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주 동안 상트에 머무른 사이에 기온이 너무 떨어 졌다!!!! 자전거 타는데 발가락과 손가락이 언다. 아무래도 내일부터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자전거 타야 할 듯.
상트 시내를 거쳐 가느냐고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해지기 전에 마을 한 곳으로 들어 갔더니 조용한 호수가 보인다. 마을 끝까지 갔는데 마땅히 텐트 부탁할 만한 곳이 안 보인다. 그러다가 애들 놀이 기구를 설치해놓은 집이 보여서 들어갔더니..헉..작업복을 입은 남자 일꾼 세 명이 날 반긴다..밖은 너무 춥다면서 집 안에서 자라고 한다.. 허걱..아.. 당장 뒤돌아서 도망가고 싶은데… 어쩌지..어쩌지..그런데..그 중 다른 직원이 집에 자기 아들 둘이 있다며 구글 번역기로 보여준다.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진다..ㅎ
고기를 막 굽고 있는데.. 같이 먹자고 한다.
고민하고 엄청 고민해봤다… 아… 채식주의 5개월 만에 무너졌다.. 결국 두 점 먹었다..으악.ㅠㅠ..
현지 음식이 아닌..일반 바비큐였는데..이걸 먹어부렸네..흠..
내가 너무 추워하면서 벌벌 떠니까 집 안에 들어가자고 한다. 집 안에 들어가니 아이 둘과 그의 아내가 보였는데..엄청나게 마음이 안정되었다.
역시나..아니나 다를까나..러시안 집은 너무 덥다… 들어가자마자 두꺼운 잠바를 벗었다. 친절한 현지인 덕분에 따뜻이 잘 수 있었다.

다음날 양말을 두 개 신고, 그 위에 방수 양말 같은 걸 신었다. 장갑은 세 개를 겹쳤다.
어제보단 훨씬 나은 거 같다.
물은 오후가 되니 꽝꽝 얼어 버리네.ㅠ
손가락은 괜찮은데..발가락이 언다…ㅠㅠ

오후에 발가락 녹일 겸 편의점 들어갔는데..눈이 내리기 시작..

발가락 녹이며..(실내에 있으면 저절로 녹음…)
감자칩 먹고 나와 보니..어라..눈이 엄청 내리기 시작하네..

이게 얼마 만에 보는 눈인가!!!! 눈이 와서 걱정되기 보단… 3년만에 보는 눈이라..은근 설렜다.

근데 눈이 점점 더 많이 온다. 캐나다 워홀 지낼 때 북쪽에 있는 옐로우나이프에서 눈을 실컷 봤었는데.. 그 이후론 본적이 없다. 남미에서 고산 등반 할 때 살짝 눈을 보긴 했었는데..그건 만년 설이니…좀 의미가 다름.ㅋ

이렇게 극한 추위 속에서 자전거 타는 것도 처음이고, 눈 속에서 자전거 타는 것도 첨이고, 모든 게 다 처음이다. 아직까지는 좀 마냥 설렌다.

눈 맞으며 달립시다~~

해지기 전에 멈춰야 할 거 같아서.. 길 옆 마을로 빠져 들어갔다. 고속도로와는 달리 마을 도로는 눈으로 이미 덮여 있었다. 텐트 치려고 현지인 할머니에게 부탁했는데 안 된다고 한다. 10분 도 안 되어서 손가락이 꽝꽝 얼었다… 잠깐 멈추었다고 손가락이 이렇게 바로 얼어 버리다니..
두 번째로 발견한 현지인들은 개 집을 만들고 있는 거 같았다. 차고가 보이길래..차고에 텐트 치면 안 되냐고 부탁을 했더니..돈을 달라고 한다..흠.. 아프리카에서도 이런 적은 거의 없었는데..흠.. 그냥 다른 집에 가보기로 했다.
세 번째로 발견한 현지인들…마당 대문이 열렸고..여자 두 분이 서있길래.. 기회다 싶어서 용기 내서 들어가서 부탁을 했다. 차고를 가리키며 텐트 치면 안 되냐고 했더니.. 차고는 안 된다고 한다. 현지 여성이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아이패드를 들고 나온다. 그러더니 구글 번역기로 이것 저것 물어 보더니…..안에 들어와서 자라고 한다. 오..감사합니다.ㅠㅠ
그런데..보니까..마지막으로 부탁한 집이..이 동네에서 제일 부잣집인 거 같다. 이 집이 다른 현지인들 집보다 훨씬 좋았고..차도 3대나 있는데 다 좋아 보였고..아이폰 아이패드 등 없는 게 없어 보였다. 부자라고 무조건 삭막한 건 아닌 듯~ 어차피 사람 사는 세상은 비슷 비슷~
이날 저녁. ..감사하게도 저녁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분들이 차려준 일반 치킨을 먹었다. 이쯤 되면…채식주의 포기?ㅎ…
특별한 현지 문화 음식일 때만 고기를 먹기로 했는데..ㅎ
근데..채식주의자라고 말하며 거절하는 것보다 그냥 주는데로 먹는 게 훨씬 편한 거 같다.
나무로 지은 집 안에서 가로등 빛을 받아 떨어지는 눈을 보니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있는 거 같았다. 근데..나 내일 자전거 탈 수 있으려나? 눈은..밤 11시 넘어서야 그쳤다.

다음날 온 동네가 눈으로 가득 덮였다. 눈 밟는 느낌이 너무 좋다. 특히, 눈 밟을 때 나는 소리가 너무 좋다. 아~~~ 동심의 세계로 돌아 온 거 같다.
아직 어른 되려면 멀었나 보다..이렇게 눈 좋아하는 거 보면.ㅎ

다행히 고속도로엔 눈이 없었다.




너무 아름답다….^^
눈 속에서 자전거 타는 거 처음인지라..아직까지는 마냥 좋다!!

날이 영하로 떨어졌음에도 길에서 뭔가를 파는 사람이 가끔 보인다.

눈 덮인 마을 풍경이 소설 속 한 장면 같다. 이 마을을 지나친 이후에 쉴만한 카페나 주유소가 안 나왔다. 발가락이 너무 시려왔는데..ㅠㅠ

그러다 발견한 카페!!! 아.. 몸 좀 녹여야 되겠다..ㅠㅠ

러시아어로 된 메뉴판이 있었지만.. 나에게는 무용지물.. ㅎㅎ
주변에 손님도 없어서..’저걸로 주세요’ 이런 것도 안 통하고..매뉴판에 그림도 없고…
결국 아주머니가 수프수프를 연달아 외쳐서..나도 수프수프를 따라 외쳐 시킨 매뉴.ㅋㅋ
안에 햄도 들어 있다…
gg..러시아에서 채식주의자 포기..ㅋㅋㅋㅋ
너무 추워서 못 하겠다…
몸은 괜찮은데, 일단 멈추기 시작하면 발가락이 언다. 이거 녹이려면 끊임없이 발가락 꼼지락 꼼지락.. 동상 걸릴까 봐 살짝 무서워질 때쯤 발가락이 녹긴 하는데..암튼 손가락과 발가락이 순식간에 얼어 붙어서 길에서 뭐 먹는 거 포기..
위 시킨 음식을 보자면.. 수프가 80 루블 (2$), 커피 40 (1$), 빵 50 (1.23$)
은근 나쁘진 않은 듯…

요즘 들어 마을 사이가 점점 멀고, 마을 사이에 카페 하나가 겨우 있을까 말까 하다. 감사하게도 해지기 전에 조그마한 마을에 도착했다. 한 3번 현지인에게 거절 받다 보니..벌써 밤이 찾아 왔다. 네 번째 집에서 겨우 초대 받았다. 2층짜리 집이었는데 밖에선 괜찮아 보였는데, 안에 들어가니까 집이 굉장히 낡았다. 집에 있는 물 끓이는 기계, 물을 퍼서 세면대 위에 어떤 통에 얹은 것..등등 모든 게 너무 오래 돼 보여서 독특했다. 굉장히 오래 된 물건들을 본적이 거의 없었던 지라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내 사진기가 너무 비싸 보여서 차마 꺼낼 수가 없었다.
이 집엔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고 그들은 7살짜리 아들을 하나 뒀다. 여자는 현재 둘째를 임신 중이었다. 지금 임신 7개월 째라고 한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여자는 담배를 피고 있었다. 러시아에선 여자들이 담배를 많이 피운다고 들었는데, 그 말이 사실인 거 같기도 하다. 아마도 7살짜리 남자 아이 가졌을 때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을까 싶은 게, 담배를 피워도 애가 정상적으로 나오긴 하나 보다.
집에 수돗물은 나오질 않았고, 화장실은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 내가 자전거를 세워둔 곳에 있었다. 구멍을 파서 화장실을 만든 듯 하다.
들었던 말이 사실인 거 같다. 러시안 일부 시골 사람들은 수돗물이 없고, 화장실은 밖에 있다는 것. 그런데 전기는 다들 꼭 있다. 그래서 텔레비전은 다들 꼭 보는 거 같다. 러시아 사람이 영어를 잘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러시아 방송이 너무 잘 발전되어 있다는 것이다. 영화도, 개그 프로도, 드라마도 다 러시아 채널에서 해결하니까 영어를 접할 기회가 없어 보인다.
부엌에서 자겠다고 했더니, 그러지 말고 같은 방에서 자라며 쇼파를 펴서 침대를 만들어 주었다. 아무래도 부엌은 춥고, 자기들 방에 나무를 때우니까 자기들 방에 자게 해준 거 같다. 그런데 밤 늦게까지 티비를 보는지라 깊게 잠들 수 없었고 왠지 모르게 미안하고 불편해서 더 잠을 잘 못 잔 거 같다.
참고로 7살짜리 아들은 다른 방에서 잤었다.

다음날 아침 마을을 빠져 나오는데 길이 꽝꽝 얼어 있었다. 마을에서 나와 고속도로를 보니 길 중앙은 눈으로 덮여 있지 않았다.

멈추면 죽는다~멈추지 마~ 종일 발 어는 거 막느냐고 너무 힘들었다. 전날 저녁 잠을 제대로 못 잤던 지라 피곤이 너무 몰려와서 중간 중간 몇 분 잠깐 멈추었는데 어느 순간 발이 꽝꽝 얼기 시작..동상 걸리지 않기 위해 죽기 살기로 발을 꼼지락 댔다. 하루에 두 세 번은 꼭 동상 위기가 찾아 오는 거 같다.
다른 자전거 여행자에게 배웠는데 손 털기, 발 털기 등은 혈액 순환을 촉진시켜서 손끝 발 끝의 체온을 높여 줄 수 있다고 한다. 손 털 때는 피가 따뜻하게 도는 게 느껴지긴 한다. 근데 바로 언 게 녹여지진 않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손가락 발가락이 따뜻해지는 거 같다.
손 털기, 발 털기, 손가락과 발가락을 끊임없이 꼼지락 대기.. 이게 동상 걸리는 걸 막아 주는 거 같다.
비닐봉지를 발에 씌우면 체온 유지 해주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해서 아직까지 시도는 안 해 봤다. 나중에 시도해봐야 되겠다.
오늘 마을이 몇 개 나왔는데, 잠시 쉬기엔 시간이 어정쩡 해서 그냥 지나쳤더니..결국 50km 지날 때까지 배 쫄쫄 굶었다. 결국 뒤늦게 마을에 도착해서 식당에 들어 갔는데..매뉴판을 보는 순간..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냥 아무거나 손가락 가리켜서 시킨 게 이거다.ㅋㅋㅋㅋ
얼어 붙은 발 녹이면서 먹은 음식..
돈까스 140.5 (3.5$), 커피 80 (2$)

식당 앞에 있던 교회.. 아 춥다..

마을을 벗어나서 다리를 건너려는데 길이 닫혔다. 10분 기다렸는데도..열릴 기미가 안 보인다.. 30분 기다렸는데도 마찬가지다..설마 설마 했는데 1시간을 기다려도 안 열린다. 다리 올리다가 기계가 고장 났나 싶어, 앞에 가서 확인 해봤다.

다리가 멈춘 건가? 옆에 사람에게 물어 보니..

저 멀리 있는 배를 가리킨다. 배 지나가기 한 시간 전부터 문 열어 놓나 보다. 결국 이 주변엔 극심한 교통체증이 일어 났다. 이 배가 지나간 후 다른 배 한 대도 지나갔다. 1시간 30분만에 다리를 건너갈 수 있게 되었는데, 내 발가락과 손가락은 꽝꽝 다 얼어 버렸다!!!
곧 해가 질 것이다. 결정을 해야 한다. 스톱?고? 계속 갈 것이냐, 여기서 멈 출 것이냐… 그것이 항상 문제로다.
결국 내 결정은 고!!
20km 더 가면 주유소가 있다. 거기까지 가기로 했다.
죽기살기로 페달을 밟으니까 운 좋게도 15분만에 손가락에 감각이 살아났고, 30분만에 발가락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깜깜해질 무렵 주유소 도착. 아..오늘 하루 너무 수고했다며 내 스스로를 칭찬해줬다. 주유소 옆에 있는 호텔에 들어가서 가격을 물어 봤다. 대략 15$면 하룻밤 자려고 했다. 옆에 손님들이 계산하는 걸 보니 1000 루블씩을 (25$) 내는 거 같다. ‘한 20$로 해달라고 부탁해 볼까?’라고 생각하며 가격 물어 보니 1750 루블 (45$)라고 한다. 헉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
이건 뭐 흥정이 불가능한 가격이네.. 바로 고개 숙이고 밖으로 나왔다.
대략 현재 기온이 -7.. 체감 온도는 한 -10도 되는 거 같다.
옆에 이상한 건물이 있어서 문 두드려봤는데 반응이 없다. 주유소 옆에 텐트 치고 자야 하나… 어떻게 하지..고민하며 자전거 밀며 가는데.. 아까 리셉션에서 본 손님 한 명이 나한테 오더니 2000 루블을($51) 건넨다. 이 돈으로 호텔에서 자라고 한다. 헉… 너무 큰돈이라 거절 했는데.. 내 손에 그 큰돈을 쥐여주더니 안에서 따뜻하게 자라고 한다..
여행 중 현지인에게 마당에 텐트 치면 안 되느냐고 부탁할 때, 현지인이 돈 주면서 호텔에서 자라고 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땐 돈을 거절하고 그냥 다른 집을 찾았다. 호텔에서 자는 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내게 필요한 건 고작 하룻밤이기 때문이다. 근데 이날은 너무 추웠던 지라 주신 돈 감사하게 받아서 호텔비를 계산했다. 호텔에 짐을 다 옮겨 놓고 보니 아까 내게 돈을 준 중년 남성분이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거스름돈을 돌려 주려는데 괜찮다면서 자전거 여행 잘하라고 응원을 보내주신다.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45$짜리 호텔방…………………………ㄷㄷㄷㄷ

엄청 비싸네…………..
근데 좋은 점 한 가지는 옆에 전기 난로가 있어서..방이 엄청 따뜻했다는 것.ㅠㅠㅠㅠㅠㅠ 그거 하나 만으로 천 만배 만족..
따뜻한 물도 너무 잘 나왔다!!!!!!!!!대 만족..대 감사!!!
요즘 실시간으로 오로라 기상을 체크하는데 오늘… 내가 있는 위치에서조차 오로라가 살짝 보일 거라 한다.
근데…………. 너무 피곤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추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글구 은근 무서워.. 이 밤에 혼자 나가기가..ㅠㅠㅠ
오로라가 보인다고 다가 아니다…………. 그거 보려고 나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ㅠㅠ..
결국 옷 무장하고 밖에 나가 봤는데..구름 잔뜩 끼었다… 5분만에 그냥 바로 들어왔다…넘 추워..ㅋ..
나중에 북쪽으로 올라가서 더 잘 보이는 위치에서 체력을 소모 할란다.ㅋ

호텔에서 주는 아침을 먹고 정오에 느긋하게 밖에 나왔다. 30gb가 넘는 심카드가 있으니까 좋은 점이 WiFi가 전혀 필요 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제 머문 호텔방에 WiFi가 없음에도 갖고 있는 심카드로 핫스팟 이용해서 컴퓨터로 인터넷을 편하게 쓸 수 있었다. 주변에 호텔이나 마을이 있으면 3g가 잘 잡힌다.
갖고 있는 게 많고..돈이 많으면..여행이 편해지고..마음도 느긋하게 갖게 되고…여유롭게 여행 할 수 있게 된다는 건 정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거 같다.
어쨌든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가봐야지..

오늘 날이 정말 춥다. 길은 빙판길로 바뀌었다. 발가락 얼지 않으려고 계속 꼼지락 꼼지락
중간에 카페가 하나 나왔는데..헉.. 전기 난로가 없다.ㅠㅠ… 그래도 실내에 들어가니까 발이 녹긴 한다. 다행이다..
매뉴판을 보면 항상 패닉에 빠진다… 글구 꼭 보면 주변에 뭐 먹는 사람이 없다.ㅋㅋㅋㅋㅋ “저걸로 주세요”를 진짜 한 번도 써먹질 못하겠다.
그냥 아무거나 싼 거를 메뉴판에서 가리켰더니..생선 튀김 나왔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돈 주고 생선 사먹긴 거의 처음인듯.ㅋㅋ 한국에선 생선 싫어해서 먹은 적이 거의 없다.. 해외에선 편식 고쳐서 그냥 주면은 먹지만 내 돈 주고 사먹진 않는데..ㅋㅋ.. 이번에 사먹었네.ㅋ.. 채식주의는 자포자기..불가..ㅋㅋ
생선과 빵을 먹으면서 내일 달릴 거리를 지도에서 보는데, 70km 동안 단 한 개의 카페도 보이질 않는다!!!!!!!!!!!!!!!!!!!!!!!!!!!!!!
헉………………….. 낼 어떻게 발과 손을 녹이지………..ㄷㄷㄷ
우선 비상식량 빵과 과자를 사고 카페를 나왔다.

해지기 직전에 도착한 마을.. 솔직히 지도 봤을 땐.. 좀 의심이 들었다. 여기에 사람이 살까 싶었는데..다행히 집 몇 채가 보였다.

길은 눈으로 가득 덮여 있었다. 집들은 굉장히 낡아 보였다. 대략 3 집에 텐트 요청해봤는데 거절을 받았다. 사람들은 문 여는 것 자체를 두려워해서 창 문 건너로 나에게 막 소리를 질렀다. … 러시아 악센트는 약간 좀 싸움 투인 거 같다..나한테 화나서 소리 지른 건 아니라고 믿고 싶다.ㅋ
강 건너서 이리 가 보고 저리 가 봤는데 은근 문 닫힌 집이 많다. 사람이 안 사는 건가?
눈이 가득 덮여 있었던지라 자전거를 끌고 다녔는데.. 아….감각이 사라질 정도로..손가락이 꽝꽝 얼었다..급해서 장갑을 벗고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폈다 했다. 이후에 다시 장갑을 끼고..이동을 했는데..기적적으로 10분만에 손가락에 감각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
요즘 들어 드는 생각..손가락 10개.. 발가락 10개에 감각이 있다는 건 세상에 크나큰 축복이란 것.. 이렇게 감사한 일을 태어나서 처음 깨닫게 된다.

결국 이 마을의 끝에..남은 마지막 집 한 개에 들어갔다. 처음엔 주인이 거절을 하는 거 같았다. 이 집 아니면 정말 잘 곳이 없었고 와일드 캠핑을 하기엔 두려웠다. 그래서 여기 문 앞에서 자면 안 되냐고 했더니 들어가서 가족과 상의 하는 거 같더니, 결국은 집 안에서 자라고 한다. 자전거는 실내에 들어가기 전 입구에 놔뒀다.
들어가자마자 러시안 집의 특유의 더위가 느껴져서 ..입고 있던 옷들을 뱀 허물 벗듯이 하나씩 벗었다. 컨택트 렌즈를 빼려고 렌즈통을 열어 보니 식염수가 얼어 있었다. 렌즈통을 불 가까이에 대고 녹이면서 보니.. 방 안에서 컴퓨터로 인터넷게임을 하는 청년이 보였다. 집은 굉장히 낡아 보였는데..아이러니 하네..
화장실이 급해서..밖을 가리키며 화장실이 어디 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문을 열더니 자전거 세워둔 곳 옆에 플라스틱 통을 손으로 가리킨다…
헉..설마..설마..이거 오줌 통이었던 거구나..
집 주인은 실내로 들어가고..나는 이 오줌통을 보며.. 5분 정도 고민을 했다…아… 이걸 어째..어쨰…
아..밖에 나가서 볼일 볼까..아.. 고민하다가 결국..용기를 내서.. 볼일을 보는데..다행히도 오줌이 튀진 않았다…
오……………….
이때 당시엔..나름 이게 굉장히 충격적이었는데….
지금 글 쓰면서 생각해보니..한국에도 요강이 있었지..
뭐가 더 충격적일까..요강? 아니면 이 프라스틱 통??
여러명이서 통을 같이 쓴다는 걸 생각해보면..어쩌면 요강이 더 충격적일지도..? 오줌 누면서 튀기는 거 생각해보면..요강이 엄청 다 튀기지 않을까…??????…….
이날 저녁도 감사하게 실내에서 따뜻이 잘 수 있었다. 다만 이 집도 밤새 티비를 키고 자는 바람에 깊게 잠들 수는 없었다.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맹이들,
새때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천장호에서, 나희덕
고등학교 때 내 눈물을 쏙 빼 놨던 시..
갑자기 얼어 붙은 호수를 보니..오랜만에 이 시가 생각 나네..

오늘은 정말 힘든 날이다. 다음 도시까지 카페가 단 한 개도 없다. 휴게소도 없다. 게다가 오늘이 제일 추운 날 같다.
아침부터 발이 얼기 시작.. 발 녹이는 데 대략 2시간 걸린 거 같다. 근데 너무 배고파서 어쩔 수 없이 발이 녹은 다음에 음식을 먹기 시작. 가방에 있던 토마토 소스에 담긴 콩은..얼어 있어 먹는데 엄청 힘들었다. 이 시려 죽을 뻔.ㅋ
앞으로 캔은 사지 말아야 되것네.ㅋ
어제 사놓은 비상용 빵 먹고..과자 먹고…
한 20분을 섰더니..손과 발이 또 꽝꽝 얼었다.ㅠ
물도 꽝꽝 얼고.ㅋ
물티슈도 얼어서 사용이 불가하네.ㅋ
꽝꽝 얼지 않은 건 내 청춘 뿐이네…ㅎ

다시 손가락 녹이는 데는 대략 30분이 걸렸고..발가락 녹이는 데는 대략 1시간 30분이 걸린 듯…
ㅋㅋ..
그냥 계속 손가락 발가락 꼼지락 대고.. 손 털기 발 털기 반복 하다 보면..녹는 거 같다…
너무 추우면 이것도 안 통하려나?..그러면 동상 걸리는 건가…?

어쨌든 계속 가는거야~~~~

70km만에..드디어 조그마한 마을에 도착.. 마을 입구에 호텔이 있기에..혹시나 하고 들어가봤는데..어머나.. 하루에 13$밖에 안 한다고 한다. (500 루블) .. 호텔이라기 보단..레스토랑 옆에 조그마한 건물이 있었는데.. 그 조그마한 건물 안에 방이 딸랑 세 개 밖에 없는.. 호텔 같지 않은 곳이었다.ㅋㅋ 방은 엄청 조그맣고.. 화장실은 방 밖 건물 안에 있었다. 글구 화장실에서 하수구 냄새가 너무 심하게 났다. 다행히 방까지 그 냄새가 들어오진 않았다.ㅋ
그래도 역시..좋았던 점은 전기 난로를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었다는 것.. 러시아에선..밖에 있음 얼어 죽을지 몰라도..실내에선 얼어 죽을 일은 없어 보인다.ㅋ

짐 풀어 놓고 밖에 나와서 호수로 걸어 나가 봤다.




호수는 꽝꽝 얼어 있었다. 이렇게 호수로 걸어 나온 이유는.. 밤에 별 사진 찍을 곳을 미리 탐색하려고..ㅋ
밤에 나오면 잘 안 보여서 위험할 수 있으니.. 낮에 미리 탐색하는 것이다.

다시 숙소로 올라 가야지.. 길은 완벽한 빙판 길이었다..
콧속에 있는 콧물이 얼어 붙는다.. 앗 이것은.. 캐나다 옐로우나이프에서 겪었던 흔한 증상.ㅎㅎ
정말 춥긴 춥네이~

캐나다 워홀 당시 옐로우나이프에 살았었는데.. 그때 당시 자주 봤던 풍경이 이 장면과 비슷하다… 옐로우나이프는 겨울 내내 이렇게 눈으로 덮여 있었는데..

식당에 들어가서.. 알지 못하는 러시안 매뉴를 보며..아무거나 시켰다…ㅎㅎ…gg..
(가격은 120루블 3$..)

늦은 밤..추위를 물리치고.. 어둠을 물리치고..무서움을 물리치고..
낮에 탐색해 놓았던 장소로 용기 내어 걸어 나왔다..
얼어 붙은 호수 위에 떠 오른 별을 바라 본다…
언젠간..저기에 다다를 수 있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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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18~27 (D+1153) to Pryazha]


한동안 여행기가 올라오지 않아 걱정했어요..
잘 달리고 계신 것 같아서 참 다행입니다^^
여행기가 많이 늦어졌죠~ 전 아직도 잘 살아 있습니다.ㅎ
추운데 잠자리 까지 …
화이팅 !!!
화이팅!!! 🙂
추운곳 댕길때에는 보드카 한 병씩 홀짝홀짝 마셔야겠어요.
예전 겨울 산 칼바람 맞으며 걸었던 친구가
체온 낮은 귓대기와 코가 마네킹처럼 얼어붙었어요.
위스키 한 잔 마시니 거짓말처럼 새살 돋아났어요 ㅎㅎ
나도 겨울 라이딩 준비해야해요. 으헝헝허엏엏
메리크리스마스~
보드카요?ㅋㅋ
해피 뉴 이어 ‘~`
오랜만에 올라오는 포스팅이네요. 안그래도 간혹 들어와서 언제 포스팅 올라오나 걱정했었는데,
그런데!!! 걱정처럼 너무 추운 곳에서 달리시는 거 같아 걱정됩니다 .ㅠㅠ
더운 곳에서는 달릴수 있어도 추운 곳에서는 포스팅처럼 손발 얼어서 달리기 정말 힘들거 같은데ㅠㅠ
건강 먼저 잘 챙기시고 많이 잘 먹고 잘 주무시면서 다니시길 바랍니다!
메리크리스마스 되시고 해피 뉴이어 🙂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세요!
리플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장비만 좋으면 추운 곳에서 달려도 문제 없을 거 같은데..
(갑자기 웬 장비탓?ㅋㅋ)
해피 뉴이어요!! 2015년에도 안전히 무사히 자전거 탈 수 있기를..ㅎ
대단하세요. 여자분 혼자서 세계를 자전거 타고 누비고 계시네요. 그것도 이 추운 눈길을!
몸 건강하시고, 즐거운 여행 계속하시기를 바랍니다 ^^
행복한 연말 되세요.
안녕하세요~ 토종감자님도 행복한 2015년 되세요 🙂
오랜만에 들어와봤는데 운좋게 최신 포스팅이 올라와있어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정말이지 저 추운날씨에도 꺽이지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효진님의 의지에 감탄감탄만이…ㅠㅠ
손발 동상 충분히 주의하시고 계시지만 정말 동상에 조심하시시구요~
추운 러시아에서 이렇게 고생하시며 달린 대가로 진짜진짜 멋진 오로라 보실수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이미 지난 크리스마스이지만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그리고 미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랜만에 포스팅이 올라왔죠.ㅎ
추우나 더우나..우선 갈 수 있을 때까지는 가봐야죠.ㅎ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
2015년도 홧팅요! ㅎ
한달동안 님의 글을 정독하며 참 즐거웠습니다. 우유니에서는 저희 가족과 거의 일정이 비슷했는데 봤었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여행하는 동안 가장 중요한게 건강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무쪼록 남은 일정도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길 기원할께요……
안녕하세요.. 제 글 즐겁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ㅎ
우유니에서 어쩌면 길가다 마주쳤을지도?ㅎㅎ
안그래도 지금 감기 걸려서..갑작스럽게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습니다.ㅎ
내일 몸 나으면 건강의 중요성을 살짝 잊어 먹겠죠.ㅎ
2015년도 화이팅이요!
직장인으로서 자전거 여행할만큼 시간이 난다는 게 가장 부럽습니다ㅋ
저랑 여행스타일도 비슷하고 러시아어를 조금해서 날아가서 도와드리고 싶네요ㅋㅋ
제 경험상 영어로 물으면 대꾸도 안하는 경우가 많지만 러시아어로 말걸면 놀라울 정도로 호의적이었어요. 말은 못해도 키릴문자라도 익혀두시면 편리할거에요. 간단한 팁 갑니다^^
이거 먹을(고를)게요→ Я возьму это(야 바지무 에따)
(하루에) 얼마에요?→Сколько стоит (в сутки)?
(스꼴까 스또잇(브 숫끼)?)
전 한국 여행자입니다.(남한에 호의적임)
→Мне туриста, из южная Корея.
(므녜 뚜리스따, 이즈 유즈나야 까레야.)
여기 텐트쳐도 되나요?
→Можно класть палатку здесь?
(모쥬너 끌라스찌 빨랏꾸 즈졔씨?)
조언 감사합니다. 지금은 핀란드입니다..^^
효진아..러시아에서 이리고생한줄 몰랐네..새해가 밝았어.늘 네가원하는여행이 행복하길빈다..네가있는 핀란드는 나두좋아하는나라^^♥♥
다 지난 일인데요.ㅎㅎ 여행기를 늦게 올리다 보니까..ㅎ.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