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한 겨울에 계속 북으로 올라갈수 있을까? 아님 이쯤에서 포기하고 남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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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00 km

36,000 km 기념샷.

새로 도로를 까느냐고 교통을 통제 해서, 혼자서 10km 정도의 도로를 독차지 했다.

오늘은 날이 흐리고 살짝 비가 내린다. 덕분에 지난주보다 따뜻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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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흐리고 비도 살짝씩 내린다. 지난주만해도 도로가 눈으로 덮여 있었는데, 온도가 올라가니 눈이 녹더니 길이 흙구정물로 다 덮혔다. 지나가는 차들이 뿌린 물로 얼굴은 흙구정물로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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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찮게 현지인과 연락이 되어서 현지인분 집에 지내게 되었다. 호스트가 선생님이라서 학교에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학교 1층엔 이렇게 옷걸이가 걸려 있다. 학교 실내 온도가 높아서 반팔 입고 있는 애들도 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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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두 반에서 여행 이야기를 했다. 뭐 그냥 간단히 내 소개 하고..아이들이 질문하는 거 대답하는 등..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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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나름 인기 스타.. 진작 이럴 줄 알았으면 싸인 연습 해올걸.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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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자기 이름 한글로 적어 달라고 하고 싸인도 해달라고 하고.ㅋㅋ 완전 스타 뺨 칠 정도로 인기가 한 15분 정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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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방송 TV 카메라 맨도 뒤에 있었다. 초등반 이후에 고등학교 졸업반 친구들을 만났다. 의외로 고등학생 친구들은 질문이 별로 없고 조용했다. 아무래도 영어 압박과 쑥스러움 때문에 그런 듯..?

그런데 한 남학생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푸틴에 대해서 어떡게 생각하세요?”

흠..독재자란 인식이 강하긴 한데..왜 독재자인지는 정확히 그 아이에게 설명해줄만큼 내가 많은 정보를 논리적으로 알지 못하기에..

“한국엔 러시아에 대해서 뉴스가 별로 안 나와. 그래서 난 푸틴에 대해서 자세히 잘 몰라.” 라고 대답했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질문한 학생은 푸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되 물어 봤다.

 

“푸틴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고 막강한 최고의 대통령이에요”라고 학생이 대답했다.

이후에 다른 졸업반 학생과도 얘기해봤는데, 푸틴을 굉장히 좋아하고 세계 최고의 대통령이라고 믿고 있었다.

정치적인 얘기는 현지인과 별로 나눌 기회가 없었는데.. 깜짝 놀랍게도 대부분 푸틴을 좋아했다. 푸틴을 독재자로 인식한 사람은 몇 못 봤다.

두 번정도.. 현지인에게 우크라인 전쟁이 어떡게 되가냐고 물어 본적이 있는데.. “공식적으로 우린 우크라인과 전쟁한 적 없어.”라는 대답을 들었다.

이후부턴 더 이상 현지인들에게 정치나 우크라인 질문은 안 하게 되었다.

 

러시아는 우리나라처럼 자국에서 생산한 TV 채널만 본다. 내가 생각하기엔 이러한 이유때문에 러시아에선 언론 통제가 잘 되고 있는 게 아닌가 같다. (일부 유럽 및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국가들은 미국 및 영국 채널을 즐겨 본다.)

 

내가 푸틴을 독재자라고 말 할 수 있는 한가지 논리적인 근거를 대자면..

러시아에선 페이스북은 인기 없고, 페이스북을 카피한 http://vk.com/ 이 보편화 되어 있다. 푸틴 정부가 vk.com의 CEO에게 우크라인 시위 관련자를 찾고 있다며 협조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설립자 CEO를 vk.com의 CEO 자리에서 내쫓아 버렸다. 러시아 정부의 계략으로 2014년 본인이 설립한 vk 회사의 CEO자리에서 쫓겨난 Pavel Durov 는 이후 케리비언 베이의 한 나라의 시민권을 돈 주고 샀다. 그가 2013년에 만들어낸 프로그램이 바로 텔레그램이다.

푸틴이 독재자인 점을 논리적으로 설명해보기 위해 검색을 하면 많은 정보가 나올 거 같긴 한데, 남의 나라 부정부패 정보를 찾을 만큼 한가롭지가 않다. 이미 우리 나라도 썩을 대로 썩었기에, 우리 나라 신경쓰기에도 정신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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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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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드니 아이들이 몰려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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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점심. 선생님들은 돈내고 밥 사 먹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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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신기 했던 게 직원들이 일일이 식탁에 음식을 차려 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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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창시절은 이러지 않았나?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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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학생들과의 짧은 만남 후에 몇 학생들이 동네 구경을 시켜줬다.

길에서 끊임없이 봤던 나무.

독있을까봐 무서워서 못 먹어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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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이거 먹어도 된다고 하기에..함 시도.. 너무 맛없어서 인상을 막 지으니까 애들이 재밌다고 막 웃는다.

그러고 보니 길 옆에서 유리병에 이걸 담아 파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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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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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엔 저런 낮은 아파트가 굉장히 많다. 러시아가 땅 덩어리가 너무 커서 이런형식의 아파트가 러시아 전 지역에 다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서쪽지역에서 본 아파트는 전부다 정말 엄청 낡았다. 근데 그런 오래된 아파트라도 집 인테리어를 현대적으로 고급스럽게 바꾸면 정말 겉과 속이 엄청 다르게 된다.

일부 현지인 말에 의하면 공산시절 정부에서 아파트를 지어서 직장에서 일을 하는 조건으로 무료로 대여를 해줬다고 한다. 그때당시 워낙 아파트를 많이 지어놔서 더 이상 새 아파트를 지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전 오래된 아파트에서 지내는데, 개인 욕구에 따라서 인테리어를 현대식으로 바꾸기도 한다고 한다.

솔직히 그닥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나라가 계속 새로운 건물과 아파트를 짓거나, 오래 된 건물을 새로 인터리어해서 현대식으로 꾸민다. 그렇기에 어딜 가든 오래되고 낡은 건물이 지천에 깔린 러시아가 좀 이해가 안 된다.

 

Russia216동네가 엄청 조그마한데 박물관이 있어서 한번 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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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호수 동네에서 머무를 때, 현지인이 사용한 부엌과 똑같은 사진 발견.

내 경험에 의하면 아직도 많은 러시아 시골 동네 사람들은 흐르는 물 없고, 화장실이 밖에 있는 그런 불편한 생활을 한다.

신기한 게 전기는 모든 가정에 다 공급이 되어서 다들 TV는 항상 시청한다. 대신 수도시설엔 전혀 돈을 안 써서 많은 사람들이 수세식 화장실을 이용하고..흐르는 물 없이.. 어디서 물 떠와서 생활하는 게 아닌가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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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왔는데 막 엄청 신기하게 보이진 않는다. 최근에 시골마을 러시안 현재인 집에서 본 것들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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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의 영어 클럽에 초대 받아서 이것저것 대화를.. 호스트가 영어 선생님이었고 지금은 교육청 같은 곳에서 일하는 거 같은데 영어를 엄청 잘 한다. 러시아에서 영어 하는 사람을 접하기 힘든지라 좀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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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다시 추위속에서 자전거를 탔다. 다음 도시에 도착했는데 나름 도시가 커서 그런가 사람들이 앞마당에 텐트 치는 걸 허락을 안 해준다. 시내 중심에 도미토리룸을 갖고 있는 호텔을 발견했다. 가격은 샤워 불포함 15$. 근데 막상 짐 다 풀고 여권을 보여줬는데 자꾸 나에게 비자가 어딨냐고 묻는다. 한국은 올해부터 무비자 입국 국가라고 하는데.. 계속 비자를 찾는다. 구글 검색해보라고 하는데도 안 믿는다… 추위속에서 자전거 타느냐고 지쳐 죽겠는데.. 한 30분을 넘게 계속 이리저리 전화 하면서 내 피곤한 몸을 더욱 지치게 했다.

자기네 사장이 올 때까지 30분 더 기다리라고 한다.

내가 내 돈내고 왜 이런 스파이 취급을 당해야 하나… 안그래도 피곤해 죽겠는데..30분 기다린다고 뭐가 달리지겠나 싶어서, 그냥 풀었던 짐 다 다시 자전거에 얹고 나와버렸다.

아까 시내 들어 오기 전에 소방서를 봤었던지라 거기 가 봤더니.. 별 문제 없이 하룻밤 자게 해줬다. 비자 물어볼까봐 조마조마 했는데 다행이다.

어떤 러시아 사람은 한국인인 내가 비자 없이 방문한 걸 엄청 신기해 한다….

40개국 나라 다니면서 까다로운 비자 요구한 나라가 거의 없었기에..오히려 러시아의 이런 반응이 참 당황스럽다.

비자를 까다롭게 요구하는 나라는… 솔직히.. 정부가 독재 형식으로 부정부패한 거 같다.. 특히 공산주의 국가… 혹은 공산주의 비스므리한…이런 나라들은 외국인 방문을 통제하기 위해 비자를 굉장히 까다롭게 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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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핀란드 사람이 얘기해준 것…. 블랙 로드…

보기엔 평범한 아스팔트 같아 보이는데..

사실 얼음으로 덮혀 있는 도로다..

아침에 비가 좀 왔는데.. 오자마자 얼어 버려서 도로가 너무 미끄러웠다. 할수 없이 옆에 자갈 갓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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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한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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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2도 정도 되는 거 같다. 오늘은 다음 목적지 100km 동안 길에 집 한 채도.. 아무 것도 없다.

여름이면 몰라도.. 겨울엔 이게 크나큰 고통이다. 추위로부터 몸을 숨길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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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속에서 종일 100km 넘게 달린 후 교차로에 도착했다. 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10km 더 가면 마을이 나오긴 하는데..이미 밤이 늦었던지라 주유소에서 하룻밤 잠자기로 결정. 호텔이 있어 들어 가 봤는데 3만 원이 넘는다… 날도 -2도 정도 밖에 안 되었던 지라..그냥 텐트 치기로 결정..

주유소 직원이 텐트치면 안 된다고 하기에 바로 옆 카센터에 물어보니 문제 없다고 한다. 같은 땅 같은데 다른 사람한테 물어 보니 허락을..ㅋㅋ

아침에 일어나 보니 살짝 눈이 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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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길 옆 매일 같이 보는 풍경 늪지대가 얼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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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40km 이후에 주유소 하나가 나왔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ㅜㅠㅠ 얼어 붙은 몸을 잠시 녹여야지..ㅋ

음식을 주문하고 싶은데 영어가 전혀 안 통한다. 다른 사람이 먹고 있는 걸 가리키며 ‘저거 주세요’라는 걸 해보고 싶은데 꼭 이상하게 내가 주문할 때면 사람들이 먹질 않는다. 우선 간단하게 샐러드 주문해서 먹고 있는데 때마침 어떤 사람이 고기가 담긴 접시를 들고 가길래 재빨리 카운터에 가서 손으로 가리켜 고기만 달라고 해봤다.

흠.. 근데..맛이 이상해.. 고기가 아닌 거 같아.. 뭔가 특유의 냄새가 나는데..이거 무슨 고기지…무슨 고기지..

앗 이거… 소의 간이네..ㅋ

오늘도 원하는 음식 시켜 먹는 건 실패.ㅋ 어쨌든 몸도 녹였고 배도 채웠으니 출발해야지..

(가격- 샐러드 69루블 ($1.8), 팬캐익 25($0.64), 소고기 간 89($2.28) /당시1$=39루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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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반복 되는 작은 언덕들

해도 짧아 지는데..언덕이 계속 나오니까 속도가 확 줄어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게 쉬지 않고 계속 달린 다는 것.

여름과 비교해보면 쉬는 시간이 엄청나게 줄은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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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간격은 멀고 언덕은 계속 나오고 그러다 보니 자꾸 어둠 속에서 한 시간 정도 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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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다가오니 기온이 떨어져서 가방에 서리가 꼈다.

한 마을에 도착해서 호텔에 가 봤더니.. 호텔방이 꽉 찼다고 한다.

말이 안 통해서 구글 번역기로 그럼 텐트라도 어디 치면 안 되냐고 했더니.. 비자 갖고 또 걸고 넘어진다.. 비자가 어딨냐고 자꾸 묻는데..흠.. 또 스파이 취급 받는 거 같아서 기분이 찝찝

어쨌든 방도 꽉 찼고 엄청 비싸 보여서 포기하다고 현지인 집 창고에 텐트 쳐보려고 이리저리 돌아 다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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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 집 아파트에 초대 받았다. 신기한게 화장실에 나무를 떼는 게 있다. 샤워 다 하고 나오는데 찜질방 효과 때문에 막 땀이 엄청 나기 시작..

옷 머리 정리는 얼른 화장실 나와서..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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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또 눈이 내리기 시작…

러시아에서 처음 눈 봤을 땐 마냥 신나고 즐거웠는데..

요즘은………..한숨이 먼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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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엄청 내리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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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 사는 동네인가 보다. 옆에 샛길이 나오면 이렇게 계속 곰 그림이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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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뭐 별거 있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계속 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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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굉장히 가벼워서 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눈이 길에서 흩날리는데..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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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옆에 시냇물이 굉장히 자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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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사이에 아무것도 없어서 몸 녹일 만한 곳이 없어 힘들긴 한데.. 좋은 점은.. 조용히 달릴 수 있다는 것..

남미, 아프리카에 있을 때 간절히 빌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조용한 곳에서 달리는 것이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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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설차가 자주 다녀줬으면 좋겠는데, 하루에 한 번정도 밖에 안 보이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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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설차가 지나가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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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결정체가 그대로 보여서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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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힘들지만 풍경이 멋져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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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내 자전거도 도로도 다 하얗게 덮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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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위에 눈이..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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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늦었는데 고속도로에는 마을이 없어서 옆으로 빠져서 대략 10km 정도 달렸다. 달리다 보니 벌써 어둠이 찾아 왔다. 오프라인 지도에서 근처에 마을이 있는 줄 알았는데.. 황당하게도 아파트만 딸랑 몇 개 있다. 아파트에서 어떻게 잠잘곳을 찾지…흠..

다행히 현지인과 얘기하다가 현지인 집에 초대 받았다.

사진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닌 차고… 아파트에도 주차장이 있긴 한데 이렇게 차고에 차를 두고 관리하기도 하는 듯.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이 곳은 군부대 아파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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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다시 고속도로로 돌아 오니 비가 좀 내린다. 또 흙구정물이 다 나에게 튀기겠군. 러시아는 신기한게 고속도로에 저렇게 개 몇마리가 있다. 도시 간격이 50~100 km 되고. .그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데.. 이 개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 한 가운데 찾아와서 살고 있는 걸까.

차들이 던져 주는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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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옆에 작은 연못이 엄청나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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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 붙은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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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옆에 이렇게 항상 물이 가득 있다. 여름에 달렸으면 모기 떼에 엄청 괴롭힘 당했을거 같다. 난 정말 벌레에 물려 몸 간지러운 게 여행에서 제일 참기 힘든 점 같다. 그래서 이 구간은 오히려 겨울에 달리는 게 더 나은 거 같다.

오늘은 비가 와서 상대적으로 기온이 올라가 이렇게 주변에 물웅덩이가 보이지만, 눈에 덮혀 있으면 전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을 거 같다. 그래서 왠만하면 고속도로에 벗어나 숲으로 함부러 들어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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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출발한 곳에서 다음 도시까지 무려 150km 가량 아무것도 집 한채도 없다. 한여름이었다면 달리는 게 가능할지 몰라도 지금처럼 해가 굉장히 짧은 상태에선 절대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이 숲에서 텐트 쳐야 되는 상황.

전날 현지인이 이 지역은 곰이 출몰하는 곳이라 굉장히 위험하다고 내게 경고했다. 아직 곰이 겨울잠 자러 갈 시기도 아니라면서 밤새 불 피어놓고 자라며 충고를 했다. 근데 내 생각에 곰은 고속도로 차 소리를 굉장히 싫어 할 거 같다. 그래서 일부러 산 속 깊숙히 들어가지 않고 바로 옆에다 텐트를 쳤다. 물론 고속도로에서는 내가 보이지 않는 위치이다.

비가 밤새도록 왔는데 텐트가 침수 되었다………

아……. 독일친구가 자기가 쓰던 텐트 줬는데..이것도.. 내 이전 텐트랑 별 크게 다를 게 없는 거 같다.

내 꿈의 텐트.. Hilleberg tent.. 70만원짜리 한 번 써보고 싶다.ㅠ

캠핑을 즐기고 싶어도..문제는 내 장비가 너무 싸구려고.. 혼자서 캠핑하기엔 겁도 나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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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일어나 보니 눈은 거의 다 녹았다. 침낭 및 다른 게 거의 다 젖었다. 영하에 가까운 날씨다 보니 젖은 물건을 만지면 손이 동상 걸릴까봐 Saint Petersburg에서 산 노란 고무장갑 끼고 젖은 장비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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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도 어제와 풍경이 비슷.. 그래도 이렇게 숲 속길을 달릴 수 있어 좋다.

차들이 계속 다녀서 조용한 건 아니지만..그래도 자연 옆에서 숨쉬는 기분이 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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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서서히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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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잠잘 곳을 찾아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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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불 빛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오프라인 지도에 보니 저 쪽에 호텔이 있는 거 같은데..

과연 얼마나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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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을 물어 보니 1400 루블 ($35)를 달라고 한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젖은 침낭 및 텐트 등을 말리며 쉬고 싶었는데…. 너무 비싸다…. 어깨 축 쳐진 채.. 슬픈 표정을 지으며 돌아 서려고 하는데..

옆에 사장같이 보이는 사람이 700루블 ($17)를 부른다. 헉.. 트윈룸인데 혼자 쓰니까 반 값만 받는 건가? 처음부터 700루블 불렀으면 비쌀 거 같은데.. 처음에 1400 부르다가.. 700부르니까 엄청 싸보인다.

저녁부터 눈이 엄청 내리기 시작한다. 러시아 처음 왔을 때 눈 보며 설레던..그런 느낌은 완전 사라졌다. 걱정이 앞서 잠이 잘 안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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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개들의 하루 일과.. 지나가는 차 불쌍하게 쳐다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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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매 끼니를 버티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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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일어나 보니 도로에 눈이 가득 뎦혔고 눈은 쉴세 없이 계속 몰아쳤다. 결국 오늘은 쉬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날이 밝아오니.. 눈이 그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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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약하게 괜히 눈 핑계 되고 자전거 안 타는 거 같아서 내 자신이 좀 마음에 안 들었지만, 뭐 그냥 하루 쉬기로 한거다 내려 놓고 마음 편하게 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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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뒤에 숲이 눈으로 가득 덮혀서 마치 영화속 한 장면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너무 좋았다. 눈이 많이 오면 걱정은 되긴 하지만 눈 덮힌 숲 속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흠뻑 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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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힌 숲속을 거닐며 마음을 차분히 달래본다. 내 원래 목표가 칸달락샤 (Kandalaksha)까지 올라 간다음에 왼쪽 핀란드로 건너 가는 거였다. 겨울에 북쪽으로 올라온 이유는 오로라를 보기 위한 거였다. 칸달락샤까지 가는 길에 오로라를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근데 아직까지 한 번도 못 봤다. 날이 계속 흐리다.

어떡게 할까? 칸달락샤에 며칠 머물면서 오로라를 기다려 볼까? 근데 칸달락샤가 은근 대도시인데 머물 곳이 없고 호텔은 너무 비싸보인다. 어떡게 해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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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직원 말과는 달리 다행히 다음날은 눈이 오지 않았다. 아침이 밝기 전에 미리 짐 정리해서 자전거에 실었다. 아침 10시가 되자 서서히 붉은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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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정해야 한다…. 이제는.. 내 계획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고 한 발 뒤로 물러서야 한다.

실수했다..

오로라를 보려면 8월 중순을 잡고 7월에 얼른 출발했었어야 했다.

오로라를 보려고 10월에 시작 11월에 북쪽에 올라가는 건 실수 한 거다.

왜냐면 지금이 끊임없이 눈 내리는 시기이기에…………

캐나다 오로라 관광회사들을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말까지는 오로라 투어를 멈춘다. 왜냐면 이 시기가 눈 내리는 시기이기에..난 이걸 생각을 못했다………….

(내가 캐나다 옐로우나이프에 12월 말에 도착해서 8월 말까지 살았기에.. 이 점에 대해서 생각을 하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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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언덕을 오르 내리며, 끊임없이 고민의 언덕을 오르 내렸다.

오로라를 보지 못했으니 계획과는 달리 더 위로 올라 가느냐.. 이쯤에서 포기하고 필란드로 빠지느냐..

사실 올라가는 건 큰 문제가 안 된다.. 진짜 큰 문제는 올라 간 뒤에 필란드를 통해 내려 가는 게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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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남미에서 고산 등반 실패 할 때 뼈저리게 배운 것 중에 하나..

산을 올라 갈 때에는 정상을 바라 보는 게 아니라 산 전체를 바라 봐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체력을 산 정상에 올라가는 데 쏟아 부으면, 하산 할 때 체력이 딸려서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지금 북극권 위로 계속 올라가는 건 문제가 안 되는데..올라간 뒤에 내려 올 때.. 날씨가 얼마나 추울지..얼마나 눈으로 덮혀있을지..그게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실 추위속에서 자전거 타는 게 너무 힘들다… 매일 손가락 발가락 동상 걸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모른다. 얼굴이 시려운 것도 힘들고…

힘들다.. 이쯤하고 그만하고 내려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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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날이 정말 추운 거 같다. 영하 -10도 정도 되는 거 같다. 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다 꼈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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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다행히 중간에 휴게소 한 곳이 있었다. 화장실은 수세식. 그나마 겨울이라 위생 걱정은 조금 놓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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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수프 98 ($2.5), 고기 131 ($3.35), 빵 6)

식빵을 따로 계산 하네.

러시아 사람들은 마요네즈를 엄청 사랑하는 거 같다. 항상 스프에 저렇게 마요네즈가 뿌려져 있다.

추운 곳에 계속 있었던지라 카메라를 따뜻한 실내에서 바로 쓰기 어렵다. 그래서 아이폰으로 찰칵.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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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연 감상.. 눈 덮힌 풍경은 봐도 봐도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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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해가 지고 있는 것인가?..는 아니고.ㅋ

달이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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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 조그마한 마을이 있었는데.. 황당하게도 모든 집들이 빈 거 같다.

불이 다 꺼져 있기에.. 무슨 유령 마을인줄 알았다.

근데 알고 보니… 전기가 나간 것…. 전기 공사하는 사람 보고 깨달음..

근데 집 앞 마당 눈에 발자국 없는 곳이 너무 많다. 이 곳은 홀리데이하우스가 모여 있는 곳인가? 왜 사람들이 사는 흔적이 보이질 않지. 집모양이 신기한 게 정말 많았다. 근데 날이 어두워져서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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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래 된 집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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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같은 마을에서 길을 헤매다가 어둠속에서 한 현지인 집에 초대 받았다. 좀 이상한 현지인이었지만 다행이 별일 없이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얼른 집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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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자전거 탄 이래로 역대 추운 거 같다. 밤 사이 기온이 엄청 떨어져서 아침 기온이 무려 -15도 까지 내려갔다. 아.. 얼굴이 너무 시렵다 못해 아프네.. 이대로 북쪽에 올라 가는 건 무리 일 거 같다.. 이제 그만 포기 하고 필란드로 넘어가야지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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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는 사람들이 수돗물이 좋지 않다면서 정수 해서 먹거나 사 먹는다. 나 또한 주로 사 먹었는데.. 길에 약숫물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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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물이 꽝꽝얼었는데 잘 됐다 싶어서… 물통을 시멘트에 두들겨서 얼음을 깬 후 물병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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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근데..비극적이게도 얼음깨면서 물통도 깨버렸다.

결국 물통은 쓰레기통으로.ㅠ

1.5ml 물통은 뚜껑이 고장나서 버리고…..

다행히 비사용 조그마한 500ml 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Russia289

산 허리에 걸린 구름 아래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내 목표는 정확히 여기까지였다. 칸달락샤라는 도시…

이렇게 북쪽으로 올라온 이유는 자전거와 함께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였는데..

계획이 잘 못 됐다. 아니 틀렸다. 10월중순부터 11월 말까지는 계속 눈 오고 흐린 날이라 오로라를 보기 힘든데..

12월은 너무 어둡고 추워서 힘들고..오려면 아싸리 8월 중순에 맞춰 왔어야 했는데..

뭐 그때 오면 모기떼라는 다른 고통이 주어지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시기가 잘 못 됐다.

 

Russia289a

몇날 며칠을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칸달락샤에 도착해서.. 밤 늦은 시간까지 계속 고민했다. 여기서 스톱할 것인가.. 고를 할 것인가…

 

그런데..놀랍게도 무의식적으로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북쪽으로 계속 전진하는 나를 발견했다.

오로라를 보기 전까지는 못 내려가겠다는 생각…

그리고 지도상에 북극권 맨 위에 있는 Murmansk라는 대도시가 자꾸 나를 끄는 그런 느낌이 든다.

 

Russia290

밤바다에 발을 담구면 왠지 모르게.. 파도가 나를 끌어 당기는 그런 느낌처럼..

저멀리 어둠속에서 달려오는 전철을 보면.. 빨려 들어갈 거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것처럼..

난 그렇게 북극권의 Murmansk라는 대도시에 빨려 들어가는 거 같다.

 

세상에서 포기란 게 제일 힘든 거 같다.

 

어쨌든 그렇게 난 북극권 끝을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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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27~11/07 (D+1164) to Kandalaks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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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1. 요즘 한국도 엄청 추워서 난리입니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한 라이딩되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도 많이많이 받으세요

    • 사실 요 며칠 한국이 여기 핀란드보다 더 추웠던 거 같아요.ㅎ
      거다가 한국은 습하기까지 하니.ㅠ
      감기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 요새 서울은 툭하면 영상이고 비정상 날씨인듯한데…..
    2015년 새해 복많이 받고 안라,즐라 하시길…..
    너무 춥고 외로운 시기를 보내는 것 같아 맘이 짠….하네요
    그래도 그런 여행할 수 있음이 부러운 이들이 많을 껄요…
    ^ ^

    • 한국도 많이 춥죠~
      2015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한 일득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3. 어이쿠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추워보이네요.
    여행기 읽어 내려가면서 진짜 고생 많이 하셨을 거 같네요.
    추위뿐만 아니라 먹을 것도.. 생활하는 것도..
    다음 포스팅에 과연 북쪽에 안전하게 도착했을 지 나올 거 같은데, 다음 포스팅 기다립니다 🙂
    언제나 안전 라이딩 하시고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래요.
    2015년도 행복하고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 제가 좀 꾀병이 심하죠.ㅋㅋㅋㅋ
      다음 포스팅.. 곧 올라갑니다.ㅋ
      매번 리플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ㅎ

  4. 저도 이륜차 타지만 겨울 러시아는 어휴.. 진짜 고생하시네요.. 춥고 불편해도 두바퀴가 주는 자유와 감성은 포기할 수 없죠. 전 여름에 시베리아횡단열차로 22일간 다녀왔어요. 러시아어를 6달정도 배워서 기차에서 이야기하고 연락하던 현지 친구도 만나고 재밌었는데 다음엔 꼭 여름에 러시아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5. 새해엔 더욱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라이딩하시길 기원할께요. 화이팅!

  6. 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텐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쓰셨군요. 러시아 개는 자전거 안따라오나요? 늘 골칫거리였는데. 특히 루마니아가 제일 심했어요.
    그나저나 비건은 포기하셨나요? 소 간이라 이젠 육식이 아니라 바로 하드코어네요 ㅎㅎ

    • 개가 따라 오진 않더라고요.. 보통 주인없는 개들은 별로 위협적이지 않더라고요.ㅎ

      저도 모르게 하드코어로 바로 넘어갔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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