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 구 유고슬라비아 나라 중 한 곳에서 다시 자전거 타기!

Spread the love

며칠 만에 다시 구 유고슬라비아 나라 중 한 곳으로 돌아오니, 마음이 편해진다. 뭐랄까? 구 유고슬라비아 사람들에게는 따듯한 독특한 정이 있는 거 같다.

Macedonia001

마케도니아에 입국해서 환전 하려는데 환전소를 이미 지나쳐버렸다. 다시 돌아가려는데 택시 아저씨가 바꿔준다고 하네. 감사합니다가 현지어로 뭔지 물어보니, 호왈라라고 한다. 역시나 다른 구 유고슬라비아 나라랑 같은 언어를 쓰네. 오….. 구 유고슬라비아로 내가 다시 돌아 온 게 실감나면서 마음에 안정이 온다. 난 이상하게 구 유고슬라비아 사람들이 좋다.

자 국경지대부터 신나는 내리막!!

 

Macedonia002

오후 늦게 도착한 마케도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도시 오흐리드!

 

Macedonia003

올드타운 먼저 천천히 구경. 모스크가 많이 보여서 무슬림 나라인줄 알았는데, 실제론 70%가 동방정교회 30%가 이슬람이라고 한다.

 

Macedonia004

오흐리드는 물 깨끗하기로 유럽에서 소문난 곳이다. 근데 이렇게 바라본 호수는.. 솔직히 별 특별해 보이진 않는다.ㅠ

 

Macedonia005

해 질 녘이 다 돼가서 얼른 서둘러서 관광도시를 빠져나가려는데 레스토랑에서 식사 중인 현지인이 말을 건다. 잠잘 곳 찾아야 해서 시간이 없어 함께 하지 못할 거 같다고 하자, 자기네들이 임대한 캠핑 자리를 무료로 나에게 쓰게 해주겠다며 잠자리 해결됐으니 여기 앉아서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한다.

길가다가 술 한잔 하자고 초대 받은 건 처음인 듯?ㅎ

현지인 술 마스티카(Mastika)인데, 신기한 게 처음은 무투명인데 얼음을 넣으면 탁탁한 색으로 바뀐다.

 

Macedonia006

오흐리드 인구는 4만 명 정도 되는데, 내가 만난 사람들은 자전거 동호회 모임으로 똘똘 뭉친 친구들이라고 한다.

 

Macedonia007

밤이 돼서야 캠핑장에 도착. 현지인 친구들이 대여한 곳은 풀밭인데, 개장전이라 바 옆에 텐트쳐도 된다고 캠핑장 주인에게 허락을 받았다. 텐트치자마자 장대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하마터면 완전 바닥 젖은 텐트에서 잘뻔했네. 아침에 일어나니 고요하네.

 

Macedonia008

아 오늘은 왠지 밍기적 거리고 싶은 아침이네. 아침에 눈 뜨고 보니 텐트에서 바로 오흐리드 호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귀차니즘을 물리치고 텐트를 한바퀴 돌렸다.

 

Macedonia009

Macedonia010

Macedonia011

Macedonia012

고요한 아침 오흐리드 호수에서 산책을 하니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유럽에서 가장 깨끗한 호수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외관성 전혀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일부러 여기에 돈 들여가며 올 필요는 없을 거 같다. 근데, 현지인 친구들 덕분에 호수 바로 앞에 텐트치다 보니 갑자기 이 호수에 특별한 감정이 생긴다.

 

Macedonia013

어제 장본 것들. 500 ml 올리브오일을 한 달만에 다 먹었다. 볶음으론 정말 한 50 ml로도 안 썼을 듯? 대부분 빵에 발라 먹는 데 썼다. 어제 저녁에 발견한 사실 한 가지… 자물쇠 열쇠를 잃어버렸다. 총 두 개의 열쇠가 있는데, 한 개를 1년 전에 잃어버린 거 같다. U-lock 회사에 문의메일 보냈는데 여분용 제공이 안 된다고 했었다.

그리고 어제 나머지 열쇠 한 개도 잃어버렸다. 아마도 현지인 집에 자고 난 뒤에 자전거 묶어 둔 거 풀다가 깜박 하고 주변에다가 놓고 온 거 같다. 그래… 2년 9개월 동안 열쇠 두 개 잃어버린 거면 잘 버틴겨………!!! 힘내쟈!!ㅋㅋ 다시 하나 사면 여행 끝날 때까지 쓸 수 있지 않을까?ㅋ

 

Macedonia014

오늘 110km를 달려야 하는데 오후 12시가 넘어서 출발. 헉 너무 밍기적 됐다. 오늘 작은 산 두 개를 넘어야 한다. 요즘 완전 이 악물고 자전거 타고 있다. 나름 산에서 자전거 타는 노하우가 생겼다. 산에서 자전거 잘 타는 방법은 절대 멈추지 않고 꾸준히 가는 것. 그래서 결심했다.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산 정상 도착하기 전까진 서지 않기로. 배고파도, 목말라도, 눈이 간지러워도, 신발 끈이 풀어져도, 절대 서지 않기!!!

한참 오르막 오르는데 서서히 비가 내리기 시작. 설마.. 소나기겠지.. 절대 서지 않기로 약속했으니 쭈욱 달리기로 마음 먹었다. 한 10분이 지나니 갑자기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기 시작. 애라 모르겠다. 절대 안 서기로 약속했으니까.. 계속 달린다.

결국 산 정상까지 올라 가는데 멈추지 않는 건 성공했는데, 우비를 제대로 안 챙겨 입은 탓에 옷과 신발이 다 젖었다.ㅋㅋㅋㅋㅋㅋㅋ

산 정상 부근 쓰레기에서 모락모락 김이 난다. 자연 결과물 vs 인간 결과물

 

Macedonia015

비는 그쳤는데 옷이 다 젖어서 내리막이 마냥 신나진 않네. 춥다.ㅠ

 

Macedonia016

그렇게 밤 9시가 넘어서 목적지 도착! 설마 했는데 9시간만에 산 두개 넘고도 110km를 달렸네~ 게다가 비가 중간에 왔다 안 왔다 해서 몸도 젖어 힘들었는데, 오늘 하루 수고했네! 내 호스트는 10대다.ㅋ 10대들과 어울려볼까나?ㅋ
정확히 표현하자면 내 호스트는 이제 막 20대로 넘어가는데, 호스트 친구들은 대부분 고등학생이다.

 

Macedonia017

마케도니아 맥주.

 

Macedonia018

그냥 아무 공터에서나 이렇게 매일 밤 모여서 같이 논다고 한다. 밤 11시에.. 난 너무 춥고 졸려서 먼저 들어왔다.ㅋ오랜만에 10대랑 놀고 재밌긴 한데.ㅋㅋ 이렇게 밤 늦게 아이들이 놀아도 부모님들이 뭐라 안 하는 게 신기하네~

 

Macedonia019

다음날 아침 구름이 또 잔뜩 끼었네.

 

Macedonia020

날이 오후 되니 풀린다. 하악하악..과일 사야징.ㅋㅋ

 

Macedonia021

이거 다 해서 150 Denar ($3)

 

Macedonia022

자연이 만들어낸 금~ 황금 빛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Macedonia023

옆에 지방도로로 빠지기 싫어서 애라 모르겠다 고속도로 탔는데, 확실히 발칸이라 그런가 경찰이 안 잡네.

 

Macedonia024

목적지 다 와 가는데 또 엄청나게 쏘나기 쏟아진다. 매일 쏘나기네. 이제 어느정도 감이 잡힌다. 구름을 보면 약간 파악이 된다. 저게 소나기인지, 종일 내릴 비인지. 암튼 얼릉 우비 갈아입고 다시 자전거 탄다.

 

Macedonia025

다시 하늘색이 보이기 시작

 

Macedonia026

오늘도 해 진 후에야 도착하네. 여름에 자전거 탈 때 장점 하나는 8시 넘어서 해가 진 다는 것.ㅋ 자전거 탈 시간이 길어 좋쿠나..ㅎ

 

Macedonia027

마케도니아 돈. 마케도니아. 어떤 사람들은 마쎄도니아라고 한다. 사실 마케도니아가 현지어고, 마쎄도니아는 영어 표현이라 한다. 그런데 현지인 대부분이 마세도니아라고 말한다. 마케도니아는 라틴 문자를 사용 안 하고 치리릭 (cyrillic)을 사용 한다. 그래서 가끔 인터넷 지도 보는 게 불가능. 이 언어가 정말 헷갈리는 게 N자같이 생긴게 P로 소리 나고..암튼..복잡하다~

마케도니아는 굉장히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라고 한다. 내가 만난 현지인 중 한 명은 의사였다. 의대에서 6년 공부해서 현재 의사로 근무하는데 한 달 월급이 200유로. 우리 나라 돈 30만원. 좀 잘 버는 의사는 500유로 75만원을 번다. 그래서 많은 마케도니아 지식인들은 기회만 되면 독일 오스트리아 등 인근 국가로 다 빠져 나간다고 한다. 안타까운 건 이럴 경우 가족들이 다 뿔뿔이 흩어진다는 것이다. 바로 이웃나라만 가도 월급이 무려 10~20배 오르니 안 옮길 수 있나. 특별 전문의 (?) 같은 뭔가 단계를 거치려면 정치 정당에 가입해야 된다고 한다. 정당에 막상 가입해도 제대로 되지 않고..

여러모로 삶이 참 고달파 보인다. 빵 같은 건 우리나라 돈 500원 밖에 안 하지만, 핸드폰, 자동차, 샴푸, 등등은 한국과는 크게 차이 안 난다. 한국에선 월급 100만원이면 완전 삶을 포기해야 하는 것처럼 취급받는데, 이쪽에선 100만원이면 나름 중산층으로 취급 받는 거 같다. 왜 발칸 반도에 20년도 더 된 차들이 깔렸나 했는데, 이들의 월급을 생각해보면 바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럼 마케도니아 같은 나라에선 누가 부자냐고? 기름 짜내듯이 사람을 잘 짜내는 특정 기업 사장들이 부자겠지만, 이 외에는 나름 중산층이 되려면 대기업 텔레콤 회사 메니저가 되야 된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이집트에서도 이랬던 거 같다. 이집트에서 만난 의사는 정말 힘들고 어렵게 살았는데, 이집트에서 만난 핸드폰 회사 메니저는 차도 있고 좋은 집에서 훨씬 잘 살았다.

마케도니아에선 여러 현지 사정과 경제 정치에 대해서 얘기 나눌 기회가 많았기에 발칸반도를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게 되었다. 발칸반도에도 서유럽의 경제와 비슷해지는 날이 올까나?

 

Macedonia028

마케도니아 맥주.ㅋ. 한국보다 월급이 몇 배는 적어도 그래도 뭔가 이들에게선 한국 같은 조바심이 많이 보이지 않는 거 같다.

 

Macedonia029

호스트와 호스트 친구들과 엄청 재밌게 놀았다. 그제는 10대랑 놀고 오늘은 내 또래랑 놀고.ㅋ 때마침 월드컵을 했는데, 편가리는 거 없이 골 들어갈때마다 환호성 내며 좋아했다.

 

Macedonia030

Macedonia031

호수가 너무 잔잔해서 여기서 텐트 치고 싶었는데, 일정이 꼬일까봐 그냥 간다. 사실은 와일드 캠핑 여전히 겁나기도 하고 모기 떼가 들러 붙을 까봐.ㅎㅎ

 

Macedonia033

어떻게 된 게 스포크 한 개가 또 부러졌네. 날도 늦었고 뒷 바퀴가 휘어서 제대로 페달도 안 밟혀서 긴급히 마을 옆으로 빠졌다. 오늘 따라 집들 문이 다 닫혔다. 불 켜진 집에 혹시나 해서 문 두드렸는데, 사진속 아름다운 잘생긴 미소녀가 나왔다. 안 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 영어를 이해하기 힘들어서 옆집 총각을 불러 오느냐고 그랬던 것.
마케도니아 여자 국가대표 축구 선수인데, 지금 무릎이 다쳐서 재활 중이라고 한다!
떠나는 다음 날 ‘우리 집에 머물러줘서 너무너무 행복했어.’라고 말 해줘서 감동먹었다. 약속하고 만난 것도 아니고, 그냥 모르는 사람이 갑작스럽게 텐트 쳐도 되냐고 요청 한 건데 집 안에 초대해주고 심지어 너무 행복했다고 하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터프해보이지만 굉장히 세심한 친구. 나에게 심지어 고등학교 졸업 증명 사진을 주고 싶어 했다. 사진기로 담을 테니 증명 사진은 아끼라고 마음만 받겠다고 했다.

 

Macedonia034

마케도니아에서 편하게 자전거 타니 알바니와와는 달리 마음이 참 평온했다.
===================================================================

 

macedonia035 - a  world map

macedonia035 - europe map

Macedonia035a

이동 경로
마케도니아에서 지낸 총 일수 = 7 일
마케도니아에서 자전거로 이동한 총 거리 = 370.32 km (231.45 mi)
마케도니아에서 머무른 도시 = 3개
Prilep, Stip, Delchevo
마케도니아에서 총지출 = $36
($1=45 Denar)

[14/06/17~23 (D+1027) Macedonia] 구 유고슬라비아 나라 중 한 곳에서 다시 자전거 타기!


Spread the love
5 Comments
  1. Reply
    바람처럼(Dongbum Kim) August 25, 2014 at 9:37 am

    얼마나 여행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길 위에서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저도 Tnm파트너로, 이번에 여행을 떠난답니다. 😀

    • 안녕하세요 바람처럼님,

      안그래도 홈페이지 가서 여러 글 봤습니다. 유익한 글들이 많더군요^^
      원하시는 일정, 세계여행 잘 하시길 바랍니다!
      길에서 뵈면 제가 맥주 쏩니다~ㅎ
      화이팅^^

  2. ^^ 오랜만에 여기에 행적을 남겨요…마케도니아 가 구유고슬라비아라는 걸 또 배웠네요.
    건강히 잘 지내고요….나머지 유럽 여행기도 잘 보겠습니다. 미리 감사요 ~~!!

    • 오랜만에 리플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발칸이란 곳 참 매력 넘치는 곳 같아요!
      나머지 유럽 여행기도 잘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3. 순서 상관 없이 여행기들 잘 보고 있습니다.
    저희 공장이 멕시코와 마케도니아에 있어서.. 이번 여행기는 더 와닿네요.
    숙소는 항상 Ohrid 호숫가에 잡았거든요.

    저 호수 밀물과 썰물이 있고..
    아직 장작 때는 집들이 많아서.. 장작 때는 냄새와
    맑은 공기가 가끔 생각 납니다.

Leave a reply

Cycling Around The World
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