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수단) 역풍을 견뎌내며 사막을 횡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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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1/11~19 (D+810) North Sudan/to Dongola] 역풍을 견뎌내며 사막을 횡단하다.
드디어 수단 사막을 자전거로 횡단한다. 출발 전 여러 정보를 얻은 관계로 큰 문제 없이 사막횡단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2013년 11월 11일
전날 여행기작성 및 횡단해야 할 사막 정보를 수집하느냐고 밤 늦게 잤더니 편도가 부었다. 수단 수도 카툼에서 날 초대해 준 Stephene이 여러 정보를 주었다. 카툼에서 고속도로 길로 빠져나가는 길을 프린트해서 준 관계로 30km가 넘는 길을 헤매지 않고 도시에서 잘 빠져 나왔다. 무엇보다 사막 중간 중간 뭐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담긴 걸 프린트해준 관계로 미리미리 잠잘 곳을 예상 할 수 있을 거 같다. 사실 이 정보를 다른 지인분에게도 받았었는데, 받을 당시 그게 뭘 뜻하는지 몰랐다. 근데, 자세히 보니 같은 정보인데 내림차순정렬이라 정반대라 내가 이해를 못했던 것이다.

 

North Sudan

사막이라 황량하다. 주변에 가끔 버려진 집이 나온다. 사실 카툼에서 카리마로 갈리는 교차로는 최근 몇 년 전에 새로 새워진 고속도로라서 사람이 거의 살고 있지 않다고 한다. 나름 사막횡단이라고 물을 15L 정도 준비 해 놨다. 맨 위에 올려진 주황색 가방에 9L가량의 물병이 담겨 있다.

 

Sudanese Food

고속도로진입 순간부터 거리 안내판이 나온다. 정보에 나와 있는대로 33 Km에 조그마한 슈퍼가 나왔다. 치킨이 맛있다고 해서 시켜봤더니, 정말 엄청 맛있다. 카페테리아에 남자 밖에 없는 관계로 불편해서 그물침대를 뒷마당에 옮겨서 그 위에 텐트 치고 잤다. 주인은 쥐나오고 더럽다고 안에서 자라고 하는데, 남자들 틈에서 자는 게 더 불편한 관계로 밖에서 잤다.

 

North Sudan

2013년 11월 12일
카페테리아 근처엔 쓰레기가 넘쳐 난다. 당나귀는 그 사이에서 뭔가를 자꾸 찾아내 먹는다. 간밤에 편도가 너무 아파서 제대로 잠을 못 잤다. 게다가 악몽까지 꿨다.

 

North Sudan

염소를 보면 저런식으로 나무에 기대서 먹는다. 뭔가 똑똑해 보여!

 

British guy to South Africa

정말 오랜만에 자전거 여행자를 만났다. 영국에서 출발 여태까지 6,000 km를 달렸으며 6개월 정도 더 달려서 남아공으로 간다고 한다. 나에게 남아공에서 수단까지 얼마나 걸렸냐고 묻기에, 천천히 오느냐고 10개월 걸렸다고 했더니 기간이 뭔 상관이냐며 거의 아프리카 종단의 끝을 보고 있는 걸 보면 잘해낸 거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진짜 아프리카 끝을 향해 가내.

 

North Sudan

여러 정보를 주고 받는데 갑자기 엄청난 굉음이 들려 온다. 공군비행기가 너무 낮게 날고 있다. 추락하는 비행기인줄 알았는데, 카툼에 공군훈련장이 있다고 한다. 소리가 엄청나게 컸던 지라, 한 3초간 자전거 핸들 붙잡고 벌벌 떨었다. 실제로 전쟁 중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긴장할까? 또한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외상후유증이 얼마나 심할지 상상이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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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Sudan

남아공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농기구 없이 사람들이 직접 손으로 하는 게 자주 보였는데, 수단에서는 농기구가 자주 보인다.

 

North Sudan

또한 다른 아프리카 나라에 비해 물 공급도 굉장히 원활한 거 같다. 다른 나라에서는 펌프나 강에서 물을 기르는 사람이 굉장히 자주 보였는데, 여기서는 저렇게 커다란 물탱크가 자주 보인다.

 

North Sudan

이 조그마한 거 수박인가? 어떻게 사막 한 가운데 수박이 나오지? 오후에 수박 장수가 길 중간에 몇 명 보였다. 그 중에 꼬마 몇 명이 수박을 팔고 있었는데, 7살도 안 되어 보이는 한 아이가 정말 지 주먹만한 큰 짱 돌을 손에 들고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한테 던질 거 같아서, 자전거를 세우고선 아이에게 돌을 땅에 내려놓으라고 신호를 보냈더니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자전거 위에 올라서 페달 밟으려고 하니 나에게 던지려는 시늉을 한다. 잘 못하면 진짜 던질 거 같단 생각이 들어서 자전거를 돌려서 아이에게 갔다. “돌 내려놔” 라고 계속 말하지만 듣질 않는다. 그 옆에 있던 한 10살 된 그의 형이 동생에게 돌 내려놓으라고 시키니, 그제서야 돌을 내려놓고 빈 손을 나에게 보인다.

 

North Sudan

아프리카에서는 쓰던 가축이 다치거나 병들면 길에다 그냥 버리고 가는 거 같다. 특히 사막은 건조 하다 보니 이렇게 오랫동안 보존이 되는 거 같다.

 

North Sudan

계속 수박 장수가 간간히 보인다. 한 수박장수는 내 길을 막고선 비켜주질 않는다. 무섭게 왜 이러니. 그가 길을 내주지 않은 관계로 난 계속 옆 쪽으로 핸들을 돌려 피해 가다 보니 중앙선 한 가운데 있게 되었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가 큰소리로 경적을 계속 울린다. 다른 편에서도 차가 온다. 잘 못하면 우리 둘 다 차에 치일 수 있는 상황. 하도 경적이 크게 울리니 그제서야 수박장수가 길을 내준다. 수박장수 보이면 참 무섭다. 나에게 엄청 시끄럽게 소리 질러 댄다. Mp3소리를 아무리 키워도 그들의 위협적인 소리가 하도 커서 피할 길이 없다. 게다가 막 쫓아오기도 하고 내 자전거 붙잡을 까봐 무섭다.
종일 맞바람이 불어서 속력을 낼 수가 없었다. 주변에 건물이 보기에 들어 가 봤으나 텅텅 비었다. 버려진 병원인 건가?
그 옆에 좀 떨어진 건물로 가니 경찰서가 보인다. 이 사막 동네에서 왠지 엄청 할일 없어 보일 거 같다. 사막 한 가운데에 텐트를 치니 별들이 쏟아질 것처럼 많이 보여 좋다만, 편도염으로 인해 몸이 너무 안 좋은 관계로 사진을 찍지는 못 했다.

 

North Sudan

2013년 11월 13일
편도 부은 건 가라 앉았으나.. 평소에 앓던 데로 편도염이 감기로 이어져서 콧물이 자꾸 나온다. 맞바람 때문에 힘드네. 당나귀에 물을 싣고 가는 현지인도 보인다. 어쨌든 머리에 물을 이고 가는 사람은 수단에선 진짜 못 봤네.

 

North Sudan

주변이 황량하다.

 

North Sudan

오늘따라 수박장수가 많이 보인다. 아, 정말 그들은 생계를 위한 거라지만, ……..이해는 한다만은… 날 위협하는 건 정말 좋지 않다.

 

Sudanese Food

내가 다녀본 아프리카 나라 중에 수단 음식이 가장 .. 별로 인 거 같다. 항상 이렇게 콩과 기름, 그리고 빵 두 조각. 항상 빵에서 모래가 씹힌다. 수단 사람들은 빵을 손으로 찢어서 콩에 찍어 싸서 먹는데, 나는 최대한 손가락이 콩에 닿지 않게 하려고 애 쓴다.

 

North Sudan

다행히도 날씨는 시원해졌다. 딱 일주일만에 날씨가 갑자기 좋아졌다. 한여름에 여길 통과 한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 같다.

 

North Sudan

그래도 낮에는 살짝 무더운 관계로 앉아서 좀 졸다 나왔다. 자전거 타려는데 수박장수가 조그마한 수박을 건넨다. 얼마냐고 물으니 대답을 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킨다. 안 그래도 수박 사고 싶었는데, 그동안 봐온 장수들은 너무 위협적이고 나한테 소리 질러대서 사질 못했었다. 이번이 기회다 싶어서 사려고 얼마냐고 물으니 대답을 안 하고 자기 옷을 가리킨다. 나에게 선물로 주겠다는 거 같다. 어떨 결에 수박 하나 얻어서 핸들바에 올려 놓았다.

 

Sudanese Food

잼발라 먹는 나이프로 혹시나 했는데 수박이 쫘아악 쪼개진다. 의외로 쉽네.

 

Sudanese Food

설마 설마 했는데, 다 먹어 치웠다. 넘 맛있다. 물보다 수박이 갈증해소에 더 큰 도움이 되는 거 같다. 이후에도 수박장수가 계속 보였다. 근데 한 수박장수 어른이 나에게 돌을 집어 던졌다. 일로 와서 수박 사 가라는 신호 같은데..참… 암튼 이로서 확실해졌다. 세계 유일무이 돌던지는 민족=에티오피아,수단
신기하다. 한 수박장수는 돈 주겠다는 데도 그냥 무료로 수박을 주고, 한 수박장수는 수박 사가라고 돌을 집어 던지니…

 

North Sudan

본격적인 사막시작이다. 나는 사막이 참 좋다. 조용하다. 조용해.

 

North Sudan

갑자기 남미의 우유니 사막을 횡단하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에 비하면 여기가 훨씬 시끄럽긴 하다. 간간히 나오는 수박장수의 위협적인 괴성, 지나가는 차들의 끊임없이 울려대는 짜증나는 경적소리, 트럭, 버스에 탄 사람들이 내는…제3세계에서의 나를 향한 특유의 소리지름 (동물 같은 괴성지름) 등등이 시끄럽긴 하지만, 도시보다는 그래도 훨씬 낫다.
사막은 바다나 산과 달리 아름다운 미 보다는 황량하고 쓸쓸한 고요함을 담고 있어서 참 좋다.

 

North Sudan

갖고 있는 정보 덕분에 해질녘에 긴장하지 않고 달릴 수 있어 좋다. 오늘 잠 잘 곳에 시간 맞춰 도착했다. 물을 사려고 하는데 장수들이 제각각이다. 젤 첨에 만난 장수는 500 ml 에 4파운드 (500원)을 불렀다. 도시에서는 2.5파운드(300원)이면 1.5L물을 사는데! 장난하나! 다른 장수에 가니 3파운드. 또 다른 장수에 가니 2파운드를 부른다. 대략 보니 물 500ml는 2파운드가 현시세인 거 같다.
정말 수단은 사람들이 친절하긴 한데 황당하게도 케냐-탄자니아스러운 면이 있다. 수단도 가격이 항상 제각각이다. 외국인이다 싶으면 사기치고 본다. 수단에서 짜증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거다. 수도에 사는 한 외국인은 6년째 수단에 살지만, 사람들이 사기를 자주 쳐서 그게 힘들다고 한다. 현지인이 우리에게 부르는 가격의 1/2이 현지 시세인 경우가 있다.

 

Sudanese Night

카페테리아 주변에다가 그물침대를 얻어 텐트를 쳤다. 정말 황당하게도 3일 연속 카페테리아에 남자들만 보인다. 여자는 다 어디간 거지? 결혼을 안 하고 사막에 나와 혼자서 장사를 하는 건가? 아님 결혼은 했지만 여자들은 집에만 있는 건가?
예전에 탄자니아 잔지바르섬에서 한 무슬림을 만났는데, 그 무슬림의 말에 따르면 여자는 모스크에 들어 갈 수 없다고 한다. 이탈리안 여자아이랑 이 얘기를 듣고 있었는데, 그 무슬림 남성은 비밀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여자가 기도하기 가장 좋은 장소는 “집”이라고 우리에게 속삭이듯 말 했다.

 

Sudanese Night

편도 부은 건 가라 앉았지만 콧물과 기침이 좀 나온다. 여러 장애물을 이겨내고 사막 한 가운데 있는 별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남자들만 있는 곳에 자니까 마음이 불편하다만은 그래도 사막의 별은 너무 멋있다.

 

North Sudan

2013년 11월 14일
다음 날 아침, 현실은 사실 이렇다. 온통 쓰레기 천국. 어우. 정말 더럽다. 개발도상국의 현실이다.

 

North Sudan

맞바람 맞으며 열심히 페달 돌리기 시작. 사막에서 어떻게 생존해낼까 궁금하다. 맞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서 하루에 60 km 밖에 못 달리겠다. 근데 오늘은 80km를 달려야 한다. 다음 잠 잘 곳의 카페테리아가 그렇게나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반대편에서 오는 자전거 여행자들은 등 뒤에서 부는 바람 덕분에 3~4일 밖에 안 걸리는데, 나는 그 두 배 나 되는 시간 동안 달리는 거 같다.

 

North Sudan

피라미드 같아 보이는 사막 언덕과 나무 한 그루. 아무리 맞바람이 심하게 불지라도 오늘은 시속 10~11km를 유지하려고 엄청 노력해야 한다. 원래 7~8km가 평균시속.. 맞바람이 정말 무서운 겨…

 

North Sudan

사막에 흔히 보이는 낙타

 

Carmel

낙타는 소 같은 면이 있다. 내가 지나가면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 본다. 고개까지 옮기면서

 

Carmel

안녕 낙타!

 

North Sudan

일부에선 당나귀를 이용 우물에서 물을 얻어 낸다.

 

North Sudan

당나귀에 끈을 연결해서 도르래식으로 물을 퍼 낸다. 당나귀를 몇 번 왔다 갔다 하면서 물을 얻어내는 현지인. 사막일지라도 나일강 옆이기도 해서 땅을 파면 우물을 얻을 수 있다.

 

North Sudan

오래된 유물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나름 최근 지어진 집이다. 고속도로가 생긴지 몇 년 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집이 오래 됐을 리가 없다.

 

North Sudan

아프리카에선 당나귀가 참으로 유용하게 쓰이는 거 같다

 

Carmel

낙타 가족…

 

Carmel

애기들과 함께 천천히 천천히 이동 중이다.

 

North Sudan

길 중간에 버려진 집(?)과 함께 물항아리가 보인다. 물이 참 풍부해 보여. 어딜 가든 물물물이 보인다. 다만 장이 약한 관계로 항상 물을 사먹는다. 필터 있는 사람들은 수단에서 유용하게 쓸 듯. 사막에서는 물이 너무 비싸다. 도시의 3배!!! 점심에 식당에 들러 고기를 시켜 먹었는데..주변 위생이 떨어져서 먹기 좀 불편했다. 글구 항상 돌이 씹힌다.

 

North Sudan

식당에서 수박 조그마한 거 한 통을 샀다. 가격은 5파운드 (660원).
사막에서 수박 먹어 봤수꽝? 안 먹어 봤음 말을 맙서

 

21,000 km

21,000km 기념샷

 

North Sudan

황량한 사막.. 달려도 달려도.. 한없이 황량해서 좋다.

 

North Sudan

해질녘 맞바람은 점점 심해진다

 

North Sudan

오늘 잘 곳….!!마을을 기대했으나, 정보를 오해 했나 보다. 카페테리아 몇 개 밖에 없다.

밑에 거미 사진 있는데 혐짤.. 엄청난 혐짤이니.. 비위 약하신 분은 빠른 스크롤..빠빠빠!

 

 

 

 

 

 

North Sudan

그물침대에 텐트 치길 정말 잘 했다. 사막 거미인가? 엄청 무섭게 생겼다. 크기도 엄청 크다.

 

North Sudan

내 손바닥만한 엄청나게 큰 거미. 와.. 엄청 혐오스럽게 무섭게 생겼네.

 

North Sudan

2013년 11월 15일
남자 밖에 없는 카페테리아에서 어제 밤도 무사히 잘 잤다! 이제 약간 긴장감도 서서히 사라지는 거 같다. 사막 첫날엔 악몽을 꿨는데.. 지금은 첫날 보다는 잘 잔다.
나름 수단은 부유한 게 발전기를 다들 갖고 있다. 그래서 티비도 보고 냉장고 전기도 돌린다. 큰 물을 안 팔아서 냉장고에 있는 조그마한 물을 사서 큰 물통에 옮기는데.. 신기한 게.. 옮기는 순간 큰물통에서 물이 얼어 버렸다.

 

Sudanese Food

돌씹히는 빵과 콩으로 아침을 때우고.. 차 한 잔

 

North Sudan

아이가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한다.

 

North Sudan

카페테리아에 한 가족이 뭉쳐 사는 거 같다.

 

North Sudan

어라.. 소가 보이네.. 이 주변에 소를 몰고 가는 사람을 본적이 없는데.. 설마 이거.. 얼마나 오래 된 거지…? 아니면 수송 중에 병들어서 버리고 간 건가??

 

North Sudan

사막 한 가운데 피어나는 생명의 놀라움

 

North Sudan

자전거 뒷바퀴에 튜브에 문제가 생겨서 잠시 수리. 뒷바퀴에 펑크방지 용액을 넣는데 그것 때문에 패치 붙여 놓은 게 떨어진 거 같다. 패치 뗘서 다시 재수리하려는데.. 쉽지 않다. 바람이 계속 부는데 그게 모래가 섞인 바람이라………… 본드에 모래가 섞인다……..

 

North Sudan

실제론 엄청나게 아름다웠던 사막…

 

North Sudan

어쩌면 내 눈에만 아름답게 보일지도.. 아름답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North Sudan

모래 바람이 집 한 채를 거의 집어 삼켰다. 언젠간 큰 언덕이 되어 집을 통째로 삼켜버리겠지? 수많은 모래 언덕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미스터리가 숨겨있을지 모른다.

 

North Sudan

해가 지평선 뒤로 모습을 숨기고 있다.

 

North Sudan

이정표km에 있는 세세한 장소들의 정보를 갖고 있다 보니 어디서 자야 할지 크게 걱정하지 않아 좋다. 드디어 5일만에 중요한 교차로까지 오게 되었다. 이후부터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도 제법 자주 나올 거 같다. 차량도 좀 많아질 거 같다. 이날밤은 주유소에 텐트를 치고 잤다.

 

North Sudan

2013년 11월 16일
항상 길 끝엔 물이 가득 있어 보인다. 신기루 현상.. 끝이 보일 것 같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머나먼 길. 오늘따라 맞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나를 고되게 한다.

 

North Sudan

갈림길 이후에는 사람들이 사는 집이 계속 나온다. 재미있는 점이 있다. 나는 이런 거 발견하면 재미있어하고 즐겨 본다. 삶의 여러 방식들을 보는 건 참 재미있다. 왼쪽엔 사람이 살지 않고 나무 한 그루 없지만, 오른쪽엔 사람이 사는 집이 나오고 나무가 촘촘히 세워져 있다.

 

North Sudan

즉 이 말은 저기 오른쪽에 나일강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 물이 있는 곳에 생명이 피어난다! 나일강은 사막의 축복!

 

North Sudan

해질 무렵 한 마을에 들어 서는데 차가 사막 모래에 빠져서 빠져 나오질 못한다. 비싼 돈 주고 산 킥스탠드가 얼마 못 가 부러진 관계로 자전거를 한쪽에 눕혀 놓고 가서 돕는다. 남자보다야 힘은 약하지만, 그래도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모래에 발 담그고 열심히 박자에 맞춰 밀어 보는데 빠져 나올 거 같으면서도 다시 빠져버린다. 봉고 버스가 때마침 지나가다 섰고, 차 안에 있던 여러 장정들이 나오니, 차가 순식간에 도로로 다시 쉽게 나올 수 있었다.
달이 차오르고 있다. 가자!

 

North Sudan

2013년 11월 16일
마을 옆에 페리를 타면 유적이 있는 올드 동굴라에 갈 수 있다고 들었다. 어제 마을에 도착해서 지역주민에게 물어 보니 시간이 늦었다는 식으로 얘기를 한다. 내일아침 8시에 페리가 있다고 한다. 그러더니 하룻밤 자기네 집에서 자라고 초대를 해 준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페리를 타려고 서두르려르는데 나에게 차를 마시고 가라고 엄청 강요를 한다. 안 마시고 가면 당장이라도 세상에서 가장 무례한 사람이 될 거 같아서 급하지만 차 한잔을 마신다. 그런데 다 마시고 나니 한잔을 더 주네. 빨리 마시려니 더 뜨거운 거 같다..
막상 시간 맞춰 선착장에 도착하니.. 페리는 저기 강 건너편. 강 폭이 은근 좁네. 한 20분 기다린 뒤에 페리 도착했으나, 나에게 100파운드를($12) 달라고 한다.
‘자전거 포함 10파운드라고($1.2) 하던데??’
‘너 혼자 밖에 없어서 그래. 안 그럼 너 한 시간 더 기다려’
‘돈 없어. 한 시간 기다릴래.’

 

North Sudan

자전거 뒷바퀴 바람이 또 빠진다. 기다리면서 자전거 뒷바퀴 튜브를 비상용 튜브로 아예 교체해버렸다. 또한 기어 조정이 잘 안 되었는데, 그것도 마저 수리 했다. 9시 넘어서 드디어 페리 탄다. 실제 페리 타고 가는 시간은 3~4분도 안 되는 거 같다. 강폭이 엄청 좁다. 페리는 나름 커서 차,낙타,당나귀,사람이 다 함께 탈 수 있다.

 

오랜만에 보는 야자수나무..근데.. 이게 정말 지옥의 시작이었다. 사막 모래가 올드 동굴라길을 다 덮어 버렸다. 1m 이동하고 쉬고, 1m 이동하고 쉬고, 자전거가 무거우니 푹푹 빠진다. 오른손으로 자전거 뒷 짐받이를 들어 올리는 식으로 밀고, 왼손으로는 핸들바를 끄는데.. 오른손이 너무 아프다. 1km도 안 되는 거리인데 무려 1시간이나 걸렸다

 

North Sudan

800년 전에 왕이 살았던 궁이라고 한다. 윗 층은 모스크라고 한다. 중간에 경찰서가 보여서 자전거를 맡겨두고 가려고 했더니, 알고 보니 티켓을 끊어야 한다고 한다. 티켓은 50파운드(6$). 가이드가 마을에서 와야 갈 수 있는 거 같다. 경찰서에 앉아 한 시간을 또 기다린다. 아침 같이 먹자고 하더니 큰 그릇에 빵을 으깨서 하얀콩(?) 섞은 걸 가져온다. 손으로 여러 사람과 섞어가며 그.. 양재기에 담겨진 걸 먹는다. 이후 차 한잔 하며.. 짧은 대화를..하다 보니 가이드가 도착…. 유적지 가는 길에 가이드를 껴주긴 했는데, 영어를 거의 못 한다.

 

North Sudan

이곳은 교회라고 한다. 응 교회? 나름 교회의 역사도 이 곳에 있어 보이는데, 가이드가 영어를 못 해서 제대로 이해를 못 하겠다.

 

North Sudan

널려있는 유물

 

이 곳은 그 옆에 또 다른 기둥인데, 기둥 밑에 바닥이 보인다. 짐작하기론 세월이 흘러 모래가 쌓이고 쌓였던 게 아닐까

 

North Sudan

성벽. 성은 무너질 우려 때문에 굳게 잠겨있어서 들어 갈 수가 없다.

 

North Sudan

저 멀리 나일강이 보인다.

 

North Sudan

강에 이렇게 축복을 느껴보기는 처음(?)인 거 같다. 나일강은 정말 축복의 강이다!
강에서 조금만 멀리 떨어진 곳을 노란색의 사막 모래로 뒤덮인다

 

North Sudan

누비안이 살던 집이라고 한다

 

North Sudan

집안은 굉장히 단순하다

 

North Sudan

독특한 누비안 집

 

North Sudan

사진 밑에 보이는 하얀 자갈이 깔려 있는 곳엔 사람이 묻혀 있다고 한다.

 

North Sudan

경찰서로 다시 빠져 나오는 길에 뼈가 보인다. 가이드는 대학교에서 역사를 공부했다고 한다. 가이드말에 의하면 지금 보이는 뼈가 사람 뼈라고 한다. 낙타나 염소 뼈 아니느냐고 물어 보니, 사람 뼈라고 한다. 크기를 보고 짐작을 하는 건가?

 

경찰서 주변 옆에 있던 유물(?)인데 오래 전에 세워진 교회라고 한다. 내가 보기엔 고속도로 위에서 지나쳐온 버려진 집들과 별반 달라 보일 게 없어 보인다. 지금 지어지는 집들이 유물 같아 보이는 거 겠지?

 

모래사막에서 자전거를 끌어 들어 밀었더니 오른손이 부어 올랐다. 경찰차로 페리 타는 곳까지 태워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유적지에서 돌아 와보니 차가 없다. 영어가 안 통하니 의사소통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차 언제 오냐고.. 태워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기다리라고 한다. 기다리고 보니… 차가 아니라.. 당나귀가 도착했네… 손이 너무 아프고, 지쳤던 관계로 걍 당나귀 타고 이동. 사진은 선착장 주변이라 모래가 없는 것. 실제론 정말 올드동굴라 모래로 덮여 있다.

 

페리는 매시간마다 있다고는 하나 실제론 손님 수에 따라 운영이 달라 지는 거 같다.
페리를 타고 마을을 빠져 나오니 시간은 오후 3시. 원래 12시면 유적지 다 보고 돌아 올 줄 알았는데, 아프리카 시간에 맞춰 가다 보니 시간이 굉장히 늦어졌다. 결국 이날 이동 거리는 25km 밖에 되지 않았다. 마을이 계속 나오는 관계로 더 이상 남자들만 있는 조그마한 슈퍼 카페테리아에 텐트를 치지 않아도 된다. 현지인 집에 텐트를 치고 이날 밤도 하루를 마감

 

2013년 11월 18일
사람이 사는 동네라 그런가 물 항아리가 굉장히 자주 보인다.

 

오늘따라 역바람이 엄청 심하게 부네.ㅠㅠ..

 

나의 빈곤한.. 수단에서의 음식.. 근데 실제로 수단 여자들 엄청나게 키가 크고 등치가 좋다. 수단 여자들 완전 거인 같아!!!!!!!!!!!!!! 엄청 키 크다!!!!!!! 등치도 짱!!! 이게 다 콩 때문인가??????????? 세계 평균 여자키 대회 하면.. 수단 여자 킹왕짱 금메달!!!!!!!!

 

길에 보이는 물..
아 장만 강했어도.. 물 마구 그냥 먹는 건데… 물 값이 너무 많이 나간다.

 

모래 사막 언덕은 사라지고 자갈이 섞인 사막으로..

 

맞바람이 심하게 부는 관계로 콧물이 계속 나온다. 맞바람이 심하게 부니 감기가 쉽게 낫지 않는 거 같다. 이날 저녁은 옆에 떨어져 있는 조그마한 마을에.
처음에 들어가니 온 동네 사람들 다 몰려 와서 나에게 악수를 청한다. 역시나 여자들의 키를 보며 감탄한다. 와…………..
암튼 동네 주민들과 악수하고, 그물침대에 텐트를 쳤다.
그들이 챙겨주는 저녁을 먹었다. 커피도 챙겨주기에 세 잔이나 먹었더니 잠이 잘 안 온다.
이날 저녁…. 동네가 너무 시끄럽다. 보통 시골 동네는 밤 12시면 아무 소리도 안 나야 정상인데 오히려 여긴 더 시끄럽네. 뭐지.
잠을 뒤척뒤척. 속은 울렁울렁.
동네가 잠잠해질 때쯤..
결국.. 구토를.. 참지 못하고 해버렸다.
이후 설사..
그리곤 다시 구토……
위 아래로 다 게워냈다.
고통스럽다…
사람들이 흔히 자주 하는 질문
“여행 중 아프면 어떻게 해요?”
“낑낑 앓아요.”
구토 다 하고, 칫솔질 다시 하고..보니 새벽 2시.. 대충 몸이 좀 나아지는 거 같다. 동네는 조용하다. 뒤늦게 잠자리에 다시 든다.

 

2013년 11월 19일
구토 한 이후에는 깨지 않고 푹 잤다. 새벽 6시에 깨서는 주춤주춤 챙겨서 7시에 빠져 나오려는데 차 마시고 가라고 한다.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고맙다고 인사만 하고 나왔다.
수단은 해가 7시에 떠서 그런가 사람들이 다 늦게 일어 난다. 원래 다른 나라 사람들은 보통 아침 6시면 기상하는데…
사막에 오아시스

 

눈을 감으면 자꾸 한국음식이 아른아른… 라면 먹고 싶다. 라면에 김치 넣어서.. 후르르륵.. 이후에 밥 넣고…..크하……….
떡볶이도 먹고 싶고.. 순대.. 아…………이렇게 속이 쓰릴 때는 오뎅국물!!! 으악..
눈감으면 안 되겠다. 눈 뜨자.. 눈 떠…
40km를 더 달려 드디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동골라라는 대도시에 도착했다. 몸이 안 좋아서 낑낑대면서 왔다.
이날 오후 3시쯤에 잠에 들어 밤 9시가 되어 깼다. 사실.. 아플 때 내가 취하는 방법은 긴 수면..자고 또 잔다. 그러다 보면 낫는다. 문제는 여행 할 땐 마땅히 편히 잘 곳이 없다는 것…..
이날 오후는.. 애라 모르겠다.. 그냥 긴 숙면…
어쨌든 9일 사막 횡단기 무사히 성공… 며칠 좀 쉰 후에 남은 북쪽 사막을 횡단해야 한다. 그나저나.. 자꾸 걱정이 되네.. 1월이면.. 아프리카가 끝날 텐데.. 그럼 북반구로 넘어가야 하는데.. 근데.. 1월은.. 북반구 겨울인데..
이집트가 끝나면 터키로 이동 후 오로라를 보러 북유럽으로 바로 올라 갈 건데..겨울에 자전거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심히 앞 길에 대해서 고민고민…또 고민… 게다가 유럽에서 3개월 밖에 못 지내는 쉥겐조약의.. 걸림돌까지..
암튼 지금부터 유럽을 천천히 고민해봐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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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Comments
  1. 간만에 올라온 여행기에 푹빠져 읽었습니다. 예전에 요르단 사막에서 일박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오래전이라 그 날의 감상은 모두 잊어버리고, 다시 가 보고 싶다는 막연함만 남아 있었는데… 사막의 쓸쓸한 아름다움(?) 잘 보고 갑니다. 여러모로 힘든 사막길이었네요. 22,000을 향해 화이팅~! 그나저나 이집트에서의 일들이 걱정되네요. 잘 결정하셔서 끝까지 안전한 여행되길 기도합니다. 🙂

  2. 김밥천국 라면지옥^^

  3. 고생인듯, 한편으론 즐거움인듯 보기가 좋네요. 베테랑(!)이시니 잘 해나가실 거라 믿습니다만, 언제나 그렇듯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소식 또 기다릴게요 ^^

  4. 이 루트는 어떠신지?

  5. 마음으로 늘 동행하고 있습니다. 어디서나 혼자가 아님을 늘 기억하길 바랍니다. 축복하며 기도합니다. 아르헨티나 윤병하 목사

    • 안녕하세요 목사님,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년에 브라질에서 언니 만난게 어제 같은데, 벌써 아프리카를 끝내고 유럽으로 갈 준비를 하네요. 1년 전브라질에서 짐 싸며 준비했던 기억들이 나네요..^^
      시간이 참 빨리가죠.
      언제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6. 와. 무사히 사막 횡단하셨군요. 축하합니다. 전 에미레이트에서 사막을 만났는데 아프리카의 모래색이 더 붉은것 같네요.
    이집트에서도 좋은 분들 만나며 즐거운 여행 하시길 바랍니다.

    • 에미레이트는 정말 잘 발전 되어 있나요? 궁금하네요..^^
      유럽 여행 안전히 하시길 바랍니다..^^

  7. 무거운 물을 저리 많이 들고 다니는 건, 저에겐 아직 상상불가능.
    인터넷이 빛의 속도로 변한 태국에 오니 신세계네요.
    사막 사진 잘 봤어요~ 화이팅!!

    • 물 많이 갖고 다닌 적 없으신가요?>_<
      자전거 들고 이동 하는 게 아니라 타면서 이동하는 거라 물 많이 실어도 상관 없어요.ㅋ인터넷 빛의 속도.. 아.. 그립네요.ㅋㅋㅋㅋㅋㅋ 마지막으로 본 빛의 속도가 언제인지.. 기억이 안나네요.ㅋ

  8. 잘보고 갑니다. 팬이예요~~^^ 저는 지금 중국>라오스>태국으로 왔는데 미얀마가 걸려서 뱅기를 한번 타야될것 같네요
    blog.naver.com/koko808 친하게 지내요~~ 우린 같은편?? 이니까 ^^

    • 안녕하세요 코코님. 저 근데 블로그 글 보니까 미얀마 비자 받으셨다고 하던데, 입국하는 게 불가능한가요? 미얀마가 길막하고 있을지는 몰랐네요..^^;;;
      안전라이딩 하시길 바랍니다!
      같은편! 화이팅!^^

  9. 으아 진심 존경합니다!!! 사막 정말 아름다워요.. 이집트 2006년에 다녀왔는데 그립네요. 그 때는 수단이 위험해서 못들어갔는데… 다음에 갈때 꼭 이 포스팅을 참고하겠습니다. 저도 물갈이 해서 죽는줄 알았는데.ㅠㅠ 꼭 현지인들이 주는 차를 먹고 탈이 나더라구요. 고생하셨습니다~~

    • 사실 비자는 쉽게 나왔는데..저 때도.. 수단이 위험 국가로 분류되어서..
      에티오피아에 한국 대사관 가서 볼일 볼 게 있었는데..
      영사님이 오셔서..수단에 가지 말라고……하셨었어요..
      근데 전 이미 정보 다 파악했기에..괜찮아 보여서 갔고.. 다행히 문제는 없었어요^^;..

      • 하핫, 멋져요^^ 저도 다음엔 꼭 갈려구요. 사실 다들 위험하다고 하는데 막상 가보면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더 많잖아요. 애초부터 여자 혼자 여행하는 거 자체가 위험하다고 말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거 다 따지면 어떻게 세계를 둘러보고 우주를 가보겠나요? ^^ 응원합니다. ㅎㅎ

        • universewithme June 29, 2014 at 8:40 am

          그렇죠..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떠나기 힘들죠..^^
          우주여행까지 진출할 수 있기를!! 아자아자~ 화이팅^^

  10. 작년에 국토종주 마치고 바로 제주종주했는데 저도 저렇게 킥스텐드가 힘없이 고장나버려 고생좀 했었습니다ㅎㅎ 사진보니 그때 생각이 나네요! 저도 제주도에 있을때 텐트치고다녔었는데! 꿈꿨던 세계일주를 자전거로 게다가 텐트로! 보면 볼수록 너무 재밌습니다! 유럽은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 사실 제 첫 자전거 여행은 제주도였는데..ㅎㅎ중학생때 이후론 자전걸 타 본 적이 없는데..무슨생각인지 몰라도 당시에 제주도에 가서 자전거 여행을 결심했죠..ㅎㅎㅎ 제주도 자전거 타기 정말 좋은 곳이죠..^^

  11. 라면에 김밥 대접하고 싶군요.

  12. 물갈이 할때는 정로환이 좋다던데요.. 고생이 많으셧군요…언제 2017 까지 읽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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