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0/20~11/11(D+72), US] 고마운 사람들..

Spread the love

고마운 사람들..

아침 일찍 목사님이 오셔서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보안장치를 풀어주셨다. 음료수를 챙겨주시면서 돈이 있냐고 물으신다. 돈이야 있지만 세계여행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말을 하며 받기가 웃긴 거 같아서 그냥 베시시 웃으며 음료수만 받고 감사하다고 나왔다. 오랜만에 아침에 페달질 하니 기분이 상쾌하고 좋다. slrclub 회원분이 Phoenix에 들르면 연락하라고 했었기에 그 집에서 몇일 머무르게 되었다. 언제나  새로운호스트 집에 도착하면 설레인다. 우선 안장에서 내린 후 공손하게 보이기 위해 손장갑을 벗는다.  그런데 그 순간 도마소리가 들렸다. 또각또각. 오랜만에 듣는 도마 소리. 북미 사람들이 도마를 이용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왜 그 도마소리가 그렇게 특별하게 들렸던 걸까. 한국 사람들이 쓰는 도마는 특별한건가? 매일 아침 엄마 도마소리에 잠을 깼었는데 그 소리를 오랜만에 듣는 거 같아서 더욱더 설레였다. 그렇게 설레이는 마음으로 노크를 하니 이쁜 언니가 문을 열어주셨다. 나에게 연락을 주신 오빠는 곧 점심먹으로 온다고 하길래 짐 정리 후 얼릉 샤워를 하고 나오니 카레 냄새가 나를 취하게 한다. 그동안 카레 비슷한거는 먹어봤지만 진짜 엄마표 카레는 1년 4개월만에 먹어본 거 같다. 곧 있으니 드디어 나에게 쪽지를 준 오빠 등장. 썬그라스를 끼고 등장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져 영화속 한장면 같았다. 그렇게 이쁜 언니와 잘생긴 오빠가 사는 집에서 몇일 신세를 졌다.

 

이쁜언니와 잘생긴오빠에겐 귀염둥이 두 아들이 있다. 사진속은 막내 경준이. 주로 첫째 익준이가 나랑 많이 놀아줬다. 한국에서는 동서남북인데 미국에서는 칼라로 하나보다. 착한 익준이가 나 좋은 거 나올때까지 6번 넘게 계속 겜해줬다. ㅋ

 

 

나랑 잘 놀아줬던 익준이. 익준이가 막내 경준이를 엄청 챙긴다. 그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언니오빠가 뷔페에서 밥도 사주셨다. 허걱. 감사합니다. ㅠㅠ

 

언니가 뭐 먹고 싶냐고 하길래 육개장이라고 대답하니 다음날 정말로 육개장을 해주셨다. 우리집이 큰집이라서 제사를 참으로 많이 지냈는데 제사지내면 엄마가 남은 나물로 육개장을 해주시곤 했다. 어쩔때는 제사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엄마한테 육개장 해줘 육개장 해줘 육개장 해줘 하면서 노래를 부르면 엄마가 탕국 다 먹으면 해준다며 나를 좌절시키곤 했다. 난 죽어도 탕국 안먹는데 그걸 누가 다 먹냐며 얼릉 해달라고 보채면 엄마가 못 이기는 척 하면서 해주기도 했었다. 육개장..언니덕분에 오랜만에 엄마표 육개장도 얻어먹었다.

 

 

언니랑 한국마트에 가서 주변구경하기.ㅎ

 

익준이 손. 익준이가 나를 부르길래 방에 따라가보니 바이올린을 쳐준다. 나 가르쳐줄 수 있냐고 하니까 손 잡는 방법을 알려줬다. 결국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바이올린으로 연주. 감동의 순간.ㅠㅠ 내가 바이올린을 연주할 줄이야… 도레미파솔라시도에 감동먹는 코메디 연출. 피아노, 기타 배우는 게 꿈이었는데 바이올린을 먼저 배울줄이야. 바이올린이 더 작으니 나중에 바이올린 사서 자전거짐에 껴넣을까 도레미파솔라시도 한개 배워놓고선 심각하게 고민해본다. 사실 악기중에 하모니카가 가장 가벼워서 여행 중 좋을 거 같지만 흠.. 바이올린이든 하모니카든 꼭 내 자전거장비 중에 악기를 한개 포함시킬꺼다!!!

 

오후에는 익준이 팽이싸움 하는 거 구경하러 갔다. 블레이드 뭐시기라고 하든데.. 나 어렸을때도 팽이치기 했는데 팽이가 진화하나보다.

 

 

오랜만에 먹는 삼겹살.ㅠㅠ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언니 몸이 안 좋아서 사실 이틀밤만 머물고 다른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언니가 하루 더 머물다 가라며 육개장도 끓여주고 삼겹살도 해주고.. 내가 이런거 얻어 먹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해주시니 감사하게 열심히 맛 나게 먹었다. 특히 언니 요리솜씨는 정말 최고!!

 

다른 한국가족분들도 함께해서 더욱더 즐거웠다. 두명의 꼬마 추가. 하지만 익준이가 최연장자. 역시나 애들 챙기는 모습 감동적이다. ㅠㅠ짜식..자기보다 한참 나이 많은 나도 챙기고 애들도 챙기고.. 고생이 많구나.ㅋㅋㅋ

그렇게 잘 쉬다가 다음집으로 이동.

 

피닉스에서 총 2주정도 머물렀었다. 한국집, 그리고 다른 두집에서 머물렀었다. 위 사진은 내 호스트. 경찰이었는데 참..저런경찰만 있다면 세상사 무슨 걱정이 있겠나 싶을 정도로 든든했던 친구.

 

다시 여행길 출발.

 

친구란게 뭐 별거 있나.
길에 고양이들이 내 친구요 나무들이 내 친구요 눈인사 하는 모든 사람들이 내 친구지.

 

 

1달러짜리 두개 사서 먹고 있는데 메니저가 오더니 밖에 니 자전거 안으로 안전하게 들여놓으란다. 헉. 이런일은 처음 있는 일. 자전거 밖에다 두는 일은 항상 편하지 않았는데 친절한 매니저 덕분에 정말 편하게 밥 먹었다.

 

 

구글맵 보고 들어갔다가 된통 당했다. 우연히 발견한 건물 화장실 이용했다가 거기 사람들이 여기 길 막혔다며 다른길로 돌아가라고 해서 살았다.

 

이날 개한테 10번도 넘게 쫓겼다. 그 전에 두세번정도 개한테 쫓긴적은 있는데 이렇게 하루에 10번 넘게 쫓긴적은 첨인듯. 정말 왜 걔네들은 나를 보면 미친듯이 쫓아오는지 모르겠다. 자전거여행자는 정말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거 같다. 비오면 비 다 맞지. 오르막이면 미친듯이 페달밟아야지. 바람불면 속도 안 나오지. 개 쫓아오면 미친듯이 도망가야지. 도로 상태 나쁘면  운전 자체가 고통. 차가 가까이 오면 맘 졸여야하지 . 그런데 왜 하냐고? 그냥.ㅋㅋㅋ

 

 

Casa Grande 100km넘게 페달 밟아서 겨우 도착. 정말 맛있는 밥과 디저트. 최고! 내 호스트 부부는 여행을 정말 많이 다녔다. 특히 남편되는 분은 오토바이로 멕시코 여행을 자주 다니고 중미여행 경험도 있어서 나에게 큰 조언을 많이 주었다.

 

 

다음날 아침 이동거리가 너무 멀어 일찍일어나야 돼서 전날 저녁 먼저 인사하겠다고 하자 괜찮다며 자기는 일어났다가 다시 자면 된다고 하더니 이렇게 아침챙겨주고 잘가라며 인사를 해줬다. 좋은 사람 참 많이 만나고 다닌다. 꺄울!

 

 

사막이다. 나는 사막이 좋다. 사실 사막이 좋은 게 아니라 지구이 모든 면이 다 좋다.

 

길에서 독일 여행자를 만났다. 나이는 47. 나보다 나이 한참 많은 사람들이 각자 삶의 무게들을 이겨내고 여행하는 모습을 보면 모든지 마음먹기에 달렸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 하고 싶은 사람들은 뭐든지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가 하고 싶은걸 하며 사는 거 같다!

그래! 하고싶은 거 하면서 살자!

 

 

해안가에서는 죽은 너구리들을 많이 봤는데 요즘엔 죽은 뱀들.. 이날 다음 목적지를 위해서 123km 달렸다. 다행히 평지라서 무사히 Tucson에 도착.

 

 

새로운 집에서 아침식사. 카우치서핑과 웜샤워스에서 주로 지내다 보니 미국집 문화체험은 제대로 하는 듯. 뭐든지 항상 관심깊게 보고 따라서 먹는다.ㅋ 내 호스트부부는 60대이며 8년 전 퇴직 후 여행 다닌다고 했다. 이 부부는 퇴직 후 멕시코 자전거여행을 했었다고 했다.(50대 후반에 멕시코 자전거 여행!) 이 부부는 체식주의자였는데 그런데 정말 고기만 빠졌을뿐 먹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오히려 음식을 너무 맛있게 해주셔서 잘 먹었다.

 

 

멀리 보이는건 Tucson. 호스트가 산책가자고 해서 살짝 등산. 오랜만에 산책로 걸으니 좋았다. 역시나 사막은 흥미 진진.

 

 

내 호스트.

 

 

숏다리같이 나왔당.ㅋ

 

 

해안가에서 벗어나 사막지역에 있다보니 자주 말들이 보인다. 영화속 한장면처럼 말타고 산책하는 사람들.ㅎ

 

 

호스트가 자기가 좋아하는 가게 구경시켜줬다.

 

 

흠 이 사진 마음에 든다.ㅎ

 

 

호스트의 아내분은 가방만드는 걸 좋아한다. 완성작을 고객한테 보내줘야 한다고 하더니 내 가방을 배경으로 하길래 왜 그 이쁜 가방에 못생긴 자전거냐고 했더니 니 자전거 정말 이쁘다면서 결국 자전거를 배경으로 찍으셨다.

 

 

미국에서 이런집에서 많이도 지냈다. 아니면 텐트.ㅋㅋㅋ 미국과 캐나다는 문화가 거의 비슷한데 화장실 문화가 참으로 마음에 든다. 항상 욕조에 커튼이 있어서 샤워 후 바닦에 물이 젖지 않아 좋다. 그리고 침대시트문화도 있는 거 같다. 항상 침대시트를 새걸로 갈아준다. 그리고 침대시트 접는 법도 거의 비슷하다.ㅎ 카우치서핑과 웜샤워스 덕분에 캐나다에서도 그렇게 미국에서도 그렇고 제대로 가정집 문화체험은 하는 거 같다.

우연치 않게 여러 미국집가격을 봤는데 서울에 20평대 살 돈이면 왠만한 미국주택에서 살 수 있는 거 같았다. 조그마한 수영장 딸리고 차고에 2층집이 서울 20평대 가격하고 비슷했던 거 보고 충격.

 

 

마지막날 호스트와 함께 대학 배구 구경갔다. 참 여러가지 생각하게 만든 경기. 실수를 하는 순간에 격려를 하는 것은 그 사람이 더욱더 발전할 수 있게 용기를 주는 것. 그것이 나에겐 필요했던 거 같다…지금이라도 알았으니….다음 사람에게는..실수하지 않기를.. 지난 사람에게 했던 실수를 깨닫는 순간은 이미 늦은 건가? 그렇게 배운 건 다름 다음사람에게만 쓸 수 있는 건가?

 

 

우연히 집에서 도마뱀 발견. 사막지역에선 끊임없이 도마뱀과 뱀을 보는 거 같다.


Spread the love
4 Comments
  1. 좋아하는 사람에 이유없고, 좋아하는거 하는데에 이유없지요.
    좋아하니깐 그냥 좋은거죠.

  2. 최근글을 보다가 제일 처음 글부터 정주행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진, 좋은 사람들, 멋진 풍경들 – 힘든길로 갔지만 행복한 일들이 많네요.
    진짜 계속 읽다보면 시간 가는줄 모릅니다 ㅎㅎ

  3. 자전거가 지금 자전거와는 틀리네요

Leave a reply

Cycling Around The World
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