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수단) 나일강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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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1/20~12/03 (D+823) North Sudan/to Wadi Halfa] 나일강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다.
사막의 축복, 나일강을 따라 천천히 국경선을 향해 이동한다. 날씨는 다시 더워져서 하루하루 지쳐 가지만, 나일강을 따라 이동할 수 있음을 축복으로 생각한다.

North Sudan

2013년 11월 25일
지인분이 동골라에 아는 분을 소개시켜주셔서 그 집에서 며칠 푹 쉬고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시내에서 볼일 보고 하다 보니 12시 넘어 도시를 빠져나왔다. 도로 옆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점심 먹고 자전거 페달을 밟는데 엄청 잘 나간다. 맞바람이 불지 않아서 그런지 사막에서 이렇게 쫙쫙 거침없이 달리긴 처음이다. 한참 기분좋으려던 찰나 아이들이 나에게 돌을 던지다. 윽.. 제발 돌 좀 던지지 마. 아직까지 한 번도 몸에 맞은 적은 없지만 그래도 돌이 자전거 사이로 굴러 오는 거 보면 기분이 참 좋지 않다.
염소 귀가 하얀 게 특이한 다른 종 같다. 움직일 때마다 하얀 귀가 펄럭이는데 정말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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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메마른 땅에 농사짓는 모습을 보니, 나일강의 위대함과 그들의 힘든 노동이 겹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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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 덕분에 물 끌어올 기술만 있으면 이렇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물이 있는 곳엔 아름다운 새가 날아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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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의 아름다운 상직적인 동물, 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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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의 풍부한 물 덕분에 이들의 농사기술은 다른 남쪽 아프리카 나라에 비해 발전되어 있는 거 같다. 그래서 그런지 저렇게 트랙터를 타고 가는 수단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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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12시 정도에 출발 했는데 6시경에 속도계를 보니 무려 75 km 나 달렸다. 대단한 신기록이다!!!!!!!!!!우왕!!!!!!!!!!!!!! 지지난 주엔 하루 종일 11시간 동안 달려도 60 km 겨우 나왔는데!!!
마을이 잘 보이지 않아서 한참 계속 달리다가 샛길이 나오기에 옆으로 빠졌다. 수단이 너무 힘든 점이 뭐냐면 도로 옆은 사막 모래, 혹은 고운 모래로 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 들어가려면 자전거를 질질 끌고 가야 한다.
낑낑 30분 넘게 자전거 끌고 들어가자마자 친절한 수단 가족이 나를 맞이해준다. 덕분에 침대 그물 위에 텐트 치고 편안히 쉰다.
수단의 독특한 물항아리와 별이 흐르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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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축복 중 하나는 밤하늘에 쏟아져 내려오는 아름다운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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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수단 가족. 맨 오른쪽 여성은 내가 신기했는지 핸드폰으로 내 사진을 찍었다. 서로 찍고 찍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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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26일
지지난 주에 비하면 도로가 너무 황량하다. 그래서 더욱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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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도로를 달리고 또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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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중 나일강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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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여우가!! 근데 차에 치여 죽었나 보다… 대낮에는 살아있는 동물 구경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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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 정보에 따르면 금 캐는 광산이라고 하는데, 복잡하고 너무 더럽고 위험이 느껴지기까지 해서 얼른 과자랑 콜라 사고 빠져나왔다.
수단에서 발견한 독특한 점 한가지가 있다. 수단은 이슬람 국가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슬람 옷을 입는데, 카페테리아 근처에 한 남성이 쭈그려 앉아 있었다. 옷이 길다 보니(?) 걍 구석에 가서 긴 옷에 가려 똥싸는 줄 알았는데 물줄기가 나오네.
걍 사람들이 아무대서나 그러다 보니 카페테리아 주변에서 남성들이 긴 하얀 옷에 가린 채 ‘앉아서’ 오줌 누는 뒷 모습을 목격…

화장실이 제대로 안 갖춰있는 카페테리아에선 여성들은 구석에 가서……….
남자는 옷으로 가릴 수 있는 반면 여자가 볼일을 보려면 위로 올려야 하는…
이슬람 옷은 피부를 완전히 가리기 위한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구석에 가서 홀라당 치마를 들어 올리고 덩을 싸는 모습을 보고 나름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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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 오르막 내리막이 나온다. 오르막에 올라가면 이렇게 풍경이 넓게 보여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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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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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자전거 여행하는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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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 마을이 보인다. 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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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날파리가 엄청 꼬인다. 뭐여. 이거! 날파리 찍으려고 했는데 안 나오네. 자전거 앞 가방 위에는 마일리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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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은 엄청 이상했다. 날파리가 엄청 엄청 엄청 꼬였다. 날파리가 너무 많이 꼬여서 말할 때 입을 제대로 열 수가 없어서 손수건으로 가리며 사람들에게 텐트 하룻밤 요청하려는데, 이 마을은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다 거절한다. 나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얼굴에 달라붙는 날파리를 피하려고 손을 계속 휘저었다.
사람들이 왜 계속 거절하는거지? 수단에서는 거의 99%확률로 항상 텐트 쉽게 쳤는데.
한 현지 여성이 이런 말을 한다.
“넌 여자 ‘혼자’라서 안 돼”
아따.. 같은 여자끼리 왜 이러삼….
무슬림 문화에서는 여자 혼자서는 호텔에서 안 받아 준다는 걸 들었었는데, 실제로 겪은 적은 없었지만 뭐 이 경우가 그 경우인건가?
한 현지 여성은 스마트폰 들고 다니면서 계속 나를 쫓아 다니며 외친다.
“머니!머니!기브미 머니! 왓츄얼 네임! 기브미 머니!”
돈이 그렇게 필요하면 나도 없는 그 스마트폰이나 파시지..-_-…

해는 거의 저물어 져 가는데.. 마지막으로 혹시나 해서 두드린 문, 안 되면 남자밖에 없는 카페테리아에 텐트 쳐야지 싶었는데 사진 속 인물들이 환하게 나를 맞이해준다!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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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27일
날파리에 쫓기며 나일강을 구경한다. 이 동네는 날파리가 많은 거 같다. 주변 식당주인이 그러는데 이 주변은 10월, 11월, 12월은 날파리가 많이 꼬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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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파리에 계속 쫓겨서 밥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어 손수건으로 얼굴을 범죄자처럼 가리니 좀 살 거 같다. 손수건이 얇아서 얼굴을 가려도 대충 보인다. 수단의 빈약한 음식. 지금은 그냥 아무거나 잘 먹는 편이지만 사실 한국에 있을 땐 엄청 편식이 심했는데, 수단에 있으면서 그 기억들이 새록새록 난다. 그러니까 난 콩을 엄청 싫어했다!! 근데 여기서 맨날 콩 먹어야 돼.. 그것도 맨 손으로.. 난 조개류를 극심하게 싫어해서 한국에서 조개를 제대로 먹어 본 적이 없다. 이유는 돌이 씹히고 비린내 내서. 근데 수단에서는 자주 뭐 먹을 때마다 돌이 씹혀. 먹을 걸로 고생한 유일한 나라, 수단! 이렇게 궁시렁 궁시렁 대면서도 항상 그릇은 싹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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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요플레 먹었는데, 다 먹고 나자 파리 부대 쳐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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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의 전통 악기(?)와 시샤(물담배). 자세히 보니 냄비로 악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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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에서는 밖에서 일하는 사람 대부분이 다 남자다. 설령 음식을 만들거나, 옷을 수선하거나 하는 모든 일조차 다 남자들이 한다.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줬던 카페테리아 현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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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비안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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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있는 이정표 정보에 의하면 708km 에 KOICA 모스크가 있다고 한다. 이름이 한국 봉사 협력단체랑 비슷해서 헷갈렸는데, 알고 보니 전혀 상관없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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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 주변에 갔는데, 매표소도 안 보이고 사람도 없다. 서성거리는데 한 할아버지가 나오시더니 안내해준다. 모스크가 1779년에 지어 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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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스크를 지은 조상이 가운데에 묻혀 있다고 한다. 직계 가족에 의해서만 관리되다 보니 가운데에 뭔가 오래된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 체육관에 있음 직한 구조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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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보다 실내가 더 웅장하다. 사진으로는, 글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신성함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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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 밖으로 이어지는 빛이 들어 오는 공간에는 건물이 어떻게 지어졌을지 나름 짐작 가능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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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는 직계 가족의 무덤이 함께 늘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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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비안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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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를 다 구경한 후에 할아버지가 차를 대접해주신다. 조심스럽게 관람료를 드리려는데 손을 저으시면서 안 받으신다. 이 곳은 흔하디 흔한 관광지가 아닌 가족의 역사가 담겨 있는 신성한 곳인가 보다.
건물이 오래되어서 보수를 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관리를 못 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에 부탁하면 건물이 정부 소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자기네들이 직접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혹시 돈 많은 해외 건축가가 와서 도와줘도 상관 안 하느냐고 물으니, 자기네 가족 소유권을 지켜주기만 해준다면 환영한다고 한다.
혹시 어디 돈 많고 시간 많은 건축가 있다면, 여기 보수를 도와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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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 그늘로 가서 따뜻한 차를 마신다. 할아버지에게 주변에 있는 Sai Island에 간다고 했더니 이웃의 뱃사공이 있다면서 소개해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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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너무나도 쉽게 배를 구했다.(30 SDG ($4)) 할아버지는 나와 함께 가주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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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한 20분정도 나일강을 흘러 흘러 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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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도 저 멀리 보인다. 사이 아일란드에 도착해서 한참을 걸었다. 뱃사공은 배를 다른쪽으로 옮겨 놓고 우리를 기다리겠다고 해서 할아버지와 한참을 걸었다. 어디를 향해 걷는지 잘 몰랐다. 날이 너무 덥고, 해가 너무 따가웠다.
할아버지에게 괜찮으시냐고 물었더니
“난 괜찮은데, 자네가 걱정이야. 자네 괜찮은가?”
사실 난 한 걸음 가다 멈추고 한 걸음 가다 멈추고를 반복.. 난 사실 괜찮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우리가 길을 헤맨거라 생각했는지 저 멀리 사람이 보이냐고 묻는다.
자세히 보니 뱃사공이 우릴 향해 손 흔들며 다가 오고 있었다. 뱃사공이 내 자전거를 대신 밀어주겠다고 한다. 괜찮다고 사양하는데, 내 자전거를 낚아채더니 나보다 훨씬 빨리 자전거와 함께 걷는다. 나는 자전거가 없는데도 지친 관계로 천천히 걸었다.
도착한 곳은 숙소 같은 곳. 프랑스에서 매년 겨울에 이곳에 온다고 한다. 학자들이 연구 활동하러 오거나.. 혹은 그냥 놀러 오거나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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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다시 코이카 모스크로 돌아 갔다. 할아버지가 손을 잡아 주시면서 다음에 또 보자고 하는데 눈물이 울컥. 함께 있었던 시간은 고작해야 오후 반나절인데, 왜 이렇게 그 순간에 정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사진 속 가운데에 계시는 친절한 할아버지. 내가 만난 아프리카 사람 중에 가장 온화하고 인자한 분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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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모습이 아쉬워서 한참을 쳐다봤다. 나일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수단인들. 그들의 삶에 존경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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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좋은 곳에 텐트 친다. 나일강이 보이는 이런 곳에 텐트 칠 수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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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별이 쏟아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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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천 년의 지구의 역사와 몇 백 광년의 빛의 역사가 담겨 있는 별이 흘러내리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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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이 떨어진다…소원을 빌자.. 내 소원은.. 행복한 느낌으로 가득 찬 인생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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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28일
별 일주 사진 찍고 돌아 오니 나일강 저 멀리 해가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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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을 하며 깨달았다. 자연은 엄청난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는 태양에 기생하는 기생충이라는라는 것을. 태양이 없으면 이 지구가 제대로 생존할 수가 없다.
언젠가는 또 다른 태양에 기생하는 또 다른 생명체를 기필코 찾아 내기.. 그것이 내 인생에 가장 큰 목표
무서운 밤이 가고 태양이 찬란한 아침을 빛낼 때가 내 인생에 가장 찬란한 순간. 매일 아침이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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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사진 찍었던 유적지에 다시 아침에 갔다. 근데 너무 덥다. 땀 삐질삐질. 아침부터 기운 빠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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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한 명 없고, 가이드도 없다. 도대체 이 곳은 뭐하던 곳이지??
(당시엔 몰랐는데 최근에 이집트 여러 유적지 방문했던 곳과 비교하니 똑 같은 거 같다. 대략 2000~3000천 년 전에 지어졌던 신전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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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돌에 새겨진 게 뭘까 궁금해서 찍었다.
(최근에 안 것인데 고대 이집트 시절 Key of Life라 불렸던 상징이다. 주로 신 혹은 왕들이 항상 들고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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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지 옆엔 오래된 건물이. 근데 솔직히 최근 21세기에 지은 집 짓는 방식이랑 다를 게 없다. 몇백 년이 흘렀음에도 일반 수단 사람들의 건축 양식엔 발전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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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나일강 주변에 농사짓고 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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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떨어진 곳에 누비안 집이 있다. 주변엔 무덤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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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집에 들어가니 굉장히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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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바닥도 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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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다른 유적지에도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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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지어졌던 곳이라고 한다. 그 옆에는 교인들이 살았던 곳이라 한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순간이다. 저렇게 훌륭한 건축 양식이 들어 왔음에도 몇백 년 동안 수단의 건축 양식은 발전이 없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흙으로 집을 짓는다. 갖고 있는 게 그것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아프리카는 발전이 너무 더디다. 21세기와 17세기가 공존해 있다. 건축, 생활양식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사고 방식도 21세기와 17세기가 공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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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2시부터 한참 페리를 기다렸다가 1시 넘어서 탔다. 누비안은 아프리카에 있는 수 많은 Tribe(민족)중 하나를 가리킨다. 누비안은 수단 북쪽에서 이집트 북쪽 지역에 살았는데, 그들의 건축양식이 저렇게 좀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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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태양이 질 때쯤 마을 하나를 발견해서 들어간다. 역시나 사람들은 너무나도 친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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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태양과 구름이 겹쳐지니 이 보다 멋진 자연 풍경은 두 번 다시 없을 거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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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29일
아침부터 시작 되는 화성 비스무리한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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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다. 단, 파리만 많아. 끔찍이 많아. 징그럽게 많아. 내 주변에 달라 붙은 수많은 파리 사진을 찍지 못하겠다. 왠지 나에게 달라 붙은 파리 떼 사진 찍으면 시집 못 갈 거 가텨. 내가 더러워서 그런 게 아니라, 이 주변에 생명체는 나밖에 없어서 다 나한테 달라붙어서 그런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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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으면서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니 앞으로 90 km 간은 아무것도 없을 거라 한다. 이게 마지막 식당이라 한다. 이정표 정보를 보니 사실 같다.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지금 떠나면 40 km 밖에 더 못 달리는데, 집 한 채 없으면 어디다 텐트 치지?
근데 지금 멈추기엔 시간이 아깝다.
고민. 생애 첫 와일드 캠핑을 하느냐, 마느냐?
애라 모르겠다. 점심 먹고 다시 달리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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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한 채 없는데, 웬 마을 표지판이. 게다가 Beer. 이슬람 국가라 술 안 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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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또 달려도 정말 아무것도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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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벌판. 해지기 두 시간 전부터 마인드 컨트롤 시작. “괜찮아.괜찮아. 괜찮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딱 하루만 허허벌판 사막에 텐트 치고 자자. 걱정마. 좋은 생각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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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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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마을. 사람은 한 명도 안 보인다. 여기다 텐트 쳐야 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다가 포기했다. 이유는 누군가가 버려진 집이라고 들어와서 쉬려 하다가 나 발견하면… 허걱…. 게다가 주변에 바퀴자국도 보이고 해서 불안해서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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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이 다가 오고.. 고민고민.. 어쩌지. 정말 아무것도 안 보이네. 식당 주인의 말이 맞았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 나 여행 2년 넘게 했지만 단 한 번도 와일드 캠핑 한 적 없는데, 드디어 때가 온 거 같다.
지나가는 차량이 한 시간에 몇 대 되지 않는다. 그 얼마 안 되는 차량 중 한대가 서더니 다음 마을까지 차를 태워준다고 한다. 이왕 와일드캠핑하기로 결심한지라, 감사하다고 하고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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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주변에 약간의 모래언덕으로 둘러 싸여서 갔는데, 아.. 실수. 장소 잘 못 지정했다. 고속도로에서 내가 쉽게 보인다.
우선 해질때까지 구석에 숨어 있었다. 해가 지고 난 후에 텐트를 쳤다. 국경 근처라 그런가 차량이 극히 적다. 수단 국경과 이집트 국경은 닫혀 있어서 페리로만 다닐 수 있다. (관광객 기준. 실제로는 이게 정말 닫혀 있는 건지 모르겠다)
정말 재밌는 점이, 달도 안 떴고 주변에 불 빛도 하나 없는데도 완벽한 암흑이 아니다. 손전등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텐트를 치고 가방에서 물건을 꺼낼 수 있었다. 손전등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내 위치를 어느 누구에도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 첫 와일드 캠핑 치곤 치밀하지 않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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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30일
다음날 아침 서서히 해가 떠오르고 있다. 간밤에 잠 잘 잤다. 아무 걱정 없이. 왜냐면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은 허허 벌판이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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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텐트치고 잔 곳. 고속도로에서 내 텐트가 보이지 않게 하려 하다 보니 경사진 언덕에다 텐트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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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비상 식량. 정말 빈곤하다. 저 빵 하나가 1파운드 한다. (12 cents). 빵에서 요상한 화학품 맛이 난다. 근데 배 채우기엔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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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며칠 전부터 잘 굴러가지가 않았는데, 점점 심각해 져서 할 수 없이 자전거를 눕혔다. 보니까 이번에 새로 바꾼 바큇살의(스포크의) 대부분 나사가 다 빠져있어 뒷바퀴가 S자가 되어 있다. 어머나 뭔 일이여.
예전에 배운 바큇살 수리 방법의 기억을 더듬더듬 해서 대충 수리했다. 완벽히 못 하겠지만 그래도 S자에서 약간의 비스듬한 일자로 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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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거의 떨어져 가고, 아 제대로 된 뭔가 먹고 싶은데 정말 아무것도 안 나오네. 이미 내 정신은 내 육체에서 멀리 떨어져 나간 듯하다. 동골라를 떠난 이후부터 날이 갑자기 무더워져서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한다. 너무 피곤하니 밤에 잠을 잤어도, 낮이 되면 급 피곤해서 정신이 육체로부터 멀리 멀리 떨어져 사막 한 가운데를 돌고 또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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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도시에 대략 1시쯤 도착했다. 페리 표를 사기 위해 물어 물어 사무실에 갔더니 내일 아침에 문 연다고 한다. 그나마 마을에서 괜찮은 호텔에 짐 풀었다. 호텔 이름은 Cingan이고 마을 왼쪽 맨 구석에 있다. 화장실 공유는 50 파운드, 화장실 실내는 80파운드 ($10). 좀 낡았지만 이 정도면 시골마을치곤 괜찮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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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01일
수단 국경 와디할파에서 이집트 국경 아스완까지 페로리만 이동 가능하다. 대략 12시간 정도 걸린다. 왜 육로로 이동이 불가능한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표는 212페소 ($28). 표 끊은 후에 아침식사 해결. 팔라페 한 접시가 2 파운드 (30 cents), 콩 스푸가 5 파운드 (7 cents). 아따 싸긴 엄청 싸네. 근데 쟁반을 안 줘서 빵을 그냥 테이블에 올려 놓고 먹는다.

 

North Sudan

여기가 표 끊는 곳인데 어제 한참을 헤맸었다.
여기 정확한 위치는 경찰서 지나친 후 다음 골목에서 왼쪽으로 빠진다. 좀 가다가 다시 왼쪽으로. 낡은 호텔 맞은 편에서 좀 가면 매표소가 보인다. 근데 매표소처럼 안 보이고 일반 사무실처럼 보인다.
참고로 일요일날 이집트에서 출발, 수단에 월요일날 도착. 수단에서 화요일 3~4시 정도에 이집트로 다시 출발한다. 적어도 일요일날 와서는 표 구매해야 한다. 월요일날 오후 늦게 사무실에 도착하면 표를 살 수가 없어, 이 시골 마을에 일주일동안 발 묶여 있어야 한다.
근데 나중에 만난 여행자에 의하면 비자 만료가 바로 다음 날이라 월요일날 왔음에도 표를 구매했다고 한다. 사실 페리 타보면 아는데 여기에 인원 제한 규정 따윈 없다.

 

North Sudan

시골 마을 치곤 괜찮았던 호텔

 

North Sudan

호텔 앞에 보이던 풍경. 선진국이었다면 엄청나게 시설 좋은 호텔이 이 땅 차지해 놔서, 싼 가격에 지내기 힘들겠다는 생각 가끔 한다.

 

Sudanese Money

Sudanese Money

수단 돈. 대략 사람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금액은 $1 = 7.8 파운드 한다. 하지만 국가에서 환율을 조정한다. 은행에서의 공식 환율은 $1=5.8 파운드 한다.
내가 땅을 치고 후회한 게 있는데 수단에서 수단돈을 이집트돈으로 환전 안 했다는 것!!
수단은 ATM도 없고 공식 환율도 좋지 않아서 달러를 한꺼번에 수단돈으로 환전 했었다. 마지막 떠나는 날 보니 남은 돈이 대략 $200 넘게!! 그것도 수단돈으로!!!!!!!
1:1은 거의 없다. 대략 이집트1:수단1.15(예: 수단 100파운드로, 이집트 85파운드). 근데 와디할파에서 1.10.. 심지어는 1:0.6도 봤었다. 이정도면 대략 만원 차이나 난다! 물가는 이집트나 수단이나 비슷하다. 즉 수단의 화폐 가치가 많이 떨어진다는 것.
선착장 가면 환전인이 많이 있을 줄 알았더니, 없다!!!!!!!!!!!!
개발도상국에는 국경에 제대로 된 환전소가 없다. 개발도상국 여행 가는 사람들을 위한 팁을 공유하자면, 국경 넘으면 갖고 있는 이전나라 돈의 가치가 확 떨어진다. 국경 넘기 전에 반드시 환전 할 것!!!!ㅠㅠㅠㅠ

 

Ferry to Aswan, Egypt

페리 타는 과정은 정말 그야말로 시장판이었다. 게다가 이상한 세금을 자꾸 물린다. 출국세를 대략 24파운드나 ($3) 냈다. 자전거 짐 값은 40파운드.($5) 근데 잘 보면 둘 다 안 내도 됐던 거 같다. 다른 여행자 보니 돈 없다고 하니까 출국세 안 받았다고 한다!!!!
(과정 –
1. 경찰서에 먼저 들러서 출국 신고를 한다. 3파운드 내야 함. 경찰 주머니에 들어가는 돈 같음.
2. 선착장은 오른쪽으로 빠져서 포장도로 쭉 가다 보면 나옴. 대략 3~4 km
3. 건물 앞에서 자전거 값을 낸다. 자전거 티켓을 끊어 준다. 하지만 이거 검사하는 사람 아무도 없었다.
4. 건물 안에 들어가면 직원이 왼편이 있다. 이 직원에게 출국세 21 파운드 내면 뭔가를 끊어 준다
5. 오른편 조그마한 사무실에 출국세 영수증과 페리 티켓을 보여주면, 내 티켓을 압수해 가서는 이상한 네모나한 핑크색 형식폼을 준다.
6. 그걸 들고 좀 앞으로 가서 오른쪽으로 빠지면 마침내 출국 도장 찍어주는 경찰이 보인다. 아까 내 3파운드 가져간 직원이 마침내 여권에 도장 찍어주고 끝.
7. 건물을 빠져 나와서 페리 타러 나온다.
8. 페리 입구에서 직원이 여권을 보더니 여권을 옆 박스에 던져 버린다.!!!!!!!
(당황하지 말자!ㅠㅠ 박스 자세히 보면 다른 사람 여권도 함께 쌓여 있다)
9. 나중에 페리에서 내릴 때 이민국 직원이 나를 따로 부른다. 의심스럽지만 암튼 이민국 직원에게 비자비 $15 낸다.
10. 이집트 도착해서 짐검사 후에 이민국 사무실 찾아 가면 여권에 이집트 비자 스티커가 붙여 있는 여권을 돌려 받을 수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는 이집트 비자!!)

 

Ferry to Aswan, Egypt

페리는 정말 상상 그 이상으로 복잡했다. 아무 데나 누우면 그곳이 내 자리. 비상 보트에서 사람들이 편히 쉬고 있었다. 이 페리에는 인원 제한이 없는 거 같다.

 

Ferry to Aswan, Egypt

Ferry to Aswan, Egypt

나일강을 따라 가다 보면 이집트에 도착해 있을 거 같다.

 

Ferry to Aswan, Egypt

누가 보면 조그마한 보트 타고 나일강 횡단하는 걸로 오해 하겠네..ㅋㅋ 페리에서 러시안 여행자 친구를 만났다. 페리에 여행자 많을 줄 알았는데 그 친구 외에는 다 현지인. 그 친구와 한참 얘기하는데 한 현지인이 러시아 친구를 귀찮게 하는 거 같다. 결국 그 친구와 실내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그 현지인이 어느새 자리에 앉아서는 내 발목을 손으로 붙잡는다. 아어. 어디서 성희롱이야 이 미친xx가.
이동하는 순간에다가 어두웠던 지라 기회가 없었는데, 1초만 더 시간이 주어졌다면, 좀만 날이 더 밝았다면 날려 차는 건데.

 

Ferry to Aswan, Egypt

실내는 남자와 여자가 나뉘어 져서 참 좋았다. 뭐 간혹 남자 몇 명이 여자칸에 함께 타긴 했었는데 가족이라서 그랬던 거 같다. 밤에는 사람들이 다들 바닥과 의자에 누워서 잤다. 무슨 피난촌 같았다. 바닥에 누워, 의자에 누워, 구명조끼는 베개가 되고, 아이들은 울고, 밤이 늦었는데도 계속 소란스럽고

 

Ferry to Aswan, Egypt

정말 소란스러워서 잠을 못 잘 거 같다. 난 밤새 잠 못 자면 그 다음 날 시체가 되는데, 난 망했다. 혹시나 해서 짐 막 던져 놓은 곳 옆에 계단 따라서 밑에 내려가니, 아니 세상에!! 여기 텅텅 비었다!!!!!!!!!! 짐꾼들이 짐 밑에까지 싣기 귀찮아서 그냥 위에다 던져 놓았던 거 같다. 다른 사람들은 여기를 발견 못 했나 보다.
아싸!!! 러시안 친구 ‘아니야’에게 이 소중한 보금자리를 소개해서 같이 잤다.
정말 신기하게 밤새 깨지 않고 푹 잤다.!
여행 중에 정말 운 좋았던 잠자리 중 한 곳이라 생각한다!!

 

North Sudan

입국하려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한참 기다렸다. 아니야는 우크렐라 치면서 시간 때우는 중. 말동무 있으니까 그래도 시간이 참 빨리 갔던 거 같다.

페리에서 첨 내렸을 때 아니야와 함께 소리 질렀었다.
“와 해냈어!!”
아프리카의 마지막 나라 이집트.
감격스럽다. 내가 여기까지 자전거로 종단할 줄이야!!

파울로 코엘료의 흐르는 강물처럼 진짜 별로 였다. 근데 그 별로인 책에도 건진 문구가 하나 있으니…

예기치 못한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길의 구십 퍼센트는 간 뒤에, 그것을 반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옳습니다. – 흐르는 강물처럼/파울로 코엘료

아프리카 여행은 앞으로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해야 하는 건가?
무사히 무사히 살아나가자!!!!!!!

아자 아자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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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경로
북수단에서 지낸 총 일수 = 47일
북수단에서 자전거로 이동한 총 거리 = 1,556.67 km (972.92 mi)
북수단에서 머무른 도시 = 23개
Gallaba, Tawared, some village, some town, Heriz, Some village, Kamleen, khartoum, wad morah’s (33km), some place (101 km), some place (161 km), some place (238 km), some place (303 km), El baja (374 km), Toloe (394 km), Some place (464 km), Dongola (498 km), Some village (556 km), Some village (643 km), Sai Island (718 km), Some place (753 km), Some place (845 km), Wadi Halfa (894 km)
북수단에서 총지출 = $ 425 ($ 1 = SDP 7.8 )
(비자 $100, 자전거부품들$65, 페리+자전거 짐 값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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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097a

카툼에서 와디할파 이정표 정보
출처:
Maurizio Ceraldi (www.ceraldi.ch)
Sekiji Yoshida (www.sekiji.net) on April 2013.
Additional infos by Isa Kur
원본 출처 :
www.ceraldi.ch/wp-content/uploads/2013/05/Roadbook-Sudan.pdf?
수정:
on Dec 2013
by universewith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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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1. 얼떨결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정말 대단하신것 같습니다!
    이제 졸업을 앞둔 취준생인데, 자전거에 대한 애정이 너무 강해서 걱정이었는데 여기를 둘러보니 그것도 아주 미약한 거 같습니다 ㅎㅎㅎ
    여행일정이 어떻게 되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남은 여행 건강하고 별탈없게 잘 진행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제 자전거 타고 세계를 여행하고픈데, 뭔가 두려움이 앞서네요…
    금전적인것 부터 시작해서 의사소통까지… 여성으로써 어떻게 그런걸 감당해내셨는지…정말 대단하신것 같습니다

    • 안녕하세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취업 준비하느냐고 걱정이 많이 되시겠어요. 전 자전거에 대한 애정 보다는 그냥 여행하는 데 더 관심이 많은 거 같아요.ㅎ
      여행 일정은 앞으로 유럽에서 아시아 한국으로 넘어가는 겁니다. 한 2년 정도 더 하지 않을까 싶네요.
      두려움이 앞서지만, 막상 시작하시게 되면 잘 하실 겁니다. 혹시 궁금한 점 있으시면 물어보세요.
      준비하시는 것들 다 잘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 이야
    드디어 이집트 이네요!!! 축하 드립니다! 저 같으면 오히려 와일드 캠핑이 더 무서웠을거 같은데 푹 주무셧다니 다행이네요.
    이젠 서쪽으로 모나카 까지 가시나용?
    지금쯤이면 이집트의 끝까지 와 있을수도 있으시겠네요.
    이제 세계여행의 반쯤 오신거 같은데 나머지 유라시아 + 오세아니아도 화이팅 입니다!

    • 서쪽에 비행기 타고 계속 자전거 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너무 지친 관계로 유럽으로 넘어왔습니다..^^
      유라시아 오세아니아도 화이팅!!

  3. 복면 사진…..ㅋㅋ
    혹시 벗기면 김태희가…..^^

  4. 효진씨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5. 아.. 정독했습니다 회사 2일 쉰다고 하고 커피숍에서 오후쯤부터 쉬지 않고 !!
    나일강에서 텐트치시다니.. 부럽고 두근두근하네여..
    힘들다고 생각 하실 때 누군가 박수치며 응원하고 있다고
    생각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와.. 그 무서운 정독을!!! 대단하십니다!!! 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전 제 여행기를 직접 정독하기엔 쑥쓰러워서..전..앞으로만 갑니다.ㅋ
      박수소리 받으며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6. Reply
    이사 꾸리 산돌 February 6, 2014 at 4:40 am

    나일 강에서 악어를 제대로 보았네요? 축하합니다. 처음 여행 치고는 수단을 제대로 평가 했네요. 그렇치 않은 부분도 많이 있지만 …

    • 한국은 많이 춥죠? 감기 조심하시고 앞으로 가시는 여정 잘 해결 되시길 바랍니다. 리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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