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북쪽과는 다른 남쪽 파라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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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순시온을 떠나는 날 아침 비가 너무 많이 내린다. 배수시설이 열악한 파라과이 수도를 빠져나가는 것은 마치 물살이 강한 강가를 건너는 것과 마찬가지였는데, 하필 남미 여행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 또 다른 사고를 겪게 된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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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 투표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아는 길에 휴일을 즐기는 파라과이 사람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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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마트에서 산 고기와 채소로 요리를 했다. ?소고기 큰 덩어리 두 개가 우리나라 돈 2천 원도 안 된다. 양념은 그냥 대충 손에 잡히는 거 넣었는데 너무 맛 있당.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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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레를 차갑게 마실 때 쓰는 보온통인데 디자인이 정말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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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머물던 호스텔은 24시간 에어컨이 나오고 인터넷이 잘 되는 이것저것 굉장히 편리한 곳 이었는데, 바로 반대편엔 노숙을 하는 사람들이 가득 보여서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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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밤을 호스텔에서 머물고 막 떠나려던 참에 페이스북 친구님에게 연락을 받았다. 그분께서 아순시온에 계신 부모님과, 친구를 나에게 소개해주었다. 페이스북 친구님의 친구분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한식을 먹게 되었다.
파라과이에는 현재 많은 한국 사람이 살고 있다. 이민역사로는 처음 이민온 사람들은 농사쪽으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빨간 흙 때문에 농사짓기가 쉽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수도 아순시온으로 이동해서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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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친구님네 부모님 집으로 짐을 옮긴 후 저녁에 파라과이 전통음식을 먹게 되었다. 아사도(Asado)라는 전통 음식인데, 소갈비, 돼지갈비, 소시지 등을 양념한 후 숯불에 구운 요리라고 한다. 사진 속 가운데 있는 분은 가게에서 일하는 현지 사람인데 아주머니, 아저씨가 딸처럼 대하며 저녁도 이렇게 챙겨주시는 거 같다. 아주머니, 아저씨는 파라과이에 20년을 넘게 사셨다고 한다. 가운데 있는 현지 여자를 어렸을 때부터 봤던 지라, 딸 같이 아껴주시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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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에는 아저씨 시장 가는 데 같이 따라갔다. 연말은 한참 바쁠 때라고 한다. 마지막 사진은 폭죽만 전문으로 파는 가게이다. 12월 25일, 1월 1일에는 모두다 폭죽이나 불꽃을 터트리며 즐기기에 지금 한참 대목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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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 오는 길에 방문한 한국 옷 공장. 다른 곳은 모르겠는데 중남미에서는 한인분들이 옷 공장으로 돈을 꽤 버는 거 같다. 한인 분들 사이에서는 ‘제품을 한다’라는 용어로 통하는 거 같다. 돈을 많이 버시는 분들은 많이 벌지만, 잘 안 되어서 문을 닫는 분들도 계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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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이 대통령 선거인데 벌써부터 선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파라과이의 이전 대통령은 탄핵을 당했고 현재는 부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맞고 있다. 탄핵이유는 경찰과 빈농들 간의 충돌로 최소 17명이 사망하고 80명이 다쳤다며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고 탄핵을 가결시킨 것이다. 부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 했는데 그가 대통령직을 하는 동안 그의 재산이 엄청나게 불어났다고 한다. 현재 대통령직이 얼마 안 남은 상태라 부정부패가 극에 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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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한식을 먹는지라 김치를 집중 공략했다.ㅎ 떠나기 전 갑작스럽게 알게 된 한인분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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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텔에서 4일, 한인분네 집에서 2일밤을 지낸 후 아순시온을 떠난다. 예상 일정보다 길게 있었던지라 브라질에 가기 위해 마음이 조급한데 아침에 비가 엄청나게 많이 내리기 시작한다. 1시간을 기다리고 2시간을 기다리는데 비는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계속 기다리는 게 지쳐서, 천천히 걸어서라도 가기로 결심. 그런데 아순시온의 배수시설은 최악이었다. 도로는 완벽한 하나의 강이 되었고, 나는 강한 물살을 자전거와 함께 해쳐나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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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 보면 분명 물살이 약한 곳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계속 앞으로 갔다. 인도가 끝나는 점이 보여서 차도로로 발을 이동하는 순간, 정말 믿기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왼쪽발로 차도를 살짝 짚어 보려 했을 때 이미 몸의 중심은 왼쪽발로 쏠려 있었고, 순식간에 몸과 자전거가 배수로에 빠져버리게 되었다. 도로가 물에 가득 차 있어서 배수로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었기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사진이 내가 물에 빠진 곳. 차들이 옆으로는 계속 다녔기에 그 곳에 배수로가 있을지 내가 어떻게 알았겠는가?
근데 그 배수로가 정말 깊었다. 떨어지는 순간 내 몸은 물속에 완전히 잠기었고, 0.01초 만에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잘못하면 자전거에 몸이 끼어 익사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넘어지는 순간에 바로 자전거를 몸에서 멀리했다. 다행히 발은 땅에 닿았으며 물은 허리까지 왔다. 자전거는 물에 떠있고 너무 황당해서 1초간 멍하니 쳐다봤다. 순간 머리 속을 스쳐 지나 가는 것들. Dslr, 노트북. 그리고 등 허리 주머니에 있는 아이팟. 아이팟은 이미 물속에 완벽 침수 된 상태. 우선 앞바퀴만 인도 쪽으로 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뒷바퀴까지 올리는 건 도저히 내 힘으로 할 수 없었다. 하필 노트북이 있는 가방이 왼쪽인데 왼쪽가방은 물속으로 완벽히 침수되어 있는 상태이다.
근데 더 최악은 정말 많은 차들이 지나갔지만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도 내 자전거를 꺼내주려고 오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내 몸의 절반이 물속에 잠겨 있는 게 다 보일 텐데 어떻게 수백 대가 넘는 차들이 그냥 다 지나치기만 하는 것인지.
내 추축으로는 ‘내가 아닌 누군가가 도와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모든 차들이 날 그냥 지나친 거 같다. 혹은 ‘도움 없이도 충분히 혼자서 잘 나올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었는지도. 아니면 바쁜 출근길이라 그랬을지도. 그 동안 파라과이 사람들이 너무 친절해서 좋았는데, 이 순간엔 정말 머리 속이 복잡했다. 어쨌든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인 가보다.
10분이 지나고 나를 본 뒤 유턴을 해서 온 건지 아니면 지나가는 길에 본 건지 몰라도 어떤 오토바이 한 대가 나를 구출해주러 왔다. 그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그 곳에 더 오래 있었어야 했을까. 나의 생명의 은인.
근데 신기하게도 검은 봉지로 싼 Dslr이 담긴 가방은 멀쩡했다. 안전을 위해 비닐봉지에 담아서 듣는 아이팟도 비닐봉지 안에 있던 덕분인지 고장 없이 잘 나오는 거 같다. 가장 신기한 것은 물속에 계속 잠겨있던 왼쪽 자전거 가방이 멀쩡하다는 것이다. 살짝 옷이 젖은 것 빼고는 피해가 거의 없었다. 노트북도 아주 멀쩡한 거 같다.
원래는 한국 아주머니, 아저씨네 집에 돌아가서 이것저것 수습하려 했으나, 모든 것이 멀쩡했고 비가 몇 시간 뒤에 멈추면 길에 가며 젖은 옷을 말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계속 가기로 했다. 우선은 지나가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1 km 정도 차로 이동해서 그 지옥에서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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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는 끊임없이 계속 내렸다. 그래도 다행인 게 오전 11시가 넘으니 빗줄기는 좀 약해졌고 도로가 물에 완전 잠기는 현상도 보이지는 않았다. 테레레를 마실 때 쓰는 보온통 가게. 정말 디자인이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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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가 넘어서야 비가 그쳤다. 재미있는 광고판을 찍은 후 큰 좌절감에 한참 빠졌다. Ipod 내부에는 습기가 가득 찾고 혹시 몰라 눌러 보았으나 작동을 하지 않았다. 가방 안에 내용물들은 다 젖어 있었다. 습기가 찬 것인지 아니면 침수했을 때 물이 옆으로 스며 든 것인지, 아니면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방수가 안 된 건지 알 수가 없다. 아이팟도 고장 났지, 가방 안에 모든 것은 다 젖어있지, 이런 것들을 보자니 마음이 찹찹하다. 몸도 마음도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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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오만 가지를 다 생각한다. 그리고 결론은 ‘그래 조금만 더 가 보자’이다. 그래도 비가 오니 날이 쌀쌀하고 약간 춥기도 해서 더운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파라과이에 온 이 후 처음으로 오르막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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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전에 카쿠페 (Caacupe) 마을에 도착 텐트 치는 것을 현지인에게 허락을 받았다. 그런데 정말 신기 한 게 허락 받을 때 주인이 나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했고 이후 한국 사람이 나와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알고 보니 코이카 봉사 단원이었다. 내 생각엔 그 단원 덕분에 텐트를 치고 저녁도 얻어 먹을 수 있었던 거 같다. 텐트 칠 때 젖은 물건들을 마당에 말리다가 발견한 자전거 가방의 앞 주머니. 침수 되었던 쪽인데 앞주머니에는 물이 가득 들어있다. 다행히 자전거 가방 속에는 이런 식으로 물이 가득차지는 않아 천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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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깨끗이 샤워하고 저녁도 얻어 먹고 젖은 물건들을 마당에 말리니 잠이 잘 오는 거 같다. 근데 아침에 일어나서 놀란 게, 말리려던 옷이 더 젖어 있다. 아무래도 남쪽지방은 습기가 많나 보다. 코이카 단원이 어제 계속 뭐 필요한 거 없느냐고 물어봐 주고 신경 써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얘기 나눌 시간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지만, 인연이 닿는다면 다시 언젠가는 만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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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진다.
파라과이에서 가장 큰 성당이 카쿠페에 있다. 12월 8일은 성모 마리아 날이며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많은 사람이 수도 아순시온에서 50 km 떨어져 있는 카쿠페까지 걸어오는 순례의식을 가진다고 한다. 이곳에 오면 ‘기적의 성녀’, ‘푸른성녀’로 불리는 성모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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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착한 날이 12월 13일이었는데 여전히 사람이 많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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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마리아 상 밑에 손을 대며 기도를 하는 많은 사람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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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성녀를 어떻게 원주민에게 전파 했는지가 옥상으로 가는 벽면에 그러 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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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바라보는 카쿠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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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 점에도 알록달록한 보온통을 판다. 가격은 130,000 Gu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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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순시온에 한국 아주머니께서 보온통이 두 개 있다며 하나를 나에게 선물 해 주셨다. 파라과이에서 얼음 구하는 것은 정말 쉬워서 보온통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거 같다. 얼음은 전날 텐트 쳤던 곳의 주인 분께서 넣어 주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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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디오카, 옥수수 가루, 돼지기름, 치즈, 달걀, 소금, 우유, 아니스 등을 넣고 만든 파라과이 전통 빵을 치빠라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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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구니에 많은 치빠가 들여져 있었다. 근데 예상외로 치빠는 너무 따뜻했다. 날씨가 더운데 치빠까지 이렇게까지 따뜻할 줄이야. 맛은 약간 민숭맹숭한 거 같았다. 가격은 2,000 Gu (0.4 c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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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에는 황소가 끄는 마차가 유명하다고 한다. 영어 단어로 소가 참 헷갈렸는데 이번에 확실히 정리하게 되었다. Cow는 암소, Ox는 거세한 수소, Bull은 거세하지 않은 수소. Bull이라는 용어는 아메리카 사람들에게 친숙할 수 있다. 에너지 음료수 중에서 정말 잘 팔리는 것이 바로 Bull이기 때문이다.
암소와 수소를 구별하는 방법 중 하나는 오줌을 싸는 위치이다. 암소는 뒤에서 싸고, 수소는 배 한 가운데에서 오줌을 싼다고 한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배 한 가운데에 뭔가가 있는데 이게 바로 오줌을 내보내는 곳.
수소를 거세하는 이유는 다루기 쉽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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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한 가운데 과일을 파는 풍경이 보인다. 수박 한 조각만 먹고 싶은데 조각으로는 안 파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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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에서는 사람이 도로에서 죽게 되면 그 죽은 위치에 이렇게 영혼을 기린다고 한다. 아마도 자전거 사고로 두 사람이 세상과 작별한 거 같다. 어린 나이인 거 같은데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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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집이 황소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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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있다. 이제는 잠자리를 찾아야 할 때. 다행히도 어두워지기 전 민가를 발견 허락을 받고 텐트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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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하수로 침수 사고에서 가장 큰 피해를 기타가 받았다는 것을 텐트 정리하다가 발견했다. 이미 회복 불능으로 보인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고장 난 줄 알았던 아이팟이 충전하고 보니 다시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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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다시 길 위에 나선다. 파라과이 북쪽지형은 계속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졌는데 오랜만에 평지가 보이니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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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와 마차. 바퀴가 정말 큰 게 독특해 보인다. 아참 파라과이에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파라과이에서는 박수를 치면 집주인이 나온다. 박수를 치는 것은 올라(안녕하세요)를 외치며 사람을 부르는 것과 똑 같다. 나도 한 번 박수를 치며 주인을 부른적이 있는데 한국인 정서상으로는 좀 거만하게 느껴지는 거 같아서 불편했다. 마치 ‘이보게나 거기 누구 없나. 내가 왔소이다. 당장 이리 나와 보게나~~~.’라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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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에 들러서 물을 얻다가 친해진 현지인. 파라과이 사람들은 테레레를 엄청 사랑한다. 테레레에는 좋은 성분들이 많이 들어있어서 몸에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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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식당에 가서 파라과이 전통 음식을 주문했다. 내 미지근한 물통을 냉장고에 있던 차가운 물로 바꿔주신 친절한 식당 주인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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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가 생각하던 그런 전통 음식이 아닌 그냥 남미 튀김 음식 같다. 요리 이름은 밀라네사(Milanesa)라고 한다. 오른쪽은 만디오까(Mandioca)라고 하는데 유까(Yuca)랑 똑 같은 음식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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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남쪽지방에는 많은 사람들이 콜롬비아만큼이나 오토바이를 즐겨 타는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헬멧을 쓰지 않는 다는 것이다. 콜롬비아는 헬멧 쓰는 건 기본이고 그 헬멧에 오토바이 번호까지 입력하는 게 법으로 되어있다. 추축하기로는 파라과이 사람들은 너무 더워서 헬멧을 쓰지 않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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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해지기 전에 마을을 발견해서 허락을 받고 텐트를 쳤다. 파라과이에서 주인에게 허락 받고 텐트 치는 건 콜롬비아만큼이나 쉬운 거 같다. 저녁에 초대 받아서 먹게 된 것. 소파 파라과자 라는 전통음식인데 양파, 돼지기름, 치즈, 우유, 옥수수 가루 등을 넣고 오븐에 구워낸 요리라고 한다. 처음에 소파라고 하기에 수프를 말하는 줄 알았다. 거의 다 먹은 걸 찍은 거라 형태가 제대로 나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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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친구도 초대해서 같이 저녁도 먹었다. 자기 부인은 친척 낀세아뇨 파티를(라틴아메리카 15살 여자의 성인식) 갔는데 자기는 너무 피곤해서 집에서 쉰다고 한다. 나에게 너무 친절하게 잘 대해줬던 집주인은 오른쪽, 왼쪽은 그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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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남쪽은 낮에는 덥기는 하지만 북쪽만큼은 아니다. 북쪽에서는 밤에도 너무 더워서 잠을 제대로 못 잤는데 남쪽은 밤에는 약간 쌀쌀하기까지 한다. 가장 환상적인 것은 모기가 없다는 것이다. 북쪽에는 정말 모기 때문에 지옥 같이 느껴질 때가 많았었는데 요즘엔 모기가 보이질 않아서 너무 행복하다. 근데 북쪽은 평지가 계속 이어졌는데 남쪽은 오르막 내리막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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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돈. 파라과이 물가가 볼리비아 페루보다 비싸기는 하지만 실제적으로 따지면 그렇게 많이 비싼 편은 아니다. 하지만 화폐 단위가 크다 보니 물가 체감지수가 비싸게 느껴져서 돈을 최대한 아끼게 되는 거 같다. 안 그래도 아프리카에서 써야 될 돈이 충분치 않아서 걱정이 되는지라 돈을 더욱더 아끼게 되는 거 같다.

아참 볼리비아 돈은 세로 길이가 좀 길고 가로가 짧았는데 파라과이 돈은 세로는 조금 짧고, 가로가 그대신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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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시작되고 오르막 내리막을 열심히 달리다 테레레를 직접 만들어서 파는 곳을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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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를 선택하면 직접 빻아 준다. 가격은 2,000 Gu(50 Cents)

 

직접 찍은 테레레 만드는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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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호기심에 주문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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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서 옆에 있던 꼬치도 사먹었는데 완벽한 삼겹살 맛이었다. 옆에 순대 같이 생긴 건 소시지인데 주인분이 한 번 먹어보라며 조금 잘라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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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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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정말 푸르르다. 날은 무덥지만 그래도 북쪽만큼은 아니라서 조금은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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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테레레를 샀던 주인에게 보온통에도 넣어달라고 했었다. 그런데 실수로 자전거에서 꺼내면서 떨어트렸다. 보온통도 망가지고 테레레도 다 엎어졌다. 사실 일반 떼레레가 아니라 세상에 둘 도 없는 테레레인데. 테레레를 만들던 현지 여성분이 나에게 돈을 받지 않고 그냥 가져가라고 했었었다. 내가 아니라고 돈 내 겠다고 얼마냐고 했는데, 그냥 웃으면서 손을 저었던 테레레. 얼음도 가득 넣어주고 말도 가득 넣어줬었는데. 현지인에게 받은 선물이 길에 쏟아지니 너무 속상하다. 보온통도 선물 받은 건데 뚜껑만 다시 구하면 쓸 수 있을 거 같은데, 엎어진 테레레는 어떻게 살려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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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나 속상하던지 결국 한 시간을 자전거 타며 펑펑 울었다. 원래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하면 펑펑 우는 버릇이 좀 있다. 갖고 있던 물도 없는데 그렇게 울어 댔으니 몸에 수분이 유지가 될 턱이 없다. 다행히 주변에 공장이 보여서 공장 아저씨에게 물을 새로 얻고, 한 시간 정도 졸았더니 속상했던 기분이 풀린다. 역시 스트레스 해소법으로는 울다 잠 드는 게 최고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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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길 옆에 있던 현지인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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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가 정말 멋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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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튜닝 해보려 했으나 제대로 안 된다. 아무래도 기타가 침수 사건 이 후 수명을 다 한 거 같다. 아이들이 장난치며 놀라고 나무 한 켠에 세워두고 떠났다. 결국 모든 것은 뒤에 남기고 간다는 생각을 하니 서글퍼진다. 이제 2012년도 다 되어 가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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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크기만한 개미집을 발견 했다. 어제 파라과이 친구에게 들은 사실인데 이 개미집이 엄청 단단해서 비오는 날에만 부실 수 있다고 한다. 근데 일반 삽이 아닌 포크레인으로 부시는데 안에는 굉장히 딱딱하며 계란형으로 땅속까지 박혀있다고 한다. 속에 계란모양이 나오면 불로 지진다고 한다. 거대한 개미집이 농장물 짓는 데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없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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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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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해가 지기 전에 마을을 발견했다. 파라과이에서 텐트 치는 거 허락 받기가 너무 쉬워서 사실 그 동안 큰 걱정 없이 다닌 거 같다. 오늘도 좋은 현지인을 만나서 텐트도 치고 저녁도 얻어 먹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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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쯤 엄청 강한 천둥이 계속 치더니 갑자기 세 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내 텐트는 이미 지붕 밑에 쳤었지만, 주인분은 걱정이 되셨는지 새벽에 일어나셔서는 집 안에서 자라고 하셨다. 텐트와 짐을 정리하는데 비바람이 너무 몰아치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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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이 너무 좋다. 친절한 파라과이 현지 가족 덕분에 아침도 챙겨 먹고 다시 길을 나선다. 오늘은 브라질 국경까지 갈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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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계속해서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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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잠깐 설 때 길거리 상인들은 자신들의 물건을 들고 버스로 달려가서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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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보면 다리에도 대통령 선거 후보 광고가 있고, 일반 광고판에도 붙여져 있다. 파라과이뿐만이 아니라 그 동안 지나친 많은 중남미 국가들은 이렇게 선거 포스터를 아무 곳에나 다 붙이는 거 같다. 코카콜라 광고와 선거 포스터 둘 중 어느 게 더 많을까라는 궁금증이 가끔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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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브라질 국경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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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소나기가 한차례 내려서 급히 지붕이 있는 곳으로 피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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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인연이 닿아 페이스북 친구님의 친구분이 부모님 댁을 소개해주셨다. 근데 장경련이 시작 되는 바람에 배가 너무 아팠고 도착하자마자 결국 먹었던 걸 다 토해내고 샤워를 한 후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바로 잠들었다. (사진은 나중에 찍은 것). 밤 7시에 자서 아침 6시에 깨었다. 한 시간을 잔 줄 알았는데 무려 11시간을 자버렸다. 너무 피곤했던 터라 정말 한 번도 깨지 않고 깊게 잘 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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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파라과이 국경 골목길. 파라과이 국경은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붙어있는데 홍콩 다음으로 가장 거래량이 많다고 한다. 특히 파라과이에는 세금이 없고 물가가 싸서 브라질 사람들이 물건 사러 많이 넘어온다고 한다. 아참 파라과이는 전기 생산량이 세계에서 2위라고 한다. 그런데 자국민한테 싸게 팔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은 정말 잠잘 시간도 별로 없다. 자전거 탈 때는 아침 일찍 시작해야지 덥지 않을 거 같아 새벽 4~5시에 깨서 텐트를 정리하고, 자전거에서 내려 쉴 때는 여행기 작성 및 다음 여행지 검색을 위해 새벽 5~6시에 일어난다. 학창시절, 사회생활 할 때보다도 잠을 더 못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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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서 브라질 국경이 보인다. 저 다리를 건너면 이제 브라질이 나온다고 한다. 사실 브라질은 내 예상 목록에 없는 나라였다. 내 예상 목록은 칠레와 아르헨티나였는데 대통령 투표 때문에 경로가 크게 수정이 되었다. 그리고 돈이 충분히 남아있지 않는 상태라서 아메리카 여행을 계속 하게 되면 아프리카 여행을 하지 못하게 될 거 같아 급하게 아메리카 여행을 정리하게 되었다.
파라과이는 정말 사람들이 너무 친절히 잘 대해줬던 곳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거 같다. 물론 수도 아순시온에서 사고 났을 때 수많은 차들이 그냥 지나친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속상하게 생각하지만은 그래도 좋았던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에 파라과이가 많이 생각날 거 같다.

브라질에서 자전거 탈 수 있는 날이 며칠 없을 거 같지만은 그래도 설레인다. 과연 브라질에서는 어떤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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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경로

2012 12 paraguay

파라과이 지낸 총 일수 = 19일
파라과이 총 이동거리 = 838.21 km (523.88 mi)
머무른 도시 = 12개 도시
Paraguay Border, Mariscal, Villa choferes, Pozo Colorado, Rio Negro, Tacuara, Asuncion, Caacupe, Nueva Austrailia, Pastoreo, Mallorquin, Ciudad del Este
파라과이 총지출 = $ 145
(1$ = 4250 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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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omments
  1. 우루과이는 가지 않나요? 얼마 전 방송에서 그 나라 대통령에 대해서 나오던데…. 참 인상적^^
    만나서 악수라도….^^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567081

    • 브라질이 아메리카에서 마지막 나라였습니다. 뉴스기사 잘 봤습니다.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 저도 대통령이 된다면 저렇게 할 수 있을 거 같은뎅…ㅎㅎㅎ

  2. 파라과이 여행기가 페북에 떳나요 ^^ 전 여기 홈피에서 나온 것을 보고 알았네요….지금은 아프리카를 열심히 달리고 있겠지만 좋은 여행기 잘 봤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 페이지 내려보니까.. 파라과이 여행기 페북에 보이던데요 >_<… 남아공이 아프리카에 선진국인데도.. 인터넷 사용은 쉽지가 않네요. 시간이 없어서 인터넷이 되면은 기본적인 것만 하게 되요..ㅠ.. 잠자는 시간이 부족해서 힘드네요.ㅎ 감사합니다!

  3. 또 사고가 났었네요. 에휴~ 항상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계속 여행기 읽으니깐 저도 자전거 여행이 무지 하고 싶네요. 자전거로는 제주도 일주 밖에 안해봤지만, 정말 부러워서 생각 좀 해봐야 할거 같습니다, ㅋ

    참, 따뜻한 물을 오랫동안 보관하는 병은 보온병, 차가운 물을 오랫동안 보관하는 병은 보냉병이라고 합니다. 직업과 관련이 있다보니 짚고 넘어가게 되네요~ㅋ

    • 제주도는 정말 자전거 길이 잘 되어있죠! 게다가 낭만적이기까지..ㅎㅎㅎ무슨 직업이시기에 보온병과 보냉병을 잘 아시는지요!ㅎ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히힛…

  4. 여러 여행기를 읽어보지만 그 중에 정효진님의 여행기가 최고입니다. 사진도 잘 찍고 글도 잘 써서 그런지 읽을 때마다 빨려들어갑니다. 배수로 사고때문에 깜짝 놀랐네요. 효진님의 얼굴이 아는분의 딸과 너무 닮아서 몆개의 인물사진을 캡쳐해서 보내줬습니다. 여행기를 읽는 순간 참 행복해집니다. 나이 먹은 중년이지만 자전거여행을 꿈꾸게 됐어요. 덕분에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 안녕하세요. 저 혹시 메일이 staywell 맞으신가요? 메일 보냈습니다. 답장 부탁드립니다.ㅠㅠ

  5. 파라과이는 코카콜라랑 무슨관계인거죠? 쓸데없는 호기심이 생기네요 ㅎㅎ
    아이고.. 자전거여행중 익사할뻔한 여행자는 효진님이 또 처음 아닐까요? ㅠㅠ
    여행스케줄이나 어쩔수 없이 이동하셔야할때는 어쩔수 없지만 저런상황에서 자전거를 끌고 다니시는건 위험하죠..
    항상 만전에 치밀하신 효진님이지만 가끔은 무모한 돌격모드에 걱정이 되긴합니다. 조심조심~
    참고로 물에 젖은 전자기기는 배터리 분리가 가능하면 분리하여 하루이틀 완전히 말리고 전원을 키시면 거의 피해없고요,
    배터리 분리 불가능한 제품들은 전원을 켜지마시고 하루이틀 사용하지말고 말리신후 사용하시면 된다고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부푼 기대로 구입한 기타의 운명은 슬프네요..그래도 혹시 알까요 고장난 기타로 연습연습한 꼬마아이가 훗날 파라과이를 대표하는
    가수로 나타날지-? 기대해볼만하지 않을까요??ㅎㅎ
    “개미집이 황소만하다.” 속담같은 오늘의 한마디였습니다-

    • 남미 자전거 여행 중 은근 사고가 좀 많죠? 그래도 노트북과 카메라가 무사한 점은 여전히 신기합니다.ㅎ

  6. 생각했던 파라과이보다 조금은 열악했네요. 그래도 갖은 어려움 속에도 따듯한 현지인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고마웠습니다. 이과수 폭포가 가까이에 있는 줄 알았는데요 언급이 없네요.
    브라질쪽애서 가시려나보다..ㅎㅎㅎ

  7. 절데로 미치시면안되요…파를 치셔야해요..솔도괜쟎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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