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계 여행의 마지막 장소 한국에서 가을, 겨울, 봄, 그리고 여름을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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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 한국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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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4시간 걸리는 페리를 타고 동해항으로 한국에 12년 만에 귀국한다. 12년 동안 한 번도 한국에 돌아오지 못한 이유는 육로로 꼭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서였는데 결국 포기하고 압록강, 백두산, 두만강 보는 걸로 마무리 짓고 귀국한다.
육로 귀국 꿈이 없었다면 중간에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을 것이며 세계 여행은 6~7년 만에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꿈도 내가 지나온 세월 중 일부분이다. ‘그 꿈이 없었다면’이란 말은 내 지난 세월을 부정하는 것이기에 그 꿈이 잘 안되었더라도 그것을 여행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며 한국에 귀국한다.
페리에서 새벽에 잠자다가 잠깐 깼는데 ‘마침내 집에 가는구나’란 생각에 심장이 떨렸다. 아침에 밥 먹다가 창밖으로 한국 땅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진짜로 내가 한국에 왔구나’라는 생각에 심장이 엄청나게 두근두근 거렸다.
마침내 한국 땅이 가까워지자, 산이 가장 먼저 보였는데 그 풍경이 제법 멋있어 보였다.

지난 12년간 세계 여행하며 항상 긴장했던 곳이 각국의 국경선 이민국이었는데 세계여행 처음으로 이민국을 긴장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고국이 주는 안정감이라는 게 이런거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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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수속을 끝내고 드디어 한국 땅을 12년 만에 정식으로 밟았다. 세계 여행 전 캐나다에 워홀로 1년 있었으니 정확히 13년 만에 밟는 것이다! 무사히 살아 돌아올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그동안 응원해 주시고 후원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했다.

세계 여행 마지막은 한국 여행인데 겨울이 오기 전에 끝내고 싶어서 2개월 한국 여행하고 세계 여행을 마치는 걸로 계획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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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 도착했기에 짐과 자전거는 동해에 팔로워 지인분네 맡기고 버스를 타고 본가에 일주일간 지내려고 이동한다. 버스 밖 차창 너머로 한국 풍경이 너무 멋있어서 감동 그 자체였다. 하늘은 푸르고 산은 초록색이고 어쩜 이렇게 풍경이 예뻐 보이는지 모르겠다. 버스 휴게소에서 내가 좋아하는 항아리 바나나 우유를 사 먹으니 너무 신나고 들떴다.

원래 안양에서 살았는데 본가가 인천으로 이사를 가서 낯선 곳으로 가는지라 집에 돌아왔다는 그런 기분은 들지 않았다. 본가에 지내면서 친구들도 만나고 가족과도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한국 핸드폰 번호를 만드는 것이었다. 해외에서는 각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개통했지만, 정작 내 나라 한국에서는 개통까지 일주일이나 걸렸다. 한국에서는 외국인은 여권만 제시하면 바로 개통이 가능했지만, 한국인은 전화로 신원 조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추석과 주말에는 진행되지 않으며, 무작위로 전화를 걸 예정이니 대기하라는 안내가 있었다. 그러나 핸드폰 번호가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전화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었다. 다행히 나는 가족 번호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알뜰폰 개통도 어렵고, 결국 2~3년짜리 계약을 통해서만 개통이 가능해 보였다.
한국의 IT 산업이 해외로 확장되지 못하고 국내에만 머무는 이유가 각종 제약 때문이라는 것을 한국에 오자마자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한국 정책은 한국 핸드폰 번호가 없으면 한국 사람 취급을 안 해 준다. 그래서 세계 여행 중 일부 공인 인증 사이트를 포기해야했다. 한국 번호를 개통한 뒤에야 나도 진짜 한국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진짜 한국 사람이 된 후 각종 볼일을 보느냐고 바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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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다시 버스를 타고 동해에 돌아왔다. 13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던지라 한국을 외부인의 시선으로 종종 관찰하게 되었다.
한국 식당은 숟가락과 젓가락이 식탁 밑에서 나온다. 처음엔 이걸 몰라서 식당 직원분께 물어봐야 했는데 나중엔 식당에 앉자마자 자동으로 손이 밑으로 향했다. 그리고 대부분 식당이 고추를 주는데 너무 매워서 매번 끝에만 살짝 먹다가 포기했다.
한 가지 신기했던 게 손님들이 다 먹고 식당을 나가면서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는 것이다. 내 돈 내고 먹는 건데 마치 부모님이 차려준 밥 먹고 간 것처럼 예의 바르게 감사 인사해서 한국 사람들 엄청 공손하네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잘 먹었습니다’ 인사하는 게 어색했는데 나도 나중에 습관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내뱉게 되었다. 나중엔 ‘많이 파세요’ 이런 인사도 하게 되었다.
한국 식당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반찬이다! 전 세계에서 반찬을 무료로 여러 개나 주는 나라는 진짜로 한국이 유일하다!! 그것도 무료 리필이라니! 대한민국 만세다! 한국에 들어와서 무료 반찬 맛 보는 재미가 꽤 컸다. (해외에 있는 한국 식당들조차 반찬을 돈 주고 판다.ㅠ)
2010년 당시 한국 떠날 때 식당이 대부분 4~5천 원이었는데 요즘엔 대부분이 9천 원~ 만 원이라 두 배나 올라서 살짝 적응하는 게 힘들었다. 무엇보다 김밥이 3천 원이나 한다는 게 놀라웠다. 내가 떠날 당시에는 천 원밖에 안 했었다.
한국 여행 초반엔 6천 원짜리 식당이 없나 찾아다녔는데 이후엔 8천 원 하는 식당이 나오면 싸다면서 들어가서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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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 동해 정동진이었는데 드디어 그 꿈을 이뤘다! 해외여행 같은 건 관심도 없고 꿈 꿔본 적 없었다. 대학생 때 유럽 여행 가는 사람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게 무슨 돈 낭비인가란 생각이 들었었다.
비행기를 처음 타 본 건 2009년 제주도 갈 때였으며 첫 해외 비행기는 2010년 캐나다 워홀 가는 비행기였다. 그런데 캐나다에 막상 도착해보니 너무 재밌어서 결국 자전거 세계 여행을 하게 되었다.
만약 캐나다 워홀을 가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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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바다가 정말 맑고 깨끗했다. 요즘 한참 서핑 붐이 일고 있다는 양양도 가보았다. 파도가 잔잔해서 초보자가 서핑 배우기에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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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질 녘 자전거를 타고 다리를 건너는데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잠시 멈췄다. 한국에 들어와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꼽으라면 바로 저 산이다. 어딜 가든 저 산이 보인다. 높지 않아서 편안해 보이는 저 산이 우리들을 감싸주는 그런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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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와일드 캠핑을 해본다. 와일드 캠핑(노지 캠핑)이란 정식 캠핑장이 아닌 곳에 텐트 치는 것을 말한다.
겁이 매우 많은 편이라 해외 여행할 때 와일드 캠핑하는데 대략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전에는 항상 사람들에게 앞마당에 텐트 쳐도 되냐고 허락을 맡고 쳤었다. 여행을 오래 했다고 해서 그 겁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냥 내가 겁이 많은 사람이란 걸 받아들이며 했었다.
그런데 한국은 확실히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전하다는 느낌이 있어서 와일드 캠핑을 이렇게 대놓고 가끔 했다. 이렇게 사람들 다 보는데 대놓고 캠핑한 또 다른 곳은 대만이었다. 그 외 나라에서는 대부분 사람이 잘 안 다니는 숲속 같은 곳에서 숨어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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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다가 굉장히 깔끔해 보이는 곳을 발견했다. 풍경도 엄청 멋있었다. 왼쪽에는 호수 그리고 오른쪽엔 바다가 보였다. 쿠폰 받아서 대략 5만 원쯤 했었는데 성수기에는 20만 원 넘는 거 같았다.
한국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건데 이런 원룸 오피스텔이 전국에 엄청 많이 지어졌고 대부분의 인테리어가 비슷하며 정식 숙박업소에 등록되어 있으며 같은 건물일지라도 관리 회사가 다 다르다.

이후 설악산으로 넘어가는 미시령 길에서 자전거를 타는데 경사가 엄청 심했다. 가을로 접어드는 풍경이라 굉장히 멋졌는데 당시 자전거 타는 게 꽤 힘들었는지 깜박하고 사진을 한 장도 못 남겼다. 미시령 길은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게 더 힘들었다. 경사가 매우 심하게 져서 엄청나게 조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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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용대 자연 휴양림 캠핑장을 이용했는데 사설 캠핑장에 비해 가격이 훨씬 저렴했고 풍경도 멋져서 꽤 만족스러웠다. 다음날 확인해보니 다행히 연장이 가능해서 하루 더 머물렀다. 텐트 안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한국의 멋진 자연에 푹 빠져들었다.
한국 자연의 또 다른 멋진 점은 물이 엄청 맑다는 것이다. 맑은 시냇물을 보면 내 마음도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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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을 빠져나와 인제를 향해 가던 중 꽃 축제가 열리고 있는 곳을 보게 되었다. 가을 낙엽 풍경에 꽃까지 더 해지니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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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옆 엄청나게 큰 부지가 보였고 여러 캠핑차가 보여서 하룻밤 텐트를 치고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풍경을 보니 너무 평화로워 보여 뉴질랜드 여행이 생각났었다. 뉴질랜드에서도 이렇게 호숫가에 캠핑치고 아침에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내려 마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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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춘천으로 넘어와 춘천 닭갈비를 먹었는데 꽤 맛있었다. 다음 날 아침 공원을 지나는데 자전거 타는 사람, 런닝하는 사람, 각종 스포츠 경기, 산책하는 사람들로 활기찼다.
풍물놀이 공연 연습을 하는 사람들이 보여 자전거를 잠시 세우고 구경했는데 마음이 뭉클했다.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이런 한국적인 풍경을 보면 그게 그렇게 감동적일 수 없다. 무엇보다 세계 여행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왔으니 이런 걸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하는 마음에 더욱더 감사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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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풍경이 너무 멋있고 활기차 보여 여행 끝나고 춘천에 내려와서 정착할까란 생각이 잠시 들었다. 어떻게 보면 이번 한국에서의 자전거 여행 목적 중 하나는 정착할 곳 물색이다. 아웃도어를 좋아하니 춘천을 후보 목록에 넣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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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이 좋은 점이 서울과 가깝다는 것! 그래서 근처 가천에서 지인분과 최근에 만난 팔로워 두 분과 함께 다 같이 캠핑했다.

2020년 1월 1일에 호기심에 술을 끊어봤는데 꽤 괜찮아서 4년 가까이 금주를 하고 있다.
13년 만에 한국에 들어가며 걱정했던 게 내게 술을 강요하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술 문화가 변한 거 같다. 더 이상 술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안 마시니 주변 사람들도 안 마셨다. 이날도 내가 술을 안 마셔서 그런지 다들 맥주 한 캔씩밖에 안 마셨지만, 분위기가 좋아서 새벽까지 수다 꽃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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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늦게 화장실 가려고 깼는데 밤하늘이 너무 멋져서 사진을 찍었다. 한국에 있을 당시 20대 초반에 밤하늘 보는 게 좋아서 천문 동호회 활동하며 밤하늘 사진을 찍곤 했었다. 이번에 캠핑에 함께 참여한 지인분 또한 제주도 살 때 천문 동호회 활동하며 알게 된 분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한국에서 밤하늘을 찍으니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근데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다. 텐트에 서리가 끼었고 사진 찍을 때 손도 꽤 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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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작별하고 길에 오르는데 길 곳곳에서 구수한 냄새가 이어졌다. 그것은 바로 깻잎 냄새!! 길옆에서는 깨를 수확하는 농부분들이 가끔 보이기도 했다. 깻잎을 좋아하는지라 길옆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깻잎 냄새가 너무 좋았다. 한국의 가을은 구수한 깻잎 냄새로 내 기억에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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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한 시골 마을에 해가 질 녘에 도착했는데 마땅히 텐트 칠만한 곳이 없어서 공원에 가게 되었다. 가끔 텐트 치기 전에 그 자리에 앉아서 주변을 살펴본다. 과연 여기에 텐트 쳐도 안전한가에 대한 데이터 수집이랄까 나?
한 어르신 여성분이 운동하러 들르셔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여기에 텐트 쳐도 되냐고 하니 그러라고 하셨다. 춥지 않겠냐며 걱정하시고는 내일 보자며 잘 자라고 하시고는 가셨다. 만약 위험한 곳이라면 분명 뭐라고 하셨을 텐데 추위만 걱정하시는 거 보니 별문제 없어 보여 마음 편히 텐트 치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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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 배고파서 중국집이 보여 보니 짜장면이 6천 원밖에 안 했고 무엇보다 80세 어르신들에게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무료로 음식을 대접한다기에 궁금해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양이 역대급으로 푸짐했고 굉장히 맛있었다.
식사 중 사장님과 대화하게 되었는데, 사장님이 이곳에 40대쯤에 들어오셨었고 당시 어르신분이 60대셨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했다. 남편과 사별 후에 아이들을 키우며 이 식당으로 자식들 대학 보내고 이제는 손녀를 보셨다며 이 식당이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무엇보다 이제 본인이 그분들의 나이인 60대가 되다 보니 그분들께 돌려드리고 싶어서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음식 대접을 하신다고 한다. 그런데 어르신분이 혹시라도 식당 방해될까 봐 안 오신다고 하셔서 오히려 저렇게 크게 광고를 올리게 되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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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계절이 뚜렷하다 보니 각 계절의 풍경도 다르다. 한국의 가을은 수확하는 농부들로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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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자전거를 안 타려고 하는데 한국의 산이 경사가 심하게 지다 보니 결국 해가 질 녘에 산 중턱에 있게 되었다. 삐죽하지 않은 산, 그곳에 머리카락처럼 나 있는 나무들, 그 위에 있는 반달. 내가 좋아하는 한국 사진 중 하나이다.

이후 충주시에 도착해서 숙소를 잡았는데 날이 추워서 난방이 켜져 있었다. 바닥이 따끈한 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공기를 데우는 식으로 난방을 운영했던지라 발바닥이 따뜻했던 게 어떤 느낌이었는지 잊고 있어서 정말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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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살펴보다가 충주호가 멋져 보여서 들어갔는데 한국의 아름다운 가을을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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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한국적인 풍경 너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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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끝에 있는 곳에 텐트를 치고 잤는데 새벽에 발소리가 크게 들려 깜짝 놀라 깼었다. 아마도 조깅하던 동네 주민이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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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를 정리하던 중 밤이 보였다. 이것 또한 한국의 가을 풍경. 13년 만에 처음 보는 밤송이가 정말 반가웠다.

간밤에 잃어버렸던 고등학교 동창의 연락처를 알게 되어 카톡을 하게 되었다. 매일 중식 석식 같이 먹던 친구라서 한국 오면 꼭 보고 싶었는데 오창읍에서 지낸다고 하여 왔던 길을 되돌아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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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본 친구는 곧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가 하나 있었다. 참 세월이 빠르다는 걸 느꼈다. 학창 시절 친구들을 만나며 느낀 게 나 혼자만 세월에서 벗어나 있는 거 같았다. 마치 지구 대기권에서 튕겨 나가 우주를 겉도는 느낌이랄까 나? 나도 얼른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친구가 요즘 액세서리 만드는 취미가 있다며 간밤에 만든 열쇠고리를 내게 선물로 줬다.

각 도시에 진입 하기 전에 검색하는데 친구가 사는 오창읍이 게 꽤 신기했다. 오창읍은 한국의 최초 과학단지가 있는 곳인데 1987년도에 계획을 세웠고, 1990년대 공사 들어갔으며, 2005년도에 완공이 되었다. 친구 또한 화학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오창읍 평균 연령대가 34살이며, 어떤 구역은 20대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젊은 지역이라고도 한다.
인천 본가에 갔을 때 평균 연령대가 꽤 높아 보였는데 도시마다 다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국 여행하며 내 나라의 지역 곳곳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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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국에 귀국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갔는데 홍콩과 마카오에 강연을 갔다와야 했다.

한국에 13년 만에 와서 느낀 것을 짧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 싫었던 것
– 너무 찐한 선팅 차
– 퇴폐적인 길거리

*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 길에 있는 쓰레기 봉지, 쓰레기통이 없는 길거리, 규칙이 너무 복잡한 분리수거

선팅에 대해서 잠시 얘기해 보려 한다.
2011년 여행 초기 어떤 분이 내게 자전거 여행을 안전하게 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1. 차 바퀴가 어느 쪽으로 향하는지 봐라. 2. 운전자의 눈을 살펴보고 필요하면 수신호를 주고받아라.
그런데 세계 여행 13년 만에 운전자가 보이질 않는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라 너무 답답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까 2019년부터 사람들이 선팅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새 차를 뽑으면 거의 선팅해서 나오는 거 같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시광선 투과율이 32%인 선팅을 한 차량은 돌발 상황에서 대처하는 능력이 소주 3~4잔, 즉 반병을 마신 상태와 비슷하다고 한다. 이 말은 사실상 많은 한국 운전자가 음주 운전과 비슷한 상태에서 운전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느낀 점은, 한국의 운전 매너가 2010년과 비교해 많이 개선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계청의 사고율을 보면 여전히 큰 개선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선팅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은 발전하는 나라이다. 내가 본 2010년의 한국과 비교해 13년 만에 돌아온 한국은 많은 문제점들이 개선이 되어있었다. 그렇기에 이 불법적인 선팅도 고쳐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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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들어와서 정말 싫었고 적응하기 힘들었던 게 아이들도 다니는 시내 길거리 한 가운데 성 관련 업소가 크게 광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 사진들은 각각 다른 지역에서 찍힌 사진인데 둘 다 홈플러스 백화점 주변에 있는 곳이라 아이들이 다니는 그런 거리였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이게 당연하게 느껴져서 몰랐던 거 같은데 13년 만에 들어와서 보니 이게 그렇게 충격적일 수가 없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성 산업을 합법화해서 관련 종사자들에게 정식으로 세금을 걷고, 성병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게 낫다는 그런 입장이지만, 아이들이 다니는 시내 한 가운데 있는 건 절대 반대이다.
대도시, 시골 동네 가릴 것 없이 분홍색의 다방 간판, 노래방 도우미 이런 게 아이들도 다니는 시내에 있는 건 이해가 안 되었던지라 한국 길거리가 엄청나게 퇴폐적으로 느껴졌다. 아무래도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빠르게 진입하다 보니 과거의 유물들이 지속되는 거 같다.
신도시에도 이런 것들이 있는 걸 봤는데 세종시에는 이런 게 전혀 없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면 세종시 같은 곳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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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돌아와서 또 다른 이해하기 힘들었던 점은 길거리 쓰레기이다. ‘더러운 냄새 나는 쓰레기를 왜 길에 놓는 거지? 동물들이 파먹을 수도 있지 않은가?’ 쓰레기통을 만들고 그 안에 넣으면 안 되는걸까란 의문이 매번 들었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 때문에 사람들이 개인 쓰레기를 버리는 게 걱정이 되어서 그런 거라면 시스템을 개발하면 되지 않을까?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한 건 이렇다. 큰 쓰레기통을 만들고 거기에 카드를 스캔하면 쓰레기통 함이 자동으로 열리는 것이다. 그럼, 그 지역 사람만 쓰레기통을 열 수 있게 되고, 거기에 카메라를 달아서 관리하는 것이다. 쓰레기통 전체를 기계가 들어서 차에 싣는 외국식의 방식을 도용하면 쓰레기 수거도 훨씬 쉬울 것이다.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지라 이런 거 하면 꽤 괜찮지 않겠느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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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좀 부정적인 것들이 많았는데 좀 긍정적인 것들을 나열하면 이렇다.

*좋았던 것
–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안전하게 느껴져 노지 캠핑이 쉬웠음
– 멋진 자연환경
– 푸르른 숲과 깨끗한 시냇물
– 친절하고 상냥하고 공손한 사람들
– 공짜 반찬
– 맛있는 음식
– 온돌 난방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게 훨씬 많았고, 이번 여행을 통해 한국은 계속해서 발전하는 나라라는 믿음이 생겼다.

 

홍콩/마카오 – 짧은 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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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여행 당시 홍콩 이공대 학장님께 초대를 받아서 대학교에서 여행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학장님께서 방학 중이라 학생들이 거의 없다면서 나중에 정식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이번에 정식으로 초청을 해주셔서 비행기를 타고 홍콩에 가게 되었다.

홍콩 이공대학 호텔관광경영대학은 세계 명문대로 알려졌는데 학장님께서 제안해 짓게 된 5성급 ICON이란 호텔 때문이다. 대학교가 ICON 호텔 안에 자리 잡고 있기에 학생들이 직접 실습을 할 수 있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현장을 보고 배우게 되니 세계 최고 명문대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오성급인 ICON 호텔에 머무르며 대학교에 초청받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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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뒤 제일 먼저 잡힌 스케줄은 아이콘 호텔 맨 위층에 있는 식당에서 학장님과의 점심 식사였다. 음식이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정말 맛있었다.
2012년 에콰도르 여행 당시 학장님을 우연히 짧게 만났던 인연이 있었는데, 홍콩 여행 당시 다시 만나게 되었고, 이렇게 인연이 다시 이어져서 정식으로 홍콩 이공대학에 초청받아 감사하고 영광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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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여러 강연, 세미나, 박사 과정 연구원과의 인터뷰 등으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강연 때 쓰는 PPT는 앞표지만 다 같고 그 안의 내용들은 청자에 맞춰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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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호텔이 시내에 있었던지라 홍콩의 멋진 야경을 걸어가서 볼 수 있었다. 멋진 홍콩의 야경과 함께 홍콩의 일정을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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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장님께서 마카오 대학교를 연결해 주셔서 이후 마카오에서도 강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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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교수님들이 다들 너무 친절하셔서 감사했다. 내 왼편에 계신 분이 한국 교수님이셨는데 처음 일정부터 떠날 때까지 다 관리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옆에 두 분은 마카오 교수님이셨는데 차로 픽업해 주시고 떠날 때 공항까지 바래다 주시기도 했다. 점심 식사에 초대해 주셨는데 음식이 진짜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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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수님께서 현지에 오래 사신 한국 목사님을 소개해 주셔서 마카오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게 되었다. 마카오는 카지노의 도시로만 알고 있었는데 목사님 덕분에 마카오의 역사와 현지인들의 삶을 배울 수 있어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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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목사님이 계신 교회에 초대받아 강연도 하고 저녁도 함께 먹을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한국어로 강연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영어로 하는 것보다 감정 표현을 더 깊게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비록 무교이지만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간다.

 

겨울 – 경상도에서 한국의 경제 발전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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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비행기를 타고 인천 공항에서 내려 본가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얇은 잠바 하나밖에 없었는데 버스 환승할 때 너무 추워서 얼어 죽는 줄 알았다. 한국의 겨울이 너무 무서웠다.

원래는 겨울이 오기 전에 한국 여행을 끝내고 세계 여행을 종료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두 달 동안 강원도밖에 둘러보질 못했다. 세계 여행 3년 차 유럽 여행 때 사람들이 얼마나 더 여행할 거냐고 물으면 2년이라고 했었는데 총 12년을 여행했으니, 한국 여행 두 달 만에 끝낼 거라는 나의 계획은 불가능에 가까웠던 게 아닌가 싶다.

너무 추워서 엄마 겨울 잠바를 빌려 입고 데카트론이 있는 송도 현대백화점에 갔다. 송도점이 문을 닫는다고 해서 여러 제품을 할인받아 살 수 있었다. 맨 오른쪽 아래 제품은 유명 브랜드의 슬리핑백 라이너였는데 제품이 예상외로 너무 불편해서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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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가기 전에 자전거를 잠시 맡겼던 곳은 경북 의성에서 홉 농장을 운영하는 홉이든 회사였다. 홉이든을 운영하는 부부 커플은 전에 자전거로 세계 여행을 했었다. 당시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부부는 세계 여행 중 각국 농장을 둘러봤었고 이후 여행을 끝내고 한국에서 홉 농장 운영을 시작했다. 이 분야에선 엄청난 선구자이시다. 세계 여행을 끝내고 이렇게 잘 정착해 사시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고 그분들로부터 용기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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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본격적인 자전거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의성에 내려오니 인천보다는 날씨가 포근해서 낮에는 반팔과 잠바만 입어도 괜찮았다.

하회마을은 한국 여행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한국의 오래된 문화를 이렇게 마을 전체에서 볼 수 있다는 게 굉장한 감동이었다. 한국에 오랜만에 귀국하는 분들에게 하회마을을 강력하게 추천해 드리고 싶다. 또한 외국인 친구가 온다면 꼭 데려오고 싶은 곳이 되었다. 오래된 전통 마을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게 굉장히 신기했다. 일부는 숙소나 식당으로 운영되어 있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내려와 전통 가옥 숙소에서 주말을 보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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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별신굿탈놀이에서 한국의 깊은 문화가 느껴져 눈시울이 붉어졌었다. 한국에 무사히 살아 돌아와 이런 것도 볼 수 있게 되었구나 하나는 그런 감동이었다. 외국 관광객들을 위해 큰 화면에 영어 자막도 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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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을 구경한 뒤로 한국 전통 가옥에 관심이 커져서 길옆에 전통 가옥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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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7도까지 내려간다는 기상청 예보가 뜬 날 겨울 바다 앞에 텐트를 쳤다. 바닥에 솔잎이 많아서 그걸 텐트 바닥 밑에 깔아 찬기 올라오는 걸 막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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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풍경인데 추운 겨울날 서핑하는 한국 사람들이 있었다. 심지어 주변에 캠핑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내게 있어 캠핑은 생존이었는데 저 사람들은 이 추운 겨울날 일부러 밖에 나와서 밖에서 잔다.
생각해 보니 한국은 아웃도의 나라이다. 어렸을 때 나 또한 가족들과 친척들과 캠핑한 기억이 있다. 산과 강이 지천으로 깔려있으니, 사람들이 아웃도어를 즐기는 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추운 겨울날 캠핑장이 꽉 차는 나라는 한국 외에는 별로 없지 않나 싶다. 한국 사람들의 열정은 참으로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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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포항으로 들어왔는데 저 멀리 포스코를(구 포항제철) 볼 수 있었다. 견학을 가보고 싶었는데 며칠 전에 신청해야 해서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대신 인터넷 검색으로 포스코에 대해서 배웠는데 내용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포스코는 1968년에 설립되어, 1970년대 중반부터 철강 산업을 발전시키며 한국의 산업화에 기여했다.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게 해준 굉장히 고마운 곳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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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행에서 흥미로운 것은 각 지역에 전통 시장이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각 지역에 전통 시장이 살아 숨 쉬는 경우는 흔치 않기에 이것 또한 한국에서 잘 보전되는 문화가 아닌가 싶다.
죽도 시장이 꽤 크다며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이 추천해 주셨는데 실제로 시장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겨울철 별미 과메기가 한참 판매 중이었는데 혼자 먹기엔 너무 큰 크기였기에 시식용으로 맛봤는데 초장과 김과 함께 먹으니 먹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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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로 가는 길에 양동마을이 있어서 들렀는데 하회마을처럼 전통 가옥에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전국에 여러 곳이 있다는 게 굉장히 신기했다. 양동마을이 하회마을보다 작고 관광객도 적다 보니 고즈넉한 분위기가 있어서 조용히 둘러보기에 좋았다.
평일에는 아파트 도시에서, 그리고 주말에는 한국 전통 가옥이 있는 조용한 시골에서 보내고 싶다는 꿈이 점점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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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 마을 앞에는 학교도 있었는데, 건물이 과거와 현대가 잘 섞여 있어서 꽤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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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도착했는데 슈퍼 가는가는 길목에 고분이 있어서 신기했다. 이런 곳을 경주에서 몇 곳 봤는데 경주는 땅만 파면 유물이 나온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노른자 땅이었던 거 같은데 유물이 나오니 그대로 살려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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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고프로4를 사서 4년 정도 쓰다가 잃어버려서 고프로8을 새로 샀다. 고프로 8은 화면 떨림 보정이 엄청 잘 되어서 좋았는데 비디오 촬영하면서 연속으로 사진을 촬영해 주는 기능이 사라져서 너무 아쉬웠다.
4년 정도 쓴 고프로 8은 옆에 전원 버튼이 달아서 잘 안 눌렸다. 새로 나온 버전은 화면이 앞에 보여서 편해 보였고 겨울철에 베터리도 오래 간다고 해서 고프로 12를 새로 샀다. 고프로를 4년마다 업그레이드한 셈이 된 것이다.
근데 앞에 화면 보이는 것 빼고는 화잘 차이가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 아마도 고프로 20이 되면 뭔가 차이점이 생겨 새로 하나 사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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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하우스에서 같은 방을 쓰던 독일 친구랑 같이 경주를 구경했다. 한국에 어떻게 오게 되었냐고 물어보자, 케이팝과 드라마를 보다가 한국에 관심이 생겨 왔다고 했다. 안동 하회마을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네덜란드인은 한국을 무려 3개월이나 여행한다고 했다. 그 친구도 케이팝 덕분에 한국에 관심이 생겨 오게 되었다고 했다. 이번에 한국 여행하면서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유럽 친구 대부분이 케이팝과 케이드라마 덕분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고 해서 문화의 힘이란 게 이런 거구나란 걸 느꼈다.

2024년 관광객 총수가 천6백만이라고 하며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게 외국인을 위한 영어가 너무나도 부족하며, 휴대전화 인증 때문에 외국인들이 티켓 구매 등을 굉장히 힘들어했다.
무엇보다 여행자가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중저가 숙소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이건 여자 혼자 여행하는 내게도 너무 불편한 점이었다. 한국의 숙소는 다방 번호가 적혀있는 퇴폐적인 모텔이나, 대실 위주의 어두침침한 폐쇄적인 모텔이 대부분이다. 서울의 일부 숙소는 체크인이 밤 9시에 시작되는 데도 많았다. 출장을 가도 지낼 곳이 없어서 모텔에 지내는 것 또한 문제점 아닌가?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기에 생각해 낸 것이 한국의 오래된 낙후된 모텔을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서 리모델링해서 남녀노소 외국인 내국인 모두가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대실 없는) 중저가 체인 호텔을 전국에 만드는 것이다. 한국의 호텔들은 낡고 디자인들도 시골 할머니 집 방문하는 것 같은 그런 분위기들도 있던데, 깔끔한 체인 호텔을 전국에 지으면 어떨까 하는 꿈을 꿔봤다.
또한 외국인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지도 앱도 개발하고 싶고 외국인들의 한국 방문이나 생활을 도와줄 다양한 앱도 개발하고 싶다. 외국 방문객과 한국에 사는 외국인 숫자만 합해도 2천만이 넘는다. 이 정도면 엄청난 고객 숫자 아닌가?
아이디어는 넘치는데 실행할 능력이 없어 너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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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제일 멋졌던 풍경은 월정교였다. 천문대는 자주 사진으로 봤던 풍경이라 실제로 다시 보니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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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경주를 떠나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불국사에 들렀다. 가을의 불국사는 너무 아름다웠고 평화로웠다. 마음 편히 절 곳곳을 둘러보는데 방문객에게 돈을 기부하고 절을 하고 가라며 설득하는 보살님이(직원?) 계셨다. 그 방문객은 ‘다니는 절이 따로 있어요’ 했는데도 ‘저희도 다니는 절은 따로 있어요’라며 뭔가 강매하는 분위기였다. 절에 가면 마음이 편해질 거 같았는데 결국 우리 인간은 속세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라는 답답함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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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세워두고 버스를 타고 석굴암에 올라갔다. 석굴암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외부 사진만 찍었다.
석굴암에 들어가서 부처님의 표정을 보는데 순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부처님의 얼굴은 굉장히 평온해 보였다. (이상하게도 인터넷에 나온 사진으로 보면 그런 감동이 느껴지지 않아서 사진은 생략한다.)
세계 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렇게 평온한 얼굴은 처음 봤다. 나는 아마 평온함과 온화함의 깨달음을 얻지 못한 채 속세에서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으며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에 서글퍼서 울컥했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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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을 구경 후에 울산으로 넘어갔다. 공업도시답게 도시에 진입하는데 큰 트럭이 엄청나게 많았다. 울산에 한 교수님이 초대해 주셔서 그분 댁에 며칠 머물렀는데 교수님의 형님분인 김하기 작가님과 교수님의 지인이신 울산 일반 노조 부위원장님과 함께 울산의 산업 현장을 구경하게 되었다. 부위원장님이 울산 토박이시라 울산의 산업에 대해 많은 걸 알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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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과학대 텐트 농성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청소 노동자 측은 2007년에 해고를 당한 뒤 시위 끝에 총장으로부터 고용 승계 합의서를 받아냈는데, 2014년 최저시급 요구 중 해고를 당했다.
학교 측에서는 하청으로 줬기 때문에 자기들 책임이 아니라 하고, 청소 노동자들은 2007년 총장이 합의서를 쓰지 않았냐며 그것을 지키라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울산 과학대 청소 농성장은 노동과 자본 싸움의 최전선이기 때문에 누구도 포기할 수 없는 구조라 10년이 넘게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하청과 원청의 문제를 이렇게 깊게 들여다본 건 처음이었는데 정말 복잡한 문제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당시 찍은 영상에 작가님의 입장과 위원장님의 입장, 그리고 중간에서 설명해 주시는 교수님까지 다양한 관점이 포함되어 있어서 여러 측면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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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울산 시내로 돌아가는 길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간식을 먹는데, 앞에 다양한 언어로 적힌 현수막이 보였다.
13년 만에 돌아와서 본 한국의 노동 구조는 내가 떠날 때와는 크게 달라 보였다. 외국인 노동자가 쉽게 구해지니 노동 환경이 오히려 후퇴하는 거 같았다. 전태일 열사가 살아 계신다면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선진국으로 가는 이 길은 모두가 똑같이 이렇게 가야만 하는 걸까? 우리는 좀 더 나은 방법으로 가는 방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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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국 여행을 계기로 정치적인 관점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각 도시로 들어갈 때마다 도시 정보를 검색해 보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정부가 박정희 정부였다. 포스코(포항제철), 조선소, 울산 공업, KAIST, 그린벨트 등, 산업화의 기반이 대부분 그 시기에 형성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R&D 예산을 삭감한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박정희 정부의 정책 방향과 비교하게 되었다. 박정희 정부의 비상계엄령과 민주주의 탄압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경제 성장의 결과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산 공업단지를 둘러보며 나눈 대화 중에 인상 깊었던 말이 있었다. “박정희 정부는 파이를 키웠고, 민주 정부는 그 파이를 여러 사람이 나눠 먹을 수 있게 해줬다.” 만약 박정희 정부가 계속해서 통치를 이어갔다면, 한국은 러시아나 중국처럼 되었을 수도 있었다. 정부는 부유하지만, 서민 대부분은 여전히 가난한 구조가 지속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민주 정부가 들어서면서 분배 구조가 개선되었고, 많은 서민들이 중산층의 삶을 누리게 되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정치적 흐름은 단순한 흑백논리로 설명될 수 없지 않나 싶다. 오히려 회색의 연속선 위에서 이루어지는 복잡한 과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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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부산으로 넘어와 해운대에 도착했는데 엄청나게 잘 발전되어 있어서 입이 쫙 벌어졌다. 해안가에 이렇게 큰 고층 빌딩은 처음 보는 거 같았다. 3백만의 인구를 갖은 부산은 한국 제2의 도시이다. 그런데 영화에서 부산을 뒷골목 깡패들이 나오는 배경으로만 보여줘서 부산에 대해 선입견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뒤늦게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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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를 벗어나 광안리에 왔는데 개인적으로 광안리가 좀 더 마음에 끌렸다. 서울과 달리 부산은 날이 따뜻해서 겨울임에도 크게 춥지가 않았다. 주변에 산도 있고, 서핑할 수 있는 파도도 멀지가 않아서 부산에서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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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 중 알게 된 부산 친구가 있는데 부산에 오면 구경시켜 준다고 했는데, 그 사이 서울에 일자리를 찾아 올라가 버렸다. 급하게 일이 잡혀서 오피스텔을 비워두고 간다며 내게 머물다 가라고 했다. 오피스텔 위치가 꽤 좋았다. 그 친구 덕분에 부산을 구경할 수 있었다.

2015년 헝가리에서 하프마라톤을 뛰었었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았었다. 당시 세계 메이저 마라톤이란 게 있다는 걸 들었었고 언젠가 꼭 참여해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최근 베를린 마라톤 신청을 받는다는 걸 알게 되어 설마 내가 되겠어 하며 신청했는데 당첨되어 버렸다. 마라톤 날짜는 2024년 9월 1일. 엄청나게 흥분되고 기대되었지만, 과연 베를린에 갈 돈이 있을지, 가면 어디에 머무를지, 마라톤 준비를 하려면 자전거 여행 먼저 끝내야 하는 게 아닌지 마음은 복잡했지만 어쨌든 당첨되었다는 기쁨이 커서 밖에 나가 준비 운동도 없이 그것도 당시 영하로 떨어졌던 아침에 무리해서 뛰었다가 허리가 너무 심하게 아파서 결국 달리기 연습 하루 만에 중단. 날이 풀리면 다시 뛰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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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자갈치 시장 규모가 엄청나게 커서 깜짝 놀랐다. 이렇게 큰 실내 수산물 시장은 세계 여행 중 처음으로 보는 거 같다. 2층에는 식사할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혼자인데 괜찮냐고 하자 문제없다며 가격을 할인해서 주겠다고 했다. 음식도 맛있었고 바다 풍경도 멋있었다. 혼자서 음식을 먹는 외국인 관광객도 드문드문 보였다.
식사 후에 밖에 나갔는데 외부 시장도 엄청나게 컸다. 부산에 오면 자갈치 시장은 꼭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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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남쪽은 따뜻해서 반팔과 얇은 잠바만 입고 자전거를 타도 문제가 없었는데 밤에는 꽤 추웠다. 텐트에는 서리가 잔뜩 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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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겨울 간식 붕어빵 너무 좋다. 한국 겨울의 좋은 점을 뽑으라면 붕어빵 사 먹는 재미, 호떡 사 먹는 재미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한국의 사계절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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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Airbnb를 잡고 그 지역에 있는 큰 슈퍼마켓에서 장을 본 건데 나름 싼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었다.

유럽이나 호주에서는 큰 슈퍼마켓(Woolworths, Aldi)이 구역마다 있어서 도시 들릴 때마다 장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런데 한국은 그런 마트가 없다. 한국은 GDP가 낮은 나라처럼 오히려 대형 마트가 물건을 더 비싸게 파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한국의 대형마트에서 장 보는 재미는 정말 별로였다.
이후에 하나로마트가 Ald 같은 마켓을 대체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모든 지역에 다 있는 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느꼈던 저렴한 슈퍼 순위를 적어 보면 이렇다.

1. 다이소
2. 하나로마트 / 각 지역에 있는 큰 슈퍼마켓
3. 쿠팡
4. 대형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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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거제도에 있는 작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맞이하게 되었다. 다 같이 저녁 식사를 하며 카운트다운하고 새벽에 해돋이를 보러 갔다.
2024년 올해의 목표는 세계 여행 끝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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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를 빠져나가기 전 중공업들이 중간중간 보였다. 세계 여행하면서 이렇게 중공업을 가까이 자주 보는 건 처음이다. 대한민국이 어떻게 선진국이 되었는지를 한국 여행하면서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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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에서 국가정원을 보고 싶었는데 겨울철엔 휴장해서 아쉬웠다. 아쉬워서 동네를 산책하다가 본 신기한 건물! 해외에서도 본 적 없는 이런 거대한 반려동물 문화센터가 한국에 있다는 게 신기했다. 정말 한국은 다이나믹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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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습지는 굉장히 평온해 보여서 나중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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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여수 밤바다를 들으며 여수에 도착했다. 주변 섬과 반도를 구경하며 목포까지 갈까 싶었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거 같았다.

중남미에 있을 때 아르헨티나 끝 우수아이아까지 갈지 고민했었는데 거기까지 가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지쳐서 세계여행을 거기서 끝내버릴 것만 같아서 남미 중간인 브라질 상파울루 가서 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로 넘어갔었다.

“이 정도면 되었어. 그만 새로운 곳으로 넘어가자.”하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이만 제주도로 넘어가려 한다

 

봄 – 세계 여행의 출발점에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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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는 특별한 기억과 추억들이 있다. 편입 공부를 하다가 잠깐 중단하고 광고 녹음 회사에서 사무일을 한 적이 있다. 송혜교, 김연아, 김범, 차태현 등 당시 유명 연예인을 매일 봤던 재밌던 일터였기도 했다. 그 회사에서 2009년 당시에는 굉장히 파격적인 ‘8박 9일’이라는 어마어마한 휴가를 주었다. 당시 자전거 여행 블로그를 봤던지라,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어서 제주도에서 자전거를 렌트하고 8박 9일간 여행을 했었다.
이후 제주도가 너무 좋아서 결국 제주도로 넘어와서 캐나다 워홀 가기 전까지 9개월간 지냈다. 생애 처음으로 집을 떠나 독립을 해 혼자 살아간 곳이기도 하다.
내게 모험을 알려준 제주도. 내가 정말 사랑했고 그리워했던 제주도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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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2011년 미국 여행 당시 만난 한국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제주도에 있었다.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그 친구와 해장국을 먹었다. 애월에 지나갈 때쯤 그 친구가 집에 방이 빈다며 편하게 머물라고 해서 그 친구네 집에서 이삼 주 머무르면서 제주 시내 코워킹 스페이스에 가서 밀린 영상 작업을 했다.
또 다른 인연은 바로 세계 여행자 밍규리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온라인으로만 이야기를 주고받았었는데 제주도에 와서 실제로 만나게 되었다. 밍규리님은 세계여행을 끝내고 제주도에 내려와 농사를 짓고 계셨다. 친구네 집에 있을 때 밍규리님네 양배추밭에 가서 상쾌한 아침을 맡으며 양배추를 수확해 보기도 했다. 나중에 날이 풀리고 밍규리님 귤밭에 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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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1월은 너무 우울했다. 매일 같이 비가 내렸었다. 그런데 2월이 되자 봄이 오는 게 느껴졌었다. 설날이라 홍삼 박스를 들고 본가에 가려고 공항에 가는 길 꽃들이 너무 아름답게 피고 있어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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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풀리고 본격적으로 제주도 한 바퀴를 둘러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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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좋은 점이 무료 야영장이 해변가 및 중산간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일부 캠핑장은 온라인으로 예약해야 했지만 해변가 캠핑장은 대부분 그냥 쳐도 상관이 없었다. 육지에서는 무료 야영장이 거의 없어서 노지 캠핑을 했었는데 여기서는 당당하게 텐트를 치고 잘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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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가는 길에 오름이 있으면 꼭 올라가곤 했다. 한라산이 작은 오름들을 품는 이런 포근한 풍경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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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어떤 분이 말을 건네셨는데 알고 보니 아주 오래전에 블로그에서 얘기를 나눴던 세계 여행자 다동님이셨다. 다동님과 밍규리님은 서로 세계 여행 때 만나 오랫동안 알고 지내셨다. 또한, 내가 전날 지냈던 에어비앤비 집 주인분이 다동님과 친구분이기도 했다. 결국 다 같이 모여서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사진 속 왼편은 다동님, 반대편은 밍규리님네 가족.

여러 세계 여행자를 품은 특별한 섬.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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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모슬포에 도착해서 숙소를 잡고 저녁 식사를 하러 나왔다. 카페처럼 매우 예쁘게 꾸며진 중국집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짜장면만 팔고 있었다. 가격이 꽤 저렴했고, 밥도 무한리필 가능했다. 사장님이 굉장히 친절하셔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주변에 해양 쓰레기를 줍는 단체를 알게 되었다. 궁금해서 숙소를 하루 연장하고 참여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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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된 장소에 가니 디프다봉그깅이란 단체에서 직접 마대와 장갑 집게 등을 제공해 주었다. 식당 커피 종이컵 등의 자잘한 쓰레기들부터 중국에서 떠내려온 생수병과 배에서 버려진 부표 등 쓰레기 종류가 굉장히 다양했다.
실제로 쓰레기를 줍다 보니 스티로폼이야말로 인간이 만든 최악의 발명품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부서지고 조각들은 구석으로 흘러 들어가며 결국 생선이 이를 먹고 우리가 다시 그 생선을 먹는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일부 미국 주에서는 이미 스티로폼을 금지하고 있고, 한국도 몇 년 내로 스티로폼 부표 사용을 금지할 예정이라고 한다.
중국의 쓰레기는 한국으로, 한국의 쓰레기는 일본으로, 일본의 쓰레기는 미국으로 흘러가는 현실을 보면, 해양 쓰레기 문제는 어느 한 나라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국제적인 협약을 통해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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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아픈 역사가 있는 알뜨르비행장과 제주 4.3 섯알오름 학살지를 자전거로 지나가며 당시 상황에 대해 다시 한번 공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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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간 제주도에 살았을 땐 동쪽을 자주 갔었던지라 송악산 풍경이 이렇게 멋지다는 걸 깜박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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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산 근처에 공유 사무실(프리랜서들이 작업률을 높이기 위해 사무실의 자리를 돈 내고 함께 쓰는 곳)이 있어서 한 번 가봤다가 꽤 괜찮아서 결국 거기에 두 달간 머물며 밀린 영상 작업을 했다. 세계 여행 중 태국, 말레이시아, 호주, 한국 등에서 공유 사무실에 가서 영상 및 블로그 작업을 했었다.
나에게 있어 가장 특별했던 공유 사무실은 제주도 사계였다. 그래픽 디자이너, 게임 기획자, 프로그래머, 대기업 및 스타트업 근무자 등 사람들의 직업도 다양했으며, 매일 함께 이분들과 점심을 먹으며 대화하다 보면 다양한 관점과 깊은 사고를 들을 수 있어 여러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었다. 대화 내용 중 마음속에 깊은 울림을 주는 내용들은 메모장에 내용을 정리해서 아직도 가끔 열어 보곤 한다.
제주도 공유 사무실에서 신기했던 점은 다들 나이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한국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만나자마자 나이를 물어서 불편했었는데 여기서는 두 달이 넘고도, 나이를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다. 나이를 궁금해하는 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 똑같고 서양 사람도 만나자마자 나이를 묻거나 혹은 유도 질문을 해서 나이를 짐작한다.
물론 여기 공유 사무실에서 대화를 계속하다 보면 저 사람이 20대인지 30대인지 40대인지 추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무조건 이쯤 되면 나이를 물어보는데 여기서는 두 달이 넘도록 나이를 묻지 않으니 이런 경험은 한국이 최초였다. 한국은 가끔 극과 극을 오가는 거 같다. 너무 보수적이거나 엄청나게 오픈 마인드거나. 그래서 깨달은 것인데 한국은 어디를 가느냐가 중요한 거 같다.
만약 이런 환경에서 일할 상황이 주어진다면 한국 정착 생활은 오히려 외국보다도 더 좋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매주 같이 달리기를 함께 해서 그것 또한 정말 좋았다. 덕분에 베를린 마라톤 준비를 제대로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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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사무실 두 달 반 다니며 단 하루로 빼 먹지 않고 매일 아침 9시에 가서 밤 10시~11시 사이에 숙소로 돌아왔다. 비디오 편집 작업 자체가 굉장히 오래 걸리고 밀린 영상도 많고 작업할 때 꽤 꼼꼼한 성격이다 보니 매일 같이 밤늦게까지 일해야 했다. 딱 하루 빠진 날이 있었는데 그날은 4월 3일이다. 제주 4.3 평화 공원에 갔기 때문이다.

평화 공원에서 배운 제주 4·3 사건에서 대해서 정리하자면 이렇다

● 배경
– 한반도는 일본에 1910~1945년간 식민 지배를 당함.
– 일본은 1945년 핵을 맞고 항복하며, 한국은 갑작스럽게 독립을 맞음.
– 소련과 미국은 한반도를 반으로 갈라서 관리하기로 결정.
– 한국 정부 건물에 일장기가 내려가고, 그 자리에 미국 성조기가 올라감.
– 미군정은 일제 고위 관료 및 친일파들을 그대로 고용해 정부와 경찰을 꾸려 한국을 통치.
– 친일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이에 대한 불만이 고조됨.

● 사건
– 1947년 3월 1일, 제주도에서 3.1절 행사를 하던 중 어린아이가 경찰 말에 치이는 사건 발생.
– 경찰은 이를 무시하고 지나감. 화가 난 군중이 돌을 던지자 경찰이 총기를 발포해 6명 사망.
– 이에 분노한 제주도민들이 민관 합동 파업에 돌입. 전체 인구의 약 95%가 참여함.
– 미군정은 제주도민 전체를 좌파 세력으로 보고, 탄압을 정당화하기 시작함.
– 1948년부터 경찰은 제주도민을 마구잡이로 체포하고 고문.
– 1948년 4월 3일, 300명의 남로당이 무장하여 경찰 습격해 상황을 악화시킴
– 1948년 5월 10일, 미국의 지원을 업고 이승만이 남한 단독 선거를 강행.
– 제주도는 한반도를 둘로 쪼개는 선거에 반대하며 저항.
– 그 결과, 남한에서 유일하게 제주도만 선거가 무효 처리됨.
– 화가 난 미군정이 구축함을 급파해 제주를 봉쇄하고 ‘소탕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학살 명령 내림.
– 살인에 미친 극우단체 ‘서북청년단’을 동원해 제주도민을 잔인하게 학살.
– 1947년부터 1954년까지, 공식 집계된 희생자 수는 약 15,000명.
– 신고되지 않은 피해까지 포함하면 약 30,000명, 외국 보고서에선 최대 80,000명까지 추정됨.
–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민간인 학살 사건이지만, 오랫동안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음.
– 피해자들은 ‘빨갱이’라는 낙인이 두려워 1990년대까지 침묵 속에 살아야 했음.
– 1999년부터 진상조사 시작, 2003년 한국 정부가 처음으로 공식 사과하며 2008년 4.3 평화공원 완공
– 미국은 아직까지 공식 사과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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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에서 하는 마지막 투표다. 한 번도 안 놓치고 총 7번 투표했는데 매번 투표할 수 있음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세계 여행 중 선거 목록
2012년 (멕시코) 19대 국회의원 선거 신청
2012년 (코스타리카) 19대 국회의원 선거
2012년 (파라과이) 18대 대통령 선거
2016년 (헝가리) 20대 국회의원 선거
2017년 (베트남) 19대 대통령 선거
2020년 (호주) 21대 국회의원 선거
2022년 (호주) 20대 대통령 선거
2024년 (제주도, 한국) 22대 국회의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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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사무실에서 자전거로 5분밖에 안 걸리는 숙소를 구해 저렴하게 월세로 냈다. 어느새 산방산 머리 위에 푸르른 잎들이 나고 있었다. 가끔은 구름 모자를 쓰기도 한다. 제주도에 처음 와서 9개월간 살았을 때 성산일출봉과 구제주에 지냈었는데, 이번에는 사계 해안과 산방산에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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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어디를 가든 풍경이 참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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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에 있을 때 이중섭 화가가 가족들과 2년 동안 머물렀던 거주지를 방문했는데 방이 고시원보다 더 작았다. 이후 이중섭 갤러리에서 그의 작품들과 생애를 살펴보니, 한국 현대사의 복잡한 격랑 속에서 희생된 인물처럼 느껴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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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에 있을 때 버스를 타고 한라산에 가서 애월에 사는 친구와 함께 관음사 코스로 올랐다. 한라산을 보고 있자니 백두산 방문이 생각나 가슴이 뭉클했다. 여행 말미에 자주 듣던 노래가 소향의 홀로 아리랑이었다. 홀로 아리랑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구가 생각이 났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배타고 떠나면
우리네 마음들도 하나 되겠지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함께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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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 일출봉으로 가는 길에 본 노을은 한국에서 본 노을 중 가장 아름다웠다. 자전거와 짐을 성산 일출봉 게스트하우스에 맡기고 3박 4일 서울에 올라갔다 와야 했다. 홍콩이공대학 호텔관광경영대학의 학장님께서 연세대에서 열리는 국제학회 APacCHRIE 2024에 나를 게스트 스피커로 추천 해주셔서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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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비행기를 타고 김포에 도착하자마자 짐은 공항에 맡겨두고 서울로 가서 열린옷장이란 곳에서 정장을 대여했다. 열린옷장은 정장을 공유하는 비영리단체인데 가격이 다른 곳보다 훨씬 저렴했다. 역시 서울은 없는 게 없다며 감탄했다.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바지 기장이 좀 길어 보인다며 무료로 수선해 주겠다며 바로 5분 만에 해주셨다.
일부 옷들은 사람들이 기부한 정장들이기도 한데 그 안에 기부자가 남긴 편지도 담겨있는데 편지 내용이 은근히 감동이었다. 나중에 나도 이곳에 정장을 기부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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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 대여 가방이 꽤 무거웠는데 그걸 들고 중요한 점심 식사 약속이 잡힌 코엑스로 서둘러 갔다. 그분은 큰 기대 말라며 단순한 식사 자리라고 했지만, 나는 이 기회에 내 뜻을 관철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그분 말대로 정말로 단순한 점심 식사로 끝난 거 같아 아쉬운 마음이 컸다. 그래도 이런 기회라도 생긴 게 어딘가 싶었다. 내 작은 목소리가 누군가에게는 닿았다는 그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하려 한다.

이후 마라톤 신발을 사려 나이키와 아디다스 매장에 가봤는데 발볼이 넓다 보니 신발들이 불편했다. 이후 러닝 신발만 파는 플릿러너란 곳에 가서 상담을 받고 써코니 신발을 샀다. 그럭저럭 신을 만했고 일반 나이키 신발 신고 달릴 때 생겼던 발볼 옆 통증은 사라졌다. 이후 공항에 가서 짐을 찾고 근처 호텔에 짐을 풀고 내일 일정을 준비했다. 정말 정신없는 하루였다. 숙소가 연대에 버스 타고 20분 만에 갈 수 있는 곳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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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학장님을 뵙고 또한 홍콩이공대와 마카오대에서 봤던 교수님들을 다시 만나 뵙게 되어 반가웠다.
국제학회는 처음이었는데 꽤 흥미로웠다. 호기심이 많은 내가 만약 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지금쯤 학문에 몰두하며 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내가 자란 환경은 방목형에 가까워서 호기심을 세계 여행으로 풀게 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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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의 국제학회 일정을 마치고 바로 제주도로 돌아가는데, 떠나는 날 아침 새 신발 테스트할 겸 한강에서 달리기했다. 이후 짐을 호텔에 맡기고 이메일로 최근 연락을 주고받았던 DMZ 숲 임미려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다. DMZ 숲은 파주 민간인 통제 구역에 농업 및 문화 공간을 운영하는 곳이다. 대표님이 어떻게 DMZ 숲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말씀해 주셨는데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해 가시며 또한 그 길에 담긴 깊은 의미를 듣다 보니 매우 큰 동기부여를 얻게 되었다. 대표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서로 일정이 너무 바빠서 아쉽지만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이후 호텔에 서둘러 가서 짐을 찾고 공항에 가서 비행기에 올랐다.
서울에서의 일정은 정신없었지만 정말 뜻깊은 시간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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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내려 성산일출봉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는데 서울에 비하면 제주도는 너무 작게 보였다. 내가 여기에 몇 달을 어떻게 지냈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으며 복잡한 서울이 그립기까지 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제주도의 조용하고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에 적응해 도대체 그 복잡한 서울에서 어떻게 지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게 이럴 때 쓰이는 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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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제주도 동쪽의 아름다운 해변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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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에도 괜찮은 무료 야영장이 있었는데 해가 질 녘 풍경이 정말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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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 캠핑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저 멀리 해녀분들이 물질을 하고 있었다. 여행이 끝난 후 이 블로그를 쓸 시점에 영국 친구가 미국 작가가 쓴 ‘The Island of Sea Women(해녀들의 섬)’이란 책을 추천해 줬다.
해녀들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외국인이 썼다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내용이 너무 자세했다. 나는 육지 관광객이다 보니 해녀분들 방해하면 안 될 거 같아 다가가서 말을 걸어 본 적이 없고 지인 중에 해녀분도 없어서 그분들의 삶을 전혀 몰랐었는데 영국인이 추천해 준 미국 작가가 쓴 책에서 한국의 해녀분들에 대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책에 4.3 사건도 포함이 되어 있는데 미국인 작가다 보니 미군정에 대해 자세히 쓰지 않고 마치 한국인끼리 이유 없이 서로 죽인 것처럼 묘사한 거 같아 그 점은 아쉬웠지만 미군정을 포함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다른 외국인보다는 낫다고 본다.
어쨌든 해녀들의 삶을 잘 표현했기에 제주도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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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를 다 돌고 나니 아쉬워서 중산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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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간에 들어가니 노지 캠핑할 곳이 의외로 꽤 많아서 좋았다. 호주에서 노지 캠핑하던 그 느낌과 꽤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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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워 한 분이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해서 같이 중산간에 며칠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그분을 만나러 가는 길에 다음 카카오 본사 건물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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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자전거를 타다가 괜찮은 캠핑장이 나와서 2박 캠핑을 하며 이런저런 여행 이야기를 나눴다.

점점 날이 더워지기 시작했다. 제주도에 꽤 오래 머물렀는데 ‘이 정도면 되었어. 그만 새로운 곳으로 넘어가자.’라고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이제는 다시 육지로 올라가려 한다.

제주 여행기를 끝내기 전 제주도에서 먹었던 여러 음식 사진을 공유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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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위 왼쪽 1번 –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애월에 사는 친구와 먹은 산지해장국 내장탕인데 비 오는 추운 날이었던지라 엄청 맛있었다.
맨 위 오른쪽 2번 – 모슬포에 있는 보말 칼국수 맛집인데 국물이 진득하고 비린내가 전혀 없어 먹기 좋았다.
맨 아래 왼쪽 3번 – 자전거 타고 가다가 배고파서 먹은 동네 고기국수. 고기국수는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맨 아래 오른쪽 4번 – 제주 시내에서 팔로워분과 간 식당에서 먹은 옥돔뭇국인데 하얀 국물에 생선 전체가 담긴 국은 처음 먹어봐서 신기했다. 갈치는 입에 녹고 고등어는 짭조름하니 쫄깃하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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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 자전거 타고 가다가 배고파서 먹은 제주도 몸국인데 양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2번 – 애월 친구랑 오름 올라갔다 온 후 점심으로 먹은 갈치조림인데 꽤 맛있었고 양도 푸짐했다.
3번 – 밍규리님 귤 밭에서 일하다가 먹은 들깨 메밀 칼국수. 처음 먹어봤는데 맛이 괜찮았다.
4번 – 자전거 타고 가다가 배고파서 들어간 마을 동네 식당. 9천 원에 양이 엄청 푸짐했다.

 

여름 – 세계 여행의 끝이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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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제주도에서 완도로 넘어왔다. 완도 주변이 괜찮아서 하루 더 머물고 싶었지만, 모텔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떠났다. 한국 여행을 오래 하다 보니 더 이상 한국의 퇴폐적이고 폐쇄적인 모텔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한국에 중저가 호텔 체인을 전국에 짓고 싶은데 나는 안 될 거 같고 누가 좀 이거 해줄 수 없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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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를 지나친 후 해안가를 달리다가 굉장히 평화로워 보이는 곳이 나와서 텐트를 쳤다. 앞에 있던 보트 주인인 동네분이 나오셔서 짧은 대화를 나눠봤는데 동네가 꽤 안전해 보여서 마음 편히 하룻밤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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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있을 때 팔로워 한 분이 “세계 여행 어떻게 끝낼 거예요?”라고 물었을 때 “정착할 집을 찾아 부동산을 방문하는 컨셉으로 브이로그를 찍으며 끝내는 건 어떨까요?”라며 농담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분이 건넨 질문이 계속해서 머리에 맴돌았다. 이후로 세계 여행을 어떻게 끝내지란 고민을 계속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DMZ 숲에서 만났던 임미려 대표님께 혹시 DMZ 평화 자전거 여행을 개최한 뒤 마지막을 DMZ 숲에서 끝내도 되겠냐며 협조 요청을 하자 흔쾌히 받아주셨다.
2011년 9월 1일 여행을 시작했으니 같은 날짜인 9월 1일에 여행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드디어 여행의 끝이 처음으로 명확하게 보였다.
땅끝마을을 찍고 서울을 향해 이제 올라간다. 이후 서울에서 강릉까지 자전거를 타고 간 뒤 독도를 보고 고성에서 사람들을 만나 파주까지 함께 달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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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질 녘 한 시골 마을에 도착했는데 이날따라 도저히 캠핑 칠만한 곳이 나오질 않았다. 그러다가 발견한 마을 회관에 정자가 있어서 주민분께 허락을 받고 하룻밤 텐트를 쳐 편하게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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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로 넘어가는 다리에서 물살이 엄청 빠르게 지나가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빠른 물살은 처음 봤는데 울돌목(명량 해협)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유속이 빠른 곳이라고 한다. 명량해전 영화를 보면서 너무 드라마틱하다 싶었는데, 실제 울돌목 물살을 보고 그 영화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여수 이순신 광장에는 모찌 간판들이 너무 크게 있어서 이순신 동상과 분위기와 잘 맞지 않았다. 이순신 장군의 위엄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여수보다는 울돌목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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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행 중 가장 고요하고 조용하고 평온했던 곳이 바로 완도 주변 해변가와 진도 주변 해안가이다. 풍경도 멋있고 차량도 별로 없어서 자전거 여행으로 강력히 추천한다. 중간에 쉴 수 있는 정자도 많아서 굉장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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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한국의 중공업 산업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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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신안쪽으로 넘어가고 싶었는데 제주도에서 함께 자전거를 탔던 재희님이 남원 갈치마을에 놀러 간다며 나 또한 오라고 불러주셨다. 남원 갈치마을 가는 길에 한국에서 다섯번 째로 큰 광주서 오리고기탕을 먹었는데 맛이 꽤 독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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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 마을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마을이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어서 여기는 정부가 잘 지원해 준 마을인가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나를 초대해 주신 공방을 운영하시는 쌤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곳에서 6년간 이장을 맡아 했다고 한다. 이 마을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건 젊은 이장님의 정보 수집력과 실행력 때문에 각종 정부 지원 사업을 받아서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는 이장직이 너무 힘드셔서 내려놓고 다른 분이 맡아서 하고 계신다고 한다.
자전거로 전국 각지를 여행하면서 느낀 게 어떤 마을은 세련되게 잘 꾸며져 있고, 어떤 곳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폐허 분위기였다. 알고 보니 이장의 재량에 달린 것이었다. 국가에서 각 마을 이장에게 주는 돈은 한 달에 40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데 그 돈을 받고 마을을 꾸미라는 건 이장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낙후되는 마을이 어쩔 수 없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시골에 가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 구시대적인 시스템 때문이 아닌가 싶다. 도시에서는 세금으로 모든 게 운영되니 내가 직접 개입할 부분이 없는데 시골은 공동체 분위기라 돈을 걷어서 발전시킨 부분도 있기 때문에 각 마을이 정해 놓은 규칙을 따라야 하는데 도시 사람으로선 텃세로 오해할 수밖에 없다.
지방 소멸이 걱정된다면 이장 시스템을 바꿔서 각 지방을 묶어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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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 마을이 잘 유지되는 또 다른 이유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갈치 마을에서 일주일 가까이 머물렀는데 공방에 끊임없이 사람들이 오고 갔다.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들이 오고 가서 마을에 생기가 돈다고 좋아하셨다.
생각해보면 DMZ 숲이 잘 된 이유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다큐멘터리 보는 걸 좋아하는데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님이 운영하시는 여백서원(괴테마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나도 사람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마지막 사진은 쌤이 굴착기 운전하는 방법을 알려주셔서 실제로 운전대 잡고 굴착기를 움직여봤다. 재밌어서 나중에 자격증 따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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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마을에 지내면서 전주에 공연도 함께 갔었는데 뒤풀이로 식당에 가서 홍어를 먹었다. 냄새가 엄청 심할 줄 알았는데 김치에 싸 먹으니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두리안을 먹을 수 있다면 홍어도 가볍게 먹을 수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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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같이 자전거를 탔던 재희님이 차를 갖고 오셔서 편하게 지리산에 올라가 멋진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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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갈치 마을 분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전주로 올라왔다. 전주 한옥 마을에는 중간중간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나와서 ‘역시 공간의 중요성!’하며 좋아했다. 여행하다 보면 가끔 한 가지 주제에 모든 게 맞춰질 때가 있다.

전주에 왔으니 관광객답게 전주비빔밥을 먹으러 갔다. 그런데 나물이 바닥에 있어서 약간 문화 충격? 맛은 있었다. 서비스로 육회도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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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보다가 흥미로운 곳이 나왔다. 학창 시절에 끊임없이 들었던 새만금!! 새만금으로 가는 길 잼버리가 열렸던 곳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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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열심히 배웠던 새만금 간척 사업은 아직도 완공이 안 되었다.
1971년 계획 시작, 1987년 사업 발표 시작, 1991년 착공 시작하여 33년에 걸쳐 계속 공사 중이다. 완공 계획은 2020년이었지만 이후 변경해서 2040년으로 이후 다시 변경 해서 2050년으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간척 사업이라고 하는데 단군 이래 대한민국에서 가장 실패한 사업이 아닐까 싶다. 어느 정부에서도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돈을 쏟아붓고 있다. 나중에, 이 사업이 정말로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는 건지 궁금하다. 이 돈을 다른 사업에 투자했다면 전라도의 지금 모습은 어땠겠느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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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다 보면 가장 많이 보이는 게 바로 쌀농사이다.

지난 1년 가까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느꼈던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말해보자면 한국의 1차 산업인 농업은 후진국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여러 문제점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변화를 못 따라가서 생긴 것들이다.

 

 

(밑에는 대한민국을 1년 여행하며 봤던 농업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써봤다. 글이 꽤 길다)

 

 

순위 국가 농업 종사자 비율 (%) 인구 수 (명) 농업 종사자 수 (명) 비고
1 인도 42.0 약 14억 1,000만 명 약 5억 9,200만 명
2 터키 16.7 약 8,570만 명 약 1,430만 명
3 폴란드 8.2 약 3,730만 명 약 305만 명
4 한국 4.8 약 5,130만 명 약 246만 명 고령화 심각, 자급률 낮음
5 독일 2.4 약 8,300만 명 약 199만 명 높은 생산성과 효율
6 네덜란드 1.6 약 1,790만 명 약 29만 명 세계 농산물 수출 2위
7 스웨덴 1.5 약 1,080만 명 약 16만 명 자급보다는 수출 지향
8 스위스 1.3 약 860만 명 약 11만 명 고품질 농산물 생산
9 미국 1.3 약 3억 3,200만 명 약 432만 명 대규모 기계화된 농업
10 영국 1.0 약 6,800만 명 약 68만 명
11 이스라엘 0.77 약 980만 명 약 7만 5천 명 자동화된 고기술 농업 운영

체계적인 산업화된 농업일수록 농업 종사자 비율이 낮아진다. 한국은 선진국임에도 농업 종사자가 꽤 많게 나오고 있다.

순위 국가 1인당 경작 면적 (헥타르) 1인당 경작 면적 (㎡)
1 미국 92.59 헥타르 925,900㎡
2 영국 25 헥타르 250,000㎡
3 스웨덴 18.75 헥타르 187,500㎡
4 스위스 9.09 헥타르 90,900㎡
5 독일 8.54 헥타르 85,400㎡
6 폴란드 5.90 헥타르 59,000㎡
7 이스라엘 5.33 헥타르 53,300㎡
8 네덜란드 3.45 헥타르 34,500㎡
9 터키 1.61 헥타르 16,100㎡
10 한국 0.32 헥타르 3,200㎡
11 인도 0.32 헥타르 3,200㎡

나라마다 경작할 수 있는 농지 면적을 구해서 그 나라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수를 비교해 1인당 경작 면적을 구해보면 대한민국은 인도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발도상국은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 비율이 높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산업화가 진행되며 사람들이 다양한 직종으로 빠져나가고, 그 빈자리를 대기업들이 농업에 참여해 기계화를 통해 대규모 생산을 이끌어간다. 그 결과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줄어들지만, 수확량은 오히려 증가한다.
그러나 한국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대기업의 농업 참여는 법적 제약과 각종 시위로 인해 사실상 차단되어 있다. 그 결과 영세농(농사짓는 경지가 적어 생계를 겨우 유지하는 농민 또는 매우 적은 규모의 농업)이 대다수를 차지해 농업은 구조적으로 고립되고 낙후되어 있다.
특히 산악 지형이 많아 경작이 어려운데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일부 영세농은 수작업에 의존해 농업을 이어간다. 생산성은 떨어지고, 수확량은 늘지 않는다. 이런 식의 농사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창출해 내지 못해 대도시로 인구가 빠져나가는 지방 소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수익이 적다 보니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외국인 노동자(특히 불법 외국인 노동자)에게 의존하기도 한다. 한국은 이민자로 세워진 미국과 같은 나라는 아니기 때문에, 원주민 한국인들은 이를 불편하게 느끼고 대도시로 이주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지방 소멸 문제가 심화하는 악순환까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 산악 지형이 많다 보니 경작할 땅이 부족한데 현재 농지의 절반 이상이 쌀에 집중된 것 또한 문제이다. 쌀은 고령층이 쉽게 재배할 수 있어 유지되고 있을 뿐, 수요는 줄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급률 이외에는 큰 경쟁력이 없기에 식량 안보에 엄청난 낭비를 일으키고 있다.
정부 정책은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기보다는, 영세농에게 각종 지원금을 주며 남는 수확물을 정부가 사주는 수매 정책으로 1차 산업을 계속해서 후퇴시키고 있다. 농업은 국가 식량 안보의 핵심이며, 정부가 가장 먼저 책임져야 할 분야다.
식량 안보를 지키지 못하면 국가는 국제 정세의 볼모가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차단되자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는 식량 가격이 폭등했고, 일부 국가는 사회 혼란까지 겪었다. 한국처럼 식량 자급률이 낮은 국가에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할 경우 훨씬 더 큰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한국의 농업은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농업은 군대처럼 국가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식당이나 카페처럼 개방적인 직종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내지 못하는 농가는 농지를 국가에 반납하게 하고, 해당 농지는 국가 산하의 공공 농업 법인이 책임지고 운영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 공공 법인은 자동화, 고기술, 연구 개발을 기반으로 대규모 생산 체계를 구축하여 식량 안보를 강화하고, 동시에 대량 생산을 통해 식자재 가격도 안정시킬 수 있다.
농지를 반납한 농민에게는 법인 수익 일부를 배당금처럼 지급하거나, 반납 시점에 합당한 보상금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농민 자녀에게는 해당 법인에서 우선적으로 채용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지방 소멸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기존 농업인이 계속 농지에서 일하길 원하는 경우에는 공공 농업 법인에 정식 채용되어 안정적인 고용과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농지를 넘긴 농업인들도 새로운 농업 체계 내에서 소외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농사짓는 것을 좋아하는 어르신들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길가에 작은 공간만 있어도 작물을 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분들에게는 집 근처에 소규모 경작지를 제공해, 흙을 만지며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대기업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으니, 국가가 직접 참여하는 공공 대기업 농업 법인으로 농업의 산업화를 진행하는데, 사우디 정부와 협력해 투자 자본금을 마련하는 방법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농업을 식량 안보 문제로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정부 주도로 대규모 농업 프로젝트를 세우고 2030년까지 약 9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사우디는 자국 내 자원과 기술은 부족하지만, 자본은 풍부하다. 반대로 한국은 고등교육을 받은 인력이 많고 기술력도 뛰어나지만, 농지와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 이 두 나라의 이해관계는 맞닿아 있다. 사우디 자본과 한국 기술이 만나면, 후진국형 농업 구조에서 벗어나 첨단 산업형 농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정치인들이다. 한국 정치권은 국민의 표를 의식해 과거 지향적인 정책을 고수하면서, 1차 농업 산업을 후진국형 구조에 머물게 하고 있고, 4차 산업과 관련된 정보기술 분야에는 각종 규제를 만들어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이런 구조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산업의 방향성과 정책은 표가 아니라 국가의 생존 전략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국민이 과거 지향적이라고 해서 그들의 표를 얻기 위해 과거 지향적인 정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정책들이 필요한지 국민을 설득해서 표를 얻은 뒤 미래지향적으로 정책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정치인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닌가 싶다.

 

항목명 전라도 경제 수치 및 순위
1인당 GRDP 약 3,864만 원 (전국 하위권)
GRDP 증가율 -0.2% (전국 최하위)
비정규직 비율 약 44.4% (전국 3위)
청년 고용률 약 30%대 (전국 하위권)
청년 순유출률 전국 최상위
노령화지수 전국 2~3위
서비스업 생산성 전국 하위권
연구개발(R&D) 투자 비율 전국 최하위권

전라도는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가처분소득, 고용 지표 등 주요 경제지표에서 전국 하위권에 속한다. 전라도는 다른 산업에 비해 농업 의존도가 높은데 농업이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경제지표가 낮게 나온다. 농업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킨다면 전라도의 경제도 전국 상위권으로 도약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상상해 보면, 농업 스타트업과 국가 산업을 연계한 혁신적인 허브를 전라도 중심으로 세우고, 기술 개발 및 스타트업 도시를 전라도에 집중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또한, 그 주변에 신도시 개발을 통해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깔끔한 주거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서울로 몰리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지역의 균형 발전을 촉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전라도와는 연고가 없다. 서울 태생이며 수도권에서 자랐다. 위 내용은 지난 1년 가까이 한국을 여행하면서 생각한 것들이다.)

 

South Korea Tour_0125

대전에 도착해 카이스트에 가서 달리기했는데 한국의 다른 대학과는 달리 평지라서 너무 좋았다. 캠퍼스도 굉장히 잘 꾸며져 있어서 해외 다른 대학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엑스포 케릭터를 지우개로 썼던지라 엑스포 실제 건물을 보니 굉장히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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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갈치마을에 갔다 와야 했는데 갈치마을 쌤이 지인을 소개해 주셔서 그분 집에 짐을 맡겼다. 여행 말미에 자전거를 한곳에 놓고 몸만 따로 가는 일이 자주 생겼다. 필요한 짐만 빼내야 하고 돌아와서는 다시 넣어야 하는데 이게 은근히 좀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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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마을에 있는 중학교 선생님이 학교에 초대해 주셔서 갔고, 또한 갈치 마을 문화 공간에서도 강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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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대전으로 돌아와 짐을 챙겨 세종시로 갔는데 도시가 굉장히 세련되어 있어 깜짝 놀랐다. 한국 도시에서 아쉬운 점이 성냥갑 같은 아파트 단지이다. 똑같은 아파트를 복사 붙여 넣기 해서 여러 개 함께 지어버리는 건데 도시 미관상 안 좋다. 외국인들은 저게 뭔가 싶어 깜짝 놀라는 풍경이다. 디스토피아적 건물이랄까나? 세종시는 그런 부분이 안 보여서 미래 지향적인 도시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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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 더워지고 있었다. 아침 7시에 밖에 나갔는데 벌써 얼굴은 땀범벅이었다. 한국의 여름이 장난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땀은 계속 나는데 갑자기 추위가 느껴지는 현상까지 일어난 적이 있다. 뇌에 과부하가 발생해버린 위험한 순간이었다. 그래서 편의점에 들러서 이온 음료를 매일 사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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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평화 자전거 여행 공지를 올린 후 점점 여행이 막바지를 향해 가는 게 보였다. 길 위에서 보는 이 노을이 참으로 그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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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살 때 송탄에(현 평택) 3~4년 산 적이 있다. 아파트 뒤편은 시골 동네였는데 거기에 세계에서 제일 큰 반도체 공장이 들어섰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송탄에 비록 짧게 살았지만 매일 산이며 들이며 뛰어놀았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세계 여행자 기질이 저 때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한없이 자연에서 마음껏 뛰놀며 모험심과 호기심을 키우게 되었고 그것이 무의식 속에 심어져 있다가 여행하면서 서서히 깨어났던 게 아닌가 추측해 본다.
나에게 있어 마음의 고향 같았던 곳인데 이렇게 크게 성장해 있어서 기특하기도 했다. 반도체 주변에는 자전거가 엄청 많이 세워져 있어서 꽤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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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데 익숙한 풍경이 보여서 바로 자전거를 세웠다. 내가 예전에 살던 아파트가 그대로 있는 것이다! 사실 그대로는 아니고 관리가 잘 안되었는지 꽤 낙후되어 보였다. 그런데 단지는 차들로 꽉 차 있었다. 놀이터에서 미끄럼틀 같은 건물에 맨날 올라가 놀았었는데 아직도 그대로 있어서 반가웠다. 지금은 거기에 못 올라가게 펜스가 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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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들어서면서 각종 신도시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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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의 고향, 안양 만안구에 13년 만에 돌아왔다. 송탄 이후 세계여행 떠나기 전까지 이곳에 계속 살았다. 13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 도착했을 때 굉장히 무덤덤했고 집이 인천으로 이사 가는 바람에 전혀 모르는 동네라 집에 돌아온 느낌이 하나도 나지 않았었다. 그런데 안양 만안구에 들어서는 순간 한국에 무사히 살아서 집으로 돌아왔다는 게 처음으로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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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안구에 살았던지라 안양 1번가가 가까웠다. 안양 1번가는 안양에서 가장 잘나가는 곳이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노후화된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옆에 신도시가 생기면 주변 동네가 슬럼화되는 문제점이 있다던데 만안구가 그 문제를 정통으로 맞은 거 같다. 안양시에 잘 발전된 지역도 여럿 있지만 내게 안양은 만안구고, 만안구는 안양인지라 아쉬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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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아파트 앞 동네는 13년 전 그대로였는데 사실은 꽤 낙후되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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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인천 송도에 가서 달리기했는데 송도는 세종시만큼 도시가 멋져 보였다. 그런데 인도에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아서 도시 분위기가 굉장히 허전했다. 구도시는 길에 사람이 많은 대신 도시가 좀 지저분해 보이고, 신도시는 깔끔한데 사람이 별로 없어서 유령 도시처럼 보인다. 이 중간 점이 있다면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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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서울 근처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다. 서울은 숙소가 너무 비싸서 근처에 숙소를 잡아 놨다. 9월 29일에 열리는 베를린 마라톤을 위해 9월 5일 자 베를린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샀다. 자전거 여행은 9월 1일 끝나기로 되어 있다. 한국에 좀 더 머물고 싶지만, 한국 날씨가 너무 더워서 달리지를 못하겠기에 베를린에 먼저 가서 달리기 연습을 하려 한다.
그렇기에 한국에 머물 시간이 별로 안 남아서 서울 근처에 온 김에 지인과 친구들을 만나느냐고 바쁜 시간을 보냈다. 서울에 올 때마다 역시 서울이라 하며 감탄한다. 한국에 오래 산 사람들은 왜 외국인들이 서울에 관광하러 오는지를 모르는 거 같다. 나는 이런 게 잘 이해가 되는데 그래서 각종 스타트업을 하고 싶은데 도대체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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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자전거를 타고 서울에 진입했다!! 의외로 길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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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근처에서는 여러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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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에서 한국처럼 독창적으로 문자가 만들어진 나라가 거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세종대왕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고 세종대왕은 내가 한국에서 가장 존경하는 위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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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살고 싶은 동네는 자전거 도로가 길옆에 있는 동네인데 실제로 서울 일부 구간에서 그것을 발견했다!! 자전거 우선도로라는 큰 문구도 있었다. 확실히 서울은 뭔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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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그렇게 좋았음에도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한국 여행에서 서울시에서 자본 적이 없다. 모텔을 좋아하지 않고 호텔은 너무 비싸니 매번 외곽으로 빠졌다.
한국을 지난 1년 가까이 여행하면서 어디서 살지 계속 고민을 했는데 아무래도 서울 주변 수도권으로 자리를 잡게 되지 않을까 싶다. 수도권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서울이 주는 다양성을 무시 못 하겠다. 만약 정말 꿈처럼 전라도에 스타트업 허브가 크게 생긴다면 거기에 가서 꿈을 펼쳐보고 싶기도 한데 그런 일은 없을 거 같다.
DMZ 평화 자전거 여행 개최 전에 개인적인 세계 여행을 끝내야 했기에 강릉시로 서둘러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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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경보가 매일 같이 떴었다. 차가운 계곡에 발을 담그니 무더운 여름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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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에서 직원분이 음료수와 사탕을 주시면서 응원해 주셨다. 확실히 강원도에 오니 사람들의 따뜻한 인심이 느껴졌다. 13년 만에 한국에 제일 먼저 와서 경험한 곳이 강원도인데 사람들이 매우 따뜻하게 대해줘서 굉장히 감사했었는데 그곳에 다시 돌아오니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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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산악지대에 올라가니 확실히 날이 조금은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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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 날 서둘러 강릉시로 가려 했는데 자전거가 펑크가 나 있어서 수리해야 했다. 다행히 강릉시에 밤이 되어 도착했는데 독도에 가기 위해 울릉도 배편을 확인해 보니 다음날 배가 뜨질 않았다. 이날이 8월 21일이었다. 8월 22일 울릉도 가서 독도를 보고 8월 24일에 강릉으로 돌아와서 8월 25일 자전거를 타고 고성으로 가서 8월 26일 DMZ 평화 자전거 여행을 시작해야 했다. 즉, 독도를 볼 시간은 8월 22일~24일 딱 이틀밖에 없었는데 그중 하루가 날아간 셈이다.

 

South Korea Tour_0148

다행히 8월 23일 울릉도로 가는 배편이 정상 운행되어 오후에 울릉도에 도착하게 되었다. 버스를 타고 한 바퀴 둘러봤는데 엄청난 산악지형이란 걸 깨닫고 자전거 안 들고 오길 너무 잘했다며 좋아했다. 풍경도 너무 멋졌고 무엇보다 동네가 굉장히 한국적인 분위기가 낫다. 지난 1년간 한국 전국 각지를 여행하면서 가장 한국적인 곳을 꼽으라면 울릉도라 말하고 싶다. 육지랑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한국의 고유한 분위기가 잘 남아있는 거 같다.
식당에서 1인분만 시키는 데도 문제없었고 반찬도 잘 나오고 음식도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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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8월 24일 독도를 보러 간다. 독도를 보고 DMZ 평화 자전거 행사를 위해 바로 울릉도 가는 배편을 타야 했기에 마음이 조마조마했었다. 독도 접안이 성공할지는 독도 주변에 가서 방송이 나올 때까지 모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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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접안이 성공되는 순간 다들 박수치고 나 또한 너무 행복했다. 독도에 많은 작은 섬들이 어우러져 자연 경관이 뛰어났다. 독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배가 다다르자, 경비대원들이 줄 맞춰 경례하던 순간이었다. 역시 사람을 가장 감동하게 하는 건 사람인가 보다. 독도에 가지 않는 일정이었으면 DMZ 평화 자전거 행사를 조금은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었는데, 독도 가는 일정 때문에 무리해서 폭염에 매일 자전거를 타고 거기에 행사 준비하느냐고 하루에 4~5시간도 잘 못 자고 있었는데 경비대원이 경례를 해주며 환영 인사를 해주시니 지난 일주일간의 모든 힘든 일정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독도를 지키고 있는 독도 경비대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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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세계 여행에 성공한다면 육로로 돌아오겠다는 결심을 했었는데, 그것이 실패로 돌아가 힘들었을 때 소향의 홀로 아리랑을 들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었다.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
조그만 얼굴로 바람 맞으니
독도야 간밤에 너 잘잤느냐”

이제 한국에서의 마지막 여행 퍼즐 조각이 거의 맞춰졌다. 자전거 세계 여행의 마지막 퍼즐 조각인 DMZ 평화 자전거 여행 행사를 위해 배를 타고 강릉시로 돌아간다.

 

South Korea Tour_0152

한국에서 지난 1년간 자전거 여행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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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행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행 초반 2011년부터 자전거 여행 중 두 개의 언어로 블로그를 계속 유지하는 일은 힘들었지만
이렇게 계속해서 여행기를 공유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블로그에서 유익한 시간을 보내셨길 바라며
커피 한 잔 후원은 밑에 계좌로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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