다. 바닷가 물색이 정말 예쁘고 항구들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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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점심 먹을 때쯤 보니까 양말과 신발이 피에 젖어 있었다. 거머리의 또 다른 특징은 한 번 물리면 피가 계속해서 나온다는 거다. 이거 보고 놀라서 밴드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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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시드니 북쪽 Manly로 잡아놨다. 오랜만에 시내 나올 일이 있어서 오페라를 가보니까 한산하다. 이곳이 참 신기한 게, 펜데믹 전엔 밤낮 할 것 없이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관광객이 없는 지금은 한산한 걸 보면 오페라 하우스는 현지인에겐 관심 밖 장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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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 제 시간에 맞춰 온 이유는 투표하기 위해서였다. 단 한 번도 투표를 놓쳐 본 적이 없다.

그동안 재외선거 목록 ㅎ
19대 국회의원 선거(코스타리카)
18대 대통령 선거(파라과이)
20대 국회의원 선거 (헝가리)
19대 대통령 선거 (베트남)
21대 국회의원 선거 (호주)
20대 대통령 선거(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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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지내면서 진짜 비가 한 달 내내 왔다. 이렇게 비가 매일 같이 온 건 처음 봤다. 원래는 화창한 날씨를 보여야 하는데 엘리뇨 현상 때문에 런던의 겨울처럼 우중충한 도시로 시드니가 변해버렸다. 심지어 홍수도 난적이 있었다. 매일 같이 비가 오니 당연히 물이 더러웠고 서핑하기엔 파도들이 항상 거칠었다.

골드코스트에서 시드니까지 여러 서핑 장소를 확인해본 결과 골드코스트 서핑 장소가 초보자인 내겐 최고다. 비치 브레이크는 파도가 바다 중간에 생겨서 엄청나게 강하다. 포인트 브레이크는 파도가 한쪽의 바위에 부딪혀서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에 파도의 힘이 약해서 초보자에겐 안성 맞춤인데, 골드코스트 바이런 베이를 벗어나면 포인트 브레이크를 볼 수 없었다. Crescent Head도 포인트 브레이크라 들었지만, 캠핑장이 꽉 차서 확인할 수 없었다. 시드니도 비치 브레이크라 내게 있어서 파도가 너무 강해서 별로였다. 다음에 서핑하러 호주에 돌아 온다면 무조건 골드코스트로 갈 거다. 물론 친구도 볼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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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데믹 2년 만에 드디어 호주를 떠난다. 다음 국가는 피지이다. 이미 6개 대륙을 다 돌았기에, 갔던 대륙 또 가고 싶지 않아서 그 옆의 섬나라 피지를 가보려 한다. 상자를 자전거 가게에서 얻어서 직접 숙소로 실어 날랐다.

보험, PCR 증명서, 왕복 티켓, 숙소 예약 복사본, 피지 도착 후 코로나 검사 예약, 총 5개의 서류가 필요했다. 정말 이렇게 서류 많이 준비한 건 처음이다. 젯스타 항공사를 이용했는데, 카운터에서 티켓을 못 주겠다고 거부했다. 시드니로 리턴 티켓 끊었는데, 돌아올 때 필요한 호주 비자가 없다며 거부했다. 이전에 뉴질랜드 에어라인으로 갔을 때 호주 비자 없이 호주 리턴 티켓을 보여줬을 땐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갑자기 젯스타에서 거부를 하니 당황스러웠다. 무엇보다 호주에 있으면서 또 다른 호주 관광 비자를 신청하는 게 불가능하다.

결국 피지 비행기, 숙소 예약, PCR증명서 돈을 다 날려버렸다. 이게 무슨 돈 낭비, 시간 낭비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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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에게 피지 못 간다고 알려주자, 갑자기 자기네 집으로 골드코스트로 날아오라고 제안했다. 시드니의 우중충한 날씨도 그렇고 이미 짐을 싸놨기에 시드니는 무조건 벗어나고 싶었다. 인도네시아 발리 표가 보였는데 코로나를 커버할 보험이 필수 서류였다. 하지만 그런 보험을 찾지 못해서 티켓을 사지 못했다. 코로나 때문에 많은 국경이 당시 닫혀 있어 갈 데가 없었다. 그런 좌절스러운 상황에서 친구가 자기네 집으로 날라오라고 하니, 너무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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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비행기 탑승 거절 받은 그 날 원점인 골드코스트로 비행기 타고 돌아와 버렸다. 친구네 집에서 일주일간 머무르며 서핑도 하고 개랑도 산책하러 가고, 애들이랑도 함께 놀고, 조이 할머니도 만나서 같이 차 마시며 수도 떨고 좋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힘들었던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씩 나아졌다.

여러 검색을 해본 결과 싱가포르는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했고 국경도 열렸기에 싱가포르 리턴 티켓을 잡아 놓고 피지를 향해 가기로 했다. 또한 리턴티켓을 100% 환불할 수 있는 걸로 결제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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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 에어웨이로 티켓을 결제하고 창가 자리로 예약했는데, 막판에 직원이 한마디 상의도 없이 내 자리를 복도로 바꿔버렸다. 창가에 앉지 않으면 돈 낸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만큼 창가 자리에 목숨 거는 편인이라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젯스타랑 달리 피지 에어웨이 카운터는 정말 친절했다. 젯스타는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고객 탑승 거부 하는 거 같았다. 피지 에어웨이는 문제 있는 승객을 최대한 도와서 다 태우는 게 목표처럼 보였다. 당시 피지에어웨이 카운터에 일부 탑승객들이 엄청 오래 서 있었는데, 탑승하려고 게이트에서 보니 문제 있었던 고객들이 다 들어와 있었다. 내 좌석을 함부로 변경해서 실망했지만, 모든 고객을 최대한 도와줘서 다 태우겠다는 피지 에어웨이의 친절한 서비스 마인드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호주에서의 펜데믹 2년간의 생존을 끝으로 새로운 곳으로 간다는 마음에 흥분되고 기대된다. 사실 피지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여행이 진행될지 상상이 안 갔다. 당장은 새로운 나라에서 자전거 여행이 다시 시작된다는 마음에 설레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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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간만에 와서 재밌게 보고 갑니다. 소액이나마 후원합니다.

  2. 너무 재밌게 잘보고 갑니다^^거미가 꽃게 처럼 생겼네요.거머리 물렸을때 떼버리면 이빨이 박혀버린다든데ㅠㅠ
    다른세계여행자가 자살했다니 너무 슬프네요.이런 여행자들의 후기글을 한군데 모아서 볼수 있는곳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잠시 잡생각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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